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1] 코로나 19를 이겨내는 영혼의 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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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돌보아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영혼의양식이탈리아의 밀라노 대성당에는 세가지 아치로 된 문이 있다. 그 문마다 우리 인생에 대한 소중한 글귀들이 적혀있다. 코로나 19 재난에 한 번 쯤은 글귀를 묵상하면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가 있을 것이다.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토 수녀회 소속 가톨릭 수녀로서, 많은 시와 수필 등 작품 활동을 하여, 기독교와 무관한 사람에게도 시인으로 유명한 이혜인 수녀가 코로나 19를 맞아 ‘3월의 바람’이란 시를 통해 재난 극복을 노래하면서 “그 누구도 혼자서는 살 수 없다”고 말한다. ‘노블리제 오블리제’를 지켜가는 기업인 빌 게이츠는 최근 공개 서한을 통해 “우리가 좋다고 믿든 나쁘다고 믿든 간에 이 세상에 발생하는 모든 일 뒤에는 영적 목적이 있다는 것을 강력하게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대해 묵상하면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실제로 우리에게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공유하려 한다”며 14가지의 교훈을 제시했다. 빌 게이츠는 자신이 죽을 경우 전 재산의 대부분을 사회에 기증하고 세 명의 자녀들에게는 1인당 1천만 달러씩만 상속한다고 밝혔다. 이는 빌 게이츠 전 재산의 0.018%에 불과하다. <편집자 주>

경칩이 지나고 나니 일제히 약속이나 한 듯이 봄꽃들이 다투어 피어나고 있습니다. 살구꽃 나무 위로 새들이 즐겁게 날아다니고 꽃들 주변으로 흰 나비들이 찾아오는데 꽃과 나비를 보는 제 마음도 요즘은 웃음기 없이 울적하기만 합니다. 평소에 나물 캐기 좋아하는 어느 선배 수녀님이 수녀원 밭에서 뜯어 온 냉이로 국을 끓여 먹고 쑥으로 튀김을 해서 먹으며 “식탁에도 이렇게 봄이 올라와 있는데 계절의 봄과 달리 우리의 진정한 봄은 언제나 올까요?” “요즘은 신문 보기도 겁이 나요.” “이런때 일수록 우리가 더 많은 기도를 해야 할 건데 걱정만 앞서고 일이 손에 안 잡히네요.” “자가격리, 사회적 거리 때문에 마음까지 멀어지면 곤란한데?” “너무도 당연히 누려왔던 평범한 일상을 이젠 기적처럼 그리워하게 되는군요.” “코로나19 사태로 우리 국민이 좀 더 성숙하고 거듭나는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믿어요.” 수녀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말을 건넵니다.

우울한 시기를 잘 극복하라고 맛있는 쑥찰 떡을 150인분이나 만들어 보낸 해운대의 문인, 마스크 몇 개 경비실에 두고 간다며 문자를 보내온 우리 동네 빵집 사장님께도 고마운 마음입니다. 평일 미사에도 객실에도 일체 외부인이 오질 않으니 수녀원이 세상과 격리된 하나의 외딴 섬이 된 것 같습니다. 가끔 만나서 책방도 가고 이런저런 심부름을 해주던 예쁜 독자의 딸이 확진 판정을 받고 의료원에 있다니 걱정입니다. 성당에서의 공동기도 지향에도 식당에서의 독서 시간의료진에도 온통 코로나19 관련 소식뿐인데 원장 수녀는 거의 매일 이런저런 공지를 해 줍니다. 홀로 어르신들께 드릴 반찬 준비를 비롯해 구청 보건소 직원들에게 드릴 편지와 간식 준비에 대한 것 등등. 여러 종류의 부탁과 협조를 구해옵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우리가 다 함께 절감하는 것 중 하나는 그 누구도 혼자서는 살 수 없고 서로가 서로에게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것, 그래서 서로를 돌보아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는 것, 말은 따뜻하게 행동은 성실하게 공동선을 향해서 각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몫을 다 할때만 우리의 일상도 조금씩 제자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계속 누구를 탓하고 원망하거나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모르지 않으면서 곧잘 짜증과 푸념으로 우울을 전염시키는 우리의 모습을 봅니다. 이 고난의 시기도 결국은 지나갈 것이라 믿습니다. 우리 모두 희망으로 일어서라고, 앞으로 나아가라고 3월의 연둣빛 바람이 재촉하는 속삭임을 들으며 가만히 두 손 모읍니다.

빌 게이츠의 14가지 교훈

1. 코로나 사태는 문화, 종교, 직업, 재정 상황 또는 우리의 명성에 관계없이 우리 모두가 평등하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고 있다. 이 질병은 우리 모두를 평등하게 대할 것이다. 나를 믿지 않으면 톰 행크스에게 물어보라.
2. 우리 모두가 연결되어 있고 한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상기시켜준다. 이 바이러스에는 여권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세워놓은 잘못된 경계는 거의 가치가 없다는 것을 상기시켜 준다. 코로나는 우리를 짧은 시간 동안 억압함으로써, 평생을 억압 속에서 보낸 사람들에 대해 상기시켜 주고 있다.
3. 영양소가 불량한 제조식품과 화학물질에 오염된 식수를

▲ 코로나 19 재난 극복을 기원하는 베트남 여성

▲ 코로나 19 재난 극복을 기원하는 베트남 여성

먹음으로써 우리의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어떻게 방치해 왔는지를 일깨워주고 있다. 우리가 건강을 돌보지 않으면 당연히 병에 걸릴 것이다. 건강을 돌보지 않으면 물론 병에 걸리게 된다.
4. 우리의 삶이 짧다는 것을 그리고 우리가 해야할 가장 중요한 일은 특히 나이가 많거나 아픈 사람들을 서로 돕는 것임을 상기시켜 준다. 우리의 목적은 화장실 휴지를 구입하는 것이 아니다.
5. 사회가 얼마나 물질적으로 발전했는지, 그리고 어려운 시기에 필요한 것은 우리가 때때로 불필요할 정도로 가치를 부여해 왔던 사치품이 아니라 필수품들(음식, 물, 약)이라는 사실을 기억한다.

6.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의 가족과 가정생활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우리가 이것을 얼마나 무시했는지를 상기시켜 준다. 우리를 집으로 강제로 되돌려서 가정부터 재건하고 가족 관계를 강화하도록 한다.
7. 우리가 진정으로 해야할 일은 우리의 직업적 일이 아니라 서로를 보살피고 서로를 보호하고 서로에게 이로움이 되는 것이다.
8. 우리의 자아를 점검하도록 상기시켜 준다. 우리가 아무리 훌륭하다고 생각하거나 다른 사람들이 제 아무리 우리가 훌륭하다고 생각한들 바이러스는 세상을 정지시킬 수 있다.
9. 코로나 사태는 자유의 힘이 우리 손에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 준다. 우리는 서로 협력하고, 나누고, 베풀고 서로를 지지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고, 이기적이고, 남몰래 물건을 비축하면서 자신만 돌보는 길을 선택할 수도 있다. 실제로 어려운 상황은 우리의 진정한 색깔을 드러낸다.
10. 우리가 인내할 수 있거나 당황할 수 있음을 상기시켜 준다. 우리는 이러한 유형의 상황이 역사상 여러 번 발생했고 곧 지나갈 것이라는 사실을 이해할 수도 있다. 아니면 공황상태가 돼 세상의 종말로 보고 결과적으로 우리 자신에게 더 큰 해를 입힐 수도 있다.

11. 코로나 사태는 이것이 끝이거나 새로운 시작일 수 있음을 우리에게 상기시켜 준다. 이는 우리의 실수로부터 배우는 반성과 이해의 시간일 수도 있고, 마침내 교훈을 얻을 때까지 계속되는 주기의 시작일 수도 있다.
12. 코로나 바이러스는 지구가 아프다는 것을 우리에게 깨닫게 해준다. 화장실 휴지가 선반에서 사라지는 속도를 보는 것처럼 동시에 삼림이 벌채되는 속도도 봐야한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우리의 집이 아프기 때문에 우리가 아픈 것이다.
13. 모든 어려움 후에는 항상 여유가 있음을 기억한다. 인생은 주기적이며, 코로나 사태는 이 위대한 주기의 한 단계일 뿐이다. 당황할 필요는 없다.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
14.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큰 재난으로 보고 있는 반면, 나는 이 바이러스를 ‘올바른 교정자’로 보고 싶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가 잊어버린 듯한 중요한 교훈을 상기시키기 위해 보내진 것이며, 그로부터 교훈을 얻을 것이지 아닌지는 우리에게 달려있다.

밀라노 성당의 세 대문의 글귀

이탈리아의 밀라노 대성당에는 세가지 아치로 된 문이 있습니다. 첫번째 문은 장미꽃이 새겨져 있는데 “모든 즐거움은 잠깐이다” 하는 글귀가 있고, 두번째 문은 십자가가 새겨졌는데 “모든 고통도 잠깐이다”라고 쓰여 있고, 세번째 문에는 “오직 중요한 것은 영원한 것이다”라고 쓰여져 있다고 합니다. 터키 사람들은 고난과 슬픔을 당한 사람에게 인사할

▲ 코로나는 8일 현재 세계 214개국에 번지고 사망자만도 9만 여명에 이르고 있다.

▲ 코로나는 8일 현재 세계 214개국에 번지고 사망자만도 9만 여명에 이르고 있다.

때 이렇게 말한다고 합니다. “빨리 지나가기 바랍니다”. 인생은 나그네와 같아서 괴로움이나 즐거움이나 눈 깜박할 사이에 지나갑니다. 성경 전체를 보면 인생을 “나그네와 행인”이라고 했습니다. 아브라함도 “나그네”라고 했고 야곱도 “나그네”라고 했습니다. 인생이 나그네와 같다는 것은 어떤 뜻일까요? 인생은 이 세상에서 얼마동안 나그네와 같이 살다가 떠나간다는 뜻입니다. 인생은 안개와 같이 잠깐이라는 뜻입니다. 어린시절은 아침과 같고, 젊은 시절은 낮과 같고, 늙은 시절은 저녁과 같이 잠깐 지나가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다. 인생이 나그네라는 뜻은 사람이 세상에서 떠나갈 때에 모든 것을 두고 가야 된다는 의미입니다. 우리가 호텔의 손님으로 있는 동안에는 최고급의 시설과 서비스를 누리지만 일단 그 호텔을 떠날때는 모든 것을 놓고 가야합니다. 그것들은 호텔에 속한 것이지 내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세상에 잠시 사는 동안에는 좋은 호텔에 들어 사는 손님같이 모든 시설을 자유로 쓰고 살아가지만 세상의 나그네 생활을 마치고 고향인 하늘나라로 떠나갈 때에는 그 좋은 것들을 하나도 가지고 가지 못하는 것이 인생입니다. 천년만년 살 줄 알고 육신의 정욕대로 방탕하며 사는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중에 어리석은 사람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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