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멘토’ 안철수에 대한 잡상(雜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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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춘훈 (언론인)

한국에 멘토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몇몇 TV의 오디션 프로그램에 멘토제가 도입돼 인기몰이를 하면서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멘토링이 방송프로에 넓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경제 불황과 극심한 취업난으로 방황하는 청년세대에게 중견세대 멘토들의 엄한 꾸짖음과 따뜻한 격려의 말은 출연자들뿐 아니라 안방의 시청자들한테까지 재미와 감동으로 다가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어느날, MBC의 가수 발굴 오디션 프로그램인 ‘위대한 탄생2’에서는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건드린 가슴 뭉클한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주인공은 가수 이선희죠. 이선희는 심사평을 하면서 “하루 만에 새 노래를 마스터하는 것은 가수인 나에게도 힘든 일이다. 주어진 시간에 숙제를 누가 더 잘했느냐의 차이일 뿐이니 탈락했다고 상처를 받지 말아 달라”고 멘티를 위로하며 눈물을 보였습니다.

멘토가 출연해 흥행에 성공하고 있는 프로는 MBC의 ‘위대한 탄생’과 연기자 발굴 프로인 SBS의 ‘기적의 오디션’입니다. ‘위탄2’는 가수 이선희 이승환 윤상 박정현, 작곡가 윤일상이 멘토로 활동 중이지요.   또  ‘기오’는 배우 김갑수 이미숙 이범수 김정은, 감독 곽경택이 맡고 있습니다. 멘토의 인기에 따라 프로의 성패가 결판나, 오디션이 아닌 멘토들의 인기 경연장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기오’에선 배우 이미숙의 존재감이 돋보입니다.

범접하기 힘든 카리스마의 연기자라는 평을 듣는 이미숙은 햇병아리 배우 지망생들의 서툰 연기를 매섭게 꾸짖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인간미 넘치는 사랑으로 보듬어 나가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풋풋한 감명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Mnet의 ‘수퍼스타K’와 KBS의 ‘Top밴드’도 멘토 비슷한 코치 시스템을 운영하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취업난 등 세상살이가 고달픈 젊은이들은 대중적 인기가 높은 멘토들이 진심을 다해 오디션 참가자들을 가르치는 것을 보면서 “나도 저런 인생의 멘토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합니다. 멘토가 있는 TV 프로들이 성공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인생의 스승, 멘토 찾는 젊은이들


멘토(Mentor)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오디세우스의 친구 멘토르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에 나가 20년이 넘도록 돌아오지 않는 동안 그의 아들 텔레마코스를 돌보며 가르친 사람이 멘토르입니다. 여기서 유래해 멘토는 ‘현명하고 성실한 조언자’ 또는 스승의 뜻을 갖게 됐습니다.

요즘 한국 TV에서 뜬 최고의 멘토는 가수 김태원과 이선희, 배우 이미숙과 김갑수 등입니다. TV 밖에서 만나는 젊은이들의 최고의 멘토는 ‘당근’ 안철수 입니다. 그에게는 이 시대 고통받는 젊은이들의 멘토라는 찬사가 별 거부감 없이 따라 붙습니다. 기성 정치인들이 아무리 되려고 해도 못되는 ‘아픈 청춘의 멘토’가 바로 안철수 교수입니다.

안철수는 불특정 다수 젊은이들의 멘토이면서, 한편으로는 스스로 300여명의 멘토가 있다는 멘티(Mentee)이기도 합니다. “멘토가 300명이라니, 무슨 우표수집하는 것도 아니고…”라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들도 물론 있습니다.

안철수와 그의 멘토 얘기가 처음 언론에 실린 건 지난해 9월초입니다. 안철수가 서울시장 출마 뜻을 밝히면서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습니다. 그는 주변의 조언그룹에 시장에 나갈 거다, 안 나갈 거다,  몇 번이나 번복을 거듭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안철수의 멘토’라는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이 “그는 시장에 출마한다”고 언론에 밝혔다가 일이 벌어졌습니다. 안철수가 이튿날 발끈했지요.

“윤여준이 나의 멘토라면 나에게는 300명도 넘는 멘토가 있다. 서울시장에 안나갈 거다…”
남에게 모난 소리 싫은 소리 못한다는 ‘착한 철수’가 어제까지 따르던 멘토를 이렇게 한 방에 걷어차 버렸습니다. 그러면서 “나한테는 김제동 김여진 같은 멘토가 따로 있다”고 밝혔지요. 전직 장관이 딴따라보다 하급(下級)의 가짜멘토로 몰리는 수모를 당한 겁니다.

안철수가 ‘정치적 인물’로 입신하게 된 계기는 지난해 봄부터 시작한 ‘청춘 콘서트’입니다.  이 행사를 기획해 ‘안철수 신드롬’의 진원지 역할을 했고, 6개월 동안 멘토를 한 정치인이 윤여준과 김종인 두 전직장관입니다. 법륜스님과 의사이면서 주식 전문가인 박경철도 합류했지요. 이중 박경철을 제외한 세 사람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안철수 멘토에서 해임(?)됐습니다.

멘토가 ‘현명하고 성실한 스승같은 조언자’라면 한번 멘토는 영원한 멘토가 돼야 합니다.  친구 아들을 20년이나 가르치고 사랑한 그리스 신화 속 멘토르도 그랬지요. 헌데 안철수의 멘토는 시쳇말로 파리목숨(?)입니다. 정치적 견해나 입장이 달라지면 “멘토 그만”입니다.  300명의 멘토가 머지않아 30명, 3명으로 줄었다가 나중에 궂은소리, 싫은 소리 절대 안하는 연예인 멘토 김여진과 김제동 두 사람만 남게 생겼습니다.


안철수 인기는 거품?


새해가 시작되면서 다시 안철수가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올해는 4월과 12월, 각각 국회의원 총선과 대통령 선거가 실시됩니다. 20년 만에 처음 총선과 대선이 한 해에 치러지지요. 예고된 대정치 빅뱅의 한가운데에 안철수가 있습니다. 안철수의 대통령 출마여부, 박근혜와의 양자대결 시 당선가능성, 출마 시 정치활동 개시 시기 등이 관심사입니다.  그는 지금껏 대선 출마여부에 대해 분명한 의사를 표명한 적이 없습니다. 실제로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고, 대선에 임박해 전격적으로 선거에 나섬으로써 혹독한 검증을 피하려는 ‘전략적 모호성’일 수도 있습니다. 좀체로 떨어지지 않는 높은 인기에 스스로 취해 ‘무임승차’로 권력을 잡으려는 기회주의적 전략일지도 모릅니다.

한국의 중앙일간지 5개가 실시한 지난 연말 여론조사에서 안철수는 박근혜와의 양자 대결에서 모두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5:0의 완승입니다. 조선일보 조사에서 그는 47.6% : 41.7%로 박근혜를 이겼습니다. 다자대결에서는 박이 앞서, 박근혜 31.9% : 안철수 22.4%였습니다. <중앙일보> 이번 대선에서는 야권 단일후보가 박근혜와 1:1 맞대결을 벌일 것이 확실해, 안철수가 나오면 박근혜는 고전이 예상됩니다. 김정일의 사망으로 박근혜의 지지율이 다소 올라갔지만 모든 조사에서 그는 5~6%의 오차범위 내에서 안철수에게 밀리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안철수를 지지하는 국민 중에도 그가 대선에 안 나올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점입니다. 동아일보 조사에서는 지지자중 절반인 49.8%가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해 출마할 것이라는 답변 19.4% 보다 3배가량 많았습니다. 안철수가 정치권에 발을 담그기 보다는 현재의 명예를 지켜달라는 바람을 갖고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안철수라는 인물이 갖고 있는 일종의 ‘모순 개념’입니다. 대선에 나서려면 4월 총선 이전에 정치선언을 하고 자질과 도덕성 검증을 받으라는 의견이 21%로, 각 당의 대선후보가 정해지는 7~8월에 나와도 된다는 답변 14.7% 보다 많았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안철수의 높은 인기에 상당한 거품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가 과대평가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안철수가 ‘정치선언’을 미루고 있는 진짜 이유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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