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박 대통령의 이러한 태도는 전형적인 ‘아전인수’‘자가당착’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사실 혼외자식 논란에 가장 먼저 휩싸였던 인물은 박 대통령 자신이다. 그는 2007년 대선과 지난 대선 이런 논란이 불거졌을 때 관련 의혹을 제기한 언론사들을 형사고소하며 강경대응했다. 사생활 논란으로 고통을 호소했던 그가 막상 대통령이 되자 같은 무기로 아랫사람들을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본 박 대통령의 이중성을 파헤쳐봤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검증 후보 청문회 때다.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은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해 치열한 공방을 주고 펼쳤다. 그러면서 당시 사생활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특히 이명박 캠프에서는 박근혜 후보와 최태민 목사 간 관계를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졌다. 그러자 박 후보는 최태민 목사와 관련한 의혹에 대해 해명하던 중 “기왕 얘기가 나왔으니까 말씀을 드리면 ‘(나에게) 아이가 있다’는 얘기는 참 심각한 얘기”라며 자신에 대한 흑색선전에 대해 언급했다. 박 후보는 “아무리 네거티브라 하더라도, 만약에 아이가 있다는 확실한 근거가 있다면 누가 그 애를 데리고 와도 좋다. 제가 유전자 검사도 다 해주겠다”고 했다. 이어 박 후보는 “그런데 문제가 뭐냐 하면, 멀쩡하게 사는 애를 어디에 있다고 해서 만약에 그 애를 지목해서 누구 자손이니 어쩌니 하면 그 아이와 부모한테는 얼마나 날벼락 같은 얘기인가. 그것이야말로 천륜을 끊는 일”이라며 “정말 한탄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필요에 따라 말 바꾸는 여왕님 그녀가 여당의 대선 후보로 나왔던 2012년에도 박 대통령의 혼외자식 문제는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본지를 비롯한 몇몇 언론들에서 이 문제를 제기했다. 유전자 검사라도 하겠다던 그녀는 이번에 아예 의혹을 제기하는 언론의 입을 막았다. 그녀는 혼외자식 문제를 비롯해 동생 박지만 EG 회장이 살인 사건에 연루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무차별적 고소를 진행했다. 그리고 그녀는 결국 헌정 사상 최초로 여성대통령이 됐다. 그리고 눈엣가시와 같던 검찰총장에게 박근혜 정권은 혼외자식 의혹을 제기하고 그를 사지로 내몰았다. 특히 사상 초유의 법무부 감찰까지 동원해 모욕을 안겼다. 유전자 검사가 천륜을 끊는 일이라고 했던 그녀가 입장을 완전히 뒤바꿔 그것을 무기 삼아 사정 기관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전형적 모습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이번 사건이 정권 차원에서 진행되는 일이 아닌 공직자 윤리문제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검찰총장보다 더 중요한 대통령 선거에서 제기된 의혹을 그는 마치 개인의 사생활 문제와 인권 문제로 덮어버렸다. 채 총장 몰아낸 진짜 이유는?
박 대통령은 김 전 차관의 검찰총장 임명이 불가능해지자, 그를 법무차관에 임명했다. 김학의 전 차관이 황교안 법무장관보다 고교 1년 선배임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강행한 것이다. 차관이 장관의 고교 선배가 되는 법조계에서는 상당히 예외적인 일이다. 이를 두고 검찰 내에서도 말이 적지 않았다. 관례를 무시한 그러한 인사 뒤에는 김 전 차관을 황교안 장관 이후의 검찰총장에 임명하려는 박 대통령의 뜻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김 전 차관이 엉뚱한 사건에 휘말렸고 박 대통령의 계획도 수포로 돌아갔다. 여기에 채 총장이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정권의 정당성을 위협하자 정권은 혼외자식 카드를 뽑아들며 채 총장을 사실상 몰아냈다. 청와대는 이번 사건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여러 가지 정황상 이번 사건에 모종의 컨트롤 타워가 있었다는 정황은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다. 보도와 동시에 청와대가 직접 공직기강 감찰에 착수한 것이나, 홍 수석이 채 총장을 만나 해명을 듣고는 곧바로 법무부에 감찰 지시를 내린 것은 이미 계획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다. 채 총장이 아무리 “사실무근”이라고 강조하고, 정정보도 청구 소송과 함께 유전자 검사까지 받겠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법무부의 감찰 지시 등 본격적인 사퇴 압박이 러시아 등 순방을 마친 박근혜 대통령이 귀국하자마자 이뤄졌다는 점에서 청와대 측에서 채 총장에게 “대통령의 뜻이다”고 전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채 총장 사퇴의 파장이 심상치 않자 15일 “진상 규명을 먼저 하고 사표를 수리하겠다”고 한발 물러났다. 그러나 이 대목도 고도의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못된 것만 그대로 답습’ 우려의 聲 유전자 검사를 강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채 총장을 궁지에 몰아넣을 다른 정황 증거들을 수집해 놓은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실제 검찰 내에서는 채 총장의 사퇴 표명 직전 “청와대가 의혹과 관련해 유력한 증거인 혈액형이 나왔다고 검찰을 압박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는 조선일보가 기사에서 언급한 가족관계등록부나 출입국 내역, 학적부 등과 함께 청와대나 국정원 등 정보기관의 개입 없이는 나올 수 없는 정보라는 게 검찰의 생각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황 장관을 내세운 것 역시 청와대의 전략적 판단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자진 사퇴를 거부하던 채 총장에게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감찰’이라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카드를 쓰도록 지시해 황 장관을 방패막이로 내세운 것 아니냐는 것이다.“유전자는 천륜을 끊는 일” “나도 민간인 사찰”의 피해자라고 외치던 박근혜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후에 이상하게 비슷한 상황이 많이 만들어지는 것은 과연 우연의 일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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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해부> 혼외자식 논란 둘러싼 여왕님의 이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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