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셔와 웨스턴 사거리 광장에서 있었던 이날 시위 참가자들은 종일 굵은 비가 내리는 추위에도 삼삼오오 모여 두 시간 동안 노래와 구호 등을 외치며 해외 도시에서 연쇄적으로 열린 촛불 집회 대열에 동참했다. 이어 20일에는 뉴욕 맨해튼의 한인 타운에서 150명이 모여 정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을 규탄하는 등 18∼22일 닷새 동안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5개국 10개 도시에서 크고 작은 유학생·교민 촛불 집회가 열렸다. <선데이 저널>이 해외 시위 현장을 종합 취재했다. 심 온 <취재팀> 22일(현지시간) 한인단체 등에 따르면 미국 수도권에 거주하는 교포와 유학생 등 50여명은 전날 오후 워싱턴 DC 백악관 인근의 내셔널 몰에 있는 링컨 기념관 앞에서 ‘사람 사는 세상’ (사사세) 워싱턴 지부 주최로 시위를 벌였다. 같은 날 오후, 영국 런던 도심 내셔널갤러리 앞 트라팔가 광장에도 교민과 유학생 40여명이 모였다. 또 독일 베를린의 시위현장에서는 “독일 국회의사당에는 ‘독일 국민께 바친다(Dem deutschen Volke)’라는 문구는 선거로 선출된 국회의원들이 국민들을 위해 일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회의원이라는 책무는 벼슬이 아니고, 우리에게 일정한 통치기간을 허락받았고, 우리의 녹봉을 받으며, 시민들을 위해서 일한다고 국회의원에게 머리를 조아릴 필요가 없다. 우리는 조선시대의 노비가 아니다. 우리는 그들의 주인이다. 우리의 행복을 위해, 우리의 민주주의를 위해 우리들의 행복과 자유를 위해, 수많은 분들이 독재시대에 희생되었다. 이들의 희생으로 인해 민주주의가 이제야 날개를 펼칠 수 있었다. 이제 날개를 펼쳤기 때문에 우리는 이를 더 보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기관 대선개입, 민주주의 모독 행위국가기관 대선개입, 민주주의 모독 행위 시위에 참가한 한 유학생은 “유럽에서 보면 지금 한국 사회는 민주주의 국가라고 할 수 없다. 정부 기관이 대선에 개입한 것은 국민의 참정권을 능멸한 것”이라고 말했고, 한 교민은 “국민을 얼마나 우습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준 것이며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많은 분들을 모독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12월 19일(목) 오후 7시 LA 윌셔 광장에는 “불법부정 당선범, 박근혜 사퇴”를 촉구하는 동포들의 외침이 퇴근길을 재촉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2012년 12월 19일 대선을 불법으로 규정한 LA 시국회의가 주최한 이날 촛불집회에는 간간히 비가 내리는 가운데에도 20대 유학생, 아이를 안고 온 젊은 주부, 퇴근해서 달려온 넥타이 부대, 목사, 스님, 신부 등 종교인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한 참석자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이후 가장 뜨거운 집회”라며 “한국에서의 촛불집회에 비교하면 미약하지만 보수 일색의 교민 사회, 로스앤젤레스라는 거대 도시의 교통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결코 적지 않은 숫자”라면서 해외 동포들의 외침이 한국의 촛불집회에 작은 격려라도 되었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날 기독교, 불교의 성직자들로 구성된 정의와 평화를 사랑하는 종교인 모임은 “정의는 나라를 높이지만, 죄는 민족을 욕되게 한다”는 성서를 인용하여 시국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LA 한인 형 리씨는 “80년 서울역 회군 이후 34년 만에 시위에 나섰다. 박가 부녀가 나를 역사적으로 오래 괴롭히는구나!”라며 페이스북에 현장 사진을 실시간으로 올렸다. SNS를 통한 메시지에서는 “고마워서 눈물 나고, 서글퍼서 피눈물 나네요. 어쩌다 나라가 이 모양이 되었는지” “미안합니다. 이국땅에서 이런 모습을 보이게 해서요” “뜨거운 마음으로 응원합니다” 등 순식간에 동조하는 댓글들이 달렸다. 촛불집회 참가자 중 한 명인 LA 한인 케이트 안씨는 “미국의 닉슨 대통령 하야를 불러온 워터게이트는 FBI 요원 두 명이 한 것이지만 이번 부정선거는 군과 국정원에서 작업, 검찰과 경찰이 마무리까지 한 사실상 공권력이란 공권력을 다 활용한 부정선거로 차원이 다르다. 우리가 무너진 민주주의를 바로 잡지 않으면 민주주의는 영원히 오지 않는다”고 한인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이날 집회를 주최한 LA 시국회의는 한국과 해외동포의 연대라는 차원에서 앞으로도 계속 동시 연합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위를 주최한 LA 시국회의는 LA 민주연합, 내일을 여는 사람들, 진보의 벗, 6.15 미 서부 위원회, 사람사는 세상, LA 미권스, 정의와 평화를 사랑하는 LA 종교인 모임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편 이날 시위현장인 윌셔와 웨스턴 사거리에는 재향군인회, 해병전우회 소속 20여명이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이에 대항해 맞불 시위를 벌였으나 양측의 충돌은 없었다. 뉴욕과 LA에서는 시위 때마다 진보와 보수 단체들 간에 볼썽사나운 충돌로 미 경찰이 출동하는 등의 사고를 일으킨바 있다. 정의사회에 대한 사명 위해 동참
또 시위현장에서 열심히 구호를 외치던 한 시민은 “말이 안 나온다.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욕도 생각나지 않는다. 내가 지금껏 겪었던 어떤 미친 짓거리보다도 정신 나간 짓이다. 아리랑은 5천년을 살아온 한 민족의 혼이다. 니들 진짜 조국이 어디냐?”면서 최근 국방부가 아리랑 등 50곡의 가요를 금지시킨 사태에 울분을 토했다. 원조 친북인사들 시위 합세 본질 왜곡 시위 집행위 한 관계자는 “오늘 시위 또한 정보 당국에서 사진 촬영과 비디오 촬영을 곳곳에서 한 것을 잘 알고 있다” 면서 “유신 공안정국에서 하던 치졸한 작태를 이제는 끝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또한 “신성한 민주운동 시위에 이석기나 극좌파들이 나타나 찬물을 끼얹는 행위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지난 대선에서의 조직적인 불법과 부정의 증거들은 결국 두 가지 사실을 우리에게 상기시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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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1주년 맞아 세계 주요도시에서 박근혜 퇴진 시위 줄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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