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피니스트-어느 카메라맨의 고백>미주 최초 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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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좋아하면 누구나 꼭 봐야 할 영화”

산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꼭 봐야 할 영화가 미주에서 상영된다. 깊어가는 가을, 야외에서의 산악 영화 감상과 그리영화고 캠핑의 정취를 만끽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왔다. 한국에서 산악 영화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알피니스트- 어느 카메라 맨의 고백>이 미국 LA근교에서 오는 11월 13일 (금 오후 6시) 14일(토, 오후 5시) 15일(일 오후 5시)15551 Cajon Blvd., San Bernardino, CA 92407(예술사랑 야외공간)에서 3일간 무료로 특별 상영된다. ‘알피니스트- 어느 카메라맨의 고백’의 영화는 제 68회 이탈리아 트렌토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다큐멘터리 작품이다. 산과 산 사나이들을 찍다가 고인이 된 임일진 감독이 2009년부터 2013년 까지 4차례 히말라야 원정대 촬영담당 대원으로 참가해 기록한 필름을 김민철 감독과 함께 편집한 내용으로, 기존 산악영화의 전형을 탈피한 문제작이다. 히말라야의 절경과 함께 산악인들의 생생 한 날 것 그대로 담았다. <성진 취재부 기자>

다큐멘타리 산악 영화<알피니스트-어느 카메라맨의 고백>은 원래 지난 2월 27일 국내에서 개봉 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19로 인해 개봉이 잠정 연기된 이후, 일부 산악인들이 주축이 되어 네팔 구르자히말 원정 사고 2주기를 맞아 지난 10월 15일부터 한국에서 산악인들이 직접 지역 극장을 대관해 영화 상영을 하고 있다. 구르자히말 원정대의 사고는 2018년 10월 눈폭풍이 베이스캠프를 덮치면서 잠자던 대원 전부가 사망했는데, 김창호 대장을 포함해 이 영화를 찍은 임일진 감독, 유영직, 이재훈 대원에다 당시 격려차 베이스캠프를 방문했던 정준모 한국산악회 이사까지 희생자가 됐던 산악 사고였다. 한국은 코로나 여파로 상영관이 적고 몇몇 극장을 제외하곤 상영시간이 평일 낮시간대라 대도시에 살지않는 관객들은 영화를 보기 힘든 실정이다. 이에 산악인들이 나서 지역 극장을 대관해 영화 상영회를 계속해 나가고 있다.

한편 한국에서 산악인들이 직접 지역 극장을 대관해 영화 상영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미국에서 산을 좋아하는 이주영 UBI TECH 공연기획사 대표가 서울 공연사와 직접 연락해 미주 상영권을 받았다. 하지만 코비나 19로 미국에서도 극장에서의 상영은 할 수가 없었다. 이 소식을 들은 ‘예술 사랑’의 김성일 대표가 선듯 자신의 야외 공간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여기에 오랜동안 등산학교 강사를 해 온 산악인 유영용씨가 미국 상영 진행 준비를 도왔다. 이들 3인의 노력으로 미국내 무료 상영의 기회가 마련된 것이다. 이번 영화 상영을 위해 이주영 대표는 야외상영에 필요한 대형 LED스크린과 음향 장비를, 예술 사랑 김성일 대표는 장소를 아무 조건없이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다. 산악인 유영용씨는 제반 진행을 맡기로 했다. 이번 미주에서의 영화 관람은 무료이나 도네이션을 환영한다. 여기에서 모인 성금은 <알피니스트-어느 카메라맨의 고백>영화 내용에 나온 고인이 된 산악인들의 유가족들을 위해 기부된다. 한국에서도 모든 상영 수익은 유족에게 기부된다. 한편 주최측은 이번 야외 무대 상영에 참여하는 모든 관객들에게 한국제 특수 마스크 등을 무료 제공하며, 특히 래플 티켓 판매로 하는 경품 추첨 행사를 통해 등산용 타프. 자켓, 모자, 신발 등을 푸짐하게 제공할 예정이다. 주최측은 특히 남가주 산악인들의 많은 관람을 바라며, 모든 참가자들에게 이번 영화 상영이 야외 행사이기에 저녁에는 기온이 내려가 춥기 때문에 각자가 필요한 자켓, 야외 의자, 메트등을 준비 해 오기를 바라고 있다.

산에서 죽은 산악인을 기리며

산악인고 임일진 감독의 유작 ‘알피니스트-어느 카메라맨의 고백’은 임감독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4차례 히말라야 원정대에 촬영 담당대원으로 참가하며 기록한 필름을 김민철 감독과 함께 편집한 내용으로, 기존 산악다큐에서는 볼 수 없던 알피니스트들의 진솔한 민낯을 보여준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유료 시사회에서 매진을 기록하는 등 기대를 모아왔다. 다큐에서 “아무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었다. 원정대의 주인공들은 나의 카메라가 지켜보는 가운데 다시 돌아와야 한다.”고 임일진 감독은 말하고 있다. 그 자신도 예견하지 못했던 죽음을 앞에 두고서 말이다. 2009년 K2 파키스탄 스팬틱 골든피크 원정대, 2010년 K2가셔브룸 5봉 세계초등 알파인 원정대, 2011년 촐라체 스피드 원정대, ̒COME BACK IN 36H’ 2013년 ̒FROM 0 TO 8848’ 에베레스트 무산소 원정대, 무명 원정대의 힘찬 도전과 짜릿한 성공부터, 동료의 죽음까지 기록해야만 했던 어느 카메라맨. 산을 너무나도 사랑했지만, 결국 히말라야에 영면하게 된 그의 못다 한 마지막 이야기가 펼쳐진다.

영화에 등장하는 사람 중 상당수가 죽는다. 영화 속 캐릭터가 아니라 실제 인물의 부고가 중간중간 뜬다. 그리고 영화는 그들의 마지막 모습을 충실히 기록한다. 심지어 영화의 공동연출자인 임일진 감독도 예외가 아니다. 이 영화는 여러면에서 기존 산악 영화의 전형을 탈피한 문제작이다. 고난 끝 승리의 영웅서사나, ‘동료를 구하는 자와 외면하는 자’의 이분법, 처절한 사투 끝에 비장한 최후 등의 천편일률적인 산악 영화의 도식을 벗어났다. 그대신 죽음을 무릅쓴 등반과 이를 포장해 그려내는 미디어의 시선을 문제 삼았다. 히말라야의 절경과 함께 담긴 산악인들의 생생한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은 관람객의 가슴을 한층더 먹먹하게 만든다. 이번 영화 상영은 11월 13일(금, 오후 6시), 14일(토, 오후 5시)그리고 15일(일, 오후 5시)로 모두 3일간 진행한다. 주최 측은 모든 참가자들을 위해 COVID 19 안전 대책 장비와 소독제 등을 포함 거리두기 등을 철저히 준비한다. 이에 따라 참가자들도 방역수칙과 안전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행사문의: UBI TECH. 213-210-6535/
✦장소 문의: 예술사랑 909-573-9929
✦영화상영 장소(예술사랑 주소) 15551 Cajon Blvd., San Bernardino, CA 92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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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영웅 이미지는 카메라 연출이 만든 것”

산악영웅은 누굴까? 산악영웅을 정의하자면 ‘불굴의 의지로 거대한 절벽에 도전하고 세속적인 욕심에 초연하며 동료를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 정도가 될 것이다. 그러나 ‘산악 영웅’ 이라고 칭해지는 산악인들의 실제 모습이 이 정의에 부합하는가? 우리나라 유일의 산악영화 전문 감독이었던 고 임일진(1969~2018) 감독은 “산악영웅의 이미지는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최대한 감동적으로 기록해 준 카메라 연출이 만든 것”이라고 말한다. <알피니스트-어느 카메라맨의 고백>은 여러 면에서 기존 산악영화·다큐멘터리의 전형을 탈피한 문제작이다. 고난 끝 승리의 영웅서사나, ‘동료를 구하는 자와 외면하는 자’의 이분법, 처절한 사투 끝에 비장한 최후 등의 천편일률적인 산악 영화의 도식을 벗어났다. 그 대신 죽음을 무릅쓴 등반과 이를 포장해 그려내는 미디어의 시선을 문제 삼았다. 영화의 주 내용은 임 감독이 2009년부터 2013년 사이 네 번의 고산원정대 대원으로 참여해 촬영한 영상과, 이를 돌아보는 임 감독 본인의 인터뷰다.

또한 기존 산악 영화에서 암묵적으로 다루지 않았던 장면들이 함께 놓인다. 등장인물이 카메라맨과 연출에 대해 상의하면서 ‘그럴듯한 장면’을 만들어나가는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어떤 자세가 더 나은지, 심지어 녹음기 배터리가 충산악인2분한지 확인하기도 한다. 등장하는 대원들도 그다지 영웅적이지 않다. 서로 장난도 치고, 싸우기도 하고, 고집도 부린다. 영화는 이처럼 연출자와 등반가의 공모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대단한 성취를 강조하기 위해 등반을 연출하는 과정이다. ‘한국 최초’, ‘알파인스타일’, ‘초등’ 등의 수식어가 붙을 수 있게끔 등반 의 내용을 조절한다. 2011년 촐라체(6,440m) 원정에서는 36시간 만에 등반 및 하산 완료라는 무리한 계획을 추진했다. 등반에 나선 두 대원은 꼭 36시간 만에 돌아왔다. 그러나 차가운 주검이었다. 김형일 대장과 장지 명 대원이다. 연출자는 끝까지 이들의 죽음을 카메라에 담는다. 직접 소유자가 없어진 텐트 안의 소지품을 정리 하며 영웅서사의 마지막을 완성한다. 연출자는 마침내 오열을 터뜨리고 만다. 마치 이들의 죽음에 책임을 느끼기라도 한 듯이. “에베레스트가 어떤 어려움을 줄까 궁금하다” 여기까지만 보면 한국 산악계에 뿌리 깊은 영웅주의를 비판하는 고발성 영화처럼 보인다. 하지만 임 감독은 더욱 깊은 철학적 의문으로 파고 들어간다. 대체 죽음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이다.

산악인에게 죽음은 무엇인가?

촐라체 원정대에 이어 또 하나의 죽음이 얹어진다. “에베레스트가 나에게 어떤 어려움을 줄까 궁금하다”고 말하는 서성호 대원의 것이다. 서 대원은 가식적인 면모가 전혀 없는 순수한 산악인이다. 그러나 그도 마침내 사망하고 카메라는 이때도 죽음을 놓치지 않고 담는다. 촐라체 북벽 아래서 김형일 대장과 장지명 대원의 시신을 헬리콥터에 싣고 있다. 영화 속 임 감독은 서 대원의 마지막을 보며 “(서성호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알았을까? 몰랐을 것이다. 알았다면 자살이었을 테니까. 그러나 돌아가야 할 곳, 마침내는 가야 할 곳으로 간 것”이라고 말한다. 임 감독은 두 죽음을 나란히 회상하며 질문을 던진다. 순수한 산악인이나 영웅적인 산악인이나 모두의 죽음은 왜 다를 것이 없는가? 혹 죽음은 제각각 다른 의미를 지닌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이 의미는 후에 덧씌워진 것에 불과하다. ‘순수’, ‘진짜’란 수식어도 마찬가지로 ‘만들어진’ 의미다. 자아의 승리를 기대하지 않는 ‘순수 등반’, 의도된 연출이 없는 ‘진짜 영상’은 모두 허울일 뿐이다.

그래서 임 감독은 스스로 순수하다고, 진짜를 촬영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대학산악부 출신으로 영화보다 산을 먼저 접한 그는 “나도 ‘알피니스트’라 불리고 싶었다”고 고백한다. 이제 영웅의 꿈을 체념한 듯 보이는 그는 “36시간 따위”의 과도한 연출은 그만두고 “할 수 있는 만큼만 담담하게 하자”며 구르자히말로 떠난다. 자기 안에 뭐가 있는지는 산에 가보면 안다고 했던 김창호 대장과 함께. 그리고 임 감독은 스스로 덧없는 죽음을 맞는다. 죽음의 덧없음을 끝까지 기록하고 회상한 뒤, 스스로 이를 증명한 셈이다. 결국 죽음이 무엇인지, 우리의 운명이 무엇인지는 끝까지 가봐야만 한다. 그렇게 90분에 걸친 임 감독의 죽음에 대한 고찰은 끝이 난다. 언덕 너머 까만 점이 되어 사라지는 등반가를 지켜보며 장대한 오케스트라 곡으로 재탄생한 설악가가 흐르는 마지막 장면은 압권이다. 수십 년 동안 한국의 산악인을 지배해 온 온갖 이분법들의 허망함을 노래한다. 알피니스트는 삶의 철저한 공허 앞에 온몸으로 그림을 그려 온 예술가들이다. 따라서 생애를 바쳐 산을 그려낸 임일진도 알피니스트다. 지독한 ‘영웅병’을 앓으면서도 철저히 카메라 뒤에서만 평생을 보낸 그를 기어코 카메라 앞에 앉힌 김민철 감독의 연출도 좋았다. 산을 아는 이라면 누구나 꼭 봐야 할 영화다.
(글 오영훈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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