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치용 대기자의 단독추적취재1] FBI, 스위스비자금 2815만달러 예치 한인 적발 핫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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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위스계좌주인은 한국국적 미국영주권자 김형권
■ 부인 최윤수씨도 2002년 스위스에 비밀계좌개설
■ 1999년부터 스위스 김씨측 계좌에 6년간 입금돼
■ 비자금은닉전문가 도움받으며 스위스에 거액은닉
■ 자금 출처 피하려 미친 듯 고가보석-대저택 매입

‘비자금 주인은
캠브릿지멤버스 故 김삼석회장’

부제

스위스한국국적의 미국영주권자 김형권씨가 스위스은행에 수천만 달러를 예치한 뒤 이를 미국정부에 신고하지 않은 혐의로 연방검찰에 기소돼, 비자금의 출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씨는 1999년부터 최근까지 스위스의 최소 4개 은행에 최대 2815만 달러를 비밀리에 예치했으며 절반인 1407만 달러의 벌금을 내는 데 합의했다. 김씨는 비자금은닉전문가의 도움까지 받았으며, 미국 밖에서만 이들과 통화하고 스위스가 아닌 프랑스나 이탈리아에서 만나기로 하는 등 비자금숨기기는 마치 첩보영화의 한 장면을 방불케 했다. 또 미국과 스위스의 금융정보 교환을 우려, 다이아몬드 등 보석을 구입하는 방법으로 현물화시킨 것으로 드러나, 비자금이 보석이나 그림으로 움직인다는 소문이 사실임을 입증했다. 특히 김씨에 대한 기소장에는 소스가 누구인지 기재돼 있지 않지만, 본보가 지난 2013년 FBI에 기소된 비자금은닉전문가의 재판기록을 확인한 결과 스위스 비자금의 소스는 바로 김 씨의 아버지인 것으로 드러났으며 홍콩소재 은행을 통해 약 6년간 수천만달러를 스위스로 송금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본보가 김씨의 그리니치저택 주소지에 설립된 비영리단체와 김씨의 뉴욕맨해튼 사무실 주소 등을 파악하는 방법으로 취재한 결과 김 씨의 아버지는 한국 남성정장 브랜드의 대명사였던 캠브릿지멤버스 김삼석회장으로 확인됐다. 즉 최소 2815만달러이상의 스위스비자금은 지난 2013년 작고한 김삼석회장의 돈인 것이다. 김회장의 돈이 적법한 방법을 거치고 않고 홍콩으로 빠져나와 스위스로 송금됐다면 이 또한 불법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한국검찰과 세무당국의 자금출처조사가 시급하다. 특히 비자금중 약 1천만달러정도가 증발된 것으로 드러나 이미 스위스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안치용(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미국 최대의 부촌으로 꼽히는 커네티컷주의 그리니치, 뉴욕에서 40분 거리로 주요기업인을 비롯한 미국 내 거부들의 주거지역으로, 이른바 ‘리치 피플’의 저택을 구경하기 위한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바로 이 부촌에 2004년 초부터 조용히 은신한 한국인이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김형권[KIM HYUNG KWON]. 연방검찰은 지난달 26일 김 씨를 해외금융계좌 미신고, 허위 세금보고혐의 등으로 버지니아동부연방법원에 기소한 뒤 그 다음날인 27일 이를 공식 발표했다. 김 씨의 혐의내용은 충격, 그 자체였다. 김 씨의 스위스은행 미신고계좌예치액은 2815만여달러에 벌금이 무려 1407만 달러, 김씨는 유죄를 인정했고, 내년 1월 26일 선고공판을 앞두고 있다.

▲ 연방검찰이 지난 10월 26일 버지니아동부연방법원에 제출한 김형권에 대한 범죄사실 -김형권은 한국국적 미국영주권자이며, 퍼슨 1은 김씨의 부인, 퍼슨2는 한국거주 김씨의 친척이라고 기재돼 있다.

▲ 연방검찰이 지난 10월 26일 버지니아동부연방법원에 제출한 김형권에 대한 범죄사실 -김형권은 한국국적 미국영주권자이며, 퍼슨 1은 김씨의 부인, 퍼슨2는 한국거주 김씨의 친척이라고 기재돼 있다.

재미동포 중 수억 달러의 재산을 가진 성공한 사업가도 더러 있지만 그 수는 열손가락에 꼽힐 정도, 특히 뚜렷한 직업조차 알려지지 않은 한인이 3천만달러대의 자산을, 그것도 미국이 아닌 스위스은행에 비밀리에 예치했었다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비자금의 냄새가 짙게 풍기며, 특히 정치권 내지 특정정권의 비자금에서 흘러나온 떡고물일 수도 있다는 의혹이 자연스럽게 제기된다.

비자금 은닉 작전 첩보영화 방불

본보가 김 씨에 대한 연방검찰의 기소장은 물론 김 씨 등 미국인들의 스위스 비자금 은닉을 도운 혐의로 2013년 연방검찰에 기소된 에드가 팔쳐박사의 재판기록, 인터넷신원조회 사이트를 통한 김 씨의 가족관계 및 연령확인, 김 씨와 김 씨 부인의 미국 부동산매입기록 등을 입체적으로 추적한 결과, 김 씨의 아버지가 스위스 비자금계좌에 거액을 송금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김 씨는 그 이전까지 뚜렷한 재산이 없었던 것으로 밝혀져 이 같은 의혹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연방검찰이 버지니아동부연방법원에 제출한 김 씨의 범죄사실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 1995년 미국에 이주해 1998년 미국영주권을 획득했지만 현재 국적은 한국이며, 2004년 초까지는 메사추세츠주에 거주하다가 커네티컷주의 그리니치로 이주했다. 그의 부인은 2003년에 미국국적을 취득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마도 부부가 1998년 영주권을 함께 취득했고 영주권취득 5년이 지나 미국국적 취득자격이 부여되자 부인만 미국시민권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연방검찰이 제출한 서류에는 부인의 이름 등 인적사항이 기재돼 있지 않고 ‘PERSON 1’으로만 기록돼 있다. 하지만 본보가 인터넷신원조회 사이트 등을 통해 이들 부부의 인적사항을 파악하고 연방검찰 제출서류, 부동산관련서류 등을 대조한 결과 김형권씨는 올해 62세이며 부인의 이름은 최윤수씨로, 지금은 남편 성을 따라 김윤수란 이름을 사용하고 있고 나이는 59세로 파악됐다. 또 이 서류에는 ‘PERSON 2’가 김씨의 친척이라고만 명시돼 있고, 이 친척이 비자금의 소스로 밝혀졌다.

김 씨는 지난 1998년 10월 7일 스위스 취리히를 방문, 자신의 한국여권을 제시하고 자신의 이름으로 뱅크루이에 2개의 계좌를 개설했으며 이때 자신은 미국영주권자이며, 예치금의 출처에 대해 ‘퍼슨2’가 홍콩의 모은행 계좌에서 돈을 입금시킬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는 이때 자신뿐 아니라 자신의 친척 여러 명에게 계좌인출권을 부여했고, 은행계좌와 관련돼 스위스정부 등에서 세금관계로 보내오는 우편물은 미국으로 보내지 말고 은행이 모두 보관하도록 위임했다. 미국 내 자신의 집으로 스위스정부의 우편물이 오면 미국정부에 비자금을 들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1999년 10월 29일에도 스위스 취리히의 크레딧스위스에 본인의 이름으로 계좌를 오픈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리고 2000년 10월 23일에는 UBS에도 계좌를 개설, 계좌의 수혜자는 한국국적자인 자신이라고 기재한 뒤, 계좌인출권을 특정친척에게 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자금 은닉전문가 도움 유령계좌 개설

홍콩에서 ‘퍼슨2’가 입금하는 돈이 점점 커지자 2000년 10월 뱅크루이의 직원이 김 씨를 만나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 유령회사명의로 계좌를 개설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한 뒤 10월 25일 이 직원이 김 씨에게 비자금은닉전문가인 스위스의 미국국적변호사 에드가 팔쳐박사를 소개했다.

보석구입팔쳐는 이 분야의 전문가로 김 씨가 찾아오자 이미 조세피난처에 설립된 페이퍼컴퍼니 여러 개를 제시하고 김 씨가 이중에서 마음에 드는 법인이름을 고르게 했다. 김 씨는 다로카[DAROKA]를 선택했다. 다로카 파운데이션은 리히텐슈타인에 설립된 페이퍼컴퍼니, 다로카 오버시스인크는 파나마에 설립된 페이퍼컴퍼니였다. 김 씨는 팔쳐변호사를 다로카파운데이션의 이사, 다로카오버시스인크의 사장을 맡도록 했다. 모두 김씨 소유이지만 자신의 존재가 드러나지 않도록 명목상 이사와 사장을 비자금은닉전문가에게 맡긴 것이다.

보통 비자금을 숨기기 위해 페이퍼 컴퍼니를 이용할 경우 비자금주인이 직접 회사를 설립하면, 추적당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비자금은닉전문가들이 미리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 수십 개를 설립, 소액의 법인세만 내며 법인을 유지하다, 비자금을 숨기려는 사람이 나타나면 이면계약을 체결하고 법인을 넘기는 것이다. 이면계약을 체결했으므로 만약 이 법인을 조사해도 비자금주인을 쉽게 파악할 수 없다. 회사설립자는 딴 사람이며 소유권 관계는 쉽게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으로 비자금을 숨기는 것이다. 소위 ‘떠 있는 회사를 산다’는 것이 바로 이처럼 다른 사람이 미리 설립해둔 페이퍼컴퍼니를 산다는 뜻이다.

김씨는 팔쳐변호사로 부터 다로카란 이름의 페이퍼컴퍼니 2개를 인수한 뒤 2000년 11월 30일 뱅크루이에 다로카오버시스인크명의의 계좌를 개설했고, 2002년 2월 5일 크레딧스위스의 자신명의의 계좌를 폐쇄하고, 스위스내의 다른 계좌로 비자금을 옮겼다. 바로 이날 김 씨의 부인도 뱅크루이에 자신의 이름으로 계좌를 오픈했고, 자신은 물론 일부 친척들에게도 계좌인출권을 부여했다.

김씨 스위스계좌운용의 특징은 자신뿐 아니라 특정친척들에게도 계좌인출권을 부여한다는 점이다. 특정친척이 누구인지는 연방검찰이 밝히지 않았지만, 김 씨의 아버지 등일 가능성이 크다. 김씨는 2002년 2월 8일에는 뱅크호프만에 다로카오버시스인크 명의의 계좌를 개설했고 뱅크루이의 다로카 오버시스계좌의 예금을 뱅크호프만으로 옮겼다.

스위스미신고해외자산 반입 저택 매입

김씨는 2000년부터 2008년까지 매년 정기적으로 스위스를 방문, 뱅크루이의 직원을 만났고 뱅크루이 직원도 미국을 방문했으며, 이 직원이 뱅크루이를 그만 두고 난 뒤에는 투자자문회사에 근무하면서도 계속 김 씨의 비서처럼 스위스 비자금관리업무를 맡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는 또 2002년부터 2008년까지는 뱅크호프만의 직원을 만났으며, 스위스를 방문해 직접 만나지 않을 때는 전화와 팩스, 이메일로 접촉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 씨는 지난 2003년 말 커네티컷주 그리니치로 입성하게 된다. 스위스의 미신고해외자산을 미국에 몰래 들여와 부촌에 집을 사는 것이다. 2003년 9월 15일 뱅크호프만의 다로카오버 시스명의 계좌에서 5만 달러 수표를 제3자에게 발행했고, 2003년 11월 20일에도 뱅크호프만이 5만 달러 수표를 제3자에게 발행했다. 연방검찰은 제3자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지만 본보조사결과 제3자는 부동산매매관련 변호사 또는 에이전트일 가능성이 99.9%로 드러났다. 이때 뱅크호프만은 다로카 수표를 사용하면 자칫 다로카의 비자금이 밝혀질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지만 김씨는 다로카수표를 계속 사용했다.


한국검찰 수사 불가피

부친 김삼석은 스위스로 비자금 빼돌리고
아들 김형권은 돈세탁하다 덜미잡혀 몰락

-연방검찰과 2815만 달러 비자금 절반인 1407만 달러 벌금 합의-

▲ 고 김삼석 삼풍캠브릿지멤버스 회장

▲ 고 김삼석 삼풍캠브릿지멤버스 회장

2003년 12월 11일에는 뱅크루이가 70만 1500달러짜리 수표를 제3자에게 발행한 뒤, 이를 페더럴익스프레스, 즉 국제배송업체를 통해 김 씨의 집으로 배달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액면가 수십만 달러짜리 수표가 페덱스 서류봉투에 담겨 이동한 것이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김씨는 2004년 1월 그리니치 집의 에스크로 클로징을 마쳤다. 김씨는 이 집을 전액 현찰로 매입할 경우 자금출처가 의심받을 수 있다고 보고 약 225만 달러 정도의 모기지대출을 받았다. 그리고는 크로징이 끝난 지 1년이 채 안된 2004 년 9월 29일 뱅크 루이에서 176만 달러, 3년째인 2007년 5월 24일 뱅크루이에서 49만 5천 달러를 인출, 모기지 대출을 모두 갚은 것으로 드러났다.

숨바꼭질 계좌 개설통해 매입자금 송금

김씨는 2005년 11월에는 메사추세츠주 케이프코드의 해변가의 집을 475만달러에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케이프코드의 하이니스포트는 존에프케네디 전대통령을 비롯한 케네디가의 별장이 있는 곳으로 유명하며, 김 씨의 해변집은 하이니스포트에서 멀지 않은 케이프코드 채탐의 스테이지하버인근이었다.

김씨가 비자금은닉전문가인 팔쳐변호사에게 이 같은 계획을 설명하자 다로카오버시스가 아닌 다른 페이퍼컴퍼니이름으로 주택을 구입하라고 조언했고, 그래서 브리티시버진아일랜드에 설립된 ‘에드라스인베스트앤파이낸스’라는 페이퍼컴퍼니를 매입하고, 뱅크루이에 에드라스명의의 계좌를 오픈했다. 그리고는 뱅크호프만의 다로카계좌에서 3백만달러, 뱅크루이의 다로카계좌에서 185만5천 달러 등을 에드라스계좌로 옮겼고, 이중 480만 달러를 미국변호사의 에스크로 계좌로 송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는 자신의 돈이지만 차명으로 구입, 자신은 차명주인으로 부터 렌트를 얻는 방식을 동원하는 등 치밀한 작전을 펼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씨가 이 두 채의 집을 구입한 것은 호화저택에서 떵떵거리고 살려는 욕심도 있었겠지만 더 큰 이유는 스위스의 비자금을 미국으로 가져오는 방편으로 이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스위스에 묻혀 있는 죽은 돈을 살리는 방법으로 주택매입이 동원됐다. 이른바 돈세탁이 되는 것이다.

연방검찰은 김 씨가 두 채의 집을 구입했다고 밝히면서도 주소와 차명소유주가 누구인지, 그리고 그리니치의 매입가가 얼마인지에 대해서는 상세히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이 거래의 실체가 더욱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김씨는 2004년과 2005년 대형저택 2채를 구입했지만 2003년부터 2011년까지 다이아몬드, 루비, 에머랄드 등 보석을 미친 듯이 구입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 기간 중 김씨가 보석매입에 투입 한 돈은 최소 842만6천 달러. 특히 2008년 이후 고가보석을 집중적으로 매입했다. 이 역시 저택 2채 구입과 마찬가지로 스위스 비자금이 적발될 것에 대비해, 비자금을 현물화시킨 것이다. 김씨의 광적인 보석구매는 국제적으로 비자금의 이동은 보석과 그림에 의해 이뤄진다는 소문이 사실임을 보여준다. 비자금은닉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스위스와 뉴욕, 그리고 그리니치 의 보석상을 통한 정교한 돈세탁이 진행된 것이다.

▲ 연방검찰이 지난 10월 26일 버지니아동부연방법원에 제출한 김형권에 대한 범죄사실 - 스위스계좌 연도별 잔고내역

▲ 연방검찰이 지난 10월 26일 버지니아동부연방법원에 제출한 김형권에 대한 범죄사실 – 스위스계좌 연도별 잔고내역

8년간 비밀계좌에서 850만달러 보석 매입

김씨는 2003년 4월 23일 뱅크호프만 비자금계좌에서 8만 달러를 인출해 보석을 샀고 2005년 3월 1일 역시 뱅크호프만에서 30만 달러를 인출, 자신의 저택이 있는 그리니치의 보석상에서 8.4캐럿짜리 에머랄드반지를 구입했고, 일주일 뒤인 2005년 3월 7일 일본을 여행하면서 뱅크호프만에서 8만6천 달러를 인출, 진주를 매입했다.

그리고 2개월 뒤인 5월 10일 뱅크루이 비자금계좌에서 37만 달러를 인출, 그리니치의 보석상에서 7.15캐럿짜리 다이아몬드반지를 샀다. 또 뱅크호프만에서 2005년 9월 30일과 11월 18일 각 10만 달러, 2006년 2월 15일 73만 달러 등 93만 달러를 인출해, 그리니치보석상에서 11.6캐럿짜리 다이아몬드반지를 산 것으로 확인됐다. 2006년 9월에도 뱅크호프만에서 86만 달러를 인출, 39만 달러는 10.5캐럿짜리 옐로우다이아몬드반지를 샀고 나머지 47만달러를 보석세팅비로 지출했다.

이 정도는 약과였다. 2008년 3월 25일 팔쳐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뱅크루이에서 220만달러를 수표 3장으로 인출, 8.6캐럿짜리 루비반지를 구입했다. 루비반지가 얼마나 비싼지는 알 수 없지만 비슷한 크기의 다이아몬드반지보다 비싸다는 것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2011년에는 한 해 동안 360만 달러어치의 보석을 사들였다. 2011년 4월 26일 190만 달러를 인출, 13.9캐럿짜리 사피이어 반지를 샀고, 같은 해 8월 5일 170만 달러를 인출, 5.02캐럿, 4.03캐럿, 4.16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반지 3개를 매입했다.

2011년의 보석거래는 팔쳐변호사가 주선한 것이다. 팔츠변호사는 스위스 제네바의 보석상에 비자금에서 인출한 돈을 전달하고 제네바보석상의 형제가 경영하는 뉴욕보석상에서 보석을 받는 방식을 제안했다. 이른바 ‘보석환치기’다. 보석구매자금은 스위스에 지불하고 보석은 미국에서 받는 식이다. 또 이 과정에서 그리니치의 보석상이 뉴욕보석상에서 보석을 운반해주기로 하고 보석구입가의 15%를 커미션으로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방식으로 약 850만 달러의 비자금이 보석으로 현물화된 것이다.

보석환치기 통해 비자금세탁 – 현물화

김씨가 2008년 이후 보석구매액만 580만달러, 갑자기 김씨가 보석구매를 늘린 것은 미국과 스위스정부가 금융계좌정보공유협상을 시작하면서, 조만간 비자금 존재가 드러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김씨가 2008년 11월 스위스 취리히를 방문하자 뱅크루이 직원이 ‘뱅크루이가 미국사법당국의 조사가 시작됨에 따라 미국고객들의 미신고계좌를 일괄 폐쇄하기로 했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전했다. 그리고 뱅크루이직원은 3가지 해법을 제시했다.

▲연방검찰이 지난 10월 26일 버지니아동부연방법원에 제출한 김형권의 유죄인정합의서 - 김형권본인이 합의서에 서명했으며 챨스 윤변호사등도 합의했다.

▲연방검찰이 지난 10월 26일 버지니아동부연방법원에 제출한 김형권의 유죄인정합의서 – 김형권본인이 합의서에 서명했으며 챨스 윤변호사등도 합의했다.

첫째, 벌금을 낼 각오를 하고 미국사법당국에 미신고계좌의 존재를 자진 신고한 뒤 돈을 미국으로 가져가는 것, 둘째, 비자금을 모두 써버리는 것, 즉 적발돼서 벌금을 낼 바에야 차라리 모든 돈을 흥청망청 써버리는 것, 세째, 다른 외국은행으로 옮기는 방법 등이었고, 김씨는 3번째 방법을 선택했다.

그러나 미신고계좌의 돈을 받아줄 은행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아무리 스위스은행이라도 정체불명의 돈을 예치 받았다가 적발되면 은행의 존폐문제로 직결된다. 여기서 비자금은닉 전문가 팔쳐변호사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팔츠변호사는 ‘뱅크아이에 돈을 옮길 수 있다. 자신의 로펌 변호사와 뱅크아이경영진이 친인척관계이므로 뱅크아이에서 미신고계좌의 돈을 받아줄 수 있다’고 제안했고 김 씨가 이를 받아들였다. 비자금 은닉전문가가 척척 솔루션을 제시한 것이다. 이에 따라 같은 해 12월 17일 뱅크루이에 예치된 비자금 전액을 뱅크아이로 옮기게 된다.

특히 11월 만남에서 팔쳐변호사는 미국사법당국이 목을 죄여오고 있음을 느끼고 마치 첩보작전을 방불케 하는 철저한 접선방식을 제한한다. 1) 앞으로 자신과 김 씨와의 접촉을 최대한 억제한다. 2) 이메일이나 전화는 사용금지, 3) 만약 전화할 일이 생기면 미국 내에서 전화를 하지 말고, 미국 밖, 즉 중남미등으로 여행을 하면서 전화하라, 4) 꼭 만나야 할 경우에는 스위스 취리히로 오지 말고 프랑스나 이탈리아에서 만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2005년말 아이비리그대학에 50만달러기부

또 김 씨가 여행이나 특별한 이유로 돈이 필요하더라도 직접 은행으로 가거나 접촉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팔쳐변호사 자신이 여러 나라 화폐로 돈을 인출해서 변호사 사무실에 보관하고 있다가 다른 방법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취했다.
여기에 김 씨는 한술 더 떠서 항상 미화로 10만 달러 정도는 변호사사무실에 보관하고 있으라고 요구했다. 이 같은 긴박한 상황에서 팔쳐변호사는 2011년 보다 적극적인 보석환치기를 제안했고, 그해 한 해만 360만 달러 상당의 보석을 매입한 것이다. 그리니치 보석상에게만 커미션으로 15%를 줬으니 53만 달러가 뜯겼고, 당연히 보석도 시중가보다 비싸게 팔았을 것이다. 비자금관리하며 여기저기 거액을 뜯긴 셈이다.

김씨는 2001년 4월 9일 뱅크루이계좌에서 미국 내로 5만천달러를 송금하고 크레딧카드로도 돈을 인출하는 등 2000년대 초반에는 미국사법당국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서 적지 않은 돈을 미국으로 송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는 또 2005년 12월 뱅크루이 비자금계좌에서 50만 달러를 23만 달러짜리 2장, 4만 달러짜리 1장 등 3장의 수표로 인출, 아이비리그대학에 기부한 것으로 밝혀졌다.

연방검찰이 확인한 김 씨의 스위스은행 미신고계좌의 잔액은 한때 최고 2815만여달러를 기록했다. 1999년 1520만여달러, 2000년 1055만여달러, 2001년 1170만여달러, 2002년 1044만여달러, 2003년 2287만여달러, 2004년 2815만여달러, 2005년 2096만여달러, 2006년 1585만여달러, 2007년 1458만여달러, 2008년 555만여달러, 2009년 368만여달러, 2010년 378만여달러였다. 케이프코드에 주택을 구입한 2005년 잔고가 줄었고, 2008년부터는 급격히 감소했다.

보석 등을 구입하고 일부는 인출해 다른 곳에 감췄을 가능성이 크다. 김 씨는 지난달 26일 검찰의 기소내용을 모두 인정하고 유죄를 시인했다. 검찰은 2004년 12월 31일 현재의 잔고인 2815만 달러의 50%인 1407만여 달러를 추징했고, 김 씨도 이에 동의했다. 김 씨는 지난달 26일 버지니아동부연방법원에 출석, 보석금 10만 달러를 납부하고 한국여권을 반납한 뒤 커네티컷과 뉴욕남부연방법원관할지역, 워싱턴 DC이외의 지역으로 여행하지 않는 조건으로 풀려나 불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김 씨의 선고공판은 내년 1월 26일 오전 9시로 예정돼 있으며, 판결선고 뒤 10일 이내에 1407만여 달러를 납부해야 한다.

김씨 한인변호사, 사실 확인 정중히 거부

본보는 지난달 28일 김씨가 보석신청서류에 기재한 그리니치 저택의 전화번호로 전화를 했으나 앤서링머신만 울릴 뿐 전화를 받지 않았고, 전화번호 등을 남겼으나 김 씨 측은 연락이 없었다.
또 지난달 28일 오후, 김 씨의 변호인중 한명인 챨스 윤 변호사와 통화가 이뤄졌으나 윤변호사는 ‘고객비밀을 지켜야 하는 변호사 입장에서 사건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며 양해를 구했다. 현재 뉴욕한인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윤변호사는 ‘의뢰인이 수년에 걸친 수사로 매우 불안해하고, 피곤에 지쳐 있다. 미국인 변호사가 메인변호를 맡고 있으며, 저는 진행상황을 한국어로 설명해 주는 역활만을 맡고 있다’고 밝혔다. 윤변호사는 또 30일 오전 10시쯤 전화를 걸어와 ‘의뢰인이 안기자가 남긴 앤서링메시지를 들었다는 연락이 왔다. 하지만 의뢰인이 현재 재판계류 중이므로 이에 대해 말할 수 없음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본지, 김씨 변호사 ‘오프더레코드 인터뷰’ 제안

 ‘사건의 본질 흐려질 수 있다’ 거절

본보는 지난달 28일 오후 1시42분 김씨가 보석신청서류에 기재한 그리니치 저택의 전화번호로 전화를 했으나 앤서링머신만 울릴 뿐 전화를 받지 않았고, 전화번호 등을 남겼으나 김 씨 측은 연락이 없었다.
또 지난달 28일 오후 2시48분, 김 씨의 변호인중 한명인 챨스 윤 변호사와 통화가 이뤄졌으나 윤변호사는 ‘고객비밀을 지켜야 하는 변호사 입장에서 사건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며 양해를 구했다.

현재 뉴욕한인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윤변호사는 ‘의뢰인이 수년에 걸친 수사로 매우 불안해하고, 피곤에 지쳐 있다. 미국인 변호사가 메인변호를 맡고 있으며, 저는 진행상황을 한국어로 설명해 주는 역할 만을 맡고 있다’고 밝혔다. 윤변호사는 또 지난달 30일 월요일 오전 9시53분쯤 전화를 걸어와 ‘의뢰인이 안기자가 남긴 앤서링메시지를 들었다는 연락이 왔다. 의뢰인이 오프더레코드를 전제로 인터뷰에 응하겠다고 하는데 받아들일 수 있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기자는 전제조건이 있는 한 어떠한 인터뷰도 진행할 수 없으며, 특히 비보도를 전제로 한 인터뷰는 아무런 의미가 없고 자칫 본질을 흐릴 수 있다고 판단, 윤변호사의 ‘오프더레코드 인터뷰’제안을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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