달아오르는 美 · 中 무역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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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위안화 가치 문제를 놓고 ‘무역전쟁’까지 예고하며 으르렁대던 미국이 중국의 선제 대응에 주춤거리고 있다. 중국이 지난 2년간 1달러당 6.83위안으로 묶어온 고정환율제를 버리고 최근 관리변동환율제로 전환하면서 위안화 가치의 소폭 상승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물론 달러화에 비해 최고 40%까지 인위적으로 위안화 가치가 절하돼 있다고 보는 미국에게는 이번 조처가 결코 만족스럽지 않다. 지난 6월 G20 회의에 참석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중국의 조처에 일단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도 “앞으로 위안화가 크게 절상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해 중국에 적극적인 위안화 절상을 주문했다.
어쨌든 중국의 이번 조처가 매우 미흡하긴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가 긍정적으로 평가한 만큼 일단 미·중 무역전쟁 위험은 가셨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황지환 취재부 기자>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 문제는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미·중 교역 초창기인 1985년 당시만 해도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는 600만 달러 정도였다. 그러다 1990년에 들어 적자 규모가 100억 달러로 확대되기 시작하더니 2000년에는 약 840억 달러로 늘어났다. 급기야 2002년에는 1000억 달러를 넘어섰고, 2005년에는 2000억 달러를 상회하기에 이르렀다. 이 같은 적자폭은 오바마 행정부 들어서 더욱 늘어나 지난해 말 기준으로 2268억 달러에 달했다. 올해 들어서도 4월 말 기준으로 이미 700억 달러를 넘어선 상태다.


위안화 딜레마

현재 실업률이 10%에 달한 상황에서 오바마 행정부는 제조업 성장을 통해 일자리 창출을 꾀하지만, 미국 상품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위안화 절상이 급선무라고 본다. 중국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위안화 가치를 급격하게 올릴 경우 당장 자국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 게다가 중국의 무역수지도 세계적인 경제난 때문에 줄어들고 있어 큰 폭으로 위안화를 올릴 수 없다는 것이다.
사실 정상적인 교역이라면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가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그러나 현재 미·중 통상마찰의 핵심은 중국이 위안화의 가치를 달러화에 고정시킨 뒤 인위적으로 위안화 가치를 낮춰 막대한 수출상의 혜택을 본다는 점이다. 미국 정부는 이런 잘못된 환율 정책 탓에 대중 무역적자가 해마다 불어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미국 의회는 하원 의원 130명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라는 연대 서한을 오바마 행정부에 보냈고, 상원 의원 14명은 중국이 위안화를 절상하지 않으면 강력한 무역보복을 가하는 법안을 공개했다. 미국은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2년부터 1994년까지 5차례나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지만, 그 뒤에는 중국과의 무역전쟁이 가져올 파장을 고려해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해왔다. 오바마 행정부도 지난 4월 중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것에 대한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할 예정이었지만, 보고서 제출을 연기해 환율조작국 지정을 보류한 상태다.
미국 의회도 이번 중국의 조처로 일단 주춤한 상태다. 특히 6월 말까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며 잔뜩 벼르던 민주당 찰스 슈머 상원 의원의 기세등등한 모습도 일단 쑥 들어갔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중국 전문가인 케네스 리버설 박사는 “일단 중국의 조처가 나온 만큼 오는 11월 의회 중간선거를 앞두고 오바마 행정부가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은 면한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물론 일부 민주당 의원은 선거를 의식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문제를 계속 거론하겠지만 우군인 오바마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압박해 중국과 무역전쟁으로 몰고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미국 의회는 추후 중국의 조처가 미흡하다고 판단하면 현재 계류돼 있는 법안을 언제든 통과시킬 태세다.




대중국 무역적자 얼마나 줄어들까

의회 못지않게 미국의 여론도 좋지 않다. 이를테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 대학 교수는 중국의 이번 조처가 문제의 핵심은 회피한 채 미국 등의 거센 압력을 피하기 위한 임기응변에 불과하다고 혹평한다. 크루그먼 교수는 중국 정부가 위안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춘 덕에 지금도 달러화와 유로화를 포함해 매일 평균 10억 달러씩 거둬들이고 있고, 외환보유고가 2조 달러가 넘는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중국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진정한 의미의 위안화 절상 조처를 취해야 하며, 중국이 이를 거부하면 미국은 대중 무역제재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과 교역하는 미국 기업 사이에서는 희비가 엇갈린다. 중국에 불도저와 채광용 대형 트럭, 증기터빈 등 고가의 장비를 수출하는 미국의 캐터필러 사나 제너럴 일렉트릭(GE)은 위안화 가치가 올라가면 그만큼 중국의 구매력도 높아져 자사 제품을 팔기가 쉽다며 반기는 기색이다. 중국에 컴퓨터 서버와 자료 저장장치를 수출하는 SGI사도 위안화가 절상되면 수출도 늘어날 것이라며 벌써부터 기대감이 크다.
반면 저렴한 인건비 덕에 중국을 해외 수출기지로 삼아온 월마트와 타깃 같은 일부 미국 업체는 근래 중국 노동자들의 임금 상승으로 고전해왔는데 설상가상으로 위안화 절상까지 겹쳐 이중고를 겪을 판이다. 통상 전문가들은 의류와 신발, 장난감 공장을 중국에 둔 미국 기업들이 그동안 값싼 위안화 덕에 수출로 톡톡히 재미를 봤지만 위안화 절상폭이 커지면 이런 효과도 반감되리라 본다. 
문제는 중국의 위안화 절상 조처로 한 해 200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 폭이 얼마나 줄어들 수 있겠느냐 하는 점이다. 워싱턴의 민간 연구기관인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의 프레드 버그스타인 소장은 앞으로 2~3년 동안 위안화가 20% 정도 오르고, 타이완과 인도네시아 등 인근 국가들까지 자국 화폐가 절상되도록 방치할 경우 미국은 한 해 1000억~1500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줄일 수 있고, 일자리를 최고 100만 개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한다.
그러나 중국이 미국의 희망대로 20%까지 위안화 가치가 오르도록 방치할 것으로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와 관련해 미국 시티그룹은 중국의 조처를 계기로 위안화가 연말까지 2%인 6.70위안, 앞으로 1년 내 3%인 6.62위안까지 절상되리라 예측했다. 이 같은 예측은 미국이 희망하는 2~3년 내 20% 절상은 사실상 불가능한 기대치임을 확인해준다. 실제로 중국 정부가 미국 등의 절상 압력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상태이기 때문에 위안화 절상을 둘러싼 미·중 무역전쟁의 불씨는 여전히 잠복해 있는 셈이다. 다만, 향후 부동산이 과열돼 붕괴될 조짐이 있거나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 중국 정부가 경제 안정을 위해 더 큰 폭으로 위안화 절상을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주춤하는 미국경제 `트리플 악재`






미국 제조업 경기와 고용 상황이 예상보다 부진해 경기 회복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 미국 주식시장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6일 연속 하락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미 경제 회복이 “전형적인 휴식 구간”이라고 진단했다.
대표적 경기선행지수로 꼽히는 미국 공급자협회(ISM)의 6월 제조업지수는 56.2로 전월 59.7보다 하락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6월 수치는 시장 예상치 59에도 못미쳐 미국 제조업 경기 확장세가 둔화됐음을 보여줬다. ISM 제조업지수가 50을 넘으면 제조업 경기가 확장국면에 있고, 50 미만이면 축소국면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용시장이 여전히 좋지 않다는 것도 확인됐다. 월간 고용자수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감소했다.
6월 미국의 농업부문을 제외한 고용숫자는 12만5000개가 줄어들었다. 정부가 임시로 고용했던 인구센서스 조사원 중 22만5000명의 채용기간이 마무리됨에 따라 월간 일자리 증가도 중단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인구센서스 조사인력은 아직도 33만9000명이 고용인력으로 잡히고 있어 추가적 고용자수 감소 요인이 되고 있다.
민간부문에서 고용증가는 8만3000개에 불과해 시장의 기대치인 11만개에 비해 크게 못미쳤다.
실업률은 5월 수치인 9.7%에 비해 6월 9.5%로 줄어들었지만 이는 인구센서스 조사인력 등 기존의 노동참여 인구가 65만2000명가량 감소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다.
주택경기도 살아날 줄 모르고 있다. 생애 첫 주택구입자에게 줬던 세제혜택 종료의 영향이다.
모기지은행가협회(MBA)는 최근 “6개월래 최고를 기록했던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신청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낮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모기지 수요가 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가 발표한 지난 5월 기존 주택거래 실적은 전월보다 2.2% 감소했다. 상무부가 발표한 5월 신규주택 판매 실적도 전월보다 32.7% 줄었다. 작년 동기 대비로도 18.3%가 감소했다. 이러한 실적은 미국 정부가 관련 집계를 시작한 1963년 이래 가장 저조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주택 시장에서는 ‘더블딥(경기 회복 후 재침체)’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런 인식이 경제 전반에도 퍼질 조짐이다.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은 1일 CNBC 회견에서 “보통은 기업과 국가의 성장에 따라 증시가 움직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하지만 지금은 반대”라고 했다. 지금은 기업이나 투자자들의 위험에 대한 성향이 예전처럼 돌아오느냐의 여부가 경제성장의 핵심 변수이며, 그것을 가장 쉽게 관찰할 수 있는 곳이 주식시장이라는 얘기다. 그린스펀은 “우리가 지금 아는 것은 주가가 (경제) 선도 지표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린스펀은 미국의 소비자신뢰지수가 지난 6월 예상보다 더 떨어졌음을 상기시키면서 “나중에 해고해야 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고용을 주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과 투자자들의 위험에 대한 성향과 미래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그는 중소기업에 성장동력을 기대하긴 어려우며 대신 부유층의 소비 증가나 은행의 대출 완화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JP모건펀즈의 데이비드 켈리 수석애널리스트는 “시장은 우리 경제의 미래를 실제보다 훨씬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며 “더블딥 가능성이 낮다고 보지만 시장은 더블딥을 예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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