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SF 추락사고 행정처분 놓고 ‘대한항공이 나선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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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표적인 항공사인 대한항공(korean Air)과 아시아나항공(Asiana Airline)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한쪽에서는 항공사의 과실을 국익차원에서 봐달라고 하고, 또 한쪽에서는 항공안전을 위해서는 책임을 묻고 엄벌해 달라고 하는 바람에 한국정부가 곤경에 처했다. 다름이 아니라 지난해 샌프란시스코 공항 에서 발생한 아시아나 항공기 추락사고 때문이다. 사고 항공사에 대한 행정처분은 국토교통부에서 하고 있는데 현재 미주한인총연합회(회장 이정순)를 포함해 한국에 취항하는 43개 외국 항공사들이 청원서를 내면서 운항정지보다는 과징금 등으로 완화시켜 주기를 요망하고 있다. 또한 국정감사에 나선 국회의원들 까지도 완화를 바라고 있다. 이에 반해 대한항공사와 노조는 강력한 징계를 요구하고 나섰다. 자신들이 과거 당한 것처럼 형평성에 맞추어 경쟁 항공사인 아시아나가 운항정지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민에 쌓인 국토 교통부는 조만간 결정을 내릴 예정이지만 어떤 결정이든 시끄러울 판이다. 두 국적항공사의 추잡한 트집 잡기 경쟁 실태를 종합 보도해 보았다.   <성 진 취재부 기자>

국토교통부에서는 아시아나 항공의 샌프란시스코 공항 착륙사고에 대한 정부의 행정처분 수위와 관련하여 대한항공 측에서 엄정한 처분을 내려야 한다는 공식입장을 밝히면서 고민이 가중되고 있다. 엄격히 말하자면 아시아나 항공은 과징금 보다는 운항정지의 처분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국 항공법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샌프란시스코 공항 추락사고로 인해  인천, 샌프란시스코노선에서 최소 45일에서 최대 90일의 운항정지처분을 받아야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아시아나는 300억원의 매출손실은 물론 20여년 동안 구축 해온 현지판매망 와해, 승객불편, 브랜드 이미지 훼손 등의 유·무형의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사고결과가 판정 난 이후 행정처분을 내려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처분을 미루자 경쟁사인 대한항공이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과거 예를 보면 대한항공이 사고를 낸 경우, 지체 없이 운항정지를 내렸는데, 이번 아시아나 케이스에선 미그적 거리고 있다는 것이다.

          ▲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대한항공, 아시아나 운항정지 요구

 

대한항공은 1997년 여객기 괌 추락사고 때 3개월 운항정지 처분을 받았고, 1999년 12월 런던 스텐스 테드 공항화물기 추락사고 때도 1년 6개월간 신규노선 배정에서 제외됐다. 이 기간에 고스란히 상대적 수혜를 누린 곳이 바로 아시아나항공이다. 대한항공이 발이 묶여있는 동안 아시아나는 중국 노선 17개 노선 54회, 전체노선기준으로 34개 노선 99회 등 노선을 배분받아 급성장할 수 있었다. 당시 아시아나항공이 일본과 중국 등 노선을 독점했다.
상대방에 대한 무차별 공격은 아시아나가 먼저였다는 것이 대한항공의 주장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9월29일 ‘아시아나의 운항정지처분이 필요하다’는 노조명의의 탄원서를 국토교통부에 제출한데 이어 10월 17일에는 과태료가 아닌 운항정지 등 더욱 강한 처분을 주장하고 나섰다. 회사차원에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10월 17일 보도자료를 내고 “정부의 행정처분이 일관성 없이 항공사나 사고에 따라 달라진다면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도는 심각하게 훼손될 것” 이라며 “일관성 있고 엄정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이 안전도에 대한 국민의 우려는 도외시한 채 경제적 이익에 집착해 일부 이해 관계자들을 여론조성에 동원하고 있다는 게 대한항공 측의 주장이다.
대한항공은 “대형 항공기사고가 나더라도 책임소재를 가리지 않고 적당히 넘어가거나 과징금 납부와 같은 솜방망이 처분으로 면죄부를 받는다면, 안전도 제고노력은 무디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항공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서라도 아시아나항공의 샌프란시스코 사고에 대해서는 엄정한 처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노조도 국토부에 운항중단처분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낸 바 있다.

미주총연, 느닷없이 끼어들어 역성

이 같은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의 이 같은 주장에 즉각 반응을 보였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일부 이해 관계자들을 여론조성에 동원 운운한 대한항공의 입장 자료에 대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면서 “이는 인천국제공항에 취항하는 43개 항공사들과 미주한인총연합회 등 교민단체의 선의와 순수성을 모독 하는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또 “다른 영역에선 경쟁하더라도 안전에서 만큼은 서로협력하고 격려하는 관계가 돼야한다”며 “최소한의 금도는 지켜야한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선 두 항공사간의 다툼이 과거 운수권 배분을 놓고 빚어진 갈등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한편, 국토부는 지난해 샌프란시스코사고와 관련해 아시아나 항공에 대한 행정처분을 10월 말이나 11월초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국토교통부의 행정처분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운항정지처분’을 반대하는 미주 한인들의 목소리가 관계 주무부처에 다시 한 번 전달됐다.

미주한인회총연합회는 10월 11일 ‘아시아나항공 샌프란시스코노선 운항 중단제재 결사반대’ 라는 제목의 공식탄원서를 국토교통부장관과 국회국토교통위원장, 외교부장관 앞으로 보냈다.
미주총연은 탄원서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의 SF~서울노선의 운항정지처분은 미주한인사회에 큰 불편을 끼치며 모국의 국익도 큰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운항정지처분에 따른 한국 국적기에 대한 불신이 한국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SF~서울노선은 2013년 한 해에만 73만명이 탑승한 중요한 노선임에도 불구하고 ‘공급과잉노선이라 운항정지처분이 내려지더라도 승객불편이 없을 것’ 이라는 경쟁업체 노조의 주장은 미주한인사회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이정순 미주총연회장은 “한국국토교통부가아시아나항공의 SF~ 서울노선의 운항정지 처분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미주총연의 공식입장을 전한 것”이라며 “미주한인사회의 불편 등을 감안하지 않은 유연성 없는 처분이 내려질 경우 묵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한항고 노조, 가혹한 응징 요구

 ▲ 금호그룹 박삼구 회장

10월 16일 항공사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인천공항에 취항하는 43개 국내외항공사들이 지난해 미국샌프란시스코공항에서 발생한 아시아나항공 착륙사고와 관련해 선처를 요구하는 내용의 탄원서를 지난 15일 국토교통부에 제출했다.
아시아나 항공에 따르면 독일의 루프트한자항공, 필리핀항공, 에어마카오 등 43개항공사들은 등기 우편을 통해 국토부 앞으로 탄원서를 보냈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조종사 과실뿐 아니라 기체에도 문제가 있었으며 사고 뒤 승무원의 헌신적 구호조치로 피해를 최소화한 점을 참작해 행정처분을 결정해 주기 바란다”며 “아시아나항공이 안전을 위한 적극적 투자를 지속할 수 있도록 재무적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처분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번 탄원서 제출에서 대한항공과 대한항공의 자회사인 진에어는 빠졌다.
원래 아시아나항공은 과징금 형태의 행정처분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처럼 예상치 못한 곳에서 암초를 만나게 됐다.
대한항공의  노조가 먼저 탄원서를 내면서 불을 지폈다. 대한항공노조는 탄원서에서 “미국 국가 교통안전위원회가 사고원인을 조종사과실, 훈련부족, 조종실내 의사소통문제 등으로 발표했지만 아직 아시아나에 대한 정부의 행정처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1990년대 말 대한항공이 사고를 냈을 당시 바로 운항정지, 노선면허취소처분 등 가혹한 처분을 내렸던 것과 상반된 조치” 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또 “행정처분은 마땅히 운항정지가 돼야한다”며 “조종사과실로 적지 않은 인명과 재산피해를 낸데 대해 과징금납부로 면죄부를 받는다면 누가 항공안전을 위해 막대한 투자와 훈련을 하고 심각하게 안전대책을 강구하겠느냐”고 되물었다.
노조는 아시아나항공의 운항 정지에 따른 승객불편 우려에 대해 “샌프란시스코노선은 한미노선 가운데 운항사가 가장 많은 공급과잉노선이어서 정지처분이 내려져도 승객 불편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노조는 “세월호의 아픔 속에서 정부와 온 국민이 안전제고를 위한 방안마련에 절치부심 하고 있는 이때, 중대한 항공사고에 대한 책임마저 어물쩍 넘기는 것이 용인된다면 항공안전은 더 이상 기대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바람에 아시아나항공은 생각지도 못한 악재를 만나게 된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최근재계와 미주 한인사회를 중심으로 운항정지처분이 과도하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징계수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중이었다.

과징금 부과는 항공업계 관례

재계와 미주한인사회는 샌프란시스코 행 여객기의 평균탑승률이 70~80%에 이르기 때문에 아시아나항공이 운항정지를 당할 경우 불편을 겪게 될 것 이라고 주장했다.
또 미국이나 유럽 등 국제사회에서 항공산업 보호를 위해 자국 항공사에 운항정지처분을 거의 내리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운항정지처분이 가혹하다는 말도 나왔다.
미국은 2000년 이후 12건의 항공사고가 있었고 이 가운데 6건은 사망자가 발생했지만 운항정지는 한 번도 내리지 않았다. 유럽 역시 1994년 이후 발생한 사고에 대해 모두 과징금만 부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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