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秘하인드 취재] 비선실세 논란 양정철에… 손혜원이 방아쇠를 당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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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동지’에서 ‘오늘의 원수’로 돌아선 두 사람

동지끼리 서로 총질
정권재창출 ‘비상등’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던 측근 세력 간의 권력투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 측근 그룹은 이른바 광흥창팀이나 부엉이 모임으로 불리는 교수나 정치인 집단 등이 있고, 물밑으로는 김수경 우리들리조트 회장이나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주진우 씨 등 후방 지원 그룹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수나 정치인 집단은 외부로 드러난 영역에서 어떤 직책을 맡고 있지만, 배후 그룹은 물밑에서 움직이며 유무형의 이득을 취하는 집단이다. 서로가 자기가 대통령을 만든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항상 권력의 중심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항상 차기 권력의 주변을 맴돈다. 목적이 같으면 한 방향으로 나아가지만, 틀어지면 서로를 향해 칼을 들이대는 것을 서슴치 않는다. 현재 문재인 정권 내에서 그런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 손혜원 전 의원이 양정철 원장을 향해 독설을 날린 것도 이 연장선상이다. 두 사람의 갈등이 외부로 표출된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손혜원 전 의원은 김정숙 여사를 중심으로 한 라인의 대표주자이고, 양정철 원장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 시절부터 손발을 맞춰온 친노그룹의 핵심 인물이다. 양측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을 둘러싸고 의견이 나누어졌는데, 최근 여권의 차기주자를 놓고 권력투쟁을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권력투쟁의 끝에는 폭로가 있고, 폭로의 끝에는 몰락이 있을 뿐이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양정철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전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 최측근으로 알려진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에 대해 “문 대통령은 (대선 후인) 2017년 5월 양정철과의 연을 끊었다”고 주장했다. 손 전 의원은 지난 13일 자신의 유튜브 ‘손혜원 TV’에서 양 전 원장을 향해 “문 대통령이 완전히 쳐낸 사람이라 속으면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손 전 의원은 “문 대통령은 (대선) 그 뒤로 한 번도 그(양 전 원장)를 곁에 두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은 걸로 안다”고 했다. 손 전 의원은 대선 후 여권 핵심 상황과 관련, “문 대통령이 사람을 잘 버리지 않기에 양비(양 전 원장)를 (청와대에) 데리고 들어갈 것으로 생각했다”며 “그런데 (문 대통령이) 마지막 순간에 양비를 버리는 것을 보고 주변의 많은 사람이 조언을 했구나 싶었다”고 했다.

손 전 의원은 “양정철은 청와대 총무비서관 자리까지 기다렸지만 이름이 나오지 않으니까 마치 자신이 모든 자리를 고사하고 대통령 멀리 있는 것이 좋지 않을까라는 생쇼를 했다”며 “이는 눈물을 흘리며 사랑하니까 떠난다는 부부처럼 쇼를 한 것이다”라고 했다. 이어 양 전 원장에 대해 “이 사람이 미국에 간다면 ‘자의반 타의반’이 아니라 순전히 ‘자의’로 가는 것이고, 조용히 있다가 다시 스멀스멀 기어들어 올 것이다”라며 “늑대 소년이 또 대중을 속이고 있다”고 했다. 손 전 의원은 “양 전 원장이 너무 교활하게 언론플레이 하는 걸 보면서 누군가는 이걸 깨부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했다.

손혜원의 양정철 저격

손 전 의원이 양정철 전 원장을 향해 날을 세우는 작금의 상황을 이해하려면 미묘하게 다른 두 사람의 라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두 사람은 모두 친문계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곁가지로 가면 갈린다. 손 전 의원은 일단 김정숙 여사와 숙명여고 동기동창이다. 그는 김 여사와의 관계에 대해 “여중, 여고 6년을 같이 다녔지만 3학년 때 같은 반에다 잠깐 과외를 함께해 친해졌을 뿐”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뒤 (김정숙 여사와) 단 한 번도 통화한 적 없으며 절친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었다. 하지만 손 전 의원의 부인과 달리 그녀는 김정숙 여사와 주로 정치적 행보를 같이 했다. 특히 김정숙 여사가 검찰 인사에서 경희대 출신들을 밀었다는 것이 정설인데, 이런 부분에 있어서 김 여사의 가장 든든한 후원군이 손 전 의원이었다. 하지만 손 전 의원과 더욱 가까운 사람은 김종인 국민의 힘 비상대책위원장이다. 김 위원장이 2015년 말 민주당 비대위원장으로 영입될 때 결정적 역할을 한 사람이 바로 손 전 의원이다.

손 전 의원은 당시 불편한 관계였던 문재인 대표와 김종인 비대위원장 사이를 조율하며 총선 승리에 기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때 문재인 대표를 모셨던 인물이 바로 양정철 원장이다. 양정철 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 입문부터 사실상 그림자 역할을 해왔던 사람이다. <선데이저널>이 문재인의 비선으로 찍었던 김수경 우리들리조트 원장이나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탁현민 비서관, 주진우 기자 등이 양 원장과 밀착된 사람들이다. 이들은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후보에게 패하자 제주에 있는 우리들리조트에 모여 몇날 며칠을 술을 함께 했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문 대통령 당선 후에 중요한 일들에 있어서 여론 조성이나 선거전략 등 배후의 일을 주로 맡아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열린우리당 창당 문제로 불화

2016년 당시 당시 문 대표의 복심 역할을 한 양정철 원장과 여러 가지 사안에서 의견 충돌을 일으켰다고 한다. 특히 총선 과정에서 문 대표에 대한 김 위원장의 비호감도가 워낙 높았기 때문에 조율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었고, 이러면손혜원서 두 사람 간 갈등의 씨앗도 자라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양 측의 갈등이 본격화된 것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다. 김정숙 여사 라인에서 인사 문제에 있어서 적지 않은 개입을 해왔고, 양 원장 측에서 이것을 오버한다고 보면서 분위기가 악화됐다는 것이다. 그러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인사문제로 충돌이 본격화됐다.

사실 조 전 장관의 법무부 장관 임명에 대해서 정권 내부에서 논란이 있었지만, 김정숙 여사를 중심으로 한 라인이 조 전 장관의 임명을 강하게 밀어붙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조 전 장관에 대한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하면서 양 전 원장이 이를 반대했으나 결국 대통령은 조 전 장관을 임명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러자 양 전 원장이 평소 친하게 지냈던 윤 총장을 움직여 조 전 장관에 대한 수사를 강하게 밀어붙였다고 김정숙 라인 측에서는 의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 윤석열 검찰총장이 국회에 나와 “메신저를 통해 대통령으로부터 임기 끝까지 역할을 수행하란”말을 들었다고 한 것도 양 전 원장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문 대통령에 대한 양 전 원장의 신뢰가 완전히 바닥으로 떨어진 것도 이 때 즈음이다. 결국 조 전 장관에 대한 문제로 정권과 검찰 사이에 갈등이 커지면서 손 전 의원이 열린우리당 창당을 통해 구원투수로 나섰다. 열린우리당은 최강욱 전 청와대 비서관 등을 영입해 조국 전 장관의 호위무사를 자처했고, 결국 민주당과의 연대설까지 흘러나왔다. 하지만 두 당의 연대를 막판에 저지한 것이 바로 양정철 전 원장이었고, 이를 통해 두 사람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차기 주자 문제로도 갈등

현재 양 측은 여권의 차기 대선 주자 문제로 물밑에서 권력투쟁을 벌이고 있김정숙다. 양정철 전 원장은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고 있는 반면, 문빠로 불리는 열린우리당 지지 세력들은 이재명 절대 불가론을 고수하고 있다. 문빠들에게 이재명은 국민의 힘 보다 더한 적으로 여겨진다. 최근 들어 이 지사는 친문계와의 대립각이 더욱 선명해지는 모양새다. 친문 색채가 강한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서 실시된 투표에선 이 지사 출당 찬성표가 압도적으로 나왔다. 양 전 원장 역시 친문 내부에서의 위상이 예전만 못한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양 전 원장이 이재명 지사와 한 배를 탔단 얘기가 나오면서 손 전 의원이 양 전 원장을 본격적으로 저격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손 전 의원이 양 전 원장을 저격한 것은 결국 양 전 원장이 대통령으로부터 내쳐졌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문 대통령은 ‘회전문 인사’ 비판을 받을 정도로 인사 과정에서 측근을 빈번히 기용했다. 그런 그가 끝내 양 전 원장을 청와대에 들이지 않았다는 건 둘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는 의미로 읽혔다. 더군다나 양 전 원장이 실제 문 대통령의 퇴임 이후를 준비했다면 청와대 참모진 개편 이전에 일찍이 한국을 떴어야 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손 전 의원은 “이 사람의 행태를 여러가지를 알고 있어 이 방송을 한다”며 “차기 대통령 후보가 될 사람들한테 온갖 페이크를 보이며 대통령 만들기에 다시 나서며, 주도권을 잡고 자기 실익을 위해 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양 전 원장은 미국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객원 선임연구원 신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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