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취재>베일에 싸여있던 일본내 17개 도청기지 실체 완전해부

이 뉴스를 공유하기
  

지금으로 부터 14년전 일본과 중국사이의 중의 배타적 경제수역내에서 괴선박이 침몰됐다. 이 선박이 북한의 괴선박으로 의심됐을 뿐 미국조차 북한선박이라고 단언하지 못했지만 일본만은 이 배가 북한 화물선이 틀림없다고 단정적으로 발표했고 이 발표가 정확했음은 그 이듬해 이 선박의 인양을 통해서 입증됐다. 일본이 이처럼 사건초기부터 북한선박이라고 단정한 것은 이 배에서 발신된 무전을 도청했기 때문이다. 이 배에서 발신된 마지막 무전은 ‘위대한 수령님 만세’였다. 지금으로 부터 32년전 구 소련 사할린상공에서 격추된 대한항공 007기 피격사건, 당시 로널드 레이건 미국대통령은 불과 5일만에 ‘KAL 007기는 소련 공군 전투기에 의해 격추됐다’고 발표했다. ‘소련기에 의해 격추됐을 것으로 보인다’는 추정이 아니라 격추됐다는 공식기자회견이었다. 그 다음날 미국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 소련전투기 조종사가 지상의 공군사령부와 교신한 내용중 조종사의 발언부분을 정리한 녹취록을 제출했다. 소련전투기 조종사가 ‘격추시켰다’고 말한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이처럼 미국이 KAL 007기가 소련 전투기에 의해 격추됐다고 단정한 것은 일본이 이들의 교신을 도청했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은 공대지, 즉 소련전투기 조종사의 발언부분만 공개했을 뿐 지대공, 즉 소련 공군사령부에서 조종사에게 지시한 부분을 공개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일본은 공대지 교신뿐 아니라 지대공교신, 즉 쌍방향 교신내용 모두를 도청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만큼 일본의 도청기술이 뛰어났던 것이다.
박우진(취재부기자)

 ⓒ2015 Sundayjournalusa

21년전인 1994년 7월 초순 김일성이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일자까지 받아둔 뒤 갑자기 숨졌다. 이때도 일본은 김일성이 자연사했음을 곧바로 알아냈다. 또 1999년 3월 하순 괴선박2척이 일본영해를 침범했을 때도 일본은 이 선박이 북한선박임을 알고 해상보안청 순시선을 동원, 쫓아냈다. 일본의 도청은 비단 북한뿐이 아니다. 한국내 통신에 대해서도 낱낱이 알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998년 12월 한국군이 북한 잠수정을 발견, 추적했고 큐슈인근해상에서 이 잠수정이 침몰했다는 사실도 한국에 대한 도청을 통해 알아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모든 통신을 손바닥보듯 들여다보는 일본의 도청기지의 실태를 살펴보면 ‘정보요원은 하늘에도 귀를 대야 한다’ 즉 하느님의 말도 도청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말을 실감하게 한다.
도청기지냐 감청기지냐 논란이 많다, 바람피우는 행위에 대해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스캔들이라는 우스개소리가 있지만 바람피우기의 본질은 로맨스나 스캔들이 아니라 ‘몰래 한 사랑’ 즉 ‘밀애’라고 할 수 있다. 도청, 감청도 마찬가지다. 몰래 듣되 사법당국의 허가를 받으면 ‘감청’이요, 허가없이 엿들으면 ‘도청’이라는 말이 있지만 상대방입장에서는 몰래 듣는 것이다. 즉 본질은 ‘몰래 듣기’이므로 굳이 합법과 불법으로 나누자면 감청은 합법도청, 도청은 불법도청으로 칭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따라서 몰래 듣는 장비가 설치해 있고 그 같은 임무를 수행하는 곳이라면 ‘도청기지’라고 칭하면 적당할 것이다.

키카이지마도청기지의 뛰어난 도청능력

2001년 12월 22일 오전 6시 20분께,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이 가고시마현 아마미오시마 서북서쪽 224킬로미터 해상에서 괴선박을 발견, 추격을 시작했다. 이 괴선박은 일본측의 정선명령을 무시하고 계속 도주했다. 오후 4시쯤에는 위협사격과 함께 20밀리미터 기관포를 발사했지만 갑판에 난 불을 끈뒤 중국쪽 배타적 경제수역안으로 질주했다. 추격 16시간뒤인 오후 10시 13분, 일본측이 아마미 오시마 북서쪽 390킬로미터지점 중국 배타적 경제수역에 정지해 있는 괴선박을 공격했고 결국 이 선박은 침몰했다. 이게 바로 현재까지 알려진 2001년 북한 괴선박 침몰사건의 개요다. 이 사건당시 일본측이 중국 배타적 경제수역내에서 사격을 가한 데 대해 국제적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일본은 그만큼 자신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이처럼 과감한 행동을 한 파워는 바로 그들의 뛰어난 도청능력때문이었다.

▲ 키카이지마 도청기지 :일본국방정보본부가 운영하는 가고시마현의 키카이지마도청기지[28.302007°129.965904°]가 바로 2001년 북한괴선박의 무전교신을 입수한 부대다. 일본내 가장 중요한 중국통신전문 도청기지이며 북한에 대한 도청도 담당한다. ⓒ2015 Sundayjournalusa

일본국방정보본부가 운영하는 가고시마현의 키카이지마도청기지 [28. 302007° 129.965904°]가 바로 2001년 북한괴선박의 무전교신을 입수한 부대다. 이 기지는 1962년 설립됐으며 1988년과 2006년 도청장비가 대폭 강화됐고 2013년 12월말 현재 2백명이 근무하고 있다. 일본내 가장 중요한 중국통신전문 도청기지이며 북한에 대한 도청도 담당한다. 한국신문에도 북한 괴선박사건으로 간단하게 보도되기도 했던 이 사건은 2001년 12월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은 미국정찰위성의 관찰결과 북한 남포항에서 화물선 3척이 출항, 일본으로 향하고 있으며 선박교신을 감청을 결과, 단순한 화물선이 아니라 모종의 비밀작전에 투입된 선박임을 일본측에 통보했다. 이에 따라 키카이지마도청기지의 대형 안테나들이 숨가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12월 19일 키카이지마도청기지는 큐스 남서방해상을 항해중이던 괴선박 1척의 교신을 입수했고 12월 21일 일본 항공자위대의 P3C 오리온 조기정찰경보기가 일본 배타적 경제수역내에서 이 배를 찾아냈다. 당시 이 배의 발견지역은 아마미 오시마 북서방 250 킬로미터, 키카이지마기지로 부터 3백킬로미터 해상이었다.

그 다음날인 22일 일본자위대가 대대적으로 괴선박 포획에 나섰다. 일본 해상자위대와 해상보안청 소속 경비정 25척, 비행기 14대를 동원, 이 괴선박에 대한 추적에 나섰고 정지하라는 명령을 어기자 기관포와 로켓포를 발포하면서 토끼몰듯 몰아가자 이 선박은 중국 상하이쪽, 즉 중국쪽 배타적 경제수역으로 부리나케 달아났다. 그러나 이날밤 10시 13분 이 배는 일본측에 생포될 위기에 처했을 때 갑자기 침몰했다. 아마미오시마 북서방 390킬로미터 해상, 명백히 중국 배타적 경제수역내였다. 배의 침몰원인에 대해 일본측은 생포직전 갑작스레 침몰했다고 주장, 이 괴선박이 생포되느니 차라리 모든 흔적을 없애기 위해 스스로 침몰을 택했다, 즉 자폭했다는 뉘앙스를 풍겼고 또 일부에서는 일본측 공격으로 침몰했다며 엇갈리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일본이 괴선박인 화물선을 일본내에서 추격하기 시작해 중국영해까지 쫓아갔다는 것이다. 아무리 외국국적 화물선이 자국영해를 항해한다고 해도 이를 막을 수는 없다. 불법적 행동을 하거나 불법이 의심될 때만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중국영해까지 들어가서 이들을 생포하려 했다는 것은 일본이 이 선박의 불법행위를 입증할 명백한 증거가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증거를 찾아낸 것이 키카이지마도청기지다. 이 선박은 침몰직전 두차례에 걸쳐 마지막 무전을 날린다. 모르스부호를 이용했고, 그 내용은 ‘Long live the Generalissimo. Long live the Generalissimo’ 였다. Generalissimo는 총원수, 수령등을 뜻하는 단어다. 즉 우리말로 하자면 ‘위대한 수령님 만세’ ‘위대한 수령님의 만수무강을 기원합니다’가 되는 것이다.

이처럼 이 선박은 위대한 수령님 만세를 두차례 외치며 침몰해 갔고 그 교신내용을 키카이지마기지가 엿들었던 것이다. 사건뒤 북한은 북한선박이 아니라며 강력하게 부인했지만, 일본은 확고한 증거를 잡은 일본은 요지부동이었다. 어쩌면 이 교신내용을 엿들은 다음 일본자위대가 완벽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생각하고 최후의 일격을 가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어쨋든 놀라운 도청능력이 아닐 수 없다.

북한 공작선 마약선 침투에 단호히 대처

이처럼 일본의 과감한 행동, 이 선박이 북한의 비밀공작을 위해 일본에 침투했음이 그 이듬해 다시 한번 확인되고 5년뒤인 2006년 또 다른 사건을 통해 그 정확성이 입증돼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 일본은 중국 배타적 경제수역에 침몰한 이 북한선박에 대한 대대적 조사에 나섰다, 2002년 5월 3일 일본자위대가 특수장비를 착용한 잠수인력을 동원, 시체와 무기를 인양했고 7월에는 이 북한선박이 일본영해 진입직전 중국 상하이 동쪽 해상에서 모선으로 부터 연료와 선박용품등을 공급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그리고는 그해 9월 11일 마침내 깊은 바다속에서 이 배를 인양해 내는 데 성공했고 북한 선박임이 낱낱이 밝혀졌다. 이 선박에서는 소형잠수정, 김일성배지등이 발견됐고 휴대형 지대공 미사일 발사장치에는 인공기와 별모양이 그려져 있었다. 또 ‘아아 당이여, 우리는 영원히 당신의 충신이 될 것입니다’라고 한글로 적힌 목판이 발견됐다. 북한 공작선이 틀림없는 것이다.

 ▲ 북한공작선 침몰당시 사진[일본신문]
ⓒ2015 Sundayjournalusa

이들의 비밀작전, 즉 공작의 단서가 될 수 있는 물건이 발견됐다. 바로 일본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일본통신회사에 등록돼 있는 일본 휴대폰 1대 였다. 그리고 이 비밀작전의 정체는 그로부터 5년뒤인 2006년 그 실체가 드러났다. 일본은 북한 공작선에서 일본휴대폰이 발견된 것은 일본내 북한 간첩, 그리고 마약상들과 접촉하기 위한 것이며 이 휴대폰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일본 영해로 들어와 육지에 근접해야 한다는 점에서 일본내에서 불법활동을 하려는 것으로 의심했다. 그리고 2006년 10월 일본 검찰이 마약사건을 수사하던중 그 비밀공작의 정체가 이 밝혀졌다. 이 휴대폰내 전화사용내역과 저장된 전화번호등을 조사한 결과, 마침 마약사건 피의자 3명중 1명과 통화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그래서 이 공작선의 비밀작전은 마약운반등인 것으로 결론난 것이다. 5년전 키카이지마 도청기지가 괴선박의 교신내용을 파악한 것이 이처럼 엄청난 성과를 이끌어냈고 이 사건을 통해 일본은 수교를 원하는 북한측과의 협상에서 이 사건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면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것이다.

KAL 피격사건때도 소련 교신내용 파악

일본의 주변국등에 대한 도청능력을 대단하다는 사실을 전세계에 입증한 사건이 바로 대한항공 007기 피격사건이었다. 지금부터 32년전 한국시간 9월 1일 새벽 발생한 KAL 007기 피격사건때 소련의 소행임을 명백히 입증한 도청기지가 바로 와카나이도청기지[45.439819°  141.650714°]였다. 일본 최북단의 홋카이도, 즉 북해도에 위치한 도청기지로 러시아 극동지역을 감시한다. 이 기지는 원래 미국과 일본이 1950년대초부터 공동운영하던 도청기지다. 일본 육상자위대는 이곳에 지난 1955년부터 301연안감시대를 운영했고 1972년부터는 미군이 철수하면서 순수하게 일본 단독으로 운영하는 최북단 도청기지가 됐다. 처음에는 인근 히가시 치토세 도청기지의 분견대형식이었지만 1983년 KAL 007기 피격사건때 소련의 교신내용을 모두 잡아내면서 일본을 대표할 정도로 유명한 도청기지로 알려지게 됐다.

대한항공 007기 피격사격은 지난 1983년 9월 1일, 뉴욕발 앵커리지경유 서울행 대한항공 007편 여객기가 앵커리지-서울간 6개 항로중 최단코스인 로미오20 경로로 비행하다 소련영공으로 들어갔고 소련전투기에 의해 격추돼 한국인 110명등 전세계 15개국 269명이 모두 사망한 사건이다. 사건초기 대한항공기 실종, 전원사망추정등의 소식만 전해졌을 뿐 그 누구도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 지난해 실종된 말레이지아 항공 370 편의 사고원인을 1년여가 지나도 아직도 알아내지 못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항공기 추락이나 실종의 원인을 밝히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다.

▲ 와카나이도청기지 :지금부터 32년전 한국시간 9월 1일 새벽 발생한 칼 007기 피격사건때 소련의 소행임을 명백히 입증한 도청기지가 바로 와카나이도청기지[45.439819°141.650714°]였다. 일본 최북단의 홋카이도, 즉 북해도에 위치한 도청기지로 러시아 극동지역을 감시한다.  ⓒ20015 Sundayjournalusa

그러나 사건발생 불과 닷새만인 9월 5일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특별연설을 통해 ‘소련공군 조종사가 대한항공기를 격추했다’고 지상의 공군사령부에 보고하는 육성무전을 공개하고 소련의 소행이라고 단정지었다. 직접 대한항공 여객기를 격추시킨 소련조종사 육성까지 공개됐으니 달리 이견이 있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인 9월 6일 진 커크패트릭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소련전투기 조종사가 지상사령부에 보고하는 교신내용 녹취록을 제출했다. 커크패트릭대사는 레이건대통령은 일부만 공개했던 조종사의 11분간의 육성무전내용을 틀었다. 이처럼 명백한 증거제시가 가능했던 것은 바로 와카나이 도청기지의 역할때문이다.

그러나 당시 일본과 미국이 공개했던 도청내용은 실제로는 그들의 도청역량의 절반에 불과했다, 조종사와 사령부와의 교신내용중 조종사의 육성부분만을 공개한 것이다. 이처럼 조종사 육성부분만 공개한 것은 일본의 도청능력을 감추기 위한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항공에서 지상으로의 무전하는 부분에 대한 도청은 용이하지만 지상에서 항공, 즉 비행기로 보내는 무전의 도청을 매우 힘들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은 쌍방향, 즉 공대지는 물론 지대공 발신내용까지 도청했지만 그같은 능력을 감추기 위해서 조종사 육성만 내보내고, 지대공발신내용은 도청하지 못했다며 트릭을 쓴 것이다.

당시 교도통신은 사건당일인 9월 1일 소련의 공군사령부, 즉 지상에서 발사명령을 내리는 것과 조종사가 발사명령을 완수했다는 보고내용등 양측교신내용 모두를 일본정부가 도청했을 것이라고 추측성 보도를 내보냈다. 바로 그 다음날 일본의 한 방송은 대한항공 007편이 소련레이다에 추적되는 순간부터 2시간반동안의 소련공군사령부와 전투기 조종사의 교신내용모두를 일본정부가 녹음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해 확인을 거부하고 조종사의 교신, 즉 공대지교신내용만으로도 소련이 한국여객기를 격추시켰다는 증거로 충분하다고만 밝혔었다. 뭔가 여운을 남기는 듯한 발언이었지만 그뒤 일본과 미국 양국이 모두 지대공교신은 도청하지 못했다고 밝혀, 쌍방향 도청여부는 논란만 무성했었다. 그러다 결국 일본의회의 추궁으로 지대공도청에 성공했다는 사실은 알려졌지만 그 녹취록은 공개되지 않았다. 소련 공군사령관의 격추명령이 담긴 녹취록은 소련이 붕괴된 직후, 격추사건발생으로부터는 10년뒤인 1993년 러시아정부가 자발적으로 국제항공기구 ICAO에 제출함으로써 세상에 드러난다. 러시아가 공개한 이 쌍방향 교신 녹취록과 와카나이 도청 기지 에서 작성된 조종사의 교신록이 정확히 일치함으로써 일본의 도청능력에 전세계에 입증된 것이다.

미호도청기지, 북한도청위한 전담기지

키카이지마와 와카나이도청기지가 대형사건관련 교신을 도청함으로써 일약 유명해 졌지만 실제로 일본내 17개 도청기지[2017년에는 19개 기지로 늘어남]중 북한에 특화된 도청기지는 미호도청기지다, 도토리현 소재 미호도청기지[35.509959° 133.224635°]는 북한도청을 위해 세워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77년 본격 가동된 미호기지는 일단 지리적으로 북한과 가깝다, 북한 원산과 6백킬로미터, 청진과는 8백킬로미터 거리다. 이 기지의 도청시설 디자인은 매우 특이하다. 흔히 영국 GCHQ의 도청장비를 말할때 곧잘 인용되는 사진과 흡사하다. 푸르른 잔디위에 펼쳐진 커다른 원형 철조망사진이 그것이다.

▲ 미호 도청기지: 도토리현 소재 미호도청기지[35.509959°133.224635°]는 북한도청을 위해 세워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4년 7월 초순 김일성이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일자까지 받아둔 뒤 갑자기 숨졌다. 이때도 일본은 김일성이 자연사했음을 곧바로 알아냈다. ⓒ2015 Sundayjournalusa

이 미호기지도 영국의 도움을 받아서 디자인됐다. 엄청난 원형철조망이 있다. 지름이 156미터인 원형 철조망은 36개의 타워가 36미터높이로 156미터 원을 따라 배치돼 있어 원형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 20미터 높이의 VHF 안테나가 72개가 작은 원을 그리며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156미터 원안에 또 다른 원이 있는 것이다. 이 기지 시설이 처음 외부에 공개된 것은 1988년 11월이다. 당시 이 기지에는 10개팀, 120명이 근무하고 있었으며 2개팀은 북한 육군, 3개팀은 북한 해군, 4개팀은 북한 공군, 나머지 1개팀은 일반 북한 통신을 담당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완전히 북한전용감청기지인 것이다. 그리고 1998년 미호기지인근 타카오야마도청기지가 신설돼 북한의 일반항공교신 도청을 전담하고 있다.

미호기지는 지난 1993년 7월 그 진가가 입증됐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과 김일성이 분단이후 처음으로 남북정상회담개최에 합의, 택일까지 하고 날짜만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와중 김일성이 갑자기 사망한 것이다.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북한 강경파가 남북화해무드에 반대해서 저지른 암살이다, 김정일이 아버지를 살해한 것이다. 일종의 군부쿠데타다 라는 등 온갖 설이 나돌았지만 일본정부는 초반에 감을 잡았다. 김일성 사망 나흘뒤 일본 자위대는 미호기지의 북한 도청결과를 토대로 내각에 김일성 사망의 진상을 파악했다. 김일성은 심장발작으로 자연사했으며 쿠데타징후는 없다. 병력이동도 없다는 것이었다. 그후 북한의 상황이 이 자위대 보고가 사실임을 입증했다. 김일성은 묘향산 특각에서 남북정상회담준비중 심장발작으로 사망했음이 드러난 것이다.

김일성 사망사건때도 가장 먼제 파악

1998년 12월 19일 모든 대한민국 국민들은 깜짝 놀랐다. 17일밤 여수앞바다에서 북한 반잠수정을 발견, 18일 새벽 격침시켰다는 것이다. 당시 국방부는 17일밤 오후 11시 15분 전남 여수시 돌산읍 임포리 해안에서 해안초병이 해변에서 2킬로미터 떨어진 해상에서 공작원 4명가량이 탄 북한 반잠수정을 발견하고 18일 오전 6시 50분쯤 경남 거제시 남방 백킬로미터 공해상에서 격침시켰다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미호기지에서는 이미 이 사실을 환하게 알고 있었다. 한국군에 대한 통신도청을 통해서다. 미호도청기지는 한국해군과 공군이 한국영해에서 북한 잠수정을 발견, 추적했으며 큐수인근해상에서 침몰됐음을 18일 아침 7시쯤 보고했다는 것이다. 거의 실시간으로 한국군의 작전내용을 낱낱이 파악한 것이다. 미호도청기지는 이듬해인 1999년 3월 21일 목적이 의심스러운 화물선2척이 일본영해를 침범했음을 파악하고 3월 24일 일본 해상자위대로 하여금 이들을 쫓아내도록 했다. 이들이 북한화물선임도 밝혀냈다, 이 화물선이 암호로 북한과 교신하는 것도 잡아냈고 3월 25일 아침 이 두척의 화물선이 청진항으로 향하고 있음도 도청을 통해 파악함으로써 북한전용도청기지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외에도 후쿠오카소재 타치아라이도청기지[33.441796° 130.602573°]도 북한과 중국에 특화된 도청기지다. 1961년 설립된 이기지는 1990년대초 소련해체뒤 북한과 중국을 집중타켓으로 감시하고 잇으며 2008년 최신식 도청장치로 새로 설치했다.

오오이-코부나토 기지 한반도 도청담당

북한 만경봉호가 정착하는 항구, 한많은 북송선이 출발하는 항구로 잘 알려진 니카타, 바로 이 니카타에도 도청기지가 있다. 니카타현 시비타인근의 코부나토기지(37° 57´ N, 139° 20´ E)가 바로 그곳, 후쿠오카소재 타치아라이기지가 대한해협의 사이에 두고 부산과 마주보고 있다면 코부나토도청기지는 판문졈과 위도가 비슷한 지역이다. 이는 판문점 인근 전, 휴전선 상황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위치라는 것이다. 한국의 군사동향 탐지그리고 소련과 일본해 인근 해역에 대한 도청을 맡고 있다. 특히 이 기지는 제2차세계대전당시 일본군의 도청기지로도 유명하다.

▲ 타치아라이 도청기지:  일본의 가장 남쪽섬인 큐슈의 북부 후쿠오카현에 위치해 있다. 키카이지마 도청기지와 함께 중국내 통신도청에 특화된 부대이다. 중국 저장성과 마주보는 지역이기 때문에 19개팀 전부가 중국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20015 Sundayjournalusa

일본의 수도 도쿄, 일본으로서는 그 어느 곳보다도 중요하며 다른 나라에서도 온갖 정보가 넘쳐나는 최대의 황금어장, 따라서 일본정부는 방첩활동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 바로 이 도쿄를 커버하는 도청기지가 오오이도청기지다. 도쿄 북서방 30킬로미터지점으로 행정구역상 사이타마현 이루마지역의 오오이마치에 해당한다, 1953년에 창설됐으며 항공자위애의 이루마공군기지의 동쪽 7킬로미터 지점이다. 또 오오이기지 남동쪽 5킬로미터 지점에는 1936년부터 1945년까지 일본 해군의 도청기지가 있던 오오다기지가 있다. 종종 일본이 제국주의시대부터 활용해던 도청기지가 지형적으로 매우 유용한 지역이어서 그 지점 바로 옆에 현대적 첨단시설을 갖춘 도청기지가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일본이 옛날부터 엿듣기에 매우 좋은 지점을 선택하는 데는 일가견이 있었던 것이다.

이 오오이기지는 중국과 러시아뿐만 아니라 한반도, 특히 북한이 아닌 남한의 통신 도청에 주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도쿄에 소재한 각국 대사관과 총영사관이 본국정부와 교환하는 비밀전문이나 음성통신도 이곳에서 도청된다. 또 방첩당국의 용의선상에 오른 스파이들의 툭수장비이용 통신의 적발도 이 기지의 주요한 임무다, 한국식으로 말하면 ‘수도도청사령부’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타치아라이 기지, 중국 전담 도청기지

타치아라이도청기지는 일본의 가장 남쪽섬인 큐슈의 북부 후쿠오카현에 위치해 있다. 키카이지마 도청기지와 함께 중국내 통신도청에 특화된 부대이다. 중국 저장성과 마주보는 지역이기 때문에 19개팀 전부가 중국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중 7개팀은 중국 육군, 1개팀은 중국해군, 8개 팀은 중국 공군을 담당하고 있으며 3개팀은 중국내 일반통신을 전담하며 한국내 통신도청도 일부 실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타치아라이 도청기지의 가장 큰 성과라면 중국의 임표부총리의 사망을 가장 먼저 알아냈다는 점이다. 임표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린바오는 지난 1971년 모택동을 암살하려다 실패하고 소련으로 망명을 시도한다, 이날이 1971년 9월 12일밤이다. 린바오는 비행기에 일가를 모두 싣고 달아나지만 결국 몽골상공에서 미사일을 맞고 격추, 사망한다. 타치아라이도청기지는 바로 린바오가 탄 비행기가 격추됐음을 가장 먼저 알아냈다는 것이다.

현재 일본은 기존 17개 도청기지외에 2개기지가 더 건설되고 있다, 오키나와현의 요나구니기지[24.449490° 122.994737°]는 일본 육상자위대 연안감시대가 올해중 설비를 마치고 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며 오가사와라현의 이요토도청기지[24.790471°  141.325875°] 는 2013년 대규모통신정보시설로 예산이 편성됐고 2017년부터 운영에 들어가게 된다. 이처럼 일본은 북한과 중국, 러시아는 물론 우리 대한민국내의 모든 통신까지 속속들이 엿듣고 있다.

반면 국정원은 해킹팀 해킹툴을 이용한 스마트폰감청이 드러나자 국내조직을 대폭 축소하는 쪽으로 수습방안을 내놓고 있다. 국가정보기관은 정권에 관계없이 국가와 국민을 수호하는 기관으로서 영속적인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국정원장등 일부의 자리지키기에 급급해 문제만 생기면 조직을 없애거나 줄이는 식으로의 대처만 계속한다면 역사에 반역자로 기록될 수 밖에 없다. 세월호 참사가 생겼다고 해양경찰청을 없애는 것이나 마찬가지식의 대처인 것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이 급속히 변화하고 있고 그에 따른 정보수요는 급증한다. 중국은 점점 드세지고 러시아는 위세를 잃지 않기 위해 힘을 확인시켜주려 하고 그속에서 북한은 핵무기보유국임을 외치고 있다. 국내의 대북통신정보수집능력이 잘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많은 부분 미국, 특히 북한내 통신정보는 일본에 많이 의존하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이 생존하려면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정확한 정보를 신속하게 입수하려는 노력과 그에 상응하는 자원투입이 절실하다.

@SundayJournalUSA (www.sundayjournalus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뉴스를 공유하기

선데이-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