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최남수사장, 불명예퇴진 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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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사원중 99% 참여한 투표서 56%가 불신임
■ 내정 6개월, 취임 4개월 만에 논란 끝 ‘강퇴’
■ 노조파업 84일 만에 이뤄낸 비싼 승리’ 거둬
■ ‘불륜의혹-노사합의파기-성희롱트웟’등 논란

전임 조준희 사장이어 후임최남수 사장까지 불신임 사퇴

‘YTN, 정상화 가능할까?’

최남수YTN이 위기에 처했을 때 두 번이나 YTN을 버리고 떠나 탈영병이라는 비판 속에 지난해 12월 말 사장에 취임했던 최남수사장이 끝내 취임 4개월만에 직원들의 불신임을 받았고, 결국 사임했다. 표면상으로는 자의적 사임의사를 밝혔지만 사실상 직원들에게 쫓겨서 나간 것이다. 노조는 최 사장의 불륜의혹, 노사합의파기, 이명박-박근혜두둔논란, 성희롱트위터 논란 등을 이유로 최 사장 사퇴를 요구했고 마침 내 불신임을 받은 것이다. 노조원들이 ‘무노동 무임금’에 따라 월급과 연월차, 상여 등 모든 경제적 권리를 포기하고 84일간 파업을 벌인 끝에 얻어낸 값진 성과물이다. 노조원들의 희생이 너무 컸다. YTN 주요주주가 사실상 공기업으로써 사장선임에 정부입김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정부가 조기에 문제가 있는 사장을 걸러내지 못했다는 점에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특히 투표를 통해 거취가 결정됐다는 점에서 앞으로 공기업사장 낙하산논란이 일면 무조건 투표를 통해 결정할 것이냐.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안치용(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지난 4일 오후 10시40분, 최남수 YTN 사장이 전격적으로 사퇴 성명을 발표했다. 최 사장은 ‘사원여러분의 마음을 얻지 못했습니다. 투표로 나타난 뜻을 존중합니다. 여러분과 함께 YTN의 재도약을 펼쳐볼 기회를 갖지 못해 아쉽습니다. 하지만 이 과제 또한 여러분의 몫으로 남깁니다. 이제 멀리서나마 YTN을 응원하는 시청자의 위치로 돌아갑니다. 그동안 미안한 것도 많았고 감사한 것도 많았습니다. 2018. 5. 4. 최남수 드림’이라는 글로 사퇴를 알렸다. ‘투표결과를 존중하며 이제 시청자로 돌아간다’는 말로 사장에서 물러난 것이다. 지난해 11월 5일 사장에 내정된 지 6개월, 지난해 12월 29일 사장에 취임한지 4개월만이다.

은행장출신으로 낙하산논란을 빚었던 조준희사장이 임기 10개월을 남기고, 문재인정부 출범 10일 만인 지난해 5월 19일 사퇴했고, 약 5개월 반 만이라는 큰 공백 끝에 최남수 전 머니투데이 대표이사가 사장에 내정됐지만, 다시 6개월 만에 사퇴한 것이며, 사실상 내정 때 부터 불행한 결말이 예정돼 있었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최남수 OUT’을 외치는 YTN노조원들

▲‘최남수 OUT’을 외치는 YTN노조원들

전사원 불신임 찬성 55.6%로 물러나

YTN은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호봉직과 연봉직, 즉 정규직과 계약직등 전체 직원 653명을 대상으로 최남수사장에 대한 중간평가를 실시했고, 1명을 제외하고 652명이 투표, 99%가 넘는 투표율을 기록했다. 우스갯소리로 ‘공산당 투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실상 전 사원이 최 사장 거취에 뜨거운 관심을 표명한 것이다.

4일 밤 개표가 진행된 YTN사옥 1층, 공개방송 스튜디오에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개표결과 불신임에 표를 던진 직원이 363명으로, 최 사장이 사퇴조건으로 밝힌 50%를 넘는 55.6%를 기록했다.
최 사장은 당초 60%이상의 직원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으면 물러날 것이라고 제안했다가 받아들여 지지 않자 지난달 24일 ‘전체 구성원의 뜻을 빠짐없이 물을 수 있도록 전 직원이 참여하는 투표를 실시해 구성원의 50%이상이 불신임하면 퇴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2월 1일부터 파업에 돌입한 노조는 25일 조합원총회를 열고 남북정상회담직후 최사장 중간평가를 전제로 한 잠정적인 업무복귀를 선언하고 26일 파업을 중단했다. 파업 84일만이다.

최 사장은 불신임퇴진의 기준을 60%에서 50%로 낮추는 대신, 전사원의 투표를 제안한 것이다. 이에 따라 노사양측이 투표율이 95%를 넘으면 개표하고 그렇지 않으면 95%가 넘을 때까지 하루 3차례씩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무조건 95%가 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최사장측은 전원투표에 사활을 건 것이다. 이는 최사장측이 언론노조 YTN지부 조합원이 383명이지만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은 3백명에 채 못미치므로 전원투표할 경우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전체 직원이 653명으로 과반수가 327명이므로, 파업참가자가 이에 못미치므로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직원만 설득하면 과반이상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이다. 그만큼 최사장측은 전원투표에 사활을 건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신임한다는 직원이 3백명이하였고, 불신임한다는 직원이 360명을 넘었다.

총파업 84일 만에 이뤄낸 값진 결과물

특히 최 사장측은 중간평가 합의이후 지난달 28일 언론노조 YTN 이부에 ‘일반직과 연봉직 처우개선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선거를 눈앞에 두고, 연봉직 직원들의 처우를 개선해 주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갑작스런 이 같은 제안은 처우에 불만이 있을 수 있는 연봉직 직원들의 표를 얻으려는 꼼수라는 논란을 낳았다. 노조 측은 이에 대해 ‘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이므로 노조 공식입장표명은 자제하려 했으나 공개적으로 노조입장을 요구했기 때문에 답한다’라며 ‘사원에게 불이익이 가해지는 불이익변경은 노조와 협상하고 반드시 노조의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처우를 향상하는 이익변경은 사측이 노조동의 없이 실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 사안은 그동안 노조가 요구했지만 사측이 반대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사측이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처우를 개선할 수 있는데, 노조에 이를 물은 것은 연봉직의 표를 얻으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사측과 노조 측은 서로 중간평가를 앞두고 크게 긴장했고, 특히 전체 사원 투표제 때문에 노조 측도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신경을 곤두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노조는 투표율이 95%가 되지 않을 경우 일일이 미투표자를 찾아가 투표를 호소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YTN 최남수사장 중간평가 개표결과 ▲‘4일 중간투표결과 최남수사장 불신임이 가결되자 노조원들이 얼싸안으려 환호하고 있다.

▲‘YTN 최남수사장 중간평가 개표결과(왼쪽) ▲‘4일 중간투표결과 최남수사장 불신임이 가결되자 노조원들이 얼싸안으려 환호하고 있다.

팽팽한 긴장 속에 불신임을 가결시킨 노조는 지난 4일 ‘불신임을 YTN 신임의 계기로 삼겠다’는 성명을 즉각 발표했다. 노조는 ‘이번 결과는 총파업 84일 동안 강고한 투쟁대오를 유지한 값진 결과다. 부적격사장은 YTN을 이끌 수 없다는 신념을 냉엄한 표로 확인해준 것이라며, 구성원들 의 상식적인 요구가 최남수사장 퇴진으로 막을 내렸다’고 밝혔다. 또 ‘YTN사장은 단순히 절차적 정당성만을 갖췄다고 해서 지킬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선언했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지듯, 부적격사장 불신임을 계기로 YTN은 신임받은 언론사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YTN노조가 밝혔던 ‘값진’ 결과다. 정말 비싼 결과다. 84일간 파업을 벌인 노조원들이 자신의 경제적 권리를 포기하는 엄청난 희생의 결과다. 무노동무임금 원칙에 따라 파업노조원들은 단 한푼의 월급도 받지 못했다. 당연히 연월차 수당도 받지 못했다. 상여도 받지 못했다. 이뿐 아니다. 노조원의 파업기간은 노조원의 퇴직금에도 영향을 미친다. 노조원 1명이 2천만원 상당을 포기했고, 전체 피해액은 50억원이 훨씬 넘는다. 노조원 개개인들이 눈물겨운 희생을 치른 것이다.

‘정부, 부적격자 인물 사장으로 선임’ 반발

최남수사장 선임에 따른 혼란 속에서 반드시 집어야 할 것이 정부의 책임이다.
정부는 언론사 사장 선임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공기업들이 주요주주인 YTN의 사장은 정부, 특히 청와대가 낙점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정부가 사실상 부적격자로 확인된 최 사장을 추천한 것이다. 최 사장은 YTN의 위기 때마다 회사를 떠났다. 2번이나 스스로 회사를 나갔던 인물이다. 그리고는 또 입사했다.

▲‘조준희 전임사장은 부적절논란이 일자, 민형사소송을 제기했다 모두 패소했고, 현재 자신재직때 YTN이 취재했던 회사의 회장으로 취직했다.

▲‘조준희 전임사장은 부적절논란이 일자, 민형사소송을 제기했다 모두 패소했고, 현재 자신재직때 YTN이 취재했던 회사의 회장으로 취직했다.

그래서 정말 재주도 좋고 낯도 두껍다는 비판이 이어지는 것이다. 2번 나가고 세 번째 들어올 때는 사장으로 돌아오는 놀라운 수완을 발휘했다. 이 같은 탈영병 논란 외에도 언론사사장으로서의 자질이 더 큰 논란을 불렀다. 불륜의혹, 노종면 보도국장 재지명 등을 논의했던 노사합의 파기와 ‘이명박근혜’칭송 두둔논란, 성희롱 트위터논란, 친일논란 등이 드러나면서 부적절한 인물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정부는 뒷짐만 지고 수수방관했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낙하산-부적절 인사논란을 직원투표로 해결하려 함으로써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는 점이다. 사실상 YTN은 주주구성을 살펴볼 때 정부 입김이 미치는 공기업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공기업 사장인선에서 낙하산논란이 일 때 마다, 모두 직원들의 투표로 그 신임을 묻겠다고 해도 정부에서는 할 말이 없게 된다. 정부가 제대로 판단했다면 얼마든지 잡음없이, 매끄럽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지만, 자신들이 사실상 간택하고도 아무 일도 안한 것처럼 시치미 뚝 떼고 수수방관, 엄청난 희생을 초래한 것이다.

이번에 또 부적격자 인물 선임되면 파행 불가피

은행장출신으로서 사상 최초로 방송사 사장이 자격논란이 제기됐던 전임 조준희 사장은 부적격자 논란이 제기되자 경찰에 고발하고 민사 소송까지 제기했지만, 민형사 모두 패소했다. 민사소송을 제기하면 자신만이 아니라 YTN까지 원고에 포함시킴으로써 YTN이 결국 법률비용을 날리고 말았다.

그 뒤 다시 자질논란을 빚었던 최남수사장은 직원들의 불신임을 받아 물러났다. 이제 지난해 5월처럼 YTN은 또 다시 새 사장을 찾아 나서게 된다. 어차피 현실적으로 새 사장은 또 낙하산이 될 수 밖에 없다. 낙하산을 타고 오더라도 방송사, 특히 뉴스전문 언론기관의 책임자로서의 적격한 자격을 갖춘 사람이 와야 한다. 이제 마지막기회다. 말하자면 세 번째 기회다. 이번마저 부적격자가 선임된다면, 또 다시 파행이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그 파행의 직접적 피해는 고스란히 YTN이 안을 수 밖에 없다. 정부는 정부대로 욕을 먹겠지만 YTN은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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