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박근혜 정부가 이른바 이병기 비서실장 카드를 꼽아들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달 27일 이병기 전 국정원장을 신임 비서실장에 임명했다. 그는 국정원장에 임명된 지 8개월 만에 비서실장이 됐다.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 임명은 파격 그 자체다. 일단 현직 정보기관의 수장을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이동한 인사는 전례를 찾기 힘들다. 정부출범 이후 2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이 비서실장 내정자는 초대 주일대사를 거쳐 국정원장, 비서실장까지 이례적으로 중책을 맡아왔다. 게다가 그는 최대 15명 안팎의 잠재적 비서실장 후보군에 한번도 이름이 오르내리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수첩인사’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이 예상됨에도 ‘이병기 실장 카드’를 꺼낸 것은 박 대통령의 위기감을 반영한다.
지난해 4월 10일 본지는 ‘남한 무인항공기들이 무용지물이 된 내막’에 대해 보도하며 해군 정보함과 관련한 비리 의혹을 보도했다. 이 보도에서 해군 정보함에 실린 무인항공기의 에이전트십이 이명박 전 대통령과 친분 관계가 있는 선병석 전 서울시테니스협회 회장에게로 넘어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1997년부터 2004년까지 서울시테니스협회장을 지낸 선 씨는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과 남산 테니스장을 예약해두고 전직 국가대표 선수 등과의 동호회 모임을 주선해 ‘황제 테니스’ 논란을 불러일으킨 인물이다. 선 씨는 신천옹함 탑재 무인정찰기를 따낸지 2개월 뒤인 2008년 10월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두산가 4세 등과 짜고 전 국무총리 아들이 대표로 있는 회사 등의 주가를 재벌 테마주로 부풀린 혐의를 받았다. 그런데 최근 이 정보함과 관련한 합수단의 수사가 점차 전 정권을 향해 가고 있는 것. 이병기의 히든카드 일단 이 전 대통령 시절 해군참모총장을 지낸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이 검찰에 구속됐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은 큰아들의 회사인 요트앤컴퍼니를 통해 STX로부터 7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의 뇌물)로 정 전 총장을 지난 17일 구속 기소했다. 뇌물수수의 공범인 정 전 총장의 장남과 요트앤컴퍼니 공동설립자 유아무개(59)씨, 에스티엑스조선해양의 사외이사로 뇌물을 공여한 윤연(66) 전 해군작전사령관(중장) 등 3명도 함께 불구속 기소했다. 정 전 총장은 전역한 뒤 STX 임원으로 자리를 옮긴 윤 전 사령관을 통해 후원금 조로 10억원을 먼저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2008년 10월 진행된 국제관함식 행사 주관사로 요트앤컴퍼니를 지정하고 광고협찬비 명목으로 금품을 요구한 것이다. 정 전 총장은 특히 에스티엑스 쪽이 협찬비 집행을 유보하자 “해군참모총장인 내가 직접 이야기했는데 에스티엑스에서 해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앞으로 사업할 생각이 있습니까”라고 직접 나서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 전 총장의 큰아들은 “국제관함식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군함에 동승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제안하며 협찬비 지급을 요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덕수 전 회장은 당시 민간업체 회장으로는 유일하게 이 전 대통령과 군함에 실제 탑승했다. 시작에 불과한 수사 하지만 정 전 총장에 대한 수사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합수단의 진짜 목표는 정보함과 관련한 전 정권 실세 및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비리를 밝히는 것이다. 당장 3일에는 정 전 총장이 정보함 비리와 관련해 추가로 기소됐다. 정 전 총장은 지난 2008년 3월부터 2010년 3월까지 해군참모총장으로 근무하면서 해군 정보함 통신·전자정보 수집장비 납품업체를 독일 A사로 선정해주는 대가로 예비역 준장 이모(61)씨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모두 6000만원을 받아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합수단에 따르면 정 전 총장은 2008년 8월쯤 이씨로부터 “독일 A사가 납품업체로 선정될 수 있도록 도와주면 1억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이씨는 해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 차장 출신으로 당시 국방부 국방정보본부 전투발전보안부장으로 재직 중이었다.
이씨는 앞서 A사 중개업체인 B사 대표 이모(68)씨로부터 청탁을 받고 “정 전 총장에게 부탁해서 납품업체로 선정될 수 있도록 하겠으니 정 전 총장에게 인사할 돈을 달라”고 요구한 상태였다. 높여가는 수사 강도 합수단의 수사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현재 합수단은 출범 100일을 맞았지만 정 전 총장이 최고 군 거물이었다. 하지만 방산비리가 군 내부 뿐만 아니라 정관계와 깊숙하게 연관되어 있는만큼 수사는 당시 연루됐던 정관계 인사들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현재까지 언론에 보도되지는 않았지만, 합수단에서 가장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는 사안이 <선데이저널>이 지난해 보도했던 무인항공기 건이다. 해군의 비용대비 효과분석과 감사원의 감사 과정에서 오스트리아 쉬벨사 측이 2차 정보함인 신세기함 무인항공기 성능개량사업에 써낸 입찰가가 181억원인 것으로 드러나면서부터다. 즉 쉬벨사는 2008년 신천옹 사업에 계약했을 때 256억원에 해군에 납품했다. 쉬벨사가 신천옹함과 신세기함에 제시한 무인항공기의 대수와 조종기는 모두 동일한데 무려 75억원의 가격차이가 났던 것. 당시 해군 내부에서는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면 가격이 오르는 것이 정상인데 오히려 가격이 터무니없이 떨어졌다는 것은 신천옹함 사업에 포함됐던 비용이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됐거나 이번(신세기함)에 제시된 금액에 무언가 빠졌다는 의미”라는 말이 파다했다. 황제테니스 논란 선병석이 주도 해군 소장 출신 변무덕씨와 준장 출신 이병문씨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론됐다. 하지만 계약을 맺은 후 이 업체는 없어졌고, 에이전트십은 이명박 정부 실세에게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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