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곡동 사저·민간인 불법 사찰 수사 모조리 ‘무혐의’ 면죄부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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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검찰이 결과를 발표한 두 개의 사건에 정국이 다시 들끓고 있다. 두 개의 사건은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건축 관련한 의혹이고, 다른 하나는 민간인 불법 사찰 수사다. 모두 국민적 의혹이 크게 제기된 사건이었는데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한 의혹의 실체를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 채 의혹만 남긴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내곡동 사저 의혹의 경우 불법을 저지른 관련자들 중 한 사람도 기소하지 않은 채 수사를 종결했으며, 민간인 불법 사찰은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및 이영호 전 고용노사관리비관이 불법을 저지른 의혹을 확인했을 뿐 정작 몸통은 발견해내지 못했다. 당장 이러한 엉터리 수사에 대해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마저도 수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응이고, 두 사건에 대해 국정조사나 특검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수사 결과는 이미 예견된 바다. 본지는 한상대 검찰총장이 신임 총장으로 임명됐던 지난해 9월, 799호를 통해 <구린 사건에는 면죄부, 입맛에 맞는 수사만 강공 드라이브>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MB의 최측근인 한 총장이 온몸으로 MB관련 의혹을 막아설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내곡동 사저 의혹이나 민간인 불법 사찰 수사를 통해 이런 지적들이 현실로 드러난 것뿐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야당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정기관 총수를 자신의 측근으로 임명한 이유가 증명되고 있는 셈이다. 두 개의 사건을 둘러싼 파장과 향후 정국 전망을 파헤쳐봤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한국시간으로 지난 13일 오후 2시 발표한 민간인 불법 사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에 정국이 뒤끓고 있다. 검찰은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을 재수사한지 90일만에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사즉생’의 각오를 밝히며 수사에 나섰지만 청와대 등 ‘윗선’의 실체는 전혀 밝혀내지 못했다. 검찰은 장진수 전 지원관실 주무관(39)에게 ‘입막음용’으로 전달된 돈의 출처와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개입여부, 대통령실에 지원관실의 활동이 보고됐는지 등 핵심 의혹에 대해선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윤해 부장검사)은 13일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 비서관(48·구속)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52·구속)을 새로운 ‘윗선’으로 지목, 각각 강요 및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1차 수사에서 지원관실 외부의 윗선을 찾지 못한 것에 비하면 한 걸음 나간 결론이다. 하지만 이 전 비서관과 박 전 차관은 지난 1차 수사 때도 거론됐던 인물들이다. 이 전 비서관은 재수사초기 “지원관실 자료삭제를 지시한 ‘몸통’”이라고 일치감치 자처하기도 했다.
검찰 내부에서조차 “1차 수사에서 이 전 비서관에 대한 조사가 부족했다”는 자성이 나왔다. 부실한 1차 수사를 보완했다는 정도의 평가다. 검찰은 실제 윗선을 규명할 것으로 기대됐던 ‘돈줄’을 타고 올라가지 못했다. 앞서 장 전 주무관은 “기소된 후 총리실과 청와대에서 각각 수천만원씩 1억원이 넘는 돈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이 같은 폭로가 나온 뒤 장 전 주무관에게 돈을 전달한 이 전 비서관, 류충렬 공직복무관리관(56) 등은 금품 전달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돈에 출처에 대해선 입을 다물었다. 검찰은 이들을 수차례 소환조사하고 주변계좌를 추적하는 등 출처를 찾았으나 개인적인 돈, 장인이 마련해 준 돈이라는 해명에 막혀버렸다. 관계자들의 입을 막고 대가를 준 윗선이 누군지 확인하지 못한 셈이다.
1차 수사와 재판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대한 수사태도도 논란으로 떠오른다. 최종석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42)은 1차 수사 이후 장 전 주무관에게 “민정수석실이 재판을 지켜보고 있다”고 회유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최 전 행정관이 장 전 주무관을 달래기 위해 꾸며낸 거짓말로 결론을 내렸다.
민정수석실 당사자인 장석명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48)과 김모 전 민정2비서관에 대한 조사는 한차례. 그것도 오후 늦게 불러 짧게 조사한 뒤 돌려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민정수석이던 권재진 법무부장관에 대해선 한 차례 서면조사만 진행했다. 1차 수사 재판을 심리한 재판부에 대한 조사도 없었다.
추가 사찰사례에 대한 수사결과 역시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검찰은 추가사찰 의심사례 500건을 확보, 당사자에게 일일이 연락해 피해유무를 확인했지만 추가로 확인한 민간사찰 피해사례는 3건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대부분 지원관실 업무범위에 속하거나 일반 동향보고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불법사찰과 정상적인 감찰의 경계가 모호한 만큼 확실한 불법 사례만을 적발했다는 부연이지만 지원관실의 사찰이 형식적으로 공직자 비위조사로 포장됐던 점을 감안하면 감찰 착수과정에 대한 조사가 더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내곡동 사저 의혹에 이은
연이은 부실수사 논란


게다가 민간인 불법 사찰 수사는 이번 주 발표한 내곡동 사저 의혹과 맞물려 더 큰 파장을 낳고 있다. 내곡동 사저의 경우 이 대통령 일가가 얽혀 있어 국민적 관심을 받은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청와대의 해명만을 수용하며 관련자 전원을 ‘혐의없음’으로 무혐의 처리했다.
내곡동 사저 부지(사저용 부지 462.84㎡, 경호시설용 부지 2142.29㎡)는 지난해 5월 대통령실 경호처가 시형 씨와 함께 54억원에 사들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됐다. 시형 씨는 지분상으로는 20억원 가까이를 부담했어야 하는데 11억여원만 냈고 나머지는 국가가 지원해줬다는 혐의를 받아왔다. 검찰은 “범죄 혐의를 입증할 수 없다”며 무혐의 처분하는 대신, 감사원에 “시형 씨가 실제 이득을 본 금액이 얼마인지 조사해 달라”고 감사를 청구했다. 검찰은 이 대통령의 장남 시형 씨가 땅값을 적게 부담해 이득을 봤다는 사실은 밝혀냈다. 또 이 대통령이 아들 시형 씨 명의를 빌려 땅을 산 사실도 확인했다. 검찰은 그러나 청와대 측 해명을 받아들여 고발된 7명을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대통령실 경호처가 지난해 5월 구입한 내곡동 사저 부지는 경호시설용 2142.29㎡와 사저용 462.84㎡로 나뉜다. 사저용과 경호시설용으로 나눠 각각 등기가 됐다. 전체 매입비용은 54억원이다. 시형 씨는 전체 9필지 가운데 3필지 중 일부 지분에 11억2000만원의 땅값을 부담했다. 시형 씨는 전체 면적의 5분의 1이 좀 안 되는 지분에 대해 매입대금의 5분의 1을 조금 넘게 부담했기 때문에 외견상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등기가 돼 있는 땅의 내용을 보면 사정은 전혀 딴판이다.
시형 씨 몫은 대지 2필지와 그린벨트 1필지로 돼 있다. 청와대 소유의 6필지는 모두 그린벨트에 밭이다. 가격으로 따지면 시형 씨가 갖고 있는 땅이 훨씬 비싸다. 이 사건을 고발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이를 따졌을 때 시형 씨가 부담할 금액은 20억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검찰도 이는 인정했다. 세무신고 당시 시형 씨가 6억 900만원 가량의 이득을 본 것으로 판단했다. 기준에 따라 시형 씨의 이득 금액은 최대 8억원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봤다.
검찰은 “경호동 부지의 지목이 향후 대지로 바뀌어 가치가 올라갈 것을 감안해 분담비율을 결정했다”는 청와대의 주장을 일리가 있다고 받아들였다. 또 김인종 경호처장이 시형씨에게 이익을 주는 대신 국가에 손해를 끼치려 한 범죄의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분담비율을 정한 근거가 서류상으로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데다 관련자들이 ‘말맞추기’를 했을 가능성이 많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 대통령이 시형 씨 명의를 빌린 것은 맞지만 이 대통령 부부나 시형 씨를 형사 처벌 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시형 씨가 자신의 이름으로 돈을 빌린 뒤 세금과 이자를 냈다는 점에서 ‘사실상 시형 씨가 땅을 산 게 맞다’라는 얘기다. 대통령 사저라고 할 때는 이 대통령 땅이라고 봤다가, 명의를 따질 때는 시형 씨 땅이라고 다른 잣대를 적용한 것이다. 검찰은 사저 부지를 시형 씨 명의로 산 이유가 “사저 용도라는 사실이 미리 알려지면 땅값이 오르거나 땅 주인이 ‘알박기’를 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청와대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의혹은 남아 있다. 시형 씨는 땅값 12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서울 논현동에 있는 김윤옥 여사의 토지를 담보로 농협 청와대 지점에서 6억원을 대출받았다. 검찰은 이를 ‘친구 간에도 이뤄지는 연대보증과 다를 게 없다’고 해석했다. 나머지 6억원은 큰아버지인 이상은 다스 회장에게 연 5%의 이자를 주기로 하고 빌렸다고 한다. 시형 씨는 차용증도 제출했다고 검찰은 말했다. 자신이 빌린 돈으로 땅을 샀기 때문에 부동산실명제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게 검찰 결론이다. 그러나 특별한 수입도 없는 시형 씨가 12억원이나 되는 돈을 빌린 뒤 이자를 꼬박꼬박 냈다는 사실을 일반인들은 쉽게 납득하지 못한다.
검찰이 내곡동 수사에서 용도변경과 매입과정 등의 의혹도 밝혀내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지난 10일 내곡동 사저 터 매입사건 수사결과 업무상 배임과 명의신탁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발표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시형 씨가 매입한 토지의 용도변경 의혹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지난해 내곡동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 ‘시형 씨가 매입한 내곡동 20~30 토지가 농지전용허가 등 개발행위를 하지 않고 지목이 밭에서 대지로 변경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시형 씨에게 땅을 판 유 모 씨가 2010년 1월 15일 이 땅을 박 모 씨로부터 무상증여를 받은 점이 밝혀져 ‘차명소유의 토지’라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검찰은 내곡동 20-30의 용도변경과 무상증여 과정에 대해서는 수사대상에 올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초구청의 용도변경 처분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됐지만 검찰은 원소유주 유 씨를 한 차례 조사했을 뿐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에 대해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부실수사를 비판하고 나섰다. 새누리당은 11일 “수사 결과가 상식에 벗어난다”며 “특검이나 국정조사 추진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민주통합당도 “검찰이기를 포기한 수사”라고 비판했다.


최측근을 검찰총장에 임명한 이유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검찰의 이 같은 수사는 한상대 총장이 검찰의 수장으로 임명될 때 이미 예견했단 것이다. 현재 사정기관 총수들은 모조리 MB의 측근들이다. 한 총장의 경우 이 대통령과 같은 고려대 출신인데다가 그의 형 한상기가 이명박 대통령과 잘 알고 지내는 사이다. 이현동 국세청장 역시 이 대통령과 같은 TK출신으로 MB의 심복으로 꼽힌다. 이 대통령은 이런 개인적 인연들을 바탕으로 정권말 사정팀을 자신에 유리한 쪽으로 이끌어 가고 있었다. 다음은 799호 선데이저널 기사의 일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한 총장이 이명박 대통령 취임 후 부담을 줄만한 사건들에 대해서는 뒤처리를 시작했다는 말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권력을 놓아줬다가 어떤 결말을 맺었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 이 때문에 정권 말 검찰 수장으로 믿을만한 인사를 배치해야만 퇴임 후 뒤탈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선데이저널>의 취재 결과 한 총장 취임 이후 검찰이 대통령 친인척이나 측근들의 범죄와 관련된 정보들을 수집하는 것을 금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보가 입수될 경우 이는 일련번호로 매겨져 나중에 수사 자료로 확보된다. 만약 정권 교체 후 검찰이 이 정보들을 꺼내어 볼 경우 거센 후폭풍이 밀려올 수 있기 때문에 한 총장은 이런 불상사를 사전에 방지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대통령 측근인 C씨, 친인척 L씨에 대해 조만간 관련 의혹이 있는 수사를 시작해 무혐의를 내릴 것이란 말도 나온다. 이를 위해 한 청장은 최근 검찰 인사에서 TK와 고려대 출신 인사들을 대거 전진 배치해 정권 말 사정팀을 꾸렸다.>
하지만 MB의 이런 꼼수는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역풍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조만간 있을 검찰 인사가 끝나면 더 이상 총장의 말도 끝발이 먹히지 않기 때문이다. 국정조사와 특검이 실시될 경우 대통령의 아들이 증인석에 서는 볼썽사나운 광경도 연출될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결국은 MB의 자충수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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