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버려지고 방치된 노인 문제 실태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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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가족이 모여 시끌벅적한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준비하는 요즘, 쓸쓸한 한인 노인들의 연말 우울증(Holiday Blue)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전문용어로 ‘계절성 우울장애 (Seasonal Affective Disorder·SAD)’라 불리는 연말 우울증은 주로 겨울에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말 우울증은 추수감사절에서 크리스마스와 신년으로 이어지는 시기에 정신적, 육체적으로 쓸쓸함과 공허함을 공허함과 함께 찾아든다. 특히, 즐거워 보이는 타인들과 본인이 느끼는 외로움을 비교하며 정신적으로 위축되는 게 특징이다. 상대적 박탈감으로 절망에 빠지는 위험을 겪게 된다. 추수감사절부터 성탄절, 새해맞이 행사 등 떠들썩한 연말이 우울하기만 하다면 ‘연말 우울증’을 의심해볼 만하다. 외롭고 서러운 연말을 보내고 있는 한인 노인들의 문제점과 실태를 <선데이 저널>이 심층 취재했다.    심 온 <탐사보도팀>

지난 해 10월, LA 한인타운 아파트에서 홀로 지내던 70대 한인이 숨진 지 이틀 만에 발견돼 주변을 안타깝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박 모(70) 할아버지의 시신은 주말 내내 전화를 받지 않는 친구를 걱정한 장 모 할아버지의 경찰신고로 발견되었다. 숨진 박 할아버지는 오랫동안 뇌출혈 등 지병을 앓고 있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관계자들은 “시신의 부패 정도로 보아 사망한 지 이틀 정도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장 할아버지 또한 친구의 주검을 본 충격과 실의에 빠져 말이 줄고 심한 우울증 상태를 보여 병원에 다니고 있다고 전했다. 장 할아버지는 “돌아가신 분도 딱한 게, 오래전 이혼해 혼자 살고 있었고… 한국에 있는 아들은 아버지의 사망소식을 들어도 올 수 없는 형편이라고 해 자체적으로 장례를 치러야 하는 형편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암 투병 남편 병수발 아내 동반 자살


노인문제 봉사활동을 하는 박모씨는 “어제도 교회 옆 아파트에서 90대 할아버지가 아무도 모르게 자살했다는 기사를 봤다. ‘독거노인 고독사’ 문제에 대해 한인 단체나 커뮤니티 차원에서 대처할 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지난 어버이날을 맞아 6개월 만에 찾은 이모씨는 한 달전에 이미 세상을 떠난 치매를 앓던 어머니가 한 달 전에 세상을 떠났다는 말을 듣고 통곡을 하고 있었다. 타주에 살면서 생계에 바빠 병원 측과 제때 연락이 닿지 않은 탓이었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처럼 치매나 중풍 등의 장기요양의 경우 가족들도 어쩔 수 없이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노인들은 ‘현대식 고려장’이라 부르는 양로병원에 버려진 노인들은 그저 죽는 날만을 기다리는 신세가 될 뿐이다.



지병을 앓고 있는 노인들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한 노부부, 남편인 전모(69)씨는 지난해부터 중증 노인성 치매를 앓아왔고, 거동이 불편해 대·소변조차 가리지 못했다. 남편의 간호를 맡은 부인 노모(62)씨 노 씨 또한 암투병 중으로 점점 남편의 병수발을 하기 힘들 만큼 건강이 악화됐다. 결국 노 씨는 함께 살던 아들 식구들을 모두 여행을 보낸 후 ‘고맙고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베란다에 목을 맸다. 남편 전 씨도 방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비극적인 결말은 한동안 한인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병 때문에 가족에게 짐이 되기 싫어 세상을 등진 경우는 많다. 사회안전 장치인 복지대책 미비를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
김 모(70대)씨는 최근 친구들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나면서 인생의 덧없음을 느끼고 있다. 아내와는 사별한 지 오래됐고 타주에 사는 자식과 손자들이 그립지만 자주 볼수 없다. 년말 연휴가 되면 거리 모습이나 휴가 계획을 말하는 사람들의 대화조차 듣기 싫어 요즘은 외출도 하기 싫다. 가족만큼 가까웠던 친구들의 부재는 ‘이제 살아서 뭘 하나?’ ‘하고 싶은 일이 없다’ ‘늙으면 죽어야지,’라는 생각으로 변해버렸다.
한 양로병원에 입원해 있는 정모 할아버지(79)는 “연말이 되면 타주에 있는 아들 내외와 손자들 생각, 먼저 간 아내 생각이 유난히 많이 나는데 올해는 아들 내외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찾아오지 않아 더욱 의욕이 없다”며 “그래도 매주 한 번씩 교회 사람들이 도시락도 가져다주고 말동무도 해주는 것이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사망해도 가족과 연락 안 돼 위탁 처리


타운 내 알콧 양로병원에 일하는 조엘씨는 “120명 환자 중에 115명이 한인 노인들이지만 양로 병원 전체 한인들은 파악이 어렵다. 우리 재단에 26개 시설이 있지만 많게는 90%에서 50% 정도가 한인들이다.” 고 밝혔다. 또한 “가족들이 한 달에 1회 정도 방문하는 환자에서 1년에 한두 번 방문하는 경우까지 다양하다”면서 “노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가족과 말동무”라고 말했다. 장례문제에 대해서는 “일년에 약 20건 정도 발생하지만 입소 당시에 장례절차와 진행에 대한 상담을 끝내기 때문에 별문제 없이 가족과 진행한다”고 말하고 “가족 연결이 안 되는 경우 시에 위탁 처리한다”고 설명했다.
한인 노인 인구가 급속히 늘고 있다. 2010년 센서스에 따르면 미국 내 한인 인구는 170만6822명, 이 가운데 65세 이상 노령 인구는 14만8244명이다. 전체 한인 인구의 8.7%가 노인인 셈이다. 10년 전 한인 노인 인구는 7만1739명(5.8%)이었다. 10년 동안 노인 인구가 두 배로 증가한 것이다. 이민역사가 길어짐에 따라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노인 문제는 가족 간의 문제만이 아닌 한인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한인 노인들은 부족한 영어에 미 복지제도에 미숙해 사회복지 혜택을 누리기 어렵다. 푸드스탬프나 소셜시큐리티 등 미국 복지제도에 대한 지식이 매우 빈약하다. 이는 노인 들이 이민사회에서 살아가기에 큰 약점이 될수 있다. 2010센서스에 따르면 한인 60%가 영어를 잘하지 못하며, 노인들은 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언어장벽 때문에 필요할 때에도 푸드스탬프, 소셜시큐리티를 적절히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노인 부양 가구의 경제적 빈곤 문제 또한 심각하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불어 닥친 경제위기는 직장과 집을 잃은 가족들에게 노인 부양에 더욱 어려운 문제일 수밖에 없다. 특히 집을 잃는다는 것은 한인의 전통적 대가족의 붕괴를 뜻한다. 경제위기가 단순히 노인의 삶뿐만 아니라 한인 가족의 삶 자체를 파괴함을 뜻한다. 결국 경제적 빈곤이 가족을 붕괴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턱없이 부족한 노인 복지시설 불만고조


부양가족을 대체할 방법도 미비하다. 노인아파트 및 사설 요양원 등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으나 한인 노인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타운에 가까운 노인아파트에 입주하려면 몇 년을 기다려야 하는 형편이다. 부족한 노인아파트에 웃돈을 주고 고급차를 굴리며 사는 얌체족도 문제지만 설령 입주한다 하더라도, 기존 타 인종 입주자들과의 문화적 차이로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도 많다. 어렵게 7년 만에 입주한 한 노인은 “일반 노인아파트는 백인 노인 위주로 돌아가고 말이 통하지 않는다. 한국음식을 해먹으려면 냄새난다는 소리를 듣는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LA 다운타운에 거주하는 70대 후반의 박모씨는 2년 전 아내와 사별한 후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박씨는 “생업에 바쁜 딸 부부와 손자들은 아침에 나가 저녁때가 돼야 집에 들어온다. 종일 말벗도 없이 집에 혼자 있으니 너무 힘들고 외로워 어떤 때는 죽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결국 이러한 불만은 스스로 양로병원을 찾게 하는 요인이 된다. 병고에 시달리거나 오랜 동안 질환으로 고생하는 노인들은 더욱 나날이 괴롭다. 노년층 자살의 원인은 빈곤에서 오는 생활고가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더 심각한 것은 고독에서 오는 우울증이다. 병마에 시달리는 부모들은 자식에게 짐이 되는 것은 더욱 싫어한다. 스스로 양로병원이나 요양원을 찾아 마지막을 보내는 사람도 많다.
타주에 멀리 있는 가족들이 병원을 찾는 발길은 고작 일년에 한 두 번이다. 자녀와 떨어져 홀로 노년을 보내고 있는 한인 독거노인들의 고독과 우울증 문제가 심각하다. 박 씨와 김 씨처럼 외로움과 소외감으로 우울 증상을 나타내는 독거노인들의 문제는 자살로 이어지기도 한다. 오로지 죽음만을 기다리는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가족이고 말동무이다. 치매 환자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한마디로 현대판 고려장이라 불리는 버려진 치매 노인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나이조차 모른 채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다. 치매나 중풍 등 거동이 불편해 간호 보호가 필요한 경우에도 어쩔 수 없이 양로병원으로 보내진다.


노인 자살, 고령화 사회의 재앙


LA 한인타운 가정상담소의 노인 카운슬러는 “노령화 사회가 진행되며 노인문제가 심화되고 있고 독거노인들의 우울증 문제는 자살로 이어지기 쉽다”며 “특히 ‘자녀의 교육과 성공에 올인’했던 한인 1세 노인들이 자식들의 보살핌을 기대하다 실망하게 되고 이로 인해 우울증에 빠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또 “여성들보다 남자 노인들의 우울증 문제가 훨씬 심각하다”며 “본인이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는 쓸모없는 존재라는 생각과 생활고 등으로 우울증을 겪는 노인들이 무척 많다”고 밝혔다. 한 노인문제 전문가는 “2000년 이후 사회 양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경제력을 상실한 노인들이 설 곳을 잃어가고 있다”며 “핵가족, 고령화 사회에서 별 소득 없이 병들고 소외된 노인들이 자식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극단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닌가 판단된다”고 밝혔다.이 전문가는 “상당수 노인들이 별다른 준비 없이 고령화 사회를 맞이하는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 노인 자살은 사회적 재앙이 될 수 있다”며 “노인 자살을 줄이기 위한 근본적인 노인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치유 방법으로 ▶운동·청소·산책 등 하루에 3시간 이상 몸을 움직일 것 ▶햇볕을 많이 쬘 것 ▶규칙적인 생활과 신선한 야채, 과일을 많이 섭취할 것 ▶증세가 계속될 경우 전문가와 상담할 것 등을 조언했다. 노인들이 모여 최근 신문에 난 병든 모친을 양로원에 맡기고는 한 번도 찾아오지 않다가 운명한 후에 장례식을 치른다는 연락을 받고는 그제야 식장에 나타난 자식들이 있었다. 그런데 자식들은 장례식 뒤처리는 내버려둔 채 조의금만 챙겨서 말도 없이 사라진 사건을 이야기 하고 있었다.
노인 요양시설이나 양로병원 운영 실태 또한 문제는 많다. 거주 환자에 대한 관리 및 보호 소홀로 사망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터스틴의 요양시설에서 발생한 사망사건과 페어옥스에서 발생한 사망 사건이 경종이 되고 있다. 두 시설은 한인이 운영하는 시설로써 5만불의 벌금과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더욱 충격적인 내용은 그동안 노인 학대행위가 있었다며 가족들로부터 소송까지 받았다. 조사에 따르면 당국에 제출된 CCTV 비디오에는 간호사들이 할머니들을 학대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고 한다. 또한 처방을 받지 않았는데도 치사량의 진통제가 발견되고 타박상 자국들도 발견되었다고 밝혔다.


소외감과 우울증인한 자살 노인 급증


전문가들은 명절이나 연말연시 독거노인 등의 소외감과 우울증은 높아지지만 선뜻 상담이나 치료에 나서는 경우는 드물다. 통계자료조차 만들 수 없을 만큼 상담을 원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 한 전문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한인 노인 3명 중 1명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으며 10명 중 1명은 자살을 생각하는 것으로 발표했다.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한인 사회에도 노인 고독사나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 등 안타까운 일들이 발생하지만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미리 상담소 문을 두드리는 노인들은 찾기 힘들다”며 “얼마든지 사고방식을 조금만 바꾸면 나아질 수 있는데…안타까운 경우가 많다. 우선 집 밖으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에 따르면 자기 암시와 긍정적 사고 연습을 통해 우울·분노·스트레스 조절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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