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취재> 한국문화재 환수 쾌거에 뒷짐진 ‘LA총영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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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카운티박물관(LACMA)에 소장된 문정황후 어보(御寶ㆍ왕실 권위를 상징하는 의례용 도장) 환수에 따른 문제점이 오는 국정감사에서 제기 될 전망이어서 한국문화재 발굴 운동에 대한 정부 측 지원 행태를 두고 철저한 감사가 따를 예정이다. 이번  ‘어보환수협상단’(이하 ‘협상단’)의  참여한 국회 안민석 의원(민주당)은 LA총영사관 측이 문화재 환수 과정에서 편의를 제대로 해주지 않은 점에 대해 섭섭함을 보였다. 안 의원 측은 LACMA와 협상을 위해 통역문제, 언론사 홍보 등등을 포함한 여러가지  진행에 협조 사안이 많았지만 정작 현지 총영사관측은 미지근한 대처를 하다가 마지막에 가서야 여론에 밀려 도와주는 시늉만 냈다는 것이다. 한편 미국의 권위지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0일자 온라인 판에서  “LACMA가 소장한 문정왕후 어보가 한국에 돌아가게 된 것은 한국 시민단체의 승리”라고 보도할 정도로 쾌거로 평가할 정도로 자랑스러운 일임에도 불구하고 LA 총영사관(신연성 총영사)은 관심밖의 미지근한 자세로 일관해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번 문정황후 어보 환수와 관련한 LA총영사관의 어정쩡한 태도와 문제점들을 따라가 보았다.    < 성 진 취재부 기자 >

문정왕후어보 반환에는 난관도 많았다. 협상단의 대표인 혜문 스님과 안민석의원 로서는 LACMA측과의 예민한 협상 문제이기에 전문적인 통역도 필요하고, 한국측의 입장을 밝혀줄 수 있는 미국언론이나 현지 한국언론의 도움도 절실했다. 하지만 현지 공관인 총영사관은 뒷짐만 지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안 의원 측은 출국에 앞서 지난 20일 총영사관 관계자를 만난 자리에서 ‘내가 여당 의원이라면 달랐을 것’이라면서 ‘문화재 환수는 국가적인 사업인데 현지 공관의 협조가 미비했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문화재 환수는 민간 차원에서 주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제하고서 ‘그러나 정부가 이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 있어야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하며 LA총영사관의 비협조적인 태도를 정식으로 문제삼을 것을 시사했다.
안 의원은 ‘오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문화재 환수 문제에 관해 국내외 동포들의 관심을 제기할 생각’ 이라면서 ‘그동안의 해외공관들의 문화재 환수에 대한 부실 지원 문제점들도 따져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협상단은 이번 LACMA와 최종 협상을 앞두고, 시급한 사항은전문적인 통역자와 현지 주류와 한인 언론들의 협조도 필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영사관측은 방관시 해오다가 협조 요청을 받고 서야 마지못해 도와주는 시늉만 냈다는 것이 협상단 주변에서 나오는 이야기다.


미 언론도 칭찬하는데 총영사관은 딴청


협상단 측은 통역을 구하는데도 엄청 힘들었다고 했다. 나중에는 가까스로 통역자를 구했는데 마지막에는 미국에서 대학을 나온 현지 한인 단체장까지 교섭했었다고 한다. 그리고 협상단 활동의 입장 을 밝히기 위해 기자회견 등을 하려고 현지 주류 및 한인 언론사 협조를 요청하는  문제도 총영사관 측은 미지근한 대응을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타운의 한 학술 관계자인 L모 단체장은 “총영사관측은 이미 문정왕후 어보 환수 과정을 알았을터인데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며 “박근혜 정부도 ‘문화융성’을 국가 정책으로 삼았는데 해외 공관들이 이를 따르지 않으니 한심하다”고 지적했다.
타운의 원로 문화인인  C씨도 “문화재 환수는 범동포적으로 협력해야 할 과제이다”면서 “현지 공관도 마땅히 법적인 면이나 행정적인 면 등을 망라해 지원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또 이 원로 문화인은 “총영사관은 사전에 이같은 문화재 환수 작업에 해당 협상단 측에게 협조사항 등을 문의 했어야 했다”면서 “일이 벌어진 다음에야 마지못해 도와주는 것은 정부 기관의 자세가 아니다” 라고 지적했다.



WSJ는 지난 20일 온라인 코리아리얼타임에서 “미국이 또하나의 문화재를 한국에 반환하게 된 것은 문화재를 찾기 위해 노력한 한국 시민운동가들의 잠정적 승리”라고 평가했다.
저널은 “그동안 한국에선 일부 미군병사들이 한국전쟁중 문정왕후 어보를 포함한 문화재들을 약탈했다고 주장해왔다”며 “LACMA측이 16~17세기 제작된 이 어보가 서울 종묘에서 불법 반출된 것이라는 충분한 증거를 확인함에 따라 반환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저널은 최근 미국이 반환한 호조태환권의 사례도 소개했다. 1892년 제작된 호조 태환권은 한국 검찰이 지난 1월 불법 거래된 증거를 제출하며 국토안보부의 협조를 얻어 반환됐다.
저널은 “문화재청이 한국전쟁중 한반도에서 수많은 문화재들이 사라졌다고 말하지만 분실 목록이 만들어지지 않아 정확한 수량은 파악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어보 환수는 민족사적인 큰 의미


한편 LA카운티박물관은 “아직 한국정부가 공식적으로 어보 반환을 요청하지 않았지만 추가협의 를 통해 돌려주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신문은 한국정부 부서에 연락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LACMA측은 추석인 지난 19일  문정왕후 어보를 조건없이 한국에 반환하겠다고 밝혔다. LACMA의 프레드 골드스틴 부관장은 이날 ‘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 혜문 스님과 안민석 의원 등 협상단과의 만남에서 “그동안 제출해준 증거 자료를 검토한 결과, 한국전쟁 당시 미군 병사가 서울의 종묘에서 절도한 물건임이 충분히 입증된다고 생각한다. LACMA는 도난품인 경우 반환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으므로 지체없이 반환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안민석 의원은 협상 직후, LACMA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추석날 좋은 소식을 전하게 되어서 기쁘게 생각한다. 문정왕후 어보 반환을 위해 성원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만남에서 문정왕후 어보 반환을 촉구하는 남북 불교계의 공동성명서를 전달한 혜문 스님은 “남북한 겨레와 재미동포 등 7000만 민족이 한마음으로 노력한 결과라고 본다”면서 “한국전쟁 정전 60주년을 맞아 미군의 절도품이 반환되게 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혜문 스님은 “어보 반환 결정은 민족사적인 쾌거를 넘어 제 3세계 국가들의 문화재 반환에 있어서도 세계적인 선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합리적 결정을 내려준 LA카운티 정부와 LACMA 측에도 감사하며 한•미 우호 증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실 LACMA측의 반환 결정은 충분히 예상된 것이었다. 지난달 LACMA측이 요구한 증거 자료들을 모두 보냈고 미 당국에 대검찰청에서 수사를 의뢰하는 등 한국 정부의 환수 의지를 전달하면서 모든 요건이 충족됐기 때문이다.
이날 LACMA측과의 면담에 앞서 혜문 스님과 안민석 의원 등은 LA카운티 정부의 수퍼바이저를 만나 “도난품이란 것이 입증된만큼 문정왕후 어보를 조속히 반환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방침을 전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혜문 스님은 “곧 문정왕후 어보 반환위원회가 구성될 것”이라며 “어보 환수를 위해 특히 뉴욕의 불교계 등 한인들이 오랫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인만큼 귀국에 앞서 뉴욕에서 특별전시를 하는 방안을 제안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긍정적인 반환 소식에도 정작 어보가 한국애 환수되는데는 여러 절차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 반환에는 당사국간의 문화재 인계 인수 절차는 물론 국제적인 역학 관계도 개입되어 실제 환수까지는 시일이 요할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 청원서명운동 6천여명 참여


지난 2010년 LACMA에서 문정왕후 어보의 존재를 공론화하고 수 차례 현지를 오가며 혜문 스님과 공조작업을 펼쳐온 미주불교문화원의 김정광 원장은 “감개무량하다. 어보를 반드시 찾아오겠다는 의지는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현실로 이뤄지니 너무나 기쁠 따름”이라며 감격어린 소회를 털어 놓았다.
문정왕후 어보는 2010년 이후 문화재제자리찾기에 의해 지속적인 문제 제기가 있어 왔다. 6.25전쟁 정전 60주년이 된 올해 본격적인 반환 운동이 시작되어, 지난 6월에는 안민석 의원에 의해 국회 결의안이 제출되기도 했다.
지난 7월 LACMA에서 반환을 위한 1차 협상이 있었고, 이후 두 달 간 사회 각 계층의 반환 요구가 진행되었다. 문화재제자리찾기 측은 ‘문정왕후 어보 반환 촉구를 위한 100인위’를 구성하고, 백악관 청원 운동을 진행, 6128명이 백악관에 직접 접속해 서명에 참여도 했다.
한국의 대검찰청도 문제를 인식하고 지난 8월 당시 채동욱 검찰총장이 미국에 수사 요청을 했다고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이로써 문정왕후 어보는 반환 운동을 시작한 지 3년만에, 1951년 미군 병사에 의해 도난당한 지 62년만에 한많은 유랑 세월을 끝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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