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보도되지 않은 泌하인드 취재] 신라젠 사건의 보이지 않는 손은 누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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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젠-라임투자-우리들병원’ 이어 ‘장하성 동생 펀드’까지…

윤석열, ‘한식에 죽으나…청명에 죽으나’

죽을 때 죽더라도
끝까지 뿌리 캔다

윤석열이번 총선 최대의 화두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둘러싼 여야 간 싸움이었다. 여권에서는 윤 총장을 끌어내리기 위한 각종 사전 정지 작업 등이 이뤄졌고, 야권에서는 이번 선거가 ‘윤석열 지키기’ 선거라고 쟁점화했다. 윤 총장을 둘러싼 갈등은 총선 이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여야 뿐만 아니라 정권과 검찰의 대결 또한 더욱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권에서는 윤석열 총장 개인의 의혹을 계속 흘리면서 힘을 빼려 할 것이고, 수사권을 가진 윤 총장은 정권 핵심부를 정면 겨냥하면서 여론의 흐름을 바꿔놓으려고 할 것이다. 이 경우 정권은 윤 총장 처 김건희 씨와 장모와 관련한 의혹을 계속해서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MBC나 뉴스타파 등 친여 언론에서는 윤 총장 개인을 둘러싼 의혹들을 꾸준히 제기해오고 있다. 반면 윤 총장은 때를 기다리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정권과 싸우는 모습을 계속할 경우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선거 이후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윤 총장이 쥔 무기는 많다. 대표적인 것이 <선데이저널>이 지난해부터 꾸준하게 제기해 온 신라젠과 라임사건을 둘러싼 금융사기 사건이다. <선데이저널>이 의혹을 제기한 후 공교롭게도 검찰은 본격 수사팀을 구성해 수사를 진행해왔고, 슬슬 정권과 관련된 친여 인사들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이 뿐만 아니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이나 우리들병원 금융농단 사건 등 윤 총장이 반격을 취할 카드는 얼마든지 있다. 4.15 총선이 여당의 압승으로 끝난 지금부터 시작될 윤석열 검찰총장의 반격을 <선데이저널>이 취재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문재인정권 핵심실세인 장하성 주중대사의 동생 장하원씨가 운용하는 펀드가 미국채권에 잘못 투자하는 바람에 개인투자자들이 1800억원의 투자금을 몽땅 날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우선적으로 수사해야할 사건은 윤석열 검찰이 수사력을 모으고 있는 첫 번째 건은 바로 신라젠 사기사건이다. <선데이저널>은 이미 1월 16일 보도한 << ‘신라젠-라임자산운용’ 주가조작에 문재인 정부 실세들 줄줄이 연루 의혹>> 기사에 언급한 바로 그 사건이다. 검찰은 2월부터 이 사건 수사팀을 확대하며 본격 수사에 나서왔다. 서울남부지검에서 사건을 배당한 검찰은 주요 피의자들의 신병 확보에 나섰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는 지난 4월 10일 신라젠의 이용한 전 대표이사, 곽병학 전 감사 등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은 신라젠의 면역항암제 ‘펙사벡’의 임상 중단 사실이 공시되기 전에 회사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대거 팔아치워 거액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신라젠은 펙사벡 개발 기대감으로 주가가 한때 고공행진을 했지만 임상 중단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폭락한 바 있다. 이 전 대표는 2008∼2009년에 대표이사를 지냈고, 문은상 현 대표이사의 친인척인 곽 전 감사는 2012∼2016년에 이 회사의 감사와 사내이사를 역임했다.

좁혀가는 수사망 ‘시작은 지금부터’

그렇다면 여기서 벨류인베스트코리아란 이름이 왜 등장하는 것일까. 바로 이 사건의 핵심인물인 이철 전 대표이사가 이끌던 밸류인베스트코리아가 바로 신라젠의 최대 주주였기 때문이다. 작은 바이오 벤처기업이었던 신라젠은 2014년 3월 항암 치료제 ‘펙사벡’을 연구·개발하던 미국 바이오 기업 제네렉스를 인수하며 몸집을 키웠는데, 당시 제네렉스 인수 자금 300억원을 밸류가 투자했다. VIK는 2015년 이철 전 대표가 금융사기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되면서 보유하고 있던 신라젠 주식을 모두 처분했다. 이때 얻은 시세차익만도 수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에서는 신라젠이 급성장한 배경에 현 여권 관계자들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벨류인베스트코리아(VIK)는 국내 벤처투자와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분야의 큰손으로 불리던 업체다. ‘크라우드 펀딩’이란 사업계획을 인터넷에 공개해 개인 투자자들을 모으는 새로운 금융 기법이다. 문재인 정부는 크라우드 펀딩 관련 규제 완화를 일관되게 추진 중이다. 그런데 VIK의 자금 운용 방식은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으로 볼 때 이 곳 미국에서도 유행했던 폰지 사기와 유사하다. 폰지 사기는 고수익을 미끼로 자금을 모은 후, 이후에 투자된 자금으로 앞사람의 수익을 지급하는 형식의 다단계 사기 수법을 말한다. 크라우드 펀딩 방식의 투자로 주목받아온 VIK는 자신의 회사를 비상장 주식, 엔터테인먼트, 부동산 사업 등에 투자하는 금융투자업체라고 홍보했다. 하지만 무인가 업체였다. 금융투자업체는 금융위원회에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VIK는 서울 강남에 버젓이 사무실을 차리고 영업사원 3000여 명을 동원해 투자자를 끌어들였다. 2011년 9월부터 2015년 8월까지 영업직원들을 통해 일반인들에게서 투자조합을 결성하는 방식으로 투자 자금을 끌어모았다. 투자조합은 조합당 49인을 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VIK가 조성한 투자조합의 투자자는 조합당 100명이 넘었다. 이들은 투자자 3만3000여 명으로부터 투자금 7039억원을 유치했다. 이 전 대표이사는 투자금의 20%를 직원 월급과 회사 유지비로 써버렸고, 고객이 맡긴 투자원금 2000억원을 수익이라고 속여 되돌려주는 수법으로 손실을 본 사실마저 숨겼다. 금융감독원은 밸류가 활동한 지 2년이 넘은 2013년 10월에야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고, 경찰은 이렇다 할 조치 없이 2014년 6월 이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금감원이 이후 두 차례 더 수사 요청을 했지만, 검찰 수사는 9월에야 시작됐다. 2015년 11월 검찰은 이철 대표를 자본시장법 위반,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문제는 이처럼 허술하기 짝이 없는 업체가 어떻게 그렇게 거금을 모을 수 있었는지다.
VIK는 매달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사무실에서 강의를 했는데, 이 자리에 온 사람들이 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 모두 방귀 꽤나 끼었던 사람들이었다.

VIK 여직원 이름 바꿔 청와대 직원으로

노무현 정부에서 국정홍보처장을 지냈던 김창호씨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이 전 대표에게 6억2900만원을 받아 1년6월형을 선고받았다. 김 전 처장은 2017년 5월 만기출소 했다. 그러나 출소 후 김 전 처장의 발자취는 보통의 정치자금 수수자와 달랐다. 그는 교도소에서 ‘대통령의 발견’이란 책을 펴냈고, 출판 기념회를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와 노사모 출신들이 아지트처럼 찾는 서울 관악구의 한 음식점에서 열었다.

신라젠
강연 등 외부 활동도 활발히 했다. 김 전 처장은 2018년 9월에는 노무현재단 제주위원회 초청으로, 10월에는 더불어민주당 제주특별자치도당이 주최하는 민주시민학교에서 제주도민과 당원 등을 상대로 한 강사로 초빙됐다. 그는 이후 동국대 석좌교수를 맡았다. VIK 피해자들은 이 전 대표가 돈을 건넨 사람이 김 전 처장 뿐만은 아닐 것이라고 주장한다.

심지어 VIK 직원이었던 사람이 이름까지 바꿔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 근무했다. VIK 경영기획팀에서 일했던 임 씨는 2017년 대선 직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 소속 6급 행정요원으로 발탁돼 2020년 2월까지 근무했다. 3만명의 피해자를 낸 투자 사기 회사에 근무한 이력이 있음에도, 임씨는 개명을 한 뒤 인사검증을 통과했다. 임 씨는 그만두기 직전 문재인 대통령과 점심 식사를 했다는 것을 공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임 씨는 여권 인사들과 가까운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친문 핵심으로 꼽히는 황희 의원이 임 씨를 청와대에 추천했다는 얘기가 뒤늦게 돌았다.

경기도 의정부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온 뒤 군산대에 입학, 남북청년학생 통일대회 방북단 등의 활동을 하다 제적된 임 씨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이끌었던 국민참여당에서 활동했다. 유시민 이사장 역시 공교롭게도 VIK에 강연을 하면서 여기와 연루설이 불거진 바 있다. 그는 국민참여당 의정부 준비위원회 여성위원장과 의정부지역위원회 청년위원장을 거쳐 2010년 지방선거 때 경기도의원 선거에 출마했었다. 이후 임주헌 씨는 통합진보당으로 당적으로 옮겨 의정부 여성위원장으로 2012년 지방선거 의정부시의원 보궐선거에 예비후보로 등록하기도 했다. 임 씨는 보궐 선거 경선에서 탈락하고 2013년 1월 VIK에 입사해 2015년 8월까지 소통네트워크실 경영기획팀 등에서 근무했다. 그러던 그는 2017년 대선 직전 문재인 캠프로 들어가 선거 후 청와대에 합류했다. 그는 이 전 대표가 주재하는 회의에 참석해 임원 회의록을 작성하는 일을 했다. 측근이 아니면 맡기지 않는 일이다. 임씨는 2015년 VIK에 대한 검찰 수사에선 내부 제보자 역할을 했다. VIK가 투자한 비메모리 반도체 개발업체 EWBM에서 VIK 측에 20억원을 리베이트로 줬다는 의혹 등은 그의 입에서 시작됐다. VIK 피해자들은 VIK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풀어줄 열쇠로 임씨를 꼽는다.

도종환 김현종 김수현 괴담 분분

뿐만 아니다. 유시민 이사장처럼 VIK에는 주로 현 여권 내부에 있는 사람들이 주로 강연을 했는데 이들은 대부분 문재인 정부 들어서 요직을 꿰찼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2012년 10월 특강자로 나섰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하인드스토리와 한국 경제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강연을 했다고 한다. 김 차장은 미국 변호사 자격을 가진 통상 전문가다. 노무현 정부 때 3년(2004년 7월~2007년 8월)간 통상교섭본부장을 했다. 그는 당시 한·미 FTA를 추진한 당사자다. 문재인 정부 초대 통상교섭본부장에 발탁된 그는 이후 국가안보실 2차장으로 임명됐다. 외교통상 분야에 있어서 문 대통령의 신임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당사자다. 이로 인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도 종종 마찰을 일으켰다. 안하무인이란 비판을 들었을 정도로 그가 막강한 힘을 발휘했던 것은 대통령의 신임을 등에 업고 있기 때문이었다.

2012년 11월에는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수현 세종대 교수가 ‘부동산’에 대해 강연을 했다. 김 교수는 노무현 정부 때 부동산을 잡겠다는 명분으로 종합부동산세 도입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 하지만 조세 저항과 부동산 가격 폭등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럼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했을 때부터 호흡을 맞추고, 2012년과 2017년 대선 캠프에서 정책을 입안한 그를 사회수석비서관과 정책실장으로 기용했다. 김 교수는 문재인 정부 들어 탈(脫)원전, 부동산, 소득주도성장 등 논란이 된 정책을 사실상 진두지휘했다. ‘부동산 정책 사령탑’으로 불리며 두 번에 걸친 부동산 대책 입안에 깊숙이 관여했다.

현직 국회의원인 도종환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014년 1월 ‘시와 인문학’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했다. 도 의원은 아내와의 사별(死別) 등을 다룬 시집 《접시꽃 당신》으로 유명하다. 2012년 19대 총선 때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고, 20대 총선 때 충북 청주 흥덕에서 당선됐다. 지난 대선 때 문재인 캠프 문화예술정책위 상임위원장을 맡아 문화 공약을 주도했다. 2017년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때 봉하마을에서 헌시 ‘운명’을 낭독하기도 했다. 2015년 국정감사 때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했다.

단순히 강연을 했다는 의혹만으로 이들이 불법을 저질렀다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유독 현 정권 인사들과 VIK 이철 전 대표의 연결고리가 많이 나오고 있고, 이들이 현 정권에서 호가호위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 석연치 않다. 게다가 이 전 대표는 이 전 대표는 ‘노무현정책학교’ 1기 수료생이기도 하다. 노무현정책학교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국정을 이끌었던 노무현 정부 인사들이 설립한 진보 성향 싱크탱크인 ‘한국미래발전연구원’이 개설했다. 노무현재단 이사장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정책학교 개강을 홍보하는 팸플릿에 직접 소개의 글을 쓰기도 했다.

신라젠 사건은 우리들병원 불법대출의혹과 더불어 현 정부가 감추고 싶어하는 판도라의 상자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검찰이 더더욱 이 사건에 매진하고 있는 것이다. MBC를 비롯한 친여 매체들이 신라젠 사건과 검언유착 의혹을 제기한 것은 일종의 선제공격으로 보인다. 총선이 끝나면 신라젠 사건을 비롯해 각종 사건들에 검찰은 수사력을 집중할 것이다. 특히 신라젠 투자금 7000억 원 중 아직 밝혀지지 않은 427억 원의 사용처나 행방은 그야말로 판도라의 상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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