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집안 한진가, ‘남매의 난’ 경영권 분쟁 막전막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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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L ‘조씨 집안 문패 바뀔 수 있다’

경영권 문제로 뿔난 조원태 모친 찾아가 패륜행패

화병으로 유리창 박살내고…
벽난로 불쏘시게 휘두르고…
‘엄마가 배후?’난동 지르고…

▲ 조원태 한진그룹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부사장,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 조원태 한진그룹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부사장,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조양호 전 한진그룹회장의 비자금의혹계좌의 존재가 본보보도를 통해 밝혀진 직후, 오너일가가 공개적으로 서로 물고 뜯는 등 재산을 둘러싸고 죽기 살기로 맞붙고 있다. 땅콩회항사건의 주인공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남동생인 조원태 한진그룹회장에게 일격을 가하자, 조회장은 어머니 집을 방문, 유리창이 산산조각 날 정도로 거칠게 항의하며 반격에 나섰고, 조원태 반대세력은 그들만의 궁전에서 벌어진 이 폭행사건을 언론에 폭로하며 조회장에 대한 대대적인 재 반격에 나섰다.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한진오너 일가는 불과 일주일사이에 세 번이나 대판싸움을 벌였으며 결국 조회장의 사죄로, 8일 만에 반대세력이 일단 승리를 거뒀다. 현재 이들은 한진그룹에 대한 지분이 취약, 서로 뭉치지 않는다면 오는 3월 경영권을 내줄 수 밖에 없는 처지지만, 감정의 골이 너무 커서 ‘적과의 동침’이라는 실리적 선택보다는 서로를 끌어내리려다 한꺼번에 침몰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안치용(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조양호 한진그룹 창업자 타계뒤 자녀 3남매에 대해 ‘사이가 좋다 – 나쁘다’등 극단적 추측이 난무했던 가운데, 조회장타계 약 8개월 만에 오너일가가 ‘우리는 사이가 나쁘다. 언론을 통해 공격해야 할 정도로 안 좋다’고 만천하에 알리고 이전투구에 돌입했다. 지난달 23일 조현아의 공격으로 시작된 이 싸움은 불과 1주일도 안돼 3차례나 치고받고, 어머니가 부상을 입을 정도로 극도로 에스컬레이트되고 말았다. 그만큼 부모-자식 간에, 친남매 간에 갈등의 골이 깊어 남만도 못한 사이였음을 드러낸 것이다.

▲ 이이명희고문의 평창동 저택 -데크쪽 파손된 창문아래 누군가 유리창을 깨는데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벽난로용 불쏘시개가 놓여있다.

▲ 이이명희고문의 평창동 저택 -데크쪽 파손된 창문아래 누군가 유리창을 깨는데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벽난로용 불쏘시개가 놓여있다.

몰락할 수 밖에 없는 자식들 재산싸움

선제공격의 주인공은 ‘땅콩회항’의 당사자 조현아 대한항공부사장, 조전부사장은 지난 23일 남동생 조원태회장의 독단적인 경영을 도저히 참을 수 없다며 포문을 열었다. 조전부사장은 법무법인 원을 통해 ‘조원태 대표이사가 공동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지금도 가족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전부사장은 ‘선대회장이 생전에 가족들이 협력해 공동으로 한진그룹을 운영해 나가라고 말하는등 화합을 통한 공동경영의 유지를 전했고, 임종직전에도 3명의 형제가 잘 해 나가라는 뜻을 다시 한번 밝혔다’고 강조했다.

특히 조전부사장은 ‘한진그룹이 선대회장 유훈과 다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며 ‘상속인들간의 실질적 합의나 충분한 논의없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대기업집단의 총수가 지정됐다’고 주장, 동생 조원태 회장의 총수취임에 대해 가족들간 합의가 없었음을 분명히 했다. 다시 말하면 이같은 주장은 조회장이 상속인들간에 합의가 없이 총수에 취임했으므로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이며, 동생에 대해 공식적으로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오너일가 3형제에 대해 ‘사이가 좋다-나쁘다’등 세간의 극단적인 추측이 난무했던 가운데, ‘우리는 사이가 나쁘다. 이를 만천하에 알리고 언론을 통해 공격해야 할 정도로 안좋다’고.

월요일 아침 9시, 출근하자마자, 그것도 대대적인 언론보도를 통해 선전포고를 접수한 조회장과 한진그룹은 당황해 하며 회의에 회의를 거듭하며 숙고한 끝에 6시간이 지난 오후 3시에야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오후 3시면 공중파의 저녁뉴스 아이템이 결정되는 시간이다. 3시가 넘어 입장을 발표해봤자 저녁뉴스에 입장이 반영될지 여부를 장담할 수 없으므로, 사실상 저녁뉴스를 위한 데드라인까지 고민에 고민을 거급한 뒤 입장을 낸 것이다.

한진그룹은 입장자료에서 ‘회사경영은 회사법등 관련법규와 주주총회, 이사회 등 절차에 의해 행사돼야 한다’라며 ‘이번 논란이 회사경영의 안정을 해치고 기업 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란디’고 조전부사장의 경영참여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조전부사장은 ‘공동경영이 유훈’이라고 주장했지만, 조회장측은 ‘국민과 고객의 신뢰회복, 주주와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선대회장의 유훈’이라며 공동경영이 유훈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역시 더러운 피는 못 속인다는 증거

여기까지가 1라운드였다면, 바로 이틀뒤인 크리스마스당일 조회장의 대대적인 반격이 있었음이 밝혀졌다. 2라운드인 셈이다. 세계일보등은 지난 28일 ‘조회장은 지난 25일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고문이 살고 있는 평창동 집을 방문, 벽난로 불쏘시개를 휘두르며 어머니를 향해 욕설을 퍼붓고 집안의 유리를 박살냈으며, 이고문은 직접 자신의 상처와 박살낸 유리등의 사진을 찍어 일부경영진에게 보내고 보호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 이명희 고문의 평창동저택- 데크쪽 유리창이 파손된 상태.

▲ 이명희 고문의 평창동저택- 데크쪽 유리창이 파손된 상태.

박살난 유리창, 산산조각난 화병, 쇠로 된 불쏘시개, 이 고문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팔에 난 상처의 사진까지 언론에 폭로됐다. 또 일부 언론은 ‘조회장이 어머니에게 조전부회장 편을 들어서 선제공격을 묵인했는지 여부를 따져 물었다’고 보도했다.

재벌가 안방의 내밀한 사생활이 언론에 폭로된 것이다. 특히 증거라고 볼 수 있는 사진까지 공개되고, 이고문은 보호를 요청했다고 보도됨으로써, 조회장이 격렬한 분노를 표출하고, 화를 이기지 못해 기물파손에 팔에 상처까지 남겼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어머니나 같은 자리에 있던 사람의 결심여하에 따라서는 형사사건으로 비화될 수 있는 사건이다.

조회장이 자신의 형제들은 물론 어머니에게까지 대대적인 반격을 하고 단단히 경고를 한 셈이다. 조회장이 이처럼 반격에 나섰지만, 누구인지 명확히 규정할 수 없지만, 조회장의 반대세력으로 보이는 측이 3라운드로 ‘언론폭로’를 반격에 대한 재반격에 나선 것이다. 통상 재벌가의 내밀한 이야기는 ‘카더라’통신으로 전해져, 사실여부를 확인하기 힘들지만 이번에는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언론에 보도된 것은 물론 이를 입증할 사진까지 제보됐다는 점에서 누군가 조직적으로 움직인 셈이다. 특히 이 사실이 처음 보도된 날은 토요일이어서 이른바 정부부처의 행사등 관급성 뉴스가 없기 때문에, 약간의 화제성이슈만 있어도 공중파 저녁뉴스를 탈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그래서 25일 발생한 일을 최대한 큰 뉴스로 만들 수 있는 토요일에 터뜨린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누군가 치밀하고 세심한 밑그림을 그린 것이다.
1라운드 조현아 전 부사장의 선제공격, 2라운드 조원태회장의 반격, 3라운드 조원태회장 반대측의 재 반격이 펼쳐졌다, 23일과 25일, 28일등 불과 일주일사이에 경천동지할 사건이 연이어 발생한 것이다.

‘갑질 논란’한진가 국민적 분노 확산

이 3라운드에서 특히 주목할 일은 그동안 비교적 사회적 비판의 대상이 되지 않았던 조원태회장의 난폭하고 비도적적으로 비칠 행동이 만천하에 공개됐다는 점이다. 조현아 전 부회장은 땅콩회항등으로, 이명희 고문과 조현민 부사장은 갑질행위로 사회의 지탄을 받은 반면, 최근 몇년간 조회장만 사회적 일탈이 없었고, 이에 따라 유일하게 조씨집안에서 제대로 된 사람이 아닐까 하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조회장도, 조현아-조현민-이명희의 레벨로 추락한 것이다. 거꾸로 보면, 사회적 지탄을 받아 경영권을 행사하기에 부적절한 인물로 평가됐던 측에서는 현재 총수를 막고 있는 조회장또한 똑같은 수준의 인물이 됐다는 점에서 조회장이 갖고 있던 경영권 프리미엄을 없애버리는 효과를 거둔 셈이다.

▲ 화병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산산조각나 있고, 이명희고문으로 추정되는 사람의 손에 상처가 나 있다.

▲ 화병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산산조각나 있고, 이명희고문으로 추정되는 사람의 손에 상처가 나 있다.

사실 조회장이 잦은 폭행 등으로 경찰서 유치장을 여러 차례 들락거렸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지난 2014년 말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이 터졌을 때 ‘조만간 이제 조원태 사장이 신문 1면을 장식할 것’이란 말이 나돌기도 했었다. 조회장이 그만큼 다혈질이어서 ‘시한폭탄’같은 존재라는 것이다. 하지만 조회장은 이 같은 세간의 우려를 잠재우고 약 5년간 조용히 지내면서 마침내 총수자리를 꿰찼다.

그러나 누나의 공격에 대해 크리스마스에 어머니에게 난폭성을 보이므로서 마침내 다른 형제들과 똑같은 레벨로 추락하고 말았다. 시한폭탄이 터진 것이다. 더구나 일부언론은 쇠로 된 불쏘시개를 휘둘렀다며 쇠막대기의 사진까지 공개했다. 조원태 반대측에서는 엄청난 성과를 거둔 것이지만, 조회장입장에서도 할 말이 없는 셈이다.

조회장의 난장판 기사가 주말 신문과 방송을 모두 뒤덮고 대한민국에 이 사건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지경이 된 지난해 12월 30일, 조회장과 어머니가 공동사과문을 냈다. 두 사람은 ‘지난 크리스마스에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집에서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로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죄드린다’고 했다. 특히 ‘조원태회장은 어머니인 이명희고문께 곧바로 깊이 사죄를 했고, 이고문은 이를 진심으로 수용했다’고 밝혔다. 조회장이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음을 인정함과 동시에 어머니에게 깊이 사죄했다고 밝힘으로써 자연스럽게 누가 가해자이고 피해자임이 드러났다. 조회장반대측은 연이은 승리에 이어 항복선언까지 받은 셈이다.

똘똘 뭉쳐도 29%, 경영권방어 턱없이 부족

최근 일주일간 한진오너일가가 이전투구를 벌인 것은 결국 재산싸움이며, 가까이는 3개월 앞으로 다가온 주주총회에서 누가 한진의 경영권을 장악하는 가이다. 사실 한진일가의 지주회사격인 한진칼 지분은 너무 작아서 힘을 합쳐도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을지 의문인 상태다. 이명희고문과 3남매 지분을 모두 합쳐도 25%정도, 여기에 한진일가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정석, 인하학원과 정석물류 학술재단 등 계열사지분을 합쳐봐야 4%로, 확실한 조씨일가의 지분은 약 29%정도이다. 그러나 한진일가가 경영권을 갖기 위해서는 50%가 필요하고, 만약 전체지분의 85%가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한다고 가정하면 42.5%를 확보해야 한다. 똘똘 뭉쳐도 13.5% 가 부족한 상황이어서 경영권을 잃을 가능성이 크고, 만약 서로 총질을 한다면, 3개월 뒤 한진은 조 씨 일가의 품에서 떠난다고 볼 수 있다.

만약 조씨집안이 29%를 한데 모으고. 델타항공이 10%를 보탠다면, 39%여서 경영권을 지켜낼 가능성이 크다. 감정의 골이 매우 크다는 사실을 언론을 통해 공지한 상태에서 조씨일가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서로 총질을 계속하고 시한폭탄이 계속 터진다면, 조씨일가는 한진의 창업자라는 명예만 가진 대주주로 남을 수 밖에 없다. 경영권이 없는 단순대주주로 남을지, 경영권을 가지고 실제적 지배를 하는 대주주가 될지 4명의 손에 달려있다. 똘똘 뭉친다면 적과의 동침이 될지언정, ‘조씨집안의 문패’는 지킬 수 있지만, 과연 합리적 결정을 내릴 만큼 서로를 신뢰하는 지는 본인들도 쉽게 확신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구랍 31일 현재 주식소유자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확실히 중요한 문서의 주인이 비뀔 수도 있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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