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영국 주재 북대사관 ‘태영호’공사 망명사태로 짚어 본 북한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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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체제  붕괴 예측불가 상황…‘천안함 격침’보다 강력한 도발 노림수

김정은, 암살 우려
반동분자 외교관 숙청작업 본격화

현재 북한은 김정은 정권이 언제 어떻게 붕괴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이 미국 정보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북한 외교관 탈북 사건은 올해 알려진 것만 해도 7~8건 정도이지만 정보 관계자들은 이보다 훨씬 많은 수가 한국이나 서방세계로 망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대한민국에 귀순한 태영호 공사는 이미 미국과 영국 정보 당국에 많은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별첨 박스 참조) 워싱턴 DC의 복수의 정보 관계 소식통은 20일 “최근 북한 외교관들을 포함해 다양 한 북한 엘리트 층이 서방 세계로 망명하고 있다” 면서 “일부는 대한민국으로 귀순하고 있지만 많은 수가 유럽 등 서방세계로 망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 소식통들은 “최근 망명자들은 나름대로 북한 정권으로부터 신임을 받는 사람들이라는 점 이 특이하다”면서 “남을 감시 감독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망명한다는 것은 현 북한 정권의 취약성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현상을 분석한 워싱턴 DC 정보 관계자들은 “북한이 과거 독일처럼 언제 어떻게 갑자기 붕괴될지 예측 불가능한 상태” 라면서 “북한은 아마도 내부 단속을 위해 과거 ‘천안함 격침’보다 더 강력한 도발을 할 가능성이 많아 이에 대한 대비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성 진 (취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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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nday Express 지에 나온 북한 외교관인 태영호 공사 망명 기사 사진.

워싱턴 소식통은 “현재와 같은 상항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북한의 도발이다”면서 “망명사태가 가속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나 내부 단속을 위해서라도 무언가 도발을 해야 한다는 것이 북한 정권의 속성이다”라고 지적했다. 이 소식통은 “북한이 최근 미사일 발사 등을 했으나, 한국이나 미국 그리고 세계가 거의 동요를 하지 않는 환경에서 새로운 시도를 찾을 것”이라며 “아마도 ‘천안함 격침’ 보다도 더 강력한 도발로 시선을 모으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 소식통은 “미국은 오는 11월에 대선이 예정되어있고, 한국도 내년에 대선이 실시될 시점이어서 이 사이에 도발을 생각할지도 모른다”면서 “이 시기에 도발을 하게 되면 미국이 대선을 앞두고 한반도에 개입하기에 힘들 것이라는 점도 예상하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리우 올림픽에 북한 정권의 실세 최룡해(북한 노동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가 참석한 것도 혹시라도 발생할 선수단의 망명을 사전 차단키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또 다른 소식통들은 “태국이나 라오스 등 동남아 등지 에 몰려든 탈북자들 중에는 북한에서 대학을 다닌 학생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면서 “이들 중에는 부모들이 탈북을 권장한 예도 있어 새로운 양상을 보여 주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김일성 통치시대부터 가족 간에도 서로 감시 감독하는 체제를 교육해 왔다. 그래서 아들이 부모를 고발하는 경우도 있고, 부모가 자식들을 고발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천륜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는 것. 부모가 자식을 이해하고, 자식이 부모를 생각하는 인간 본연의 본능을 김정은 체제도 막을 수는 없는 것이다.

잇단 고위급 외교관 탈북으로 남북관계 최악국면

한편 이번 태 공사의 망명 사건을 미국과 영국 언론들은 매우 관심 있게 보도했다.
월스트리트 저널 신문은 “이 극적인 망명으로 평양 특권층의 충성심에 대한 의문이 새롭게 제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신문은 “태영호의 망명은 한국의 큰 승리로 여겨진다”며 “그는 1997년 이집트 주재 북한대사였던 장승길 이래 한국으로 망명한 최고위급 외교관”이라고 전했다. 그리고 뉴욕 타임스는 “최근 중국에서 식당 종업원 13명이 집단 탈북한 데 이어 태 공사가 탈북한 것과 관련해 한국 정부는 김정은 정권에 대한 불만이 커지는 것을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고 전했다.

AP통신은 “태 공사의 망명은 북한을 격분하게 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한국이 고위급 인사의 탈북을 항상 공개하는 것은 아니라”며 “남북관계가 수 십 년 만에 최악의 상황에 놓인 시점에 태 공사의 망명이 공개됐다”고 보도했다.
영국 언론들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태 공사의 망명이 한국과 서방의 정보기관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국의 텔레그라프지는 20일 자에서 “지난해 영국 외무부 기록에 의하면 주영 북한대사관에 주차 위반 벌금액이 20만 파운드(미화 약 23만 달러)에 달했다”면서 “북한 대사관은 불과 2-3 대 차량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북한 영국 대사관 모습

▲ 북한 영국 대사관 모습.

또 이 신문은 “북한 대사관은 영국에 거주하는 약 650명의 탈북자 동태도 감시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면서 “탈북자들은 런던 서남부 뉴 몰든(New Malden) 지구에 ‘리틀 코리아’라는 명칭으로 집단적으로 거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의 북한 대사관은 런던 교외 얼링(Ealing)이라는 지역에 2층짜리 반 연립주택인데 130만 파운드 짜리로 문 앞에는 빨간색 우편함이 있고, 문에는 ‘조선인민공화국 대사관 및 관저’라는 팻말이 있다.

이 신문은 2005년 탈북한 김주일 씨는 북한 대사관 사람들이 돈이 너무 없어 (대사관이 있는)일링 지역에서 사람들이 중고 물품을 내놓고 파는 벼룩시장에서 물건을 사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한때 뉴 몰든에서 장을 보던 태 공사를 보고 인사를 건넨 적이 있다며 태 공사가 다른 북한 외교관들과 달리 ‘양반’이었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지난 2011년 김정일이 사망했을 때 김 씨를 비롯한 탈북자들이 북한 대사관에 찾아가 ‘축하한다’며 꽃다발을 전달하다 경호원들에게 쫓겨났을 때도 태 공사는 평정심을 유지했다고 전했다.
북한 대사관 인근에 사는 한 주민은 세차하러 뒷문으로 나올 때 말고는 거의 바깥출입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태 공사가 망명을 위해 대사관을 떠난 것으로 알려진 지난달 중순, 일부 주민은 뒤숭숭한 분위기를 목격하기도 했다. 인근에 사는 한 남성은 “몇 주 전 이삿짐 트럭이 다녀갔고, 몇몇 사람이 건물 밖에 나와 담배를 피웠다”며 “당시엔 별생각이 없었는데 그들이 나가던 날인 것 같다. 비밀스럽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비밀에 싸인 특권층 북한 공관원의 숙청바람

북한 문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최근 RFA(자유아시아방송)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태영호 공사의 망명으로 북한 외교관을 비롯한 북한 고급 간부들, 특권계층에 속한 사람들이 옛날보다 훨씬 더 많이 탈북하기 시작했다는 것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 외교관 탈북 사건은 올해 알려진 것만 해도 7~8건 정도”라면서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지 않은 사건도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사실상 이들의 탈북 횟수는 더 많다”고 지적했다. 북한 외교관인 태영호 공사의 귀순이 주는 의미에 대해서 그는 “태영호 공사의 탈북은 예외적인 것”이 라면서 “무엇보다도 태영호 공사나 그의 부인도 북한 정권에서 가장 실세인 백두산 줄기 즉 항일 빨치산 가문 출신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란코프 교수는 “태 공사 가족은 북한에서 실세 가족 100여 개에 속한다”면서 “북한에서 이만큼 높은 위치의 사람이 탈북한 예가 없지는 않지만 별로 많지 않은 경에 속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란코프 교수는 이번 태 공사 망명으로 북한 엘리트 층의 동요가 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최근 경향을 보면, 북한 무역일꾼이나 외교관들은 옛날보다 더 자주 탈북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동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내가 분석한 결과 기본적인 이유는 김정은 시대의 숙청 바람이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은 1960년대 말, 갑산파 숙청 때부터 가문이 좋은 사람, 최고 특권 계층 사람을 겨냥한 숙청을 거의 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물론 80년대 초 국가보위부를 중심으로 한 숙청 사건도 있었고, 90년대 말 심화조 사건도 있었지만 어느 정도 예외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정은 시대 옛날보다 숙청을 더 많이 할 뿐만 아니라 숙청 대상이 된 사람들은 노동교화로 보내지 않고 처형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그 때문에 정치 문제가 생긴 북한 특권계층 사람은 처형당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탈북을 선택한다고 그는 풀이했다.

또 란코프 교수는 김정은의 숙청 정치가 계속되는 한 앞으로도 북한 엘리트 계층의 탈북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김정은이 특권층을 향한 공포정치를 포기할 의지가 없으며, 김정은의 숙청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미래에 대해서 공포가 많은 특권계층과 해외 주재 북한 외교관들의 탈북은 계속 있을 것으로 보았다. 북한 당국자들은 이들의 탈북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지만 완전히 가로막을 수 없다는 것이 란코프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북한 정권이 가족 소환령이 내려졌는지 아직 모르지만 만일 내려졌다면 효과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가족들은 인질이기 때문이다. 설령 그들이 수용소로 끌려가지 않을 경우에도 북한에서 차별과 고통이 많은 생활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탈북을 가족들에 대한 배신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외교관들의 탈북을 완전히 가로막을 수 없다는 것이 란코프 교수의 진단이다. 외교관들이나 엘리트 가운데는 가족들을 그리 중요시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자신이 소환 명령을 받고 북한에 도착하자마자 죽을 것을 아는 외교관의 경우 탈북은 가족에 대한 배신행위가 절대 아니라는 생각을 지니게 된다. 설령 해당 외교관이 귀국하자마자 체포되고 정치범으로 처형될 경우 가족들이 처할 운명이나 귀국하지 않고 탈북했을 때 가족들이 처할 운명은 똑같다. 따라서 북한 당국이 가족 소환령을 정말 내렸다면 탈북 사건은 줄어들 것 같지만 그래도 완전히 막지는 못할 것이라는 것이 란코프 교수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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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공사 가족 망명“007 작전”스토리

영국 Sunday Express지 특종 보도 “영국-미국 공조” 개가

망명 과정-1

▲ 태영호 공사 가족의 망명과정.

최근 대한민국에 귀순한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태영호(55) 공사 가족의 망명 스토리는 마치 ‘007’ 영화의 한 장면처럼 드라매틱했다고 영국의 선데이 익스프레스(Sunday Express)지가 지난 21일 자로 특종 보도했다.

이 신문의 외교 전문 에디터인 마르코 지아난젤리(Marco Giannangeli, Diplomatic Editor) 기자는 태 공사 망명 스토리가 “마치 그레이엄 그린(Graham Greene)의 소설을 읽는 것 같다”며 태 공사의 탈북 과정을 자세히 소개했다.(그레이엄 그린은 ‘제 3의 사나이’ 등으로 유명한 영국 스릴러 작가다)

태 공사는 두 달 전 런던 북서부 왓퍼드(Watford)의 한 골프장에서 영국 정보기관 관계자들을 처음 만나 자신이 북한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태 공사는 부인인 오혜선(50) 역시 평양 복귀에 대한 불안감을 토로하자 두 사람은 망명을 진지하게 고려하기 시작했다고 이 신문은 설명했다.

결국 태 공사 부부와 26세 및 19세 두 아들은 지난달 어느 평일 오전 일찍, 영국과 미국의 외교 당국 및 정보기관 관계자 7명과 함께 옥스퍼드셔(Oxfordshire) 브라이즈 노턴(Brize Norton) 공군 기지에서 30명 정원인 영국 공군 RFA BAe 146기를 타고 출발했다.

이 공군기지는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이 있는 런던 서부에서 서북쪽으로 약 80km 떨어진 곳에 있다.
태 공사 가족 일행이 탄 영국 공군기는 타이푼(Typhoon) 전투기 두 대의 호위를 받으며 프랑스 및 룩셈부르크 접경과 멀지 않은 독일 서남부의 람슈타인(Ramstein)에 있는 미국의 공군기지에 도착했고, 태 공사 가족은 이곳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동행했던 요원들 일부와 한국으로 향했다.

이 보도와 태 공사 가족이 지난달 중순 잠적해 같은 달 하순 한국에 들어왔다는 정부 소식통의 발언을 종합하면 태 공사 가족은 잠적 후 영국을 떠나기 전까지 영국 당국이 제공한 곳에서 며칠간 지낸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영국 해외정보국(MI6)이 태 공사 가족에게 안전가옥을 제공했을 수 있다고 보도했고, 다른 영국 언론들도 영국 정보 및 외교 당국이 태 공사 가족의 한국행을 적극 지원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정보 당국 한 고위 관계자는 “태 공사가 평양 복귀를 포함해 자신에게 예정된 장래에 대해 불안감을 품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흥미롭게도 그가 망명을 구체화한 것은 부인이 비슷한 불안들을 공유하기 시작한 때”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그의 망명은 정보 당국의 대단한 성취”라고 덧붙였다

태 공사의 부인 오 씨는 김일성의 항일 빨치산 동료이자 노동당 군사부장을 지낸 오백룡(1984년 사망)의 일가로, 오백룡의 아들인 오금철 총 참모부 부참모장의 친인척으로 알려졌다.
태 공사 역시 빨치산 1세대이자 김일성의 전령병으로 활동한 태병렬 인민군 대장의 아들인 것으로 알려져 부부 모두 빨치산 가문 출신으로 전해졌다.

앞서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태 공사의 탈북 동기에 대해서 “김정은 체제에 대한 염증, 그리고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동경, 그리고 자녀의 장래 문제 등이라고 밝히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에 간 태 공사는 한국 정보 당국으로부터 이중간첩인지를 조사받는 동안 몇 주일 간 “편안한 감금” 생활을 할 것이라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런던 소재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아시아 전문가인 존 닐슨-라이트는 “북한 외교관들은 탈북을 막기 위해 가족을 북한에 남겨두는 게 일반적이나 태 공사는 가족과 함께 사는 것이 허용됐다”며 “또 직원과 동행하지 않고 어디든 혼자 다니는 게 허용된 것도 매우 드문 경우다. 태 공사가 이를 활용해 망명을 해냈다”고 말했다.
영국의 전문가들은 탈북 억제를 책임지는 북한 정보 당국 고위층들이 격노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 의해 처형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한편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국가 자금 횡령, 국가 비밀 누설 등의 혐의로 지난 6월 소환 지시를 내린 상태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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