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와 ‘미친(?)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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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춘훈(언론인)

7~8년 전 참여정부 시절 인터넷에 뜬 썰렁 개그 한 토막.
【노무현 대통령이 이해찬 국무총리와 국무위원들을 데리고 골프를 치러 가다 큰 자동차 사고가 났다. 기자들이 병원 응급실로 몰려들어 병원장에게 물었다.
“노무현 대통령을 살릴 수 있습니까?”
“가망 없습니다.”
“이해찬 총리는요?”
“가망 없습니다.”
“그럼 누굴 살릴 수 있습니까?”
“5000만 국민요.”
이른바 노무현 자동차 사고 시리즈 중의 하나입니다. 당시 인터넷엔 ‘초딩’급의 설익은 정치를 하던 노 대통령을 조롱하는 이런 식의 유머가 넘쳐났습니다. 내기 골프에서 확실히 이기려면 18홀 내내 상대선수에게 노무현 칭찬을 늘어놓으라는 유(類)의 ‘골프 금언’이 생겨 난 것도 이 무렵 이지요. 내기 골프에서 돈을 엄청 땄다는 어떤 골퍼는 돈 딴 비결이 뭐냐고 묻자, “헌법이 개정돼 노 대통령이 5년 더 청와대에 있게 됐다고 상대선수에게 말한 것 뿐”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역시 인터넷에 뜬 노무현 골프유머 중의 하나입니다.

‘노무현 유훈정치’의 그림자


노무현의 참여정부가 막을 내린지 5년 8개월이 지났습니다. 노무현이 죽어야 5000만이 산다는 7~8년 전의 그 썰렁 개그가 말의 씨가 됐는지, 그는 비자금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던 중 2009년 5월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으로 이승을 버렸습니다. 그의 재임 5년은 결코 성공적이지 못했지만 국민들은 ‘탈 권위’와 ‘친 서민’의 국정 가치를 표방하고 나선 ‘가장 대통령 답지 않은 대통령’인 노무현의 비극적 죽음을 내 일처럼 아파하고 슬퍼하며 그를 망연히 떠나보냈습니다.
그로부터 4년 5개월이 흘렀습니다. 헌데 아직까지도 노무현의 영혼은 이 세상과 작별하지  못하고, 과거 그에게 열광했던 숱한 ‘장 과장’과 ‘이 대리’들의 주위를 서성이며, 한국사회에 짙은 ‘노무현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노무현의 각시 탈을 쓴 ‘친노’라는 이름의 해괴한 정치세력이 여의도 정치판의 한 쪽 자락을 완강하게 움켜쥐고 앉아, 사사건건 나랏일을 훼방 놓고 정치를 분탕질하고 있습니다. 북쪽에 김일성의 ‘유훈통치’가 있다면 남쪽엔 노무현의 ‘유훈정치’가 있다고 할까요.
친노들은 반칙과 특권이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노무현의 정치이념의 계승자임을 스스로 내세웁니다. 선거 때면 마치 별신굿에서 각시 탈을 쓴 각시가 걸립(乞粒) 하듯, 노무현 이름 석자를 팔아 표를 구걸하지만 그것으로 그만입니다. 당선이 되고 나서는 스스로 특권층이 돼 반칙의 정치를 일삼으며, 노무현 정치의 부(負)의 유산인 극단적 편 가르기, 분파주의와 분열정치에 함몰해 버립니다. 세상을 1%의 착한 국민과 99%의 몹쓸 국민으로 갈라놓고, 99%를 향한 파괴 충동적 증오를 부채질 합니다. 이 시대의 ‘친노’는 어느새 ‘미친 노’가 돼 버렸다고나 할까요.


‘댓글’이 지겨운 국민들


10월 30일 치러진 경기 화성갑과 경북 포항-울릉 두 곳의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민주당은 모두 더블 스코어 차로 참패했습니다. 국회의원 재-보선은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이 강해 야당에 유리한 법입니다. 헌데 지난 해 초 한명숙과 이해찬, 문재인, 문성근 등 강골(强骨) 친노들이 당권을 접수하면서 민주당은 모든 선거에서 연전연패했습니다. 한명숙 대표와 문재인 등은 나꼼수 패거리들과 어울려 다니더니, 4월 총선에서는 나꼼수의 저질 욕쟁이 패널 김용민을 서울 노원에 전략 공천하는 자충수로 다 이긴 선거를 잡쳤습니다. 김용민 공천만 없었다면 민주당은 원내 제1당이 되고, 그 여세로 12월 대선의 판도를 바꿔놓았을 지도 모릅니다.
 국정원 댓글사건과 NLL 문건 고의 누락, 검찰 외압 공방, 대선 불복, 초선의원들의 내각 총사퇴 요구 등 박근혜 정권을 향한 민주당의 파상적인 강공 드라이브는, 최대 주주인 친노들의 작품으로 봐야합니다. 김한길 대표의 천막 농성과 촛불집회 참석 등 시대착오적 장외투쟁도, 당내의 친노 세력과 당외의 강성 좌파 시민세력에 떠밀린 정치적 역학관계의 소산입니다.
김한길 대표가 환갑잔치 상을 받은 시청 앞 천막당사는 아직도 그 자리에 흉물처럼 남아 지나는 시민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지요. 지금이 어느 때인데 제1야당에서 천막이나 치고, 촛불이나 들고, 3000만의 유권자가 참여한 대통령 선거의 무효를 외치며 하야까지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지, 대다수 국민들은 답답해하며 가슴을 칩니다.


민주당이 사는 길


중앙일보 계열의 종편방송인 JTBC의 프로 중 <썰전>이라는 톡 쇼가 있습니다. 개그맨 김구라가 메인MC인 썰전은 시사와 예능을 믹스한 포맷 때문인지, 평소 시사문제에 별 관심이 없는 20~40대와 여성들도 많이 시청하는 프로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프로의 담당자가  1분 단위로 시청율을 집계한 이른바 ‘분당 시청율’을 공개해 화제가 됐습니다.
 댓글사건이 경성(硬性)의 스트레이트 기사로 다뤄질 때는 시청율이 곤두박질치고, 윤석열 수사팀장과 조영곤 서울지검장의 대결-항명 파동 같은 연성(軟性) 화제기사로 다뤄질 때 분당 시청율이 가파르게 올라가더라는 겁니다. 분당 시청율 집계는 요즘 대중들이 TV프로에서 어떤 아이팀을 원하는지, 똑같은 사건이라도 어떤 포맷으로 다뤄져야 먹혀 들어가는지를 잘 나타내 보여주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당연히 국정원 댓글의 진상을 알고 싶어 합니다. 검찰수사로 책임의 소재가 밝혀지면 엄중한 문책과 처벌이 따라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허지만 거기까지입니다. 국민들은 1년 가까이 자고 일어나면 들리는 댓글 소리가 지겹고, 검찰수사가 계속되고 있는 사건의 결과를 미리 예단해 부정선거로 몰아가며 정권심판 카드까지 꺼내 든 야당의 ‘오버’에  진저리를 칩니다.
민심은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 정치’에 화를 내다가도 야당에서 부정선거-정권심판 얘기가 나오면 싸늘히 돌아 서 야당부터 나무랍니다. 이번 재-보선에서의 참패는 야당 스스로가 만들어 놓은 ‘정권심판 프레임“에, 그들 스스로가 갇혔기 때문입니다. ’정권심판’이 ‘야당심판’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 온 겁니다.
김한길 대표는 목소리만 크고 실력은 없는 친노 강골들이 설치는 민주당 안에서 그나마 합리적 사고를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중진-원로급 인사 중의 하나입니다. 그에게 민주당을 살릴 몇 가지 팁을 주고 싶습니다.
 “앞으로 석 달 동안 일체의 정쟁을 중단 할 것, 오직 민생 챙기기에만 올 인 할 것, 석 달 동안 친노들의 말엔 귀를 닫을 것, 석 달 동안 한겨레신문 보지 말 것, 이상한 짓 하는 천주교 신부들 만나지 말 것, 촛불 근처에도 가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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