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스토리] ‘2800만달러 스위스 계좌 예치 미신고로 구속된 뉴욕거주 김형권에게 무슨 일이…

이 뉴스를 공유하기

‘내 아버지는 김삼석삼풍회장…’
스위스계좌 개설…‘때 늦은 후회’

스위스은행에 2800만달러를 예치하고도 미국정부에 신고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김형권 씨에게 검찰과 변호인의 불꽃 튀는 공방 끝에 징역 6개월 실형이 선고됐다. 검찰은 징역 9개월, 김씨측은 집예유예를 주장했으나, 판결직전 교체된 새 재판부가 전격적으로 실형을 선고한 것이다. 김 씨는 공범의 추가검거에 결정적 역할을 할 정도로, 지난 5년간 검찰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했지만, 동종범죄의 피고인들보다 높은 형량이라는 분석이다. 김씨측은 판결직전 자신이 김삼석 삼풍 캠브릿지멤버스회장의 아들임을 시인, 본보보도가 정확했음이 입증됐다. 또 검찰은 김씨의 재산이 2억 달러에 달한다고 밝혔고, 김 씨는 프린스턴대에 68만달러등 미국교육기관에 약 1백만달러를 기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치용(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교도소

삼풍캠브릿지멤버스회장의 외동아들 김형권씨, 지난달 25일 버지니아동부연방법원은 김 씨에게 징역 6개월, 보호관찰 2년, 벌금 10만5백달러, 추징금 24만3542달러를 선고했다. 당초 판결 선고일자는 지난달 26일이었지만 재판부일정상 하루 빠른 25일로 당겨졌다. 김 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지난 1998년부터 2010년께까지 스위스 UBS 등 5개 은행에 한때 최대 2800만 달러를 예치하고도 미국정부에 이를 신고하지 않은 것은 물론 세금보고 때도 수입 등을 축소한데 따른 탈세 혐의다.

최후 변론서에서 드러난 김 씨의 가족관계

판결 선고에 앞서 지난달 19일 검찰은 ‘김 씨의 범죄는 양형가이드라인에 의거, 최대 60개월 복역해야 하지만, 유죄인정, 수사협조 등의 정황을 고려, 징역 9개월 실형에 보호관찰 3년 구형했다. 반면 김씨측도 같은 날 사실상의 최후변론에 해당하는 문서를 통해, 집행유예를 주장했으나, 결국 징역 6개월 실형이 선고됨으로써 재판부가 검찰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본보가 지난달 19일 검찰의 구형과 김씨측의 최후변론을 검토한 결과, 이제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김씨측의 비밀이 많이 공개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김씨측이 재판부에 선처를 요구하며, 자신의 사생활에 대해 낱낱이 털어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 김형권 판결문 - 징역 6월[판결전 구금일수 포함], 수감교도소는 펜실베이니아주 알렌우드교도소

▲ 김형권 판결문 – 징역 6월[판결전 구금일수 포함], 수감교도소는 펜실베이니아주 알렌우드교도소

김씨측은 최후변론서에서 김씨의 아버지가 김삼석 삼풍캠브릿지멤버스 회장이라고 밝혀, 본보의 보도가 사실임이 다시한번 입증됐다. 본보는 지난해 11월 김 씨 소유의 법인들을 추적, 김 씨가 김삼석회장의 외동아들임이 틀림없다고 보도했었다. 김 씨는 최후변론서에서 ‘지난 1955년 한국에서 자수성가한 김삼석회장의 외동아들로 태어났지만, 자신과 가족들의 미래를 위해 미국에 왔으며, 많은 유산을 미국에 투자, 일자리 창출과 경제발전에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1978년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뒤 중매를 통해 평생의 반려자를 만나 1981년 결혼했고, 1983년 시애틀의 위싱턴대학에 유학, MBA 과정을 마친 뒤 한국으로 돌아갔다가 1995년 미국에 이민, MIT에서 다시 대학원공부를 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아버지가 미국공부가 끝난 뒤 한국에서의 가업, 즉 삼풍캠프릿지를 이어 받기를 원해 삼풍에서 일하다 아버지와의 상당한 의견 차이를 겪다가, 보다 자유로운 미래를 위해 1995년 미국에 이민왔다고 밝혔으며, 아버지와 갈등이 있었지만 1990년대 말부터 2010년까지 전적으로 아버지의 재정적 지원에 의존했다고 강조했다. 아버지가 자신의 인감도장을 가지고 모든 권리행사를 했으며, 아버지의 재정적 지원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1998년 스위스은행에 계좌를 개설하라는 아버지의 말을 거역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김 씨는 자신의 이름으로 스위스은행에 계좌를 개설하고, 거금을 입금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아버지의 말을 거스르면 모든 게 끝’이라는 현실을 고려, 결국 불법행동을 저지르게 됐다며 모든 책임을 달게 받겠다고 밝혔다.

1998년부터 아버지가 홍콩에서 스위스 은행에 입금

김 씨는 사업을 물려받으라는 아버지의 요구를 거부하고 한국을 떠나 미국에서 새 사업을 시작했고, 아버지는 2007년께 결국 아들이 한국에 돌아와 가업을 이을 것이라는 희망을 접고, 삼풍을 매각했고, 매각액은 약 3천만 달러가 넘는다고 밝혔다.

또 2009년께 아버지가 회사매각 대금을 포함, 아들에게 거액의 재산을 물러주겠다고 말했고, 김 씨는 이 돈을 미국으로 가져가겠다고 주장, 아버지의 허락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김씨가 1998년부터 아버지가 홍콩에서 스위스은행에 입금한 돈을 2009년께부터 미국으로 들여오는 불법을 저지르게 됐고, 지금은 그 같은 결정을 뉘우치고 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 김형권측 판결관련 감형요청 - 김씨측은 2018년 1월 19일 재판부에 제출한 서류를 통해 자신의 아버지가 김삼석씨라고 밝혔으며 김씨는 삼풍캠브릿지멤버스회장이다.

▲ 김형권측 판결관련 감형요청 – 김씨측은 2018년 1월 19일 재판부에 제출한 서류를 통해 자신의 아버지가 김삼석씨라고 밝혔으며 김씨는 삼풍캠브릿지멤버스회장이다.

최후변론서에 따르면 김 씨는 미국이민 뒤 아버지처럼 의류사업에 도전, 성공을 거둔 것으로 확인됐다. 김 씨는 뉴욕 맨해튼에 여성의류전문업체 SPC GLOBAL LLC를 설립했으며, 이 업체는 지난 2016년 매출이 7천만 달러, 수익이 9백만 달러에 달할 정도로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마이수트’라는 브랜드로 반수제양복을 판매하는 업체, BK HOUSE LLC 를 설립, 뉴욕에 3개, 필라델피아에 1개, 웨스트체스터에 1개 등 5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고, 2016년 세전소득이 180만 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김 씨는 의류유통업뿐만 아니라 직접 의류공장도 경영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는 CIMEXLANA USA LLC라는 의류공장을 멕시코, 과테말라, 베트남에 설립, 수천명을 고용해 브룩브라더스, 멘스웨어하우스, 토미 힐피거등 유명매장에 남성의류를 납품하고 있으며, 아내와 함께 ‘CNA 코너스톤’이라는 회사를 설립, 맨해튼의 삼풍빌딩을 소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이처럼 한국에서 거금을 미국에 투자, 일자리 등을 창출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또 자신의 아버지인 김삼석회장이 2000년 한국에 정송문화재단을 설립, 2003년부터 2015년까지 한국학생들의 미국대학유학을 위해 7백만 달러의 장학금을 지급했고, 김 씨와 아내는 김 회장 사망 뒤, 보다 실용적인데 역점을 둬 대학에 진학하기 힘든 고등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7년 지난해에만 고등학생 49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

프리스턴대학 등 5개 학교에 95만달러 기부

특히 김 씨는 미국의 유명사립학교와 대학 등에 거액을 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이비리그인 프린스턴대학에 68만 달러, 웨슬리에 5만 달러 등을 기부했고, 유명사립학교인 디어필드 아카데미에 15만 달러, 콩코드아카데미에 7만 달러, 바우멘초등학교에 1천 달러를 기부하는 등 모두 95만달러를 기부했다고 밝혔다. 즉 각 교육기관에 활발한 기부활동을 통해 미국의 발전에 기여했다고 밝히고, 집행유예를 선고해 줄 것을 요구했다.

최후변론서뿐 아니라 검찰구형을 통해서도 중요한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김 씨의 재산이 2억 달러를 넘으며 매달 현금유통액이 45만 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 씨가 스위스 예금 잔고의 절반인 1400만달러를 자진납부하기로 했지만 이는 김 씨 재산의 7%를 약간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또 김씨가 유죄를 인정하고 수사에 적극 협조했지만 미국정부에 신고하지 않은 자금이 2800만달러의 거액인 점을 고려, 징역 9개월 실형에 보호관찰 3년을 구형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검찰의 징역 9개월 실형 구형과 김씨측의 집행유예요청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재판부는 김씨측의 집행유예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 사실상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 같은 재판부의 선고는 비슷한 범죄를 저지른 다른 피고인에 비해 비교적 무거운 형량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가 판결 선고 10일내에 자진납부하기로 한 1400만 달러는 세금포탈액의 57배에 달했고, 5년 이상 미국사법기관의 조사에 협조한 것은 물론, 공범의 추가체포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김 씨에게 이른바 ‘5K레터’를 써준 것이다. 5K LETTER는 연방양형기준 5K1.1항규정에 따른 것으로, 공범을 잡는데 결정적 기여를 한 피고인에게 적용되는 규정이다. 5K레터는 ‘검찰은 재판부에 양형가이드라인에 따른 최소형량 이하를 선고하더라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문서를 말한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김씨는 상당한 감경, 즉 가이드라인보다 낮은 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많았지만, 집행유예는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공범 추가체포 결정적 역할 불구 실형선고

김씨측은 옵셔케이스, 즉 조세피난처 등 해외미신고계좌관련 사건의 99%가 양형가이드라인 보다 낮은 형을 선고받으며, 경감형량은 양형 가이드라인의 83%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양형가이드라인의 17%정도의 형이 선고된다는 것이다.
10년형이 가이드라인이라면 1.7년형이 선고되는 셈이다. 더구나 옵셔케이스의 55%가 집행유예가 선고됐으며, 많은 경우 가택연금이나, 커뮤니티 사회봉사명령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특히 김 씨처럼 공범의 추가체포에 결정적으로 기여, 5K를 받은 사람은 67%가 집행유예선고를 받았고, 설사 실형이 선고돼도 80%는 징역 2개월 이하였다는 것이다.

▲ 검찰은 2018년 1월 19일 구형을 통해 징역 9월, 3년 보호관찰등을 구형했다.

▲ 검찰은 2018년 1월 19일 구형을 통해 징역 9월, 3년 보호관찰등을 구형했다.

또 김씨는 영주권자이므로 형만료 뒤 추방위험에 처해질 수 있고, 이 경우 5K를 받으면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김 씨 변호인은 양형가이드라인에 따라 18개월에서 24개월에 해당하지만 5K가 고려돼야 한다며 집행유예를 주장한 것이다. 김씨측의 주장을 살펴보면 징역 6개월 선고는 동종범죄에서 비교적 무거운 형량임을 알 수 있다.

김 씨 사건은 지난해 10월 23일 공소가 제기됐고, 4일 만에 김 씨가 유죄를 인정하는 등 무리 없이 신속하게 진행됐지만 선고직전 재판부가 전격 교체되는 등 예사롭지 않은 일들이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의 구형과 김 씨의 최후변론서가 제출된 지 4일 만인 지난달 22일, 그동안 재판을 담당해온 티에스 엘리스판사가 자신을 재판에서 배제한다며 자신에 대해 제척명령을 내렸고, 같은 날 이 재판은 레오니 브린케마판사에게 재배당됐다. 선고공판을 사흘 앞두고, 담당판사가 자신을 재판에서 배제한 것은 참으로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판사는 검찰이나 피고인등과 이해관계가 있을 경우 해당사건을 맡을 수 없다. 엘리스판사가 재판에서 배제된 것은 검찰 또는 피고인의 변호사와 이해관계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누군가 상대방이 재판부와 이해관계가 있음을 밝혀내고 이를 문제 삼아 엘리스판사가 물러난 것으로 추정되지만, 판사가 어느 쪽과 이해관계, 친분이 있는 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알렌우드교도소 수감이 최대 배려인 셈

다만 담당재판부가 변경된 뒤, 사건을 검토하기 위해 선고공판을 미루지 않고, 당초 선고예정일에 동종사건보다 비교적 무거운 형량이 선고한 것을 감안하면, 새 재판부가 또 다른 오해를 피하기 위해 양형가이드라인을 엄격하게 따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재판부는 다만 김 씨를 펜실베이니아주 알렌유드교도소에 수감하라고 권고했다. 연방교도소중 가장 시설이 우수하고, 공직자등 비교적 점잖은 범죄자들이 수감되는 알렌우드교도소에 수감시킨 것이 최대의 배려였던 셈이다.

@SundayJournalUSA (www.sundayjournalus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뉴스를 공유하기

선데이-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