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 패션사업하다 11개월만에 4백억 날린 속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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加 의류 ‘조프레쉬’ 들여왔다가 2600만달러 날리고 쿨하게 포기

‘돈은 돈대로 날리고 망신살까지…’

김황식 전 국무총리의 매형인 허진규 일진그룹회장이 130억원상당의 해외금융계좌를 숨긴 혐의로 적발된 가운데

▲ 허진규 일진그룹회장

▲ 허진규 일진그룹회장

일진그룹이 의류사업에 진출했다가 실패, 지난해 말 캐나다최대 슈퍼마켓업체와 의류업체를 상대로 318만달러를 돌려달라며 미국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진그룹은 캐나다 의류브랜드 조프레쉬를 도입했다 1년 만에 사업을 접기로 하는 바람에 2600만달러의 손해를 입은 것은 물론, 317만여달러를 돌려받기 위해 그 두 배가 넘는 692만달러의 변호사 비용을 지불한 것으로 밝혀졌다. 손해액과 변호사비를 포함하면 400억원 상당의 손실을 입은 것이다. 일진그룹은 2017년 말 승소중재 판정을 받은 뒤 캐나다업체들에게 지급을 요청했지만 돈을 돌려받는데 실패하자 1년 만에 다시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건의 전말을 짚어 보았다. 안치용(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캐나다의 대표적인 중저가 의류로 알려진 조프레쉬, 2006년 디자이너 조셉 밈란이 만든 브랜드로 캐나다 최대슈퍼마켓체인 로블로우와 손잡고, 슈퍼마켓에 ‘숍인숍’으로 입주하는 방법으로 주목을 끌었었다. 2010년에는 캐나다에서 슈퍼마켓이 아닌 외부단독매장도 열었고 특히 2012년 7월 JC페니와 계약을 하고 2013년 봄부터 JC페니매장 6백여개에 진출했었다. 한국 기업순위 50위인 일진그룹도 유니클로 등 중저가의류 브랜드가 한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점에 착안, 조프레쉬와 계약을 체결해 한국에서 사업을 전개했지만 처참한 실패로 돌아갔고 현재는 소송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加 조프레쉬 브랜드 한국사업 실패

일진머티리얼스와 계열사인 오리진앤코는 지난 2018년 12월 27일 조프레쉬인터내셔널과 캐나다최대 수퍼마켓업체 로블로우를 상대로 뉴욕남부연방법원에 중재판정인용청원을 제기한 것으로 밝혀졌다. 일진측은 이 청원에서 싱가폴소재 국제중재센터가 지난 2017년 12월 31일 조프레쉬와 로블로우는 일진측에 317만여만달러를 배상하라고 판정한 만큼, 미국연방법원이 이 판결을 그대로 인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즉 미국연방법원도 동일한 판결을 내려서 이를 집행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청원한 것이다. 일진측은 싱가포르 국제중재센터의 판정문 사본과 양측 간의 공문 등을 증거로 제

▲ 허진규회장의 장남 허정석씨[좌]와 차남 허재명씨[우]

▲ 허진규회장의 장남 허정석씨[좌]와 차남 허재명씨[우]

출했다. 국제중재센터 판정문에 따르면 일진측이 조프레쉬와 처음 접촉한 것은 2012년 10월 8일이었다. 허진규 일진그룹회장의 차남 허재명씨가 운영하는 일진머티리얼스와 일진트레이딩이 조프레쉬측에 이메일을 보내서 조프레쉬를 한국에서 론칭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고 양측은 같은해 11월 13일 뉴욕에서 처음 만나서 협상을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2년 12월 14일 계약서초안을 교환했고, 2013년 1월에는 조프레쉬의 경영진이 한국을 방문한데 이어, 2013년 3월 5일 일진측이 캐나다를 방문했다. 이때부터 조프레쉬뿐 아니라 캐나다 최대 슈퍼마켓업체인 로블로우도 협상에 참여했다. 양측인 약 5개월간 계약서 문구 등을 조정한 것에 2013년 9월 13일 정식계약을 체결했고 같은해 10월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스 사장이 뉴욕을 방문, 조프레쉬측을 만나서 롯데월드몰에 1호점을 개설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는 것이다. 그뒤 당초 계약에 참여했던 일진트레이딩은 20

▲ 일진머티리얼스와 오리진앤코는 중재재판과 관련한 변호사비용등으로 693만달러를 지출했다고 밝혔다.

▲ 일진머티리얼스와 오리진앤코는 중재재판과 관련한 변호사비용등으로 693만달러를 지출했다고 밝혔다.

14년2월 오리진앤코로 바꼈다. 일진측은 2014년 2월 13일 5백만달러 신용장을 개설했고, 2014년 5월 30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비얀드뮤지엄에서 론칭쇼를 연뒤 5월 31일 명동에 첫 매장을 오픈했으며 그뒤 6개월 간 9개매장을 오픈했다. 2014년 8월초 AK백화점 수원점, 2014년 8월말 현대백화점 가산점과 중동점, 그리고 대구백화점 매장이 문을 열었고, 2014년 10월 서울타임스스퀘어와 롯데월드 잠실점, 그리고 롯데월드 수원점, 코엑스매장등이 오픈했다. 일진측이 빠른 속도로 백화점등에 입점시킨 것이다.

2016년 6월 모든 매장 폐쇄하고 소송

그러나 시작부터 장사가 잘 되지 않았다. 부진을 면치 못하자 첫 매장을 연지 5개월이 채 안된 2014년 10월 양측은 2015년 말까지 조프레쉬측 마진을 축소

▲ 조 프레쉬

▲ 조 프레쉬

하고, 2015년 상반기 주문을 취소하는 등 조프레쉬 살리기에 나섰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상 시작과 동시에 망한 셈이다, 그리고 2014년 12월 오리진앤코가 캐나다측과 재계약을 했지만 일진머티리얼스는 지급보증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2013년 봄 조프레쉬를 미국 내 6백개 매장에 론칭했던 JC페니가 2015년 4월 전격적으로 계약을 취소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조프레쉬가 미국에서도 인기를 끌지 못해 사실상 퇴출된 것이다.
JC페니가 퇴출결정을 내리자 일진측도 2015년 4월 6개월 내에 사업을 접기로 결정했고 2015년 5월 조프레쉬가 재계약을 요구했지만 일진측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일진측은 2015년 10월 6일 조프레쉬측에 계약해지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고 조프레쉬측은 일진측이 개설한 신용장 5백만달러를 2015년 11월 2일 몽땅 인출해버렸다. 2015년 11월 20일 양측이 뉴욕에서 만나서 원만한 타결을 논의했지만 실패했고, 2016년 1월 6일 조프레쉬측은 해약에 동의한다고 공식적으로 통보했다. 일진측은 2016년 2월까지 모든 매장을 폐쇄하겠다고 밝혔지만 재고판매 등으로 2016년 6월 모든 매장이 폐쇄됐다.

조프레쉬측이 일진측이 개설한 신용장을 통해 5백만달러를 몽땅 가져가 버리자 2016년 3월 16일 일진측은 싱가

▲ 국제상사중재원은 지난 2017년 12월 31일 조프레쉬와 로블로우는 일진머티리얼스와 오리진앤코에 318만달러상당을 지불하라고 판정했다.

▲ 국제상사중재원은 지난 2017년 12월 31일 조프레쉬와 로블로우는 일진머티리얼스와 오리진앤코에 318만달러상당을 지불하라고 판정했다.

폴 국제중재센터에 제소했고 2017년 2월 8일 부분판정에 이어 2017년 12월 31일 일진측에 최종승소판정이 내려졌다. 국제중재센터는 조프레쉬측이 인출한 5백만달러중 일진측의 미지급금 182만9천여달러를 제외하고 317만8백여달러를 일진측에 돌려주라고 판정했다. 또 국제중재센터에 지불해야 할 71만여달러의 중재비용은 양측이 절반씩 납부하라고 판정했다. 그러나 이같은 판정에도 조프레쉬와 로블로우는 일진측에 317만여달러를 지불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일진측은 지난 7월 조프레쉬측에 7월 16일현재 원금317만8백여달러에 이자가 33만1914달러로 350만달러를 즉시 지급해달라고 공문을 보냈다. 또 돈을 안돌려주면 조프레쉬와 로블로우의 자산이 있는 모든 국가에서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특히 일진측은 캐나다 국세청이 로블로우등에 대한 탈세조사에 돌입했다는 보도를 접했다며, 캐나다 국세청이 한국론칭문제를 조사할 경우 협조할 수 밖에 없다고 엄포를 놓았다. 돈을 안주면 탈세조사에 협조할 것이라고 통보한 것이다. 그래도 조프레쉬측은 감감무소식, 돈을 돌려주지 않자, 일진은 지난해말 미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317만달러 승소판결 받았지만…

일진측은 국제중재센터로 부터 317만여달러승소판결을 받았지만 이 중재판정에 들어간 법률비용은 승소금의 두배가 넘는 692만7천여달러인 것으로 드러났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다. 일진측은 변호사비용이 585만4천여달러, 전문가 및 증인들의 진술과 관련한 비용이 30만6천여달러, 중재재판출석을 위한 여행, 번역 등의 비용이 40만3천달러, 중재비용이 36만4천달러 지출됐다는 것이다. 조프레쉬와 로블로우도 자신들의 중재판정에 들어간 비용이 689만2천달러로 변호사비용이 631만여달러, 전문가 및 증인 진술비용이 17만3천여달라고 주장했다. 일진측이 중재판정에서 승소했지만 법률비용은 각자부담으로 판정났기 때문에 692만여달러를 법정비용으로 날린 셈이다. 하지만 일진이 뉴욕남부연방법원에 다시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에 앞으로 법률비용은 더 들어갈 수 밖에 없다. 국제중재센터 중재과정에서 조프레

▲ 조 프레쉬와 로블로우도 중재재판과 관련한 변호사비용등으로 689만여달러를 지출했다고 밝혔다.

▲ 조 프레쉬와 로블로우도 중재재판과 관련한 변호사비용등으로 689만여달러를 지출했다고 밝혔다.

쉬측은 자신들의 손해가 무려 5200만달러에 달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프레쉬측은 일진측의 계약파기로 당초 약속한 최소주문물량 미준수에 따라4800만달러, 브랜드이미지손실 372만달러등 5200만달러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일진측은 당초 계약때 2014년부터 10년간 최소구매량을 보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4년은 4백만달러, 2015년은 천만달러, 2016년은 2천만달러, 2017년은 3천만달러, 2018년은 3500만달러 구매를 약속했고, 그 이후 5년간은 매년 3%씩 주문을 늘리기로 한 것이다. 조프레쉬측은 이같은 주문의 취소로 4800만달러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2016년 3월까지 피해가 2527만달러

반면 일진측은 조프레쉬론칭을 위해 투자한 돈이 2527만달러이며, 이 돈을 몽땅 날렸다고 주장했다. 즉 중재를 요청할 때인 2016년 3월까지 피해가 2527만달러이며 원달러환율 1100원을 적용하면 278억원에 해당한다. 물론 이 비용에는 2016년 이후 중재판정에 들어간 비용 등은 포함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본보가 일진계열사로 조플레쉬를 직접 운영한 오리진앤코의 감사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일진은 국내에는 이보다 더 큰 손실을 입었다고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리진앤코는 2014년 당기순손실 95억원, 2015년 당기순손실이 228억원으로 2년치 손실액이 323억원에 달했다. 오리진앤코는 2016년부터는 외부감사법인에 해당되지 않아 2016년부터는 감사보고서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일진측은 국제중재센터 소송장에는 손해가 278억원이라고 주장한 반면 자체 회계상으로는 323억원이라고 기재함으로써, 약 45억원상당의 차이가 난다. 일반적으로 소송을 할 경우 자신들의 손해를 최대한으로 주장하는 것은 상식이다. 일진이 278억원 손해를 주장했음에도 회계장부에는 323억원이라고 밝힘으로써 손해를 부풀렸다는 의혹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사업이 망하는 과정에서도 비자금을 챙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어쨌든 일진은 2014년과 2015년 325억원 손실에다 2016년이후 중재재판과정에서 법률비용 7백만달러를 고려하면 400억원 이상을 날린 셈이다.

더구나 일진은 일감몰아주기 등이 수차례 적발됐었다. 일진홀딩스를 통해 일진전기, 일진다이아, 아이텍등 자

▲ 캐나다최대 수퍼체인 로블로우

▲ 캐나다최대 수퍼체인 로블로우

회사와 마그마툴, 일진복합소재, 매직드림등 손자회사를 지배하고 있으며 일진머티리얼도 일젠엘이디, 일진유니스코, 일진건설, 오리진앤코, 아이알엠등 계열사를 거르니고 있다. 일진반도체, 일진자동차등도 일진 계열사이지만 이들회사들은 매출 대부분을 내부거래로 채우고 있다. 더구나 허진규 일진회장은 홍콩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약 1300만달러의 거액을해외금융기관에 예치했음에도 이를 국세청에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일진이 이같이 부도덕한 기업경영으로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조프레쉬를 둘러싼 손해액이 차이가 나는 것은 또 다른 비자금 조성이 아니냐는 의심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이다. 이 기업은 더구나 감사원장, 국무총리를 지낸 김황식 전총리의 매형이 운영하는 기업이다. 그는 한때 대통령을 해보겠다고 나섰던 사람이다. 하지만 김전총리 또한 상습횡령범인 최등규 대보건설회장을 변호, 돈을 위해 파렴치범을 변호한다는 비판을 받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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