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준 9월 30일 최종 선고에서 입국 판가름
대한민국의 병역 문제는 정치적으로 많은 이슈를 내포하고 있다. 자식의 병역 문제로 대통령 후보가 곤욕을 치른 적도 있고, 잘 나가던 정치인이 병역문제로 나락으로 떨어진 예도 있다. 그중 병역 문제로 가장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킨 연예인 중에 유승준 씨(40, 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가 있다. “병역을 피하기 위해 미국 시민권을 땄다”라는 이야기로 그는 지금 대한민국의 입국 금지 리스트에 올라있다. 지난 2002년 1월 18일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으나, 지난 2002년부터 금지 상태이니 벌써 14년째이다. 이제 그는 올해 12월이면 만 40세가 된다. 미국에서 한국 여성과 결혼해 자녀도 두 명이 있는 아버지다. 한때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댄스 가수로 인기가 최고였던 그는 ‘병역’ 이슈로 한순간에 천 길 절벽 아래로 추락했다. 이제 예전의 명성을 되찾기도 힘든 40대 나이로 접어들고 있다. 인기를 찾으려는 것이 아니라 자식들과 함께 고국 땅을 밟고 싶다는 아버지로서 염원이라고 한다. 그래서 번번이 LA총영사관에 비자를 신청 하지만, 그때마다 “불허” 딱지만 돌아와, 마지막 법적 수단인 행정소송을 지난해 청구했다. 그동안 4회에 걸친 심리를 마치고 오는 9월 30일 최종 선고가 남아있다. 미주 동포사회 일각에서는 ‘이제 한국 법원이 그를 용서하고 받아 주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한다.
성 진 (취재부 기자)
유승준의 케이스는 현재 서울 행정법원에서 다루고 있다.
지난 12일 서울 행정법원에서 열린 ‘유승준의 사증발급 거부 취소 소송’의 4차 변론이 진행됐다.
이날 법정에는 유승준 측과 주 LA총영사관 측 변호인만 참석했다. 행정 1부(부장판사 김용철) 재판부는 양측의 최종 입장을 확인하고 변론을 종결, 오는 9월 30일 판결 선고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가수 유승준 측이 오랜 기간 동안 입국을 금지시키고 있는 대한민국 법무부 조치가 가혹하다고 주장했다. 대한민국 역사상 외국 시민권 취득을 병역 기피로 단정하고 나아가 영구히 입국 금지를 시킨 사례는 유승준의 경우가 유일한 것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이날 변론은 지난 5월 23일 열린 3차 변론 이후 약 3개월 만에 진행됐다. 변론에 앞서 지난 2002년 1월 당시 유승준의 입국 금지 조치 뉴스 영상이 상영됐다. 당시 미국에서 인천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려던 유승준은 법무부의 입국 금지 조치로 인해 다시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바 있다.
유승준의 법무대리인은 “유승준의 미국 시민권 취득은 병역회피 목적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시민권을 취득하려는 사람들과 마찬가지였을 뿐”이라며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는 연예인의 입장에서 대중의 기대를 저버린 점은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유승준은 다시 국적을 취득하려는 게 아니라 그저 본인이 성장하고 활동했던 한국 땅을 밟고 싶어 하는 것”이라며 “만약 다시 한국에서 활동이 가능하다고 해도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가수로 활동하기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 “당시 미국 시민권 취득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유승준은 당시 행동을 여전히 후회하고 있다. 유승준이 입국한다고 법무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우리나라 안보에 혼란을 야기할지는 의문” 이라며 “병역 기피 혐의로 명성과 지위도 모두 날아갔음에도 14년 동안이나 한국 땅을 밟지 못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처사”라고 덧붙였다.
유승준 측은 또한 최근 인터넷 방송 아프리카TV 출연으로 불거졌던 욕설 의혹과 이후 보도를 통해 제기됐던 세금 관련 내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유승준 측은 “확인되지 않은 사실임에도 부풀려지면서 유승준이 피해를 받고 있는 부분이 안타까웠다”고 덧붙였다.
이에 피고 측인 LA총영사관 측 변호인은 “입국 금지는 법무부 장관의 권한이다. 원고(유승준)가 주장하는 입국 금지와 사증 발급 거부는 연관이 없다”며 “또, 원고는 미국 시민권 취득이 아니라 체크라는 뉘앙스로 이야기하는데 앞뒤가 맞지 않는다. 시민권 취득에 필요한 과정을 1년 동안 준비했으면서 국내 활동 도중 단 한 차례도 말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어 “원고는 항상 인권을 주장했다. 국내에서 해명을 하지 못하는 걸 인권침해라고 하는데 꼭 국내에 들어와서 인권을 주장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미국에서 주재 해외 특파원을 통해서라도 자신의 주장을 피력할 수 있다”며 “원고는 현재 외국인이고, 외국인에게는 입국 권리가 없기 때문에 정부가 사증을 발급하지 않는다고 해서 원고가 주장하는 인권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14년 금지는 ‘가혹한 처사’
한편 유승준의 아버지 유 모(70)씨는 지난 5월 23일 서울 행정법원에서 제3회째 열린 변론에 출석해 증언하면서 “죄송합니다. 죄인은 접니다. 용서해 주시길 바랍니다….” 라고 울먹였다.
이날 유 씨는 아들이 병역 기피의 목적으로 시민권을 획득한 게 아니며, 자신의 권유 탓이라고 밝혔다.
부친 유모 씨는 미국으로 이민 간 이상, 시민권 획득이 가장 큰 목적이었다고 밝혔다. 시민권을 얻어야 미국 정부로부터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부친에 따르면, 1989년 미국으로 이민을 간 뒤, 1994~95년 영주권을 받았고, 이후 5년 뒤 시민권 신청 자격이 생겨 신청을 했다. 가족이 모두 신청했지만, 아들 두 명(유승준 씨와 그의 형)에게 먼저 기회가 찾아왔다. 그때가 2001년이었다.
부친은 “10월에 시민권 선서식이 있다는 연락이 8월에 왔다”며 “한국에 있는 아들에게 참석을 하라고 했지만, 아들은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입대를 해야 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9.11 테러로 이민자에 대한 정책이 강화되던 시기였고,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며 “그런 상황에서 시민권을 준다는데 (아들이 선서식에)참석하지 않아, 영주권마저 박탈될 거로 생각했다” 고 회상했다.
포기했던 상황에 다시 기회 찾아왔다. 2002년 1월 2차 시민권 선서식에 참석하라는 통지가 온 것이다. 부친은 “당시 (자신의 말을 듣지 않은)아들과 대화가 단절된 상태에서 이를 (한국에서 유승준과 살고 있는)고모부에게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서식을 앞두고 아들이 일본 공연을 갔다가 군 입대 전 부모에게 인사를 하러 미국에 왔고, 저와 미국 교회의 담임목사님이 아들에게 시민권 취득을 권유했다”고 전했다. 부친은 “군대를 가겠다고 했던 아들이 시민권을 취득해 군대를 안 가면 비난을 받을 거로는 생각했지만, 다소 말썽은 있어도 결국 용서되리라고 가볍게 생각했다”면서 “입국을 못할지는 생각도 못했다”고 했다.
유 씨는 “저는 항상 가정의 행복이 최고 우선이었고, ‘이산가족이 될 수 없지 않느냐. 가정을 지키라’며 시민권 취득을 강조한 것에 아들이 순종한 것”이라면서 “죄인은 저다. 용서해 달라”고 울먹였다.
반대신문을 한 LA총영사관 측은 시민권 취득 절차를 살펴볼 때 입대하려던 유승준 씨가 하루 전에 마음을 바꿨을 리 없다는 취지의 질문을 했다.
총영사관 측에 따르면, 보통 시민권 취득을 위한 신청서류를 접수하면, 접수됐다는 통지가 오고, 그로부터 1~2개월 뒤 범죄 여부 등을 확인하기 지문날인, 이어 2~3개월 뒤 인터뷰 등을 한다.
결국 최종 절차인 선서식까지 간 것은 이 모든 과정을 통과한 것으로 애초 시민권을 획득하려는 의지가 유승준 씨에 있다는 게 영사관 측이 한 질문들의 의미였다.
이에 유승준 씨를 변호하는 원고 측 변호인은 “영주권을 포기하고 군대에 간다는 기사가 나오는 등 사회 분위기 때문에 아들이 입대 여부를 놓고 갈팡질팡했고, 결국 징병검사(2001년 8월)를 받으면서 군대를 간다고 확고하게 생각한 것 아니냐”고 질문했고, 부친 유모 씨는 “‘우선은 시민권 획득 절차는 진행하고, 군 문제는 나중에 결정하라’는 식으로 아들을 설득했다”고 답했다.
유씨 아버지 “죄인은 접니다”
그동안 병역 문제로 지탄을 받은 연예인이 많았으나 왜 유독 병무청이 유씨만 타깃으로 삼느냐는 지적도 종종 나왔다. 이에 대해 “병역 기피 목적으로 한국 국적을 포기한 사람은 스티브 유가 유일하기 때문”이라는 게 병무청의 답변이었다.
그렇다면 ‘그간 같이 논란이 됐던 다른 연예인들은 뭔가’라는 의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간 인터넷에는 이번 사건과 맞물려 많은 연예인들의 이름이 거론됐다. 캐나다 국적의 알렉스와 타블로, 미국 국적의 지누와 션, 손호영, 데니안, 박재범, 브라이언 등. 여기에 아르헨티나 국적 취득으로 ‘아르헨도’라는 별명까지 얻은 듀스의 이현도 씨까지.
물론 이중국적이었다가 성인이 되면서 외국 국적을 택한 경우도 있고, 병역 문제가 닥치기 훨씬 전에 가족 내의 사정으로 국적 문제를 정리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병무청이 이들과 유씨의 경우를 다르게 판단하는 기준은 “이들의 국적 결정 과정에서 병역 회피 의도가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면 유씨는 병역 회피 의도가 명확히 드러났을까. 인천공항에서 입국이 거부됐을 때 군 입대 후 서른 넘는 나이에 활동을 계속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유씨 역시 이런 동료 연예인들과 자신에 대한 처분 사이에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여겼다. 6년 전 한 여성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런 말을 했다.
“한국에는 저와 같은 방법으로 한국 국적을 포기한 채 외국 국적으로 활동하는 연예인들도 있고, 운동선수들도 있다. 차이점이 있다면 그들은 조용히 시민권을 취득했고, 저는 군에 입대한다고 말했다가 시민권을 취득했다는 사실이다. 거짓말, 괘씸죄, 그게 저의 죄명이자 입국 불가 사유이다.”
그는 이번에 행정소송에서 대한민국 국적을 다시 받겠다는 것이 아니라, 다만 가족과 함께 고국 땅을 밝을 수 있게 입국 허가를 해달라는 취지다. 14년 입국 금지 조치였으면 다른 많은 병역 위반자들보다 더 큰 형벌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코리아타운의 한 조그만 개척교회에 나가는 제임스 김(27, 유학생)씨는 “솔직히 병역 이슈로 문제가 된 유승준 씨에 대해 처음에는 반감도 있었다”면서 “하지만 14년이 지난 이제 그는 명성이 아니라 자식을 데리고 고국 땅을 찾는다는데… 더 이상 막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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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녀들과 함께 고국 땅을 밟고 싶습니다”
(유승준은 지난해 11월 LA총영사관을 상대로 한국 입국을 위한 사증발급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면서 자신의 입장을 변호인을 통해 밝혔다. 다음은 유승준의 입장 표명 전문이다.)
1. 유승준과 가족들은 너무 오랫동안 고통을 받아 왔습니다.
유승준은 1997년 4월 1일 데뷔 후 5년 동안 활발한 활동과 선행으로 많은 사랑을 받던 인기 가수였으나, 2002년 2월 1일 입국이 거부된 후, 현재까지 13년 반이 넘도록 고국 땅을 밟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유승준은 지난 9월 재외동포로서 비자발급을 신청했으나 또다시 거부되었습니다. 그 이유도 고지받지 못했습니다.
이는 행정청이 앞으로도 평생 동안 유승준의 입국을 금지시키겠다는 의사로 볼 수밖에 없어서, 유승준으로서는 부득이 사법절차를 통하여 그 부당성을 다투게 되었습니다.
2. 유승준에 대한 비난 중 허위사실에 근거한 부분은 반드시 본인에게 해명할 기회가 주어져야 합니다.
지난 13년 동안 유승준에 대해서 미국 시민권 취득을 둘러싼 병역기피 의혹과 관련된 많은 비난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비난들의 상당히 많은 부분은 잘못된 사실관계에 근거한 것이고, 지금도 인터넷 등을 통해서 일방적인 비판의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무심코 던진 허위사실들이 대중들에게는 진실로 인식되었고 따라서 일방적인 매도와 비난들은 당연시되어 왔습니다.
이로 인하여 유승준은 직업도 명예도 젊음도 모든 것을 잃었지만, 아직까지도 제대로 해명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가슴이 짓이겨지는 고통을 감내하고 있습니다. 유승준은 이번 행정소송을 통해서라도 그러한 허위 주장과 비난들이 잘못되었음을 밝히고자 합니다.
3. 유승준과 가족들에게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성이라도 회복할 기회가 주어져야 합니다.
유승준과 그 가족들은 지난 13년여 동안 가혹한 비난과 조롱을 감내하면서 너무도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유승준은 태어나서 중학교까지 살았던 고국 땅을 밟지도 못하고 외국을 전전하면서 고국의 소중함과 그리움을 절절히 느끼게 되었고,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 아이들과 함께 고국에 돌아가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도 갖게 되었습니다.
유승준과 가족들은 한국에서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자신의 명예를 최소한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이라도 회복하고자 하며, 이를 위해서 유승준은 미국 시민권 취득과 관련하여 일부 잘못 알려진 사실관계를 바로잡고 자신의 잘못에 대하여서는 진정으로 용서를 구할 생각입니다.
4. 정확한 사실관계에 기초한 정당한 비판을 받고 싶습니다.
소송을 통해서 유승준과 가족들이 오로지 원하는 것은 정확한 사실관계를 소명하고 이에 대한 엄정 한 비판을 받는 것입니다. 유승준과 가족들은 최소한의 해명의 기회조차 봉쇄당하고 일방적인 매도 속에서 13년을 넘게 살아왔지만, 이제는 한국 땅에서 직접 용서를 구하고 정확한 사실관계에 기초한 정당한 비판을 달게 받고자 합니다.
대한민국 역사상 외국 시민권 취득을 병역 기피로 단정하고 나아가 영구히 입국 금지를 시킨 사례는 유승준의 경우가 유일합니다. 관계 행정기관이 주장하는 공익은 지난 13년 반 이상의 입국 금지를 통해 이미 충분히 달성되었고, 철없는 20대 청년이었던 유승준은 이제 40세를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고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대중의 평가를 통해 자신의 잘못에 대한 응분의 대가를 받을 수 있음에도, 13년을 넘어 평생 동안 입국을 금하는 것은 지나치게 과도한 인권 침해입니다.
유승준은 본 소송을 통해 그동안의 사실관계와 주장들의 부당함을 다툴 예정이며 이에 대한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에 따를 것입니다. 앞으로 소송이 진행되는 만큼 소송 당사자로서 오로지 법정에서만 의견을 밝힐 예정이며,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이에 관한 입장 표명을 자제할 예정이니 이 점 널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2015년11월18일 유승준의 대리인
법무법인 세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