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2] 한인 상조회 문제점 무늬만 사회봉사단체… ‘분노 허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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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조회 폐업 초읽기…거센 후폭풍

제도적 개혁없으면
‘파산’…피할길 없다

최근 들어 미주 한인사회의 여러 상조회들이 각종 부조리에 시달리고 있다. 그중 가장 큰 고민꺼리는 회원들이 사망할 경우, 상조비로 보통은 1만 달러로 기대를 했는데 미주한인상조회 처럼 4천불이 조금 넘는 액수의 수표를 받아든 유족들은 허탈감이 아니라 분노를 달랠 길이 없다. 지난 20-30년 동안 회비로 낸 것을 생각하면 시체말로 ‘미치고 환장할 일’이라는 것이다. 매달 상조회 사무실에는 유족들이 찾아와 불만을 터뜨리는 바람에 더욱 문제가 심각해져 가고 있다. 이런 상항이 계속되면 사회 문제로까지 번지게 되는 것이다. <성진 취재부 기자>

한 유족의 말을 들어보자.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전례없는 간소한 장례를 치루었는데도 $8,000가량이 장례 비용으로 나가게 되더군요. 정상적인 삶이었다면 훨씬 더 비용이 나갔을 겁니다. 코로나 19를 고맙게 여겨야 될 비참한 상황이었어요. 상조회에서 나오는 것으로 어떻게 해보려든 장례를 가족들이 모여 정말 어렵게 추렴해서 치루다 보니 너무 화가 치미는걸 억누르기가 어렵더군요. 부디 언론사에서 이런 엉터리들이 교민사회에서 사회봉사 단체로 가면을 쓰고 서식상조하지 못하도록 뿌리 뽑아주시기를 간절이 부탁드립니다.” LA지역의 상조회들 중에는 더이상 버틸 힘이나 여력이 없어 상조회 자체를 폐업선언을 한 곳도 있다.

지난해 11월 8일자에 미주 중앙일보가 보도한 내용을 소개한다. 사우스 베이 지역에 있는 금란노인상조회(이하 금란회)는 지난해 10월 25일 회원들에게 공문을 보내 “회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상조회를) 계속 이어나가길 원하는 회원 76명, 정리를 원하는 회원이 258명으로 (운영을 반대하는 회원이) 절대 다수로 집계됐다”면서 “앞으로 (상조회 를) 정리하는 방향으로 사무를 진행하겠다”고 폐업 추진을 알렸다. 지난 1989년 창설된 지 꼭 30년 만에 존폐 기로에 선 셈이다. 앞서 지난해 8월 25일 금란회 측은 폐업과 관련된 첫 공문에서 “지난 1년간 가입 회원이 전무하고 최근에는 탈퇴하는 회원이 속출해 현재 회원수가 500여 명이 불과해 상조회를 이어갈 명분이 없다”며 “근래 상조회를 음해하는 소문이 돌고 있고 일부 회원들은 사무실로 찾아와 험담과 욕설까지 퍼부었다”고 운영이 힘든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조회의 진로를 두고 회원들의 의견 듣고자 한다”며 회원들에 상조회 존속 찬반을 물었다. 이후 2개월간 상조회 폐지 찬반 설문을 진행했고 지난해 10월에 보낸 공문에 그 결과를 공지했던 것이다. 이같은 공문을 받은 회원들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거냐’, ‘회비는 돌려받을 수 있는거냐’며 걱정이 커지고 있다. 지난 25년간 어머니를 위해 회비를 대신 납부해왔던 김 모씨는 “이제껏 상조회에 납입한 금액만 1만 달러가 훨씬 넘는다”며 “갑자기 일방적으로 사업 정리를 통보하는 게 말이 되나. 수십 년간 쏟아부은 돈이 휴지 조각이 되게 생겼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또 “문을 닫겠다고 한 마당에 매달 회비는 계속 청구하고 있다”며 “상조비 반환 절차에 대한 뚜렷한 설명은 내놓지 못하면서 언제 폐업할 지 모르는 상조회에 계속 돈을 납입하라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김씨처럼 부모 대신 회비를 부어온 자식 세대의 젊은 회원들은 향후 법적 대응을 찾기가 상대적 으로 수월하지만 고령의 회원들은 항변조차 못하고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상조회를 더 이상 지탱하기 어려워 폐업”

금란회 한 관계자는 폐업 여부에 대한 당시 중앙일보 문의에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미뤘다. 대신 “몇년 전부터 금란상조회가 문을 닫는다는 소문이 돌면서 회원 수가 급격히 줄기 시작했다. 기존 회원들에 상조회의 현 상황을 알리고자 공문을 발송했지만 상조회 또한 폐업을 원치는 않는다”고 해명했다. 금란회 측은 또한 만약 폐업이 결정될 시 현재 상조회 소유 건물을 매각해 그간의 회비를 보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계자는 “회비를 납부한 기간에 따라 차등적으로 분배될 예정이다. 하지만, 보상비 금액에 관한 사안은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회원들의 불신은 가시지 않고 있다. 또 다른 회원 이 모씨는 “분배 기준도 명확하지 않고 (납입한 회비를) 얼마나 환수할 수 있을 지도 미지수다”면서 “수십년간 거액을 지급했는데 혹여나 한 푼도 되찾지 못할까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이처럼 금란회의 폐업 고려는 운영난에 처한 전체 한인 상조회들의 단면이기도 하다. 정 모씨 (LA)는 지난 2005년부터 A상조회에 장인 장모의 이름으로 가입해 회비를 납입했다. 가입비, 연회비 등을 제외하고도 장인 어른 앞으로만 14년간 낸 회비가 1만2000달러가 넘는다. 하지만, 실제 수령액은 원금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6000달러였다. 금란회는 회원들에게 소유 회관을 매각해 전체 회원들에게 가입년도에 따라 균등하게 배분해야 한다는 원칙만 세웠을 뿐 구체적인 지침 계획도 나오지 않았다.

▲ 금란노인상조회는 지난해 회원들 여론에 따라 폐업을 결정했다.

▲ 금란노인상조회는 지난해 회원들 여론에 따라 폐업을 결정했다.

또한 회관 매각도 그렇게 쉽게 이뤄질지 의문이다. 주변에서 나도는 소문은 회관 소유명을 지닌 일부가 매각을 반대한다는것이다. 따라서 금란회 상조회 폐업에 따른 또 다른 문제로 분란이 예고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상조회에 가입한 한인들이 LA와 OC지역 등에 10여개 군소 상조회에 약 5천-1만 명 으로 추산해 뉴욕, 시카고 등을 비롯한 전미주에 약 2만-3만여 명으로 추산되는 것이 상조회 관계자들의 추산이다. 이같은 상조회에 가입한 사람들은 사망시에 유족들이 애초에는 약 1만-1만 5천 달러 정도를 수령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상조금이 고작 4천불 정도로 그것도 제때에 지급되지 않아 불평을 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장 큰 문제는 과연 이같은 현실의 끝이 어떻게 되는가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현재처럼 상조회 회원이 줄어들면서 야기된 문제가 다음 단계는 부도 아니면 파산이다. 그러면 피해는 남아있는 회원들이 고스란히 당하게 된다. 문제는 ‘만약 상조회가 부도가 나면 어떡하느냐’하는 것이 관건이다.

운영 부실의 상조회 끝장은 불보듯

본보는 지난 2011년부터 한인사회 상조회 문제를 보도하면서 고령화와 신규 회원 가입의 저조한 현상으로 상조회 기금 운영에 조만간 문제점이 발생할 것으로 예고했다. 무엇보다 신입회원들의 가입 저조로 장차 기금이 고갈되어 장기적으로 볼 때 원래의 목적인 회원 사망시 지급되어야 할 상조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사태까지 초래될 가능성(부도)까지 제기되어 이에 대한 장기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미주 한인상조회의 경우 한때 200여만 달러의 기금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현재는 고작 30여만 달러로 대폭 줄었다. 특히 상조회의 재정이 파탄날 경우, 은행 예금처럼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법적인 장치가 전혀 없어 고스란히 가입 회원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는 점이다. 상조회는 일종의 보험과 비슷한 성격이지만 문제가 생기면 구제를 받을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현재로서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결국 생전에 회비만 내고 막상 자신이 죽고나면 한 푼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할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는 지경에 있다.

아직까지는 이 정도의 극한 상황은 아니지만 현재의 추세로 볼 때 이런 상황이 곧 닥쳐올 가능성이 예고되고 있다. 따라서 시급히 제도적인 보완장치와 함께 부도나 파산을 막을 수 있는 특단의 계혁과 함께, 가능하면 정부차원의 지원책이나 커뮤니티 차원에서의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상조회가 재정 악화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개혁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회원들이 그동안 납입했던 회비보다 사망시 지원받는 장례비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제도가 확립되어야 한다. 그리고 회원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 정관상의 문제점도 보완해야 하는데, 그것은 회원이 중도해약 시 일정 금액을 돌려 받을 수 있는 합리적인 정관도 설정해야만 분쟁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회원이 해약시 일체 권리를 포기 당하는 현재 정관은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보유 기금을 그대로 경상비로 사용해 소진되는 것보다 일부를 안정성 기금 관리로 기금을 증대시켜 나가는 방법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 경우 자칫 이익 추구라는 명분으로 투자를 할 경우 기금을 날려버릴 위험도 있어 조심해야 한다.

특단의 개혁과 회원들의 참여가 관건

원래 상조회는 우리의 민속 중에서 마을 사람들이 서로 돕고 살아가자는 풍습에서 유래됐다. 거기에는 무슨 법이나 제도가 없었다. 상조회는 특히 할아버님이나 할머님 또는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를 대비하여 마을 사람들 끼리 맺은 계로 서로 믿는 마음에서 출발했다. 그래서 한 집안에 상이 나면 마을 사람들 너나할 것 없이 도와주는 모임이었다. 예전에는 지금처럼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일이 드물고 집에서 숨을 거두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장례는 대부분 집 안에서 치루었다. 그런 전통식 장례법은 절차가 복잡하기도 하지만, 장례는 상을 당한 그집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상을 치룰 때 자연스럽게 상부상조했던 것이고 이를 “상조회”, “상조계” 혹은 “상여계” 등으로 불렀다고 한다.

우리네 마을에는 이웃집에 밥상 숟가락 숫자까지 훤하게 알고 지내기에 어느 집에서 상이 나면 마을사람 모두가 금방 알고 모이기 시작한다. 보통 빈손으로 오는 법은 없고, 막걸리나 팥죽을 쑤어 오기도 한다. 또한 남정네들은 부고장을 돌리기 위해 마을 집등을 찾아가고, 이웃 할머니들 몇 명은 모여서 수의를 만든다. 그리고 대부분의 동네 아낙들이 음식 장만에 정신없는 사이 상조회장(혹은 마을 이장)은 이 모든 장례일을 관리하느라 분주하다. 밤에는 마을 남정네들이 찾아와 유족들을 위로한답시고 술판도 벌이고 화투장도 돌린다. 이윽고 보통 3일이나 5일만에 망자에 대한 예를 절차에 따라 시신을 묻기 위해 묘지로 가야한다. 예전에는 ‘곳집’에 보관되어 있는 상여를 미리 조립해 두었다가 장례일에 시신을 상여에 태워서 동네를 한바퀴 돌고 묘지가 있는 산길로 올라간다.

죽은 이가 정든 집에서 떠나려 한다. 망자의 가족들이 애통해하며 보내지 않으려 하지만 20여명의 상조회원들은 시신을 안치시킨 상여를 양 옆으로 서서 어깨에 맨다. 산길을 오르면서 한 번, 시신을 땅에 묻을 때 또 한번 상조회원들은 일부러 거드름을 피우며 일을 멈춘다. 그러면 상주 측에서는 상여에 돈을 꽂거나, 회원들에게 술과 음식을 대접하며 수고비를 준다. 이로 인해 죽은 이가 편안하게 저승에 갈 수 있다고 믿었다. 한편 이렇게 걷힌 돈은 개인이 갖지 않고 상조회 기금으로 모아 두었다가 다음번 장례 때 쓴다. 이렇게 모은 자금의 액수는 마을에 따라서 상당히 많은 경우도 있는데, 불우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는 모습도 간혹 발견된다. 한편 고인을 무사히 떠나보낸 며칠 뒤 상주 집에서 상조 회원들을 초대한다. 고마움을 갚기 위해서다. ‘고맙네, 아닐세’라는 말이 오고가는 동안 이렇게 또 한 번, 마을에서는 무사히 큰일을 마친다. 이러한 상조회는 아직도 놀랍게도 국내 많은 지역에 남아 전승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 전통 민속 상조회 정신 아쉬워

우리네 전통 마을의 어르신들은 서울이나 대도시에 우후죽순 나도는 상조 회사들을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 그 많은 상조회사들이 겉으로는 유족들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헤아려 주는 척 하지만 결국은 자신들의 이익에 연연해 결국에는 거액의 상조 기금을 횡령하는 등 범죄 단체로까지 추락하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선 비용적인 면에서 자체적으로 꾸려가는 마을 “상조회”가 훨씬 부담이 적으므로 일부 마을에서는 줄곧 “상조계”를 유지해 온다고 한다. 그리고 상조회사 보다는 마을 주민으로 구성된 “상조회” 회원이기 때문에 진심으로 함께 슬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난하던 시절 그들은 “상조계”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 아픈 마음을 달랠 수 있었던 것이다. 진정 오늘의 상조회도 죽은 이를 위할 수 있고 동시에 산 자를 위할 수 있는 아름다운 우리의 전통 민속으로 부활시킬 수는 없는 것일까?

✽알림- 상조회와 관련 함께 대책을 논의하고자 하는 분은 (213) 304-8899 Y. Lee로 연락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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