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와이드 大특집1>윤창중 성추문 스캔들 파장 ‘도대체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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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서는 이번 윤창중 성추행 의혹을 ‘예고된 참사’라고 부른다. <선데이저널>이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나 정치권 인사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이전에도 청와대에는 기강 같은 것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이번 사건이 터지자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었다. 정권 출범 100일도 안 된 청와대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수첩인사를 통해 청와대에 입성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팀워크 같은 것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사건과 관련, 박 대통령의 윤 전 대변인 발탁 배경을 놓고도 말들이 다시 많아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당선인 수석 대변인 인선 당시부터 ‘불통 논란’이 불거졌음에도 윤 전 대변인을 청와대 초대 대변인으로 중용하는 강수를 뒀으며, 그것이 대형 참사를 자초한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여론의 우려를 반영하지 않는 박 대통령의 ‘나홀로 수첩 인사’나 ‘코드 인사’가 ‘윤창중의 난(亂)’(?)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윤창중 대변인과 이남기 홍보수석간 알력다툼은 대표적인 예일 뿐이다. 기강이 서질 않으니 통제가 되지 않았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윤창중은 내 인생 최대의 악연(惡緣)이었다”
직속 부하인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문 파문에 책임을 지고 이미 사의를 표명한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이 최근 주변 인사들에게 던진 말이다. 이번 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 일정에 수행한 윤 전 대변인과 이 홍보수석이 성추문 사건으로 볼썽사나운 진실공방을 벌이는 것 외에도 현지에서도 사사건건 부딪힌 것으로 전해지면서 청와대 출입기자들 간에는 “‘이남기-윤창중’ 조합은 애초부터 손발이 안 맞는 ‘물과 기름의 조합’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청와대 직급으로 따지면 홍보수석은 차관 직급이고, 대변인은 1급으로 홍보수석의 지휘를 받는다. 홍보수석은 홍보기획비서관, 대변인, 국정홍보비서관, 춘추관장을 관장한다. 하지만, 애초부터 이남기 홍보수석은 방송인(SBS) 출신이고, 윤 전 대변인은 주로 신문 언론인 출신이라 조합부터 코드가 잘 맞지 않았다. 두 사람은 성향도 크게 달랐다.



한 청와대 출입기자는 <선데이저널> 기자에게 두 사람의 성격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가톨릭 신자인 이 홍보수석은 온화한 성격으로, 홍보수석이라는 보직에 걸맞지 않게 좀처럼 언론의 전면에 나서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청와대 춘추관을 수시로 드나들며 긴급 현안 브리핑을 자주 갖고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잦은 식사·술자리 등 스킨십도 마다 않는 역대 정권의 홍보수석들과는 사뭇 다르다. 반면, 윤 전 대변인은 ‘극우보수 논객’ 출신으로, 평소 기자들과의 통화에서도 사소한 일로 자주 언성을 높이는 등 불 같은 기질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윤 전 대변인은 이 수석 밑에 있으면서도 상관으로 제대로 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실제로 윤 전 대변인은 방미 수행 중 자신의 숙소(방)가 박 대통령이 묵는 호텔이 아닌 기자들이 묵는 호텔에 배정된 것에 대해 직속상관인 이 수석에게 강하게 불만을 제기하며 바꿔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미국 순방 중 수석비서관급 대통령 수행원들에게만 지원되는 ‘캐딜락’급 의전 차량이 대변인에게는 지원되지 않는 데 대해서도 윤 전 대변인이 강한 불만을 표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기강해이에다 소통부족까지


일부 실무진이 직속상관을 제치고 고위 관계자에 직보해 마찰을 빚거나 수석과 비서관이 역할 분담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일부 수석은 문제가 발생하면 비서관과 행정관에 처리를 떠맡기기도 한다. 우선 상하 보고체계에서 중간단계를 생략하는 일이 빈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속이 다른 비서관 사이에서는 ‘갑을관계’도 존재한다. 홍보수석실의 한 비서관이 박근혜 대통령과 직접 관련된 업무 추진을 다른 수석실의 비서관에게 승인받기 위해 눈치를 보기도 한다는 것이다. 수석과 비서관의 역할 분담도 논란거리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수석이 회의를 소집해 이런저런 지시사항을 전달했는데 비서관이 자신의 입장만을 늘어놓으며 수석을 무안하게 하는 광경을 목격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사의를 표한 이남기 홍보수석은 윤 전 대변인에게 선임행정관과 상의하라고 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결정권을 쥔 이 수석이 주도적으로 상황을 점검하고 판단하지 못하고 무책임한 행동을 보였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 박근혜 대통령 방미를 수행했던 윤창중 대변인.


대통령 방미 수행중 성추행 물의를 빚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미국 체류 기간 내내 부적절한 술자리를 갖고, 만취한 상태가 수차례 목격됐음에도 제제가 없었던 것은 체계가 무너졌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증거다. 대통령을 그림자처럼 수행하면서 언론 브리핑을 담당해야 할 대변인이 사사로이 ‘술판’을 벌였지만, 제재 한 번 받지 않았던 것이다. 대통령 순방이라는 중요한 공무를 수행하고 있는 윤씨의 ‘비상식적 막가파식 행동’에 대해 청와대 비서실은 물론, 주미 한국대사관, 국가정보원 등이 콘트롤을 하지 못해 세계 외교사에서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국가적 망신을 자초한 셈이다.
윤 대변인의 행동은 점령군처럼 행세하던 박근혜 정부 인사들의 인식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사건이기도 하다.  정치권에선 이번 성추행 의혹 사건의 원인을 놓고 1차적으론 윤 전 대변인 개인의 문제이지만 그 외에도 임기 초 ‘슈퍼 갑(甲) 완장’ 심리가 바탕에 깔려 있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특히 이전엔 공직을 경험하지 못한 ‘어공(어쩌다 공무원)’들이 이 같은 심리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나온다. 친박(친박근혜)계 어공들 사이에선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에 이명박 정권 5년까지 합쳐 15년 만에 정권을 잡았다’는 말이 얼마 전까지 공공연히 나돌 정도였다. 게다가 박근혜 대통령의 이번 미국 순방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 등 역대 최대 규모인 52명의 경제인이 수행해 직원들의 자부심은 절정에 이르렀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대체적인 시선이다. 임기 초에 처음 접하는 권력의 달콤함은 곳곳에 녹아 있다. 대통령 전용기는 좌석이 넓어 선임행정관급 이상은 일반 항공기의 비즈니스 석에 준하는 좌석을 탈 수 있다. 외국에 도착해도 별도의 보안 검사 없이 공항을 나설 수도 있다.



방미 행사를 실무 준비했던 주미 한국문화원과 재미 교포들 사이에서 윤창중 사태가 터지자 윤 전 대변인 외에도 일부 관계자가 소리를 지르는 등 고압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첫 해외 순방인 만큼 대통령 수행 업무가 익숙하지 않다 보니 파열음이 나는 측면도 있겠지만 ‘우리가 누구인지 아느냐’는 심리도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선데이저널>에 “우리도 임기 초에 한껏 들떠 있었던 기억이 있다. ‘우리가 최고’라는 심리가 있게 마련”이라며 “MB 정부 임기 첫해에 터진 미국산 쇠고기 수입 결정에 따른 촛불 정국도 ‘우리가 결정하면 따른다’는 심리가 작용한 측면이 있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정부 부처의 한 국장급 공무원은 “공직 생활을 하다 보면 대통령 임기 첫해에 업무 스트레스가 가장 심하다. 일은 일대로 하고 대통령과 친하다는 청와대 직원들은 말단 행정관까지 눈치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윤창중 사태를 계기로 청와대 직원들이 스스로 ‘임기 초 완장 심리’를 제어하지 않으면 ‘제2의 윤창중 사태’가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창중 성추행 의혹’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법조계 일각에서 국내 사법당국이 직접 수사에 나서야 하는 게 아니냐는 견해를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는 윤창중 전 대변인이 미국으로 자진출국하지 않을 경우 ‘범죄인 인도 청구’ 절차를 거쳐야 하는 등 미국 경찰의 수사가 장기화하게 되고 그만큼 이번 사건의 진상 등을 둘러싼 소모적 논란이 길어지면서 국제적 망신이 가중될 것이라는 전망에서 비롯된 것이다.
본국에서 수사가 진행될 경우 사법당국이 제기할 수 있는 혐의는 직무유기다. 국내 형법상 직무유기는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직무 수행을 거부하거나 직무를 유기한 경우에 적용된다.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3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받는다. 윤씨는 대통령의 방미 수행단의 대변인이었지만 ‘본인 판단’ 또는 ‘이남기 홍보수석의 지시’에 따라 ‘근무지’를 무단으로 이탈했을 개연성이 커지고 있다.
이 수석도 비록 윤씨의 상사였지만 직무유기의 공범 적용이 될 수 있다. 물론 부당한 업무 이탈을 명령한 사실이 명확히 드러나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대법원 판례상 직무유기는 ‘공무원이 직장의 무단이탈, 직무의 의식적인 포기 등과 같이 그것이 국가의 기능을 저해하며 국민에게 피해를 야기시킬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 성립한다.
미국에서 벌어진 성추행 혐의에 대한 국내 수사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현행법상 강제추행 등 성범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기소할 수 있는 친고죄이지만 피해자가 국내 수사기관에 고소하지 않더라도 수사 자체를 할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게 법조계 일부의 견해다. 윤씨에 대한 조사를 해놓고서 차후에 주미 한국대사관 등의 외교 채널을 통해 피해자 본인의 의사를 확인하는 ‘영사신문’ 수순을 밟을 수도 있다는 논리다. 과거 ‘현대 비자금’ 사건 때에도 비자금 관리인으로 의심받았던 미국 시민권자 김영완씨가 일본에서 영사신문을 받은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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