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한인 경제계 ‘돈맥경화’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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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한인 커뮤니티의 돈줄이 말 그대로 꽁꽁 막혔다.

현금 유동성 등 자금의 흐름이 막히면서 한인 경제계 전반적으로 세칭 ‘돈맥경화’ 현상이 짙어지는 분위기다.

그런데 지금의 자금경색이 다름 아닌 한인 커뮤니티 경제를 살리기 위한 노력 때문에 불거진 것이라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지난해 한인 커뮤니티 은행계의 대표적인 ‘경제 살리기’ 케이스로 꼽힌 새한은행과 한미은행의 잇따른 증자과정에 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대거 몰리면서 빚어진 결과물이라는 해석이 분분하다. 

현재 새한, 한미은행의 주가는 지난해 실시된 증자 가격을 밑돌고 있으며, 투자자들이 내심 기대했던 평가이익을 전혀 안겨주지 못한 상태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새한은행의 지난 6,000만 달러, 한미은행의 1억 2,000만 달러 등 지난해 한인 커뮤니티 경제계에서 이뤄진 굵직굵직한 거액의 증자과정은 어떻게 이뤄졌고 그 결과는 어떨까.

박상균 기자<블로그 – www.youstarmedia.com>

지난해 연초 한인 금융가에는 흉흉한 소문과 함께 큰 위기감이 조성됐었다. 이는 “금융감독국으로부터 일정 자본비율을 유지하라는 시정명령 등 증자가 불가피해진 새한은행과 한미은행이 자본조달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 곧 폐쇄될지도 모른다”는 소식이 그 골자가 됐다.

한인타운 금융가에서는 지난 2009년 문을 닫은 미래은행처럼 새한과 한미은행의 증자실패에 따른 도미노 파산이 이어지면 한인 경제계 또한 직·간접적인 악영향을 입게 될 것이란 관측이 조심스레 나돌았다.

이런 가운데 주류시장에서는 오히려 위기에 빠진 새한은행과 한미은행을 대상으로 M&A설을 제기하는 등 새삼 ‘은행매물(피인수대상)’로서의 가치가 재평가되는 계기가 된 시점이기도 했다.

특히 새한은행을 두고서는 나라은행으로의 피인수설, 한미은행을 두고서는 한국계 우리금융으로의 피인수설이 동시에 나돌면서 한인 금융가에 때 아닌 ‘M&A 열풍’이 고조됐던 시기이기도 했다.


새한(SAEB)의 극적 부활


















▲ 새한은행과 태평양은행의 대주주인 PMC
뱅콥 윌리엄 박 회장.

지난해 부활한 새한은행의 극적 회생을 놓고서는 현재까지도 ‘기적’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2009년 12월 당시를 뒤돌아보면 “과연 새한은행이 과연 감독국의 시정명령 사항으로 떨어진 티어1 레버리지 자본비율을 60일 안에 8% 이상, 90일 안에 10% 이상으로 유지하라는 내용을 지킬 수 있는가”를 놓고 대다수 전문가들은 불가능 쪽에 무게를 실었었다.

왜냐하면 새한은행의 경우 감독국이 요구한 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최소한 4,000만 달러 이상의 긴급자금 수혈을 필요로 했는데, 2009년도 순손실액만 약 5,640만 달러, 주당 3달러 52센트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새한 주식(SAEB)을 증자한다고 한들 투자자가 모일 가능성이 희박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새한은행을 극적으로 회생시킨 구원투수가 돌연 등장했다. 그것도 새한의 당초 회생 시나리오를 능가하는 금액인 6,000만 달러를 조달하는 놀라운 수완을 발휘했다.

그 주인공은 비교적 한인사회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던 PMC 모기지뱅콥 윌리엄 박 회장이었다. 그는 결국 새한의 생명줄 역할을 사모증자를 성공리에 진두지휘했다.

하지만 새한의 증자성공에는 대다수 투자자들이 당시 1주당 35센트라는 매력적인 가격에 끌렸던 게 숨겨진 비결이었다. 즉, 증자를 통해 심각한 자본잠식에서 벗어나 새한은행이 정상화될 경우 ‘M&A 피인수 매물’로서의 미래가치에 후한 점수를 줬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반영하듯 한인 투자가들 사이에서는 “새한은행 주식을 사서 묻어두면 큰 돈이 될 것”이라는 풍문이 나돌았으며, 이 과정에서 윌리엄 박 회장과 친분이 있는 자바시장의 거물급한인 재력가들이 대거 새한은행 증자과정에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알려진 대로 박 회장은 한국계 자본을 대거 유치하는 등 새한 회생의 1등 공신 역할을 톡톡히 했다. 다함이텍, 동양피엔에프, 셀트리온 등 한국 상장사들의 약 3,000만 달러 상당의 투자계약을 대거 유치했던 것이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 새한의 주가를 평가해보면 증자 참여자들의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투자심리가 위축돼 의기소침해 있는 상태다. 현재 장외시장에서 매매되고 있는 새한의 주가는 20일 종가기준 30센트로 지난 6월 15일 이후에는 단 한주도 거래되지 않고 있다.

그중 몇몇 주요거래를 살펴보면 지난 3월 30일자 거래에서는 실망매물로 보이는 5만주가 출회되며 27센트 종가를 기록했으며, 5월 17일에는 1만 2,000주 거래와 함께 34센트, 가장 마지막으로 거래된 것은 지난 15일자 500주 거래로 30센트 종가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올해 들어 가장 큰 금액의 거래가 이뤄진 것이 고작 하루 15,000달러 선이다. 물론 장외시장 거래종목이라는 한계점을 감안했을 때 거래자체가 갖는 의미가 큰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새한 주식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며, 더구나 증자가격이었던 35센트 이하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난 한인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부추기고 있는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새한의 증자를 주도했던 주요세력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주요 관계자들은 아직 새한의 향후 M&A 청사진 등 여러 합병 시나리오를 제기하며 희망의 불씨를 피우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윌리엄 박 회장이 태평양은행의 증자과정에도 참여해 대주주로 떠오르는 등 새한-태평양 합병 시나리오를 가시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에서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새한-태평양 모두 실적개선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등 ‘자립’을 위한 추가증자 가능성이 흘러나오는 마당에 합병이 무슨 말이냐며 난색을 표명하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단기투자를 희망했던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원성의 목소리가 자자해지며, 모든 희망적 가능성을 공수표 취급하며 애초에 투자한 ‘본전’이나 찾았으면 하는 심정으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지난해 새한은행의 증자과정에는 한인들의 쌈짓돈 투자금이 약 3,000만 달러 이상이 조달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사실상 투자금 전액은 새한주식(SAEB)에 투자된 상태로 자금이 꽁꽁 묶여 있으며 현금화되기가 힘든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커뮤니티 경제계 자금경색의 혼란기

















뿐만 아니라 지난해 실시된 한미은행의 1억 2천만 달러 신규증자 과정에서도 한인들의 알토란같은 자금 7천만 달러 이상이 투입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렇듯 새한(SAEB)과 한미(HAFC)의 증자과정에만 한인 투자자들의 자금 1억 달러가 투입됐다는 가설은 이제 커뮤니티 경제계에서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자금들이 현재 손실을 감수하고 현금화되지 않은 채 주식시장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물론 이러한 한인들의 자금이 한인 커뮤니티 은행을 살리는, 즉 ‘경제 살리기’에 동참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낳고 있기는 하나, 예상치 못했던 ‘타운 자금경색’의 주범이 됐다는 부정적 평가도 큰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태다.

이처럼 한인들의 자금이 현금성 자산이 아닌 한인은행 주식에 집중적으로 투자가 이뤄지는 바람에 새로운 경제현상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한인 커뮤니티 경제계의 돈 흐름이 계속 나빠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이른바 ‘돈맥경화’가 심해지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결국 주위의 권유 등에 휩싸여 단기차익을 노리고 무작정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던 한인 투자자들의 욕심이 화를 불렀는지 좀처럼 한인은행들의 주가 회복조짐은 요원한 일이 되고 있다. 심지어 몇몇 한인은행들의 경우 또다시 수비적 형태의 추가증자가 불가피하거나 조만간 발표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현재 많은 한인들은 투자행태가 보수적으로 뒤바뀌면서 안전자산 쪽의 투자를 늘리면서, 한인은행 증자참여 등을 꺼려하고 있다.


유니뱅크 사례 ‘타산지석’

실례로 최근 증자계획 철회를 선언한 시애틀 소재 한인은행인 유니뱅크(행장 이창열)의 증자 모집과정에는 예상보다 저조한 참여율을 나타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현상은 지난해 새한은행과 한미은행의 증자과정에서 불어닥친 ‘한인들의 증자참여 열풍’과는 사못 비교되는 행보로 해석되고 있다.

물론 새한은행과 한미은행의 경우 한국계 자본 상륙이라는 호재를 발판 삼아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개선하는 반사적 효과가 있었던 것만큼은 사실이다. 하지만 유니뱅크의 경우에도 비교적 호조건을 제시하는 투자조건을 내세웠음에도 그 반응이 냉담하리만큼 차가웠던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와 관련 유니뱅크 이창열 행장은 “LA에서 투자유치를 해보니까 한인 투자자들이 선뜻 나서지않는 등 경기 관망세가 짙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또한 생각보다 한인들에게 투자 여유자금이 없는데다가 투자심리 또한 많이 위축돼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토로했다.

따라서 현재 금융가에서 바라보는 ‘한인 경제계의 자금경색’에 대한 향후 전망은 이렇다. 한국계 자본상륙으로 대표되는 한인 금융가의 재편 시나리오에 후한 점수를 부여했던 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좀처럼 현금 자산화되지 못하면서 당분간은 그 관망세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새한(SAEB)의 경우 사실상 투자자금을 현금화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고, 한미(HAFC)의 경우 ‘우리금융 인수전 무산’ 이후 추가증자 시나리오 등이 공개된 상태에서 섣불리 손절매매에 나설만한 한인 투자자들이 많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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