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7, 문제는 철수 실수 꼼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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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춘훈 (언론인)

모두가 궁핍하던 60년대, 서울시내 버스안에서 우리는 앵벌이라 불리는 아이들을 자주 만났습니다. 앵벌이들은 며칠동안 세수도 안한 검댕이 얼굴에, 흥부네 일곱 번째 아들이 입다 버린 옷 같은 누더기 입성 차림으로 구걸을 했습니다. 승객들에게 깡통을 내밀기 전 앵벌이들은, 자신의 기 막히게 불우한 가족사(?)를 대하드라마 연속극처럼 읊었습니다. 가족사가 끔찍할수록, 앵벌이의 ‘연기’가 출중할수록, 깡통은 두둑해졌지요.

할아버지는 일제 때 왜놈 손에 맞아죽고, 아버지는 6.25때 빨갱이 총 맞아 죽고, 어머니는 화병 나 죽고, 지금은 내가 동생들을 먹여 살려야 할 처지라고 울먹이며 ‘한푼’을 구걸했습니다. 가족사의 내용은 물론 뒷골목의 형들이 써준 ‘순 뻥’입니다. 거짓말인줄 뻔히 알면서 한닢 던져주는 승객이 있는가 하면, 아이의 기구한 팔자가 가엾어 눈시울 붉히며 지갑을 여는 아낙네도 많았지요. 모두가 먹고 살만해 지고, 일제나 6,25때 죽은 할아버지 아버지 팔아봤자 전혀 장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안 요즘의 앵벌이들은, 신파조의 이런 60년대식 구걸 대신 새롭고 다양하고  보다 진화된 앵벌이 수법으로 레퍼터리를 바꿨습니다.

카지노 앵벌이, 담배 앵벌이, 고구마 앵벌이가 나오고, 사이버 공간에서는 던파 앵벌이, 카발 앵벌이, 위자 앵벌이 같은 ‘요상 야릇한’ 앵벌이들이 성업중입니다. 앵벌이 세계도 국제화 해 홍콩 앵벌이, 마카오 앵벌이, 라스베가스 앵벌이 같은  글로벌 앵벌이도 생겨났습니다.


문재인의 앵벌이 정치


한국의 대선정국에 까지 앵벌이가 등장했습니다. 앵벌이 대선후보 얘기가 요며칠새 사이버 공간을 달구고 있지요. 앞으로 1주일 후, 어쩌면 대한민국의 18대 대통령이 될지도 모르는  문재인이, 쪽팔리게도 앵벌이 ‘담론’에 휘말렸습니다. 서울에 하루종일 눈이 펑펑 내리던 지난 5일, 그는 안철수 집을 찾았습니다. 몇시간 동안 눈 맞으며, 햄릿같이 괴롭고 고통스런 얼굴로 안철수를 향한 ‘앵벌’을 했지만, 굳게 닫힌 그집 대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습니다. 사이버 논객들은 이를 문재인의 앵벌이 정치로 비웃었습니다.
예전의 앵벌이들이 죽은 조상 팔아 사람들의 동정심을 샀다면, 문재인은 안철수 정신의 계승을 팔아 안철수 앵벌이에 나서고 있습니다. 명색이 제1야당 후보인 문재인의 대선 전략은,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안철수입니다. 안철수의 후보 사퇴를 이끌어낸 직후 그는 광주로 날아가 “안철수 지지자들의 상처, 상실감, 허탈감을 씻어주지 못했다. 그분의 새정치 열망을 계승해 나가겠다.”며 처음으로 안철수 정신 계승을 언급했습니다.

대통령 후보로서 문재인은 도무지 ‘자기 브랜드’와 자기 색깔이 없는 사람입니다. 기껏 내세우는게 김대중-노무현 정신 계승인데, 최근엔 안철수 정신 하나가 더 추가됐습니다.  어떤 네티즌은 이를 ‘문죄인의 앵벌이’ 라고 비아냥댔습니다.
이번 대선은  야권 단일후보한테 유리한 정치환경에서 시작됐습니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이 열명중 여섯명 꼴이나 됐지요.

지지세가 ‘장난이 아닌’ 안철수가 정권교체 바람을 일으키며, 야권 단일후보로 문재인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양극화에 따른 경제난의 심화는 서민경제를 거의 파탄지경으로 내몰아, 밑바닥 민심은 지금 폭발직전입니다. 이런 악재속에 집권당 후보인 박근혜가 이긴다면 그건 기적이지요.
문재인은 안철수가 후보를 사퇴하면서 자신을 야권 단일후보로 지지한다고 선언해 준데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그 다음 부터는 안철수 아닌 문재인의 이름으로 승부를 걸어야 했습니다. 대설경보가 내린 날 안철수 집 문앞에서 청승 떨며 앵벌이에 나설 때부터 일이 꼬였습니다.

자기 브랜드 없이, 확고한 국정철학이나 비전도 없이,  오직 누구누구 정신 계승에다 안철수 꽁무니만 따라 다니는 문재인한테, 유권자들은 대통령감으로서의 존재론적 의구심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은 착하고 신실해 보이는데, 나라 경영이라는게 착함과 신실만으로 되는게 아닙니다. 누구누구 정신의 계승만으로는,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엄혹한 세계 정세에 대응하며, 국가적 위난을 헤쳐나갈 지도자가 될 수 없습니다. ‘착해 빠짐’은 결코 국가 최고 지도자의 덕목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국민들은 압니다.


박근혜 우세 속 문재인 상승세


18대 대통령 선거가 꼭 1주일 남았습니다. 내일(12월 13일)부터는 여론조사 발표가 금지되는  이른바 ‘깜깜이 선거’ 기간입니다. 역대 대선에서는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대로 당락이 결정되는 일이 많았습니다. 이번에도 12일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이긴 후보가 최종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입니다. 언론매체마다 여론조사 기관마다 결과가 조금씩 다르지만,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오차범위내에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앞서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11일 MBN의 조사에서는 다자대결에서 45.4% 대 42.0%로 박근혜가 3.4% 앞섰습니다. JTBC 조사는 47.8% 대 45.6%로 박의 2.2% 우세, 역시 11일 동아일보 조사에서도 45.3% 대 41.4%로 박이 3.9%  문에 앞섰습니다.

일부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박근혜의 승리를 속단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입장입니다. 특정 시점의 조사결과에 큰 의미를 두기 보다는 여론의 흐름을  봐야한다는 주장입니다. 지난 열흘사이의 흐름을 보면, 안철수의 후보사퇴와 문재인 지원 유세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지지율은 별로 올라가지 않았습니다. 박근혜 지지가 오히려 늘어나 한때는 51% 과반을 넘었습니다. TV토론에서 통진당 이정희 후보가 거짓 막말 패륜 쇼로 박근혜를 공격한것도 보수표 결집효과를 가져왔습니다. 헌데 최근 2~3일사이의 흐름은 문재인의 상승세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숨어있던 야당표가 결집하고, 미세하나마 안철수의 유세지원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결국은 앞으로 남은 1주일사이에 안철수효과가 얼마나 위력을 발휘할지, 어느쪽에서 판세를  가를 실수나 실책이 나올지가 관건입니다. 통진당 이정희의 막판 극적 사퇴가 문재인한테 얼마만큼의 득표효과를 안겨줄지도 눈여겨 봐야합니다. 이정희는 16일의 마지막 TV토론에서 박근혜를 한번 더 ‘작살’내고 곧바로 후보를 사퇴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고 있습니다. 사이버 공간에서 ‘국민 마녀’로 불리기 시작한 이정희는 후보사퇴를 하면  ‘국민 먹튀’로 신분(?)이 바뀝니다. 통진당 대선후보로 나오면서 그는 27억원의 국고보조금을 받았습니다. 반납할 필요가 없는 27억원은 고스란히 챙기고, 세차례의 토론에선 온갖 악담 마음껏 퍼부어 대고, 그리고는 박근혜 떨어트리기 위해 후보를 사퇴한다며 돈가방 챙겨들고 유유히 먹고 튈 판입니다. 누가 다음 정권을 잡든지 ‘이정희 먹튀 방지법’ 만큼은 반드시 만들어야 할겁니다. 


국정원 선거개입설은 꼼수?


12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민주당이 제기한 국정원의 조직적 선거개입 의혹 폭로가, 깜깜이 선거의 막판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북한변수는 여당에 불리할 수도 있고 야당에 불리할 수도 있습니다. 어느 한쪽이 이를 이용하려 들면 역풍이 불 수도 있습니다. 대체적인 전망은 ‘별무영향’ 쪽입니다.
국정원의 선거개입 의혹은 사안자체는 파괴력이 엄청날 수도 있는 이슈입니다. 민주당은 국정원이 수십명의 특별 팀을 만들어, 개인용 컴퓨터 까지 지급하고 조직적으로, 문재인 후보 비방 댓글과 유언비어를 유포했다고 주장합니다. 증거를 대라는 국정원과 박근혜측의 요구에 ‘증거는 있지만 나중에’라고 딴청입니다.

선거막판에는 지고있는 쪽에서 ‘한 방의 유혹’에 빠지는 일이 흔합니다. 나중에야 어떻게 되든 우선 터뜨리고 보자는 강박적 집단심리가 발동하게되지요. 국정원의 불법 선거개입을 오래전에 인지했다는 민주당이, 하필이면 선거 막판, 여론조사 발표가 금지되는 첫날 기습적으로 이를 폭로한 까닭이 아리송합니다. 민주당은 국정원의 아지트라며 경찰과 선관위 관계자들까지 불러 역삼동의 한 오피스텔을 급습했지만 그집은 한 국정원 여직원의 살림집이었고, 물론 선거개입 흔적도 찾지 못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무능한 국정원은 이런식의 선거개입을 할 능력도 의지도 없습니다. 국정원의 젊은 직원중엔 박근혜보다 문재인한테 표 찍을 사람 엄청 많습니다. 상사가 불법을 지시하면 야당 당사로 냉큼 달려가 양심선언 이란 것을 하고, 그 댓가로  다음 총선에서 금배지  얻어차는 날쌘돌이 공직자들  요즘 많습니다. 이번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밝혀지지 않은채, 아마도 선거는 끝날겁니다. 여야의 치열한 공방속에 여론이 어느쪽으로 기울지, 지금으로서는 속단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일은 사건의 실체보다는 여론을 감성적으로 보듬어 안아 자기네쪽으로  이끌어 가는 쪽이 이깁니다. 앞으로 1주일, 철수 실수 꼼수가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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