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준은 영원히 한국에 못들어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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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입국 길은 열렸으나 갈길은 첩첩산중

법원은 ‘파기환송’했는데
외교부가 ‘비자발급거부’

▲ 논산훈련소 입소하는 한국 청년들이 가족과 친지들의 환송을 받으며 답례하고 있다.

▲ 논산훈련소 입소하는 한국 청년들이 가족과 친지들의 환송을 받으며 답례하고 있다.

한국 항소법원이 대법원의 파기 환송 건으로 넘어본 사건에 대하여 유승준(사진)씨에게 손을 들어주자, 많은 네티즌들이 법원 판결에 분노를 표시했으며, 일부 네티즌들은 유씨의 입장을 옹호하기도 했다. 서울고법 행정10부(재판장 한창훈)는 지난 15일 유씨가 LA총영사관을 상대로 낸 비자 발급 거부 처분 취소 소송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서 “유씨에게 비자 발급을 거부한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유씨는 17년여 만에 한국에 들어갈 가능성이 열렸다. 하지만 당장 한국에 입국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외교부가 이번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재상고 할 것을 밝혔고, 이에 따라 대법원이 다시한번 심의를 해야한다. 만약 대법원이 다시 유씨에게 손을 들어준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최종 LA총영사관이 또 다른 이유로 비자 발급을 거부할 경우 또다시 법정 공방이 제기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처럼 거의 영구적으로 한국 입국을 금지시키는 한국정부의 자세나, 국내 네티즌들의 비난은 다른쪽으로부터 ‘가혹하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과연 언제까지 유씨를 한국에 못들어 가게 하는가. <성진 취재부 기자>

LA총영사관 측은 지난 7월 한국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 처분 결정을 내렸을 당시 ‘한국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라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번 파기 환송되어 서울고법에서 “비자 발급을 거부한 처분을 취소한다”는 결정에 말을 아꼈다. LA총영사관이 단독으로 결정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본질적으로 LA총영사관은 한국 외교부 소속이라 외교부가 이번에 ‘재상고 하겠다’는 입장이라 이에 따를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한국에 일부 언론들은 외교부의 재상고에 대하여 대법원이 전과 동일한 결정을 내릴 경우 LA총영사관이 다른 항목을 들어 비자 발급을 거부할지도 모른다는 전망도 내놓았유승준다. 외교부는 이번 서울고법 판결에 즉각 재상고한다며 관련 부처들과 협의하여 이를 재상고 하겠다고 했다. 한국 현행법에 따르면 외교부 자체가 입국금지 권한이 없다. 출입국 절차는 법무부가 관장한다.

한국의 출입국 관리법 11조를 보면 한국 정부가 ‘이사람 싫다’고 하면 언제든지 입국 금지를 시킬 수 있도록 되어 있다. 11조의 입국 금지 항목은 8개나 있지만 그중 아래 두 항목은 그야말로 애매모호한 규정이다. <규정 3. 은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 그리고 <규정 4. 경제질서 또는 사회질서를 해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는 입국을 금지시킬 수 있다고 규정했다.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하는 행동을 할 염려’는 그야말로 ‘이 사람 싫다’면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규정이다. ‘염려’라는 정도는 단순히 걱정을 끼쳐도 염려가 되는 수준이다. 아주 중대한 범죄 용의자에 대해서는 ‘염려’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그러니 현재의 한국 정부가 ‘유승준 싫다’하면 출입국 11조를 드리밀면 되는 것이다. 만약 규정 3으로 입국 금지가 용이하지 않을 경우 규정 4로 드리밀 것이다. ‘…사회질서를 해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하는 행동을 할 염려….’라는 규정도 이현령비현령 수준이다.지난 7월 대법원 결정이나 이번 서울고법의 결정은 외국인의 입국비자를 심사하는데 절차상 잘못됐다는 것이다. ‘절차상 잘못’을 할 경우는 미국에서는 사형수도 무죄가 될 수 있는 여건이다.

“비자거부는 절차상 하자”

한국 대법원은 지난 7월 1심과 2심에서의 ‘입국금지가 옳다’라는 결정을 파기환송 판결시에 “재외동포법은 재외동포의 대한민국 출입국과 체류에 대해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며 “무기한 입국금지 조치는 법령에 근거가 없는 한 신중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 정도로 대법원이 판결요지로 서울고법에 내려 보냈고, 서울고법도 대법원 취지가 옳다고 해서 ‘LA총영사관의 비자발급 거부는 절차상 잘못된 것’이란 판결을 내렸으면, 행정부는 이에 따르는 것이 옳은 것이다. ‘국군장병의 사기를 떨어 트린다’ ‘군대갔다 온 사람만 호구냐’는 여론에 흔들리고, 내년 총선에 표도 의식하는 분위기에 밀려 정의로운 결정을 외면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코리아타운에 거주하는 제임스 이씨(46, 자영업)는 “SNS에 많은 반대 글을 보면 지난날 유씨에 대한 반감이 조금도 수그러들지 않았다”면서 “사형수에도 인권이 있는데, 유씨에 대한 분노감은 지나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만약 유씨가 분노감을 표출하는 당사자들의 친척이라도 그렇게 용서를 못할 것인지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LA동포 피터 권씨(70, 은퇴자)는 “국내 사람들은 유독 미주동포에 대한 반감이 많다”면서 “지금이 글로벌 시대인데 언제까지 ‘괘씸죄’를 두고두고 씹다니 한심하다”고 말했다. 유학생인 이모씨(21,산타모니카 대학 재학 중)는 “한국에서 병역 문제를 지키지 않을 경우는 법을 떠나 무조건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면서 “미국에 살다보니 또 다르게 유씨의 입장이 이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16일 서울고법법원 판결에 대하여 예외없이 반대 글들이 많았다. 여기에 아직도 유씨의 군입대 기피 행동에 분노하는 의견들도 많이 올라왔다. 유씨처럼 병역 기피를 목적으로 국적을 포기한 사람이 일정 연령이 지나 다시 입국할 기회를 얻는다면, 안좋은 선례로 남을 수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조선일보 보도에서 한 네티즌은 “국방의 의

▲ 유승준씨는 지난 2002년 2월 2일 인천공항에서 입국급지 조치를 받았다.

▲ 유승준씨는 지난 2002년 2월 2일 인천공항에서 입국급지 조치를 받았다.

무를 다하고 있는 아름다운 청년들을 바보로 만들어 버린 판결”이라고 했고, 또다른 네티즌은 “순순히 군대 가는 사람은 죄다 바보냐, 국가의 부름을 받아 성실히 병역 의무를 이행하면 호구가 되는 세상”이라고 했다. 유씨를 향한 비판도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유승준이 한국을 버린 것이지 한국이 유승준을 버린 것이 아니다”며 “미국을 택한 유승준은 한국에 돌아올 생각 말고 쭉 미국에서 살라”고 했다. “유승준이라고 부르면 한글과 세종대왕에게 죄송하다. 스티브 유라고 불러야 한다”, “미국인이 왜 그렇게 한국에 오려는지 모르겠다”, “GOP(최전방 소초)에서 추위에 떨며 고생할 우리 아들을 생각하면 유승준을 용서할 수 없다”는 등 의견이 쏟아졌다. 유씨를 옹호하는 의견도 일부있었다. 한 네티즌은 “이중국적으로 혜택 보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유독 유씨에게만 가혹하다”고 했고, 또다른 네티즌은 “한국에 들어오더라도 아무도 유씨에게 관심을 안 주면 될 일이지, 입국을 막는 건 너무 모질다”고 했다.

“언제까지 ‘괘씸죄’를 두고두고”

유씨는 1997년 ‘가위’로 데뷔해 ‘나나나’ ‘열정’ 등을 발표하며 국내 최정상급 댄스 가수로 인기를 누렸다. 2002년 현역으로 입대하겠다던 약속을 번복,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에서 시민권을 취득하면서 법무부로부터 입국을 제한당했다. 이후 유씨는 만 38세이던 2015년 재외동포 비자로 입국을 허가해달라고 신청했지만 거부당했고, LA총영사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비자 발급 거부가 정당하다고 판결했지만, 대법원은 “총영사관이 법이 아닌 법무부 장관의 입국 금지 결정 지시에 따라 비자 발급 거부를 결정했기 때문에 위법하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에 파기 환송했다. 유씨 측은 이번 판결 이후 법률대리인을 통해 “고국에 다시 정상적으로 입국할 기회가 생긴다면 그간의 물의와 우려에 대해 진심을 다시 말씀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사회에 다시 기여할 방안이 무엇인지도 고민하고 노력하겠다”고 했다. 유씨는 지난 2015년 9월 LA총영사관에 재외동포 비자를 신청했다가 거부당하자 국내 법무 법인을 통해 소송을 냈다. 1990년대 말 인기를 끈 유씨는 여러 차례 ̒군대에 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공익근무요원 소집 통지를 받은 직후인 2002년 1월 돌연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병역은 면제됐고, 이와관련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병무청은 법무부에 유씨의 입국을 금지시켜 달라고 요청했고, 법무부는 그해 2월 입국 금지 조치를 내렸다. 출입국 관리법이 조치 근거가 됐다. 이 법에는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는 외국인에 대해서는 법무장관이 입국을 금지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1심과 2심은 총영사관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유씨가 입국해 방송‧연예활동을 할 경우 병역 의무를 수행하는 국군 장병들의 사기를 낮추고, 병역 의무 이행에 대한 의지를 약화시키는 등 병역기피 풍조가 퍼질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같은 하급심 판단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비자 발급 거부 처분이 재외공관장에 대한 법무장관의 지시에 해당하는 입국금지 결정을 그대로 따른 것이라고 해도, 적법성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영사관 측이 비자 발급 거부 처분을 통지하는 과정에서 유씨 측에 서면으로 알리지 않고 전화로 전달한 것도 행정절차를 위반한 것이라고 했다. 대법원은 “재외동포법은 재외동포의 대한민국 출입국과 체류에 대해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며 “무기한 입국금지 조치는 법령에 근거가 없는 한 신중해야 한다”고도 했다.

“무기한 입국금지 조치는 법령위반”

유씨가 ‘군대갈 것처럼 하다가 말을 바꾸어 미시민권을 챙기고 병역을 피했다’라는 욕을 먹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유씨보다 더 치사한 방법으로 병역을 면제받거나 피하는 연예인이니 권력자 자식들의 행태가 많았다. 유씨가 이들보다 더 욕을 먹는 경우는 ‘미국으로 도피해서 병역을 피한 잘나간 연예인’이란 것이었다. ‘도피처가 미국이고 잘나간 연예인’이라 분노의 대상으로 안성맞춤이 된 것이다. 이처럼 국내에서 병역문제는 ‘트라우마’와 같은 존재이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징병제 보다는 모병제가 어떨까’라는 여론도 2-3년 전부터 솔솔 나오기 시작했다. 원래 남북이 분단되어 법률상 전쟁 상태인 현실에서 이같은 모병제 논의는 씨도 먹히지 않는 주제였다. 그러나 베트남 전쟁 참전후 미국의 모병제 도입이 성공되면서 많은 나라들이 모병제를 생각하였다. 미국에서 베트남 전쟁의 악몽은 새로 구성된 직업 군대에 의해 비로소 변화와 혁신이라는 출구를 찾게 된다. 베트남 전쟁 이후 새로 구성된 미군은 레이건 대통령 시절까지 240만 명의 병력을 유지하면서 세계 최강의 전문 집단으로 거듭나고 1991년 제 1차 이라크 전쟁에서 비로소 실추된 위상을 회복하게 된다. 사회 하위 계층이 주로 군대의 병사로 입대한다는 주장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하위 계층이라 하더라도 군에서의 복무는 직업성을 부여받게 되어 징병으로 입대한 과거의 미군 병사들보다 그 효율성이 월등히 높았다. 지금의 한국군을 보면 5명 중 4명이 대학 재학 이상의 학력을 가진 세계 최고의 엘리트 병사 집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아무런 직업성을 부여받지 못해 세계에서 가장 수동적이고 일상적인 업무만 수행하는 수동적 집단으로 운용되고 있는 현실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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