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마약스캔들 재벌家 도련님 리스트 전격공개

이 뉴스를 공유하기

SK 최영근, 현대 정현선, 항공사 3세, 유통기업 오너, 현대가 3세…

아직 발표 안 된 ‘재벌가’더 많다

▲ SK그룹 고 최종건 회장의 손자인 최영근(32)씨가 상습마약 복용혐의로 경찰에 체포돼 충격을 던졌다.

▲ SK그룹 고 최종건 회장의 손자인 최영근(32)씨가 상습마약 복용혐의로 경찰에 체포돼 충격을 던졌다.

본국 재계가 때 아닌 마약스캔들로 들썩이고 있다. 선대 후광으로 남 부러울 것 없는 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이 마약에 손을 대며 회사 전체에 먹칠을 하고 있는 모양새다. <선데이저널>은 2015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아들 시형 씨와 김무성 사위 이상균 씨 등의 마약사건 연루의혹을 최초로 보도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 재벌가 3세들의 마약 사건은 본국의 상류층들까지 광범위하게 마약에 찌들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며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선데이저널> 취재 결과 최근 본국 경찰에 의해 체포된 재벌 3세는 SK그룹 최영근 씨와 현대가 정현선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경찰 주변에서는 본국 국내 굴지의 항공사 3세, 본국 최대 유통기업 오너, 현대가의 또 다른 3세 등이 수사선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마약파문은 일파만파로 증폭될 조짐이다. 삼성 이부진 사장이 프로포폴 투약혐의까지 받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본국 10위 그룹 내 오너 일가들이 마약 문제로 인해 골머리를 썩고 있는 셈이다. 본국 재계를 강타하고 있는 재벌가들의 마약 복용 실태를 <선데이저널>이 집중 취재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이번 본국 재벌가 3세들의 마약 사건은 경찰이 20대 마약공급책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경찰은 지난 달 이 씨를 구속해 수사하던 중 ‘재벌 3세들에게 대마를 판매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가장 먼저 걸려든 것은 SK그룹 오너 3세이자 주주인 최영근 씨였다. 경찰은 4월 1일 경기도 분당에 있는 한 사무실에서 최 씨를 대마 구입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긴급체포 했다. 경찰은 최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최씨는 SK그룹 창업주인 고 최종건 회장 첫째 아들인 고 최윤원 전 SK케미칼 회장의 외아들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는 5촌 조카와 당숙 사이다. 최씨는 SK케미칼 1.46% 지분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최씨 일가 지분 중 세 번째로 많다. 한마디로 SK케미칼 대주주라고 볼 수 있다. 최씨는 지난 2월 지인 A씨로부터 대마를 세 차례, 그리고 지난해 3~5월 평소 알고 지내던 또 다른 마약 공급책 B)씨로부터 고농축 대마 액상 2~4g을 다섯 차례 구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는 구입한 대마를 주로 집에서 피웠다면서 마약 구매·투약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재벌가 도련님들 두루두루 연루

이 씨는 현대가 3세인 정현선 씨에게도 마약을 팔았다고 진술했다. 정씨는 고 정주영 회장 슬하 9남매 중 1명의 아들로, 정 회장의 친손자다. 정씨는 한 달 전쯤 해외로 나간 후 현재까지 귀국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정씨의 해외 도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수사 중이다. 최 씨와 정씨는 모두 환각성이 높은 고가의 마약류를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두 사람은 1g 당 가격이 금값의 3배 수준에 달하고, 환각성이 대마초에 비해 40배가 높은 대마 종류를 사들였다. 두 사람은 보안성이 높은 텔레그램 메신저를 이용해 마약 공급책에 먼저 접근한 후 대마를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 정몽일 현대엠파트너스 회장의 장남 정현선 현대기술투자 상무

▲ 정몽일 현대엠파트너스 회장의 장남 정현선 현대기술투자 상무

사실 재벌가 3세들의 마약복용 사건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재벌 2·3세 등의 마약 관련 사건은 잊을만하면 발생하는 일로 치부될 정도다. 실제 2018년 9월 액상 대마를 밀수해 흡연한 혐의로 SPC그룹 회장의 차남인 허모 전 부사장이 징역 3년과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SPC그룹은 LA와 뉴욕에도 많은 지점을 갖고 있는 파리바게뜨의 모회사다. 2014년 1월에는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이 상습적으로 대마를 피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또 2013년 3월에는 또 다른 현대그룹 3세인 정모(22)씨가 대마초를 흡연한 혐의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대부분 LA를 포함한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면서 처음 마약을 접했다고 한다. 재벌 3세 혹은 부유층 자제들은 중·고교 시절부터 해외유학을 나가는 경우가 많아, 국내에 비해 마약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이번에 검거된 정씨와 최 씨도 유학파였다. 이들에게 마약을 공급해 온 이 씨도 경찰에서 “유학 중 정씨와 최 씨를 알게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학파들 마약 범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죄의식이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본국의 경찰 수사가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본지가 취재한 결과 경찰에 자수한 공급책은 최영근, 정현선 이외에도 여러 명의 재벌 3세들에게 마약을 공급해왔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본국 국내 굴지의 항공사 3세, 본국 최대 유통기업 오너, 현대가의 또 다른 3세 등이 수사선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재벌가 3세들의 상습 마약 광풍

재벌들이 이처럼 마약사건이 빈번하게 벌어져 사회적 문제가 됨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손을 떼지 못하는 이유는 일차적으로 마약의 중독성 때문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문제는 바로 본국의 수사기관들이 돈과 권력 앞에서 어쩌지 못하는 속성이 이를 부추긴다. 예를 들어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 씨가 마약을 복용한 뒤 벌인 행동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이 최근 본국 방송을 통해 공개됐다. 황 씨는 2011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대마)’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2015년 9월 중순 서울 강남에서 조모씨와 공모해 필로폰 투약 혐의에 대해서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 씨

▲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 씨

판결문에 따르면 조씨는 2015년 중순 경 강남 모처에서 황씨에게 필로폰 0.5g을 받았다. 조씨는 황 씨의 지시에 따라 마약 공급책 명의 계좌에 30만 원을 송금했다. 황 씨가 필로폰을 희석해 주사하도록 조 씨에게 지시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재판부는 “조씨(피고인)가 황하나와 공모해 필로폰을 투약했다”고 판단했다. 조씨는 2015년 10월경 입건돼 종로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지만 황 씨에 대한 소환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공모한 조모씨는 입건 돼 종로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이에 황 씨가 재벌가 손녀라는 이유로 ‘봐주기 수사’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이후 경찰은 논란이 지속되자 황씨에 대해 내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씨 사례까지 가지 않더라도 본지가 처음 제기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아들 시형 씨의 사례만 봐도 수사기관의 봐주기 수사는 관행처럼 자리 잡았다. 본지는 2017년 동부지검의 수사보고서를 단독 입수해 시형 씨가 김무성 의원 사위와 함께 마약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은 수 차례 보도했다. 검찰 수사보고서까지 입수했음에도 시형 씨 측과 검찰은 이를 부인했다. 심지어 당시 변호사가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이었다는 사실까지 보도했다. 최 의원은 MB정부에서 검찰 고위직을 지낸 인물이다.

‘일벌백계’ 아닌 ‘일벌무죄’ 수사

<선데이저널>이 지난 2015년 9월(995호) 최초로 단독 보도했던 동부지검 형사 4부에서 작성한 이 보고서에는 기업인 자녀와 정치인 자녀, 연예인 등이 연루된 마약건을 수사했다고 밝히면서 수사선상에서 거론된 인물은 노성일 미즈메디 병원 이사장의 아들 노영호와 이준용 신라개발 회장의 아들 이상균, 이명박 전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 배성진 CF 감독(구속), 유명여배우 L, 가수 B, 가수 K(이니셜처리) 등으로 이들은 곤지암과 경기도 인근 골프장, 배성진 자택, 강남텐프로 등에서 수차례 마약을 투약한 혐의를 받았다고 적시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시형 씨 이름을 적시하고도 그를 조사하지 않았다.

▲ 제995호(2015년 9월 27일)

▲ 제995호(2015년 9월 27일)

몇 년이 지나서 시형 씨가 검찰에 마약 성분 반응 검사를 요청했고 검찰은 기다렸다는 듯이 마약 복용검사를 했고, 당연히 음성 반응이 나왔다. 사실 이 사건의 핵심은 시형 씨의 마약 복용과 함께 검찰의 축소수사를 밝히는 것이었다. 당시 검찰 수사보고서에는 “이들이 적발된 것은 이시형의 친구이자 마약공급책인 송창주가 잡혀 진술하면서라고 함. 송창주를 통해 멤버들이 모였고 같이 마약을 했다는 것. 한편 노영호(불구속기소)의 경우 마약 전과가 세 번째 이르며 의사면허를 박탈당함. 그는 첫 번째 벌금형, 두 번째는 집행유예를 받은 전력이 있음. 또 이상균은 구속돼 성동구치소에 수감됐으며 수감번호는 5195임”이라고 적시되어 있다.

본지 취재 결과 마약공급책인 송창주씨는 공예가로 이시형씨의 친구로 밝혀졌으며 송 씨는 수사과정에서 이시형씨의 이름을 포함해 6명의 이름을 불었으나 검찰은 유독 이 씨만을 수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몇 년이 지난 상황에서 애초부터 검사결과가 불 보듯 뻔했던 일이고, 검찰은 기다렸다는 듯 뒤늦은 소변과 모발 검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였다. 심지어 사건 수사보고서에 시형 씨 이름을 적시하고도, 축소 수사를 했던 담당 검찰청인 서울동부지검이 마약 검사도 맡았다. 도둑이 도둑을 잡는 겪이나 다름없었다.

오히려 이씨는 지난 9월 자신의 마약 투약 의혹을 제기한 KBS 시사프로그램 ‘추적 60분’ 제작진과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을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4월 3일 이들에게 5000만원 배상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 사건 기록과 원심판결 등을 살핀 결과, 고 씨와 박 전 과장의 상고 주장에 이유가 없다며 원심 그대로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했다. 심리불속행이란 형사사건을 제외한 상고심에서 원심판결이 법 위반 등 특정한 사유가 없다면 더 심리를 하지 않고 기각하는 제도다.

박 전 과장은 자신의 SNS에 ‘고 씨로부터 과거에 이 씨가 마약을 흡입했다는 말을 들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에 이 씨는 같은 해 8월 “근거 없이 허위사실을 유포한 데 대한 책임을 묻겠다”며 이들을 상대로 1억원의 배상을 청구하는 이 소송을 냈다. 1심은 “박 전 과장이 다수가 볼 수 있는 SNS에 해당 글을 올린 것은 허위사실을 적시해 이 씨의 명예를 훼손한 불법행위”라며 “고 씨가 전파가능성이 있는 박 전 과장에게 그 같은 내용의 거짓말을 한 것도 이씨의 명예를 훼손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원의 이 같은 판결은 검찰의 봐주기 수사에 대한 진상을 밝히지 않은 채 이뤄진 것이어서 다소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

@SundayJournalUSA (www.sundayjournalus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뉴스를 공유하기

선데이-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