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돌직구에 김정은‘헛 스윙’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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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춘훈(언론인)

야구 투수로 치면 박근혜 대통령은 직구로 승부를 내는 스타일입니다. 시속 92~93 마일 정도의 직구가 아니라, 95~96 마일 이상의 ‘돌직구’를 던져, 상대의 얼을 빼놓습니다. 노회한 많은 남성 정치인들이 박근혜의 이런 돌직구에 정면승부를 걸다 헛스윙으로 나가 떨어졌습니다.
그가 화가 나 특정인한테 직설화법으로 쏴붙이는 말은 “사람이 어떻게 그럴수 있어요”와 “도대체 왜 그랬어요?” 라고 합니다. 직계 친박 의원들과 참모들은, 차디 찬 얼굴로 보스가 이렇게 돌직구를 던지면, 대개 그 자리에 얼어붙어 식은 땀 흘리며 오금을 저린다지요. 이젠 대통령까지 됐으니, 돌직구 한방 날아오면 식은 땀 정도가 아니라  팬티 적시는 사람도 많겠습니다.
“사람이 어떻게–.”는 자신을 배신한 사람한테 쓰는 가장 톤이 높은 비판이고, “도대체 왜–”는 믿는 참모들이 저지른 ‘미필적 고의성’ 실책을 나무랄 때 쓰는 한 단계 낮은 비판입니다. ‘배신성 괘씸죄’에 걸려 돌직구를 한방 얻어맞은 정치인은 쌀쌀히 버림 받아, 다시는 그의 곁에 돌아오기 어렵습니다.


남북‘새판 짜기’시동


남북한 화해 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 사태가 결국 파국을 맞았습니다. 이번 주 초 현지에 남아있던 남측 직원 전원이 철수함에 따라, 개성공단은 10여년 만에 사실상 폐쇄됐습니다.
놀란 쪽은 김정은 일 겁니다. 김정은은 한국의 새 여성 대통령을 얕봤음이 분명합니다. 임기 5년 내내 남북대화에 빗장을 걸어 잠근 이명박 전임 대통령과는 달리, 박근혜 대통령은 보다 유연한 자세로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 나설 것으로 믿었습니다.
 그래서 슬쩍 ‘유인구’를 던져봤겠지요. 남북 불가침 폐기, 핵 실험과 로켓 발사, 개성공단 폐쇄 같은 막장 공갈 시리즈를 연달아 내놓고, 급기야는 핵전쟁 카드까지 꺼내 들었습니다. 유인구에 말려들어 ‘심약한’ 여성 대통령이 느린 슬라이더나 커브 같은 변화구로 응수해 올 것으로 믿었습니다. 헌데 날아 온 것은 “벼랑 끝 협박에 뭔가를 내주고 퍼주는 악순환의 고리를 이번엔 끊겠다”는 박근혜의 초강경 발언과, 개성공단의 선제적 철수결정이었습니다. 국내 정치용으로 써먹던 박 대통령의 위력적인 돌직구가 의표를 찌르듯 김정은을 향해 날아간 거지요.
개성공단 철수는 최선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는 차선의 선택이었습니다. 북측의 일방적인 근로자 철수 조치로 조업이 중단된 채 현지엔 200여명의 남측 인원들이 사실상의 인질상태로 갖혀 있었습니다. 북한은 공단 정상화를 위한 실무접촉은 물론 남측 잔류직원에 대한 식량과 의약품 공급마저 차단함으로써, 이들을 전원 철수시킬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갔습니다.
김정일은 2009년 한미 군사훈련을 트집 잡아 개성공단의 남측인원 통행을 일시 제한한 적이 있는데, 그의 아들 김정은은 이번엔 아예 5만여 북측 근로자 전원을 하룻밤 새에 철수시켜 공단가동을 중단시켰습니다. 남북 화해협력의 성공모델인 개성공단이 사실상 폐쇄된데 대한 아쉬움은 있지만, 툭하면 깽판을 놓으며 개성공단을 남측을 압박하기 위한 정치 군사적 수단으로 써먹는 김정은을 이번에 혼 내 줄 수 있다면, 공단의 일시 폐쇄는 남북협력의 새 틀을 짤 호기회가 될 수 있을 겁니다.


박근혜는 김정은의 천적?


박근혜 정치의 키 워드는 ‘원칙과 신뢰’입니다. 그의 대북정책의 핵심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라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박근혜식 원칙과 신뢰의 정치가 남북문제에서만 예외일수 없다면, 북한한테 박근혜는 이명박 보다 상대하기가 훨씬 버거운 존재일 겁니다.
한국의 국민여론도 박근혜 대통령에게 돌직구 승부를 바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기 아버지나 할아버지 보다 훨씬 더 흉폭하고, 예측하기 힘든 망나니 리더십으로 동족을 괴롭히고 있는 김정은에 대한 한국인들의 피곤, 짜증, ‘sick & tire 정서’가, 이젠 임계점을 넘어선 것 같습니다. 
김정은은 집권 후 짧은 기간 동안 동족의 언어로 할 수 있는 온갖 욕설, 저주, 협박을 남쪽을 향해 쏟아냈습니다.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 3번의 핵실험과, 심지어 그 핵으로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망언까지 서슴치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한국민들은 움쩍도 안합니다. 핵은 어차피 쓸 수 없는 무기이고, 재래식 전력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한국과 주한미군 전력이 월등합니다. 북한의 경제력으로는 전면전이 일어나도 1주일을 버티기 어렵습니다. 경제력 국방력 외교력 그 어느 하나도 북은 남의 상대가 되지 못합니다. 김정은의 대남 전쟁위협은, 역설적으로 전쟁이 두려워 내지르는 단말마의 비명 같은 것이라고 한국인들은 믿게 됐습니다. 일종의 학습효과로, 김정은의 다급한 속내를 확실히 알아차리게 된 것 이지요.


개성공단 폐쇄, 북한이 더 잃어


북한은 연일 개성공단 폐쇄 책임을 한국에 돌리는 성명등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에 쏟아지는 국제적 비판을 희석시키면서, 앞으로 남측재산을 몰수하거나 개성공단 경제특별구역법을 무효화시킬 경우에 대비해 명분을 축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개성공단에서 수출제품을 생산하는 한국 업체들은, 해외 바이어들이 이번 사태로 거래선을 다른 나라로 돌릴까봐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공장이 재가동된다 해도, 이들이 언제 다시 조업이 중단될지 모르는 위험을 떠안고 한국과 거래를 계속하려 할지 의문입니다.
 북한의 손실도 큽니다. 연간 9.000만 달러나 되는 외화수입을 잃고, 공장근로자와 그 가족 20~30만명이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어, 개성시와 개풍군의 거의 전주민이 사회 불만 세력화할지 모를 리스크를 떠안게 됐습니다.
 이번 사태에 따른 북한의 가장 치명적 패착은 대외 신용도 추락입니다. 북한의 경제는 외국자본의 유치와 해외 기업의 투자 없이는 회생이 거의 불가능한 최악의 상태입니다. 한국과 맺은 50년의 개성공단 계약을 그들은 10여년 만에 휴지조각으로 만들었습니다. 이런  나라에 투자할 나라나 기업은 없습니다.


명 재촉하는 김정은


박근혜 대통령은 7일 워싱턴을 방문해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습니다. 아마도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기본 틀로,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북핵 관련 ‘새판 짜기’ 가 두 정상간에 심도있게 논의될 겁니다. 20년 동안이나 질질 끌려 다니면서 북한을 사실상의 핵 보유국가로 만든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확실한 다짐이 나오겠지요.
박 대통령은 곧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도 만납니다. 역시 북한문제가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가 될 겁니다. 최근 중국은 과거 북핵 사태 때와는 확연히 다른 스탠스를 취하고 있습니다. 과거 그들은 지방정부 차원의 음성적 대북 지원은 모르는체 눈 감아 줬습니다. 헌데 이번엔 문서로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를 이행하도록 각 지방정부에 하달하는 단호함을 보였습니다.
 중국은 김정은에게 극도의 분노와 불쾌감을 드러내 보입니다. 북한의 핵은 그들 자신에게도 직접 위협이 될 뿐 아니라, 미국의 최첨단 무기들을 중국 코 앞까지 끌어들이는 역작용을 낳았습니다. 미국의 핵 항공모함과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들이 중국의 앞 마당에서 무력시위를 벌여도, 항의 한번 못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동맹국인 북한이 일을 그르쳤다고 분개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체제는 어차피 오래 갈 수 없습니다. 고모부인 장성택등의 핵심 실세들이 군부 온건파와 당과 정부내의 테크노크랫등 개방파와 손을 잡으면 언제든 정변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가능성이 크지는 않지만 없다고 볼 수도 없는 이른바 ‘북한 급변사테’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돌직구를 던지며 자신의 화법대로 이렇게 나무라고 싶었을 겁니다.
“인간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니?”
“도대체 왜 그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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