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0억달러, 중소기업용 대출 14일 만에 모두 소진한 기막힌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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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놈들의 나눠먹기…누구를 위한 대출인가? 거센 논란

영세 소상인들엔 ‘그림의 떡’

메인3500억달러, 한화 420조원에 달하는 중소기업용 대출이 불과 14일 만에 모두 사라졌다, 이 액수는 연방중소기업청(SBA)이 지난 14년간 대출한 액수와 맞먹는 것이다. 그렇지만 정작 한인 자영업자들 중에는 페니 하나 구경 못해 본 사람이 더 많다. 이처럼 중소기업용 대출이 순식간에 사라진 것은 무늬만 중소기업인 대기업이 대출을 독점했기 때문이다. 또 은행들은 소액대출을 많이 할 경우 은행업무만 늘어난다고 판단, 큰 기업 고액대출위주로 대출을 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입법취지상 코로나 19로 인해 휴업조치를 당한 비 필수기업에 대출이 돼야 함에도, 이 같은 기준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멀쩡한 큰 기업의 거액대출이 가능했으며, 연방의원들 이 자신의 고액후원자들을 돕기 위해 이 같은 구멍을 만들어 놓았을 것이란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제 곧 2라운드가 시작되지만, 연방의회가 매출액이 일정액 이하인 소기업을 대상으로 별도로 대출금을 편성하지 않는 한 큰 놈들의 나눠먹기만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             안치용(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지난달 27일 밤 발효된 이른바 코로나경기부양법, 연방정부는 2조2천억달러중 3500억 달러를 중소기업을 위한 고용보장대출[PPP]와 경제피해재난대출[EIDL]에 배정했다. 그리고 지난 3일 세부규정이 마련돼 접수가 시작됨과 동시에 업무능력을 갖춘 비교적 큰 기업의 대출이 물밀듯 밀려들었고, 결국 14일 만인 16일 모든 돈이 소진됐다. 정작 한인자영업자중 대부분은 1달러짜리 지폐 한 장 구경도 못해본 사이에 무려 420조원이 순식간에 사라지면서 ‘도대체 누구를 위한 대출인가’라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코로나 경기부양법 입법취지 무색

일단 이 대출은 코로나경기부양법이라는 입법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피해기업에 대한 지원이 아니라 모든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선착순대출을 표방하고 있다. 이처럼 법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기 때문에 무늬만 중소기업인 대기업에 하이에나처럼 달려들어 대출을 싹쓸이한 것으로 밝혀졌다.

써머리8주간 직원인건비를 무상지원해 주는 고용보장대출은 최소한 71개 이상의 증시상장업체들이 대출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엄격한 검증을 거쳐 증시에 상장된 업체들은 사실상 중소기업으로 보기 힘들지만, 종업원 5백명 이하의 기준에 부합한다며 무더기로 고용보장대출을 신청, 최고한도인 1000만달러의 대출을 낚아챈 것이다.

이들 71개 상장업체 중 시가총액이 1억달러가 넘는 회사만 20개이다, 햄버거업체로 유명한 세이크색은 시가총액이 무려 16억달러에 달하고 현금보유액이 1억1200만달러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고용보장대출을 신청, 최고한도인 천만달러를 승인받았다. 그 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며 비판이 쇄도하자 슬그머니 돈을 반환하겠다고 밝히는 코미디가 연출됐다.

외국에 본사를 둔 회사의 미국자회사도 거액대출에 성공했다. 바이오테크놀러지회사인 웨이브라이프사이언스는 시가총액이 2억8600만달러이며, 싱가폴에 본사를 두고 있음에도 720만달러 고용보장대출을 받았고, 시가총액이 1억4800만달러로 캐나다에 본사를 둔 CRH메디컬도 290만달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론 사이즈또 미국 16개주에서 47개 식당체인을 운영하는 제이알렉산더홀딩스는 2개 법인 명의로 1510만달러를 챙겼고, 루스크리스 스테이크하우스는 2개 자회사 모두 최고한도인 1000만달러씩 2000만달러를, 타코 카바나를 운영하는 피에스타레스토랑그룹도 최고한도인 1000만달러, 미국최대 회전스시업체인 쿠라스시도 600만달러를 받아냈다. 에너지 회사들도 마찬가지다, 시가총액이 4억5백만달러에 달하는 콜로라도의 DMC글로벌은 670만달러, 자산이 4억2600만달러에 달하는 홀래더에너지도 최고한도인 1000만달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업체는 증시상장업체들로 이른바 ‘8K’보고서를 연방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고용보장대출 승인내역이 밝혀진 것이며, 8K보고서를 늦게 제출하는 상장기업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장기업의 고용보장대출승인은 더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이 같은 천문학적 액수의 대출은 대출금을 받은지 8주내에 임금, 렌트비, 유틸리티비용으로 지출하면, 모두 탕감 받을 수 있어, 사실상 정부에서 공짜로 돈을 나눠주는 것이다. 이들 업체들이 사실상 공돈을 챙긴 것이지만, 현행법상으로 전혀 불법이 아니라는 점에서 다시 한번 한인자영업자들은 깊은 한숨을 쉴 수 밖에 없다.

맘앤팝스타일 소영세상인엔 그림의 떡

이 같은 현상은 한인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비교적 규모가 큰 기업은 맨파워를 이용, 제반서류를 준비했다가 시작종이 울림과 동시에 대출신청을 해서 승인을 받아낸 반면, 정보가 늦을 수 밖에 없고 서류준비가 쉽지 않은 직원 10명이하의 한인기업이나, 가족들이 힘들게 일하는 맘앤팝스타일의 가게들은 한 푼도 받지 못했다는 탄식이 가득하다.

특히 이 대출은 코로나19피해에 관계없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정작 강제휴업명령으로 ‘울며 겨자 먹기’로 문을 닫고 그 많은 식자재를 폐기처분, 당장 렌트비와 끼니를 걱정하는 한인자영업자보다는 코로나19로 사업이 더욱 번창할 수 밖에 없는 일부업종 특히 대형마켓 등은 평상시보다 매출이 3배 이상 증가해 엄청남 매출을 올림과 동시에 고용보장 대출까지 받아 챙기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사업이 잘 돼서 좋고, 사업에 필요한 인건비까지 공짜로 받으니 이보다 더 좋은 시절이 없는 것이다.

스테이트

또 하나 큰 문제는 은행들의 이기주의다. 은행들은 이 대출을 처리해 주면서 거액의 수수료를 챙긴다. 35만달러까지는 전체대출액의 5%, 35만달러에서 2백만달러까지는 3%, 2백만달러에서 1000만달러까지는 1%의 수수료를 받는다. 온갖 유세 다 떨면서 대출을 해주고 거액커미션을 챙기는 것이다. 하지만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은행들이 소액대출, 즉 규모가 작은 자영업자에게 대출을 해 줄 경우 서류접수에서 크로징까지 업무가 크게 늘어날 것을 우려, 수백만달러에서 천만달러 대출이 가능한 기업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소액대출이 수수료가 높지만, 열심히 일해 봤자 제반서류미비로 대출승인이 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우려, 기존고객 중 최대한 거액대출이 가능한 업체부터 챙겼다는 것이다. 기왕이면 일을 적게 하고 수수료를 챙기기 위해 소규모의 자영업자들을 뒤로 밀어낸 것이다. 연방중소기업청이 선착순임을 강조했지만, 은행들은 업무편의위주로 일을 처리한 것이다.

대출승인부터 10일 이내에 클로징이 되지 않으면 대출승인이 무효가 된다는 점도 은행의 이기주의적 일처리를 부추겼다. 소규모기업에 대출을 승인해줘 봤자, 서류를 제대로 준비 못하면 10일내에 크로징을 하지 못해, 만사도루묵이 된다는 점을 우려해, 역시 큰 기업에 우선권을 줬다는 것이다.

은행들이 규모가 큰 기업을 선호했다는 것은 연방중소기업청 SBA의 통계에서 여실히 입증된다. 연방중소기업청은 대출금이 모든 소진된 16일 밤 12시 기준으로 고용보장대출 승인내역을 집계한 결과 모두 4975개 대출취급기관이 166만건의 대출승인을 받았으며, 특히 평균대출 액이 무려 20만달러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고용보장대출 한도가 1개월 평균임금의 2.5배임을 감안하면, 1개월 인건비가 8만달러이하 기업은 명함도 못 내미는 셈이다. 이는 한인자영압자들의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것이며, 왜 한인자영업자들이 돈 구경도 못했는지를 잘 알게 해준다.

1천만달러 대출승인건수 0.27% 4412건

대출액규모를 보면 5백만달러에서 1천만달러의 대출승인건수가 4412건으로 전체 대출건수의 0.27%지만, 대출액은 308억달러로 전체대출액의 9%에 달한다. 대출액점유비율이 대출건수 점유비율의 무려 30배를 넘는다. 또 1백만달러이상 1천만달러까지의 대출이 전체의 45%에 달한다. 1백만달러대출을 받으려면 1개월 인건비가 40만달러가 넘어야 한다. 무늬만 중소기업이며 사실상 대기업이 집중적으로 혜택을 받은 것이다.

대출기관별 대출액을 보면 더욱 극명한 차이가 난다. 연방중소기업청은 개별 대출기관의 이름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대출액1위 금융업체는 140억달러의 승인을 받았으며, 평균대출액이 무려 51만5천여달러에 달했다. 이 금융업체는 대출건수면에서 5위권이었지만, 고액대출만 치중하면서 당당히 대출액 1위에 오른 것이다. 대출수수료를 1%만 잡아도 14일 만에 1억4천만달러를 벌어들였다. 이외에도 평균대출액이 45만6천여달러인 금융기관이 전체대출액 3위, 평균대출액 45만천달러인 금융기관이 대출액순위 10위에 올랐다.

인더스트리

평균대출액 30만달러가 넘는 금융기관이 8개에 달했다. 이들 업체는 소액대출업체들보다도 크로징 업무가 몇 배나 줄어든다. 반면 10만달러이하 소액대출업체는 크로징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직원들이 일에 치여서 죽을 판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인남성들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코로나 19로 죽을 판인데, 집에서는 ‘당신은 바보냐. 공짜로 돈 준다는데 그것도 못 받아오느냐’는 부인들에게 욕을 먹기 일쑤다.

지역별로는 캘리포니아주 등록업체는 11만3천건, 334억달러가 승인돼 평균대출액이 30만달러에 달했고, 뉴욕은 8만1천건, 203만달러인 반면, 캘리포니아주보다 인구가 훨씬 적은 텍사스주가 13만4천건에 284억달러가 승인됐다. 텍사스내 금융기관들이 엄청나게 죽을힘을 다해 뛰었음을 알 수 있다.

규정안고치고 대출 늘려야 똑같은 되풀이

트럼프행정부는 중소기업대출이 조기 소진됨에 따라 또 다시 3500억달러상당을 추가 편성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른바 2라운드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나 1라운드와 똑같은 게임룰을 적용하면 하나마나다. 또 다시 입법취지가 훼손되고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손가락만 빨 수 밖에 없다. 큰 기업에 대출이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소규모 자영업자들을 위한 대출금을 별도로 설정해야 한다. 코로나19피해업체로 기준을 정하기가 힘들다면 전체 대출금의 절반정도는 연매출액 백만달러이하 소기업만 신청할 수 있도록 세분화해야 하는 것이다.

추가대출이 시급하지만 연방의회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이 같은 소기업을 위한 대출금을 편성한뒤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연방의원들은 자신을 도와준 거액후원자를 돕기 위해 의도적으로 법안에 뒷구멍을 뚫어놓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며 전 국민이 그토록 원하는 ‘위대한 아메리카’는 빛바랜 전설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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