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지표 호조 속 ‘더블 딥’ 가능성 ↓

이 뉴스를 공유하기









미국의 대표 간판 기업들이 ‘내수는 감소하고 외수는 증가’하는 이른바 ‘투트랙’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해외시장을 공략하는 기업들은 선전하는 반면 미국 국내시장에 집중한 기업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지난 9일 보도에 따르면 다우존스지수 편입 30개 대기업 중에서 3M과 맥도널드 등 해외 영업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중국이나 브라질 같은 신흥시장의 고속성장 덕분에 매출 신장세가 완연한 반면, 내수 시장에 치중하는 기업들은 미국 소비 둔화로 실적 악화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 대기업들의 불황 탈출을 이제는 미국경제가 아니라 개도국이 견인하고 있는 셈이다.
경제지표가 약간은 호전되면서 더블딥의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8일 미국의 경기회복이 더욱 둔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황지환 취재부기자>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는 12개 지역의 경제동향을 분석한 베이지북을 통해 “미국의 경제 성장세는 지속되고 있지만, 이전에 비해서는 성장 둔화 신호가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베이지북에 따르면 뉴욕 연방준비은행 등 5개 지역 은행은 경기 성장세가 완만한 속도라고 판단했고, 2개 지역은 긍정적인 성장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나머지 5개 지역은 미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주택판매의 경우 매우 저조한 상태이지만 소비는 균형적으로 늘고 있고, 제조업 경기는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둔화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WSJ는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에 포함된 30대 기업 중 해외부문에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기업 10곳의 내년 매출은 평균 8.3%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해외시장에 가장 적은 비중을 보이는 10개 기업의 매출 신장은 1.6%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고용상황 악순환

조사결과에 따르면 세계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석유회사 엑손모빌과 컴퓨터 관련업체 인텔 등의 해외 매출 비율은 70%를 넘어서는 반면 미국시장에 한정된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건축자재 소매업체 홈디포는 10%대에 머물렀다.
WSJ는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에 포함된 30대 기업 중 해외부문에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기업 10곳의 내년 매출이 평균 8.3%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해외시장에 가장 적은 비중을 보이는 10개 기업의 매출 신장은 1.6%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BOA의 조셉 퀸란 금융전략가는 “이런 투트랙 행보는 신흥국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반면 미국경제는 이른 시일 내에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올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9.8%, 인도는 8.3%, 브라질은 7.5%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해외 매출이 전체의 4분의 3을 차지하고 있는 코카콜라는 1920년대 해외시장 개척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신흥국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회사는 향후 10년간 신흥국에 총 27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1일에는 러시아의 음료회사 ‘니단’을 인수하기도 했다.
이와는 반대로 같은 음료업체인 닥터페퍼 스내플 그룹의 실적은 개선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시장이 전체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미국인들의 소비저조에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이 회사의 마케팅 담당자 제임스 트레빌콕은 “가계가 부채를 최소화하려고 허리띠를 조이고 있어 매출이 좀처럼 신장되지 않는다”며 “더 우려되는 점은 이러한 분위기가 계속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개당 1달러도 되지 않는 79센트에 캔을 판매하는 새로운 마케팅 전략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해외와 국내에 치중한 기업들의 매출 양극화는 전체 미국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의 실업률이 9.5%로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가운데 수출기업들이 일반 미국인들을 상대로 한 소매 판매직을 늘리지 않고 숙련된 직원만을 채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문은 이러한 기업매출 양극화가 계속된다면 고용문제에 있어서 미국 내 계층 간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앤 해리슨 경제학 교수는 “기업들의 해외시장 확대가 국내에서 숙련되지 않은 ‘그저 그런(routine)’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지는 않는다”며 “대신 R&D와 같은 전문성을 갖춘 노동자들은 혜택을 입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더블딥 가능성 축소

한편 더블딥 우려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는 미국 경제가 이번 주에도 다소 개선된 경제지표를 내놓을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개선 폭은 미미한 편이어서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최근 오바마 대통령의 지적처럼 미국 경제가 다시 성장하고 있지만 고통스러울 정도로 느리게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3일 63명의 경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월에 소매 판매가 전달에 비해 0.3% 증가했을 것으로 예측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산업생산은 0.2% 상승에 그쳐 성장세는 둔화됐고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달과 같은 0.3% 상승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전망치는 미국 경제가 “성장 속도는 느리지만 경기 후퇴로는 되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이 통신은 지적했다.
미 상무부가 14일 발표할 예정인 8월 소매판매 증가율은 0.3%에 그쳐 전달의 0.4%에 비해 다소 둔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7월의 경우 소매판매증가율은 자동차와 휘발유 판매증가에 전적으로 의존한 반면 8월엔 각 부문에서 골고루 판매가 늘어났다는 점에서 훨씬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7월의 경우 자동차와 휘발유 판매를 제외하면 소매판매 증가율은 -0.1%이지만 8월에는 이 두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소매판매 증가율이 0.4%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유통업체들의 대대적인 할인행사와 17일에 달하는 판매세 면제휴일(세금을 면제해주는 쇼핑기간) 덕분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소매업체인 로스스토어는 2009년 8월 이후 1년 동안 판매액이 5.0% 증가했다고 밝혔다. 백화점 체인인 코울스 역시 1년 간 판매액이 4.5% 늘었다. 이는 애널리스트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8월 산업생산 증가율은 0.2%로 2개월 연속 플러스 성장을 보였지만 성장세는 둔화될 전망이다. 산업생산 증가율은 6월에 -0.1%를 기록했다가 7월에 1.0%로 시장 예측치(0.5%)보다 2배나 높아졌다. 산업생산이 둔화된 것은 7월에 급증했던 자동차 생산량이 줄었기 때문이다.8월 산업생산 증가율은 15일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산업생산 증가율은 앞으로도 완만한 상승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며 “실업률도 2011년까지 9% 대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물가도 완만한 상승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블룸버그 조사에 따르면 8월에 생산자 물가지수와 소비자 물가지수 모두 전달에 비해 0.3% 상승할 것으로 분석됐다. 소비자 물가지수 상승률은 전달과 같고 생산자 물가지수 상승률은 0.1%포인트 오른 것이다. 미국 노동부는 16일 생산자물가지수를,17일에 소비자물가지수를 각각 발표할 예정이다.
오는 17일 발표되는 8월 미시간 대학 소비자 신뢰지수는 70까지 오를 전망이다. 전 달의 68.9에 비해 1.1포인트 오르는 것이다. 신뢰지수가 높을수록 소비자들이 향후 경제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임스 오셜리번 MF글로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는 나아지고 있지만 갈 길이 아직 멀다”며 “경제가 개선되고 있다는 신뢰가 필요하고 특히 고용 증가율이 더 빨라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환율전쟁 불 붙었다
전례 없는 $ 하락세, 위안화는 4% 이상 확대

미국과 유럽 등 선진권이 위기의 한 요인으로 지적했던 무역 불균형이 여전해 오히려 뒤바뀐 질서로 인해 강화된 느낌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각국은 소리 없는 통화 전쟁에 들어갔다. 선진 경제권의 버팀목이던 달러 중심의 기축통화제가 흔들리고 무역역조를 바로잡기 위한 환율 다툼이 치열하다.
“1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심각한 금융 위기”(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를 거치면서 시장은 안전자산으로 눈을 돌렸다. 달러는 금융위기로 기축통화로서의 명성에 흠집은 났지만 안전자산으로서 인기는 여전하다.
지난해 3월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89.6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안전자산이라도 펀더멘털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미국의 경기회복세가 둔화되고 더블딥 우려가 나오며 달러 강세 또한 주춤해진 양상이다. 강달러를 부추긴 유럽발 위기가 완화됐던 지난 7월이후 달러는 9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세계 경제의 다극화 추세를 고려하면 그간 호황기를 누린 선진국 통화의 약세는 당연한 결과다. 세계 경제에서 선진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국제 경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GDP 기준)은 2000년 23.5%에서 2008년 20.6%로 축소됐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의 비중은 7.2%에서 11.4%로 확대됐다. 게다가 외환보유액 다각화는 세계적인 추세다. 





@SundayJournalUSA (www.sundayjournalus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뉴스를 공유하기

선데이-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