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논란 양정철 ‘큰형님노릇, 文고리 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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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부터…이낙연 윤석열 이재명까지

양정철의 장난질에 놀아났다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 하락은 검찰과의 대결과정에서 비롯됐다. 1라운드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검찰 수사라면 2라운드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일방통행식 검찰 개혁이었다. 특히 조국 전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는 중도층의 지지를 통째로 날려버리는 결과를 낳았다. 이런 일들은 결코 우연히 벌어진 것이 아니다. 윤석열 총장은 대통령의 뜻양정철을 거스르고 무리하게 수사를 밀어붙일 인사가 못 된다. 윤 총장은 청문회나 국정감사를 통해 “대통령에 대한 충심은 변함없다”던가 “메신저를 통해 임기를 보장받았다”는 발언을 하며 검찰 수사가 결국 대통령에 뜻에 크게 반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했다. 한쪽에서는 장관 임명을 밀어붙이고, 다른 한쪽에서는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의 가족까지 탈탈 터는 수사를 하는 이런 일은 왜 가능했던 것일까. 최근 들어서 그 실마리들이 하나하나 풀리고 있다. 그 중심에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있다. 임기 말 비서실장이 유력하다던 양 전 원장은 비서실장은고사하고 어떤 공직도 맡지 않은 채 미국으로 왔는데 사실상 도피성에 가깝다. 양 전 원장의 현 정권에서의 행적을 보면 결국 그동안 검찰수사와 윤 총장의 행보가 결코 그와 무관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재인 정부 몰락을 자초한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의 몇 년 간의 행적과 여기서 비롯된 정권 몰락의 스토리를 지난 호에 이어 <선데이저널>이 취재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1. 끈 떨어진 양정철 ‘文고리 행세’

현 정권이 출범할 때까지만 해도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이었던 것은 맞다. 두 사람은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각각 홍보기획 비서관과 민정수석으로서 근무하면서 처음 호흡을 맞췄다. 양 전 원장은 참여 정부 5년 간 줄곧 홍보수석실에서 근무한 데 비해 문 대통령은 민정수석ㆍ시민사회수석 이후 공백기를 가졌다가 참여정부 말기인 2007년 3월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청와대에 복귀하면서 재회했다. 양 전 원장은 당시 문 대통령의 비서실장 취임사를 썼다. 두 사람이 더욱 가까워진 계기는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였다. 당시 양 전 원장은 노무현재단 사무처장으로 일하며 재단 상임이사였던 문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이후 2011년 문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의 기획ㆍ집필을 도맡았고 전국 순회 북콘서트의 흥행을 이끌며 문 대통령의 정치 입문을 이끌었다.

이 사이에 바로 김수경 우리들리조트 회장이 있다. 정치를 하기 싫어하는 문 대통령을 정치인의 자리에 끌어들인 것은 김 회장이고 이 가교 역할을 양 전 원장이 한 것이다. 2012년 19대 총선과 18대 대선, 2015년 민주당 대표 선거, 2017년 19대 대선에 이르는 문 대통령의 정치 여정에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문 대통령 주변 인물과 조직을 양 전 비서관이 영입, 관리, 조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2012년 대선, 2015년 당 대표를 거치면서 당 안팎의 경쟁자로부터 ‘측근정치’, ‘친문 패권주의’라는 비판을 들었고, 그 핵심 인물로 최측근인 양 전 원장이 지목됐다. 2017년 5월 문 대통령의 대선 승리 목표를 달성했지만, 그는 정권 출범 일주일 만에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2. 말만 백의종군, 실제로는 분란만 야기

말이 백의종군이었지만 실제로 그는 끊임없이 물밑에서 정권 인사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인 윤석열 검찰총장의 임명이다. 사실 윤 총장의 검찰총장 발탁은 파격에 가까웠다. 그에 대한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그를 전격적으로 검찰총장에 발탁한 배경에는 양 전 원장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 두 사람은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총선을 앞두고 신선한 인사들을 영입했는데 박근혜 정부에서 불이익을 받아 좌천됐다. 윤 총장도 그 중 하나였다. 이 때 양 전 원장이 나서서 윤 총장에게 영입제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이 본격적으로 만난 건 윤 총장의 중앙지검장 시절이다.

윤 총장과 양 전 원장의 만남 사실은 2019년 7월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도 거론된 바 있다. 당시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통령의 복심이자 최측근 인사인 양정철 원장과 올해 4월 만난게 사실인가”라고 묻자, 윤 후보자는 “수첩에다가 적어놓고 만나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정확하게 말씀드릴 수 있나. 연초 1·2월 정도에 만난 것 같다”고 시인했다. 윤 총장은 당시 인사청문회에서 양 전 원장과 여러차례 만난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에만 2번 정도 만났으며 처음 만난 건 2015년 무렵이라고 답했다. 또 민주당의 정치권 영입 제안에도 여러차례 “저는 정치에 소질이 없고 정치할 생각이 없다”고 거절해 왔다고 했다. 윤 총장 임명 비화는 지난해 ‘조국 사태’ 당시 일부가 알려지기도 했다. 민정수석이었던 조국은 검찰총장 후보로 봉욱 대검 차장 등을 적극 밀었으나 다른 인사들에 의해 윤 총장이 임명됐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인사가 바로 양 전 원장이다.

3. 권력투쟁에서 밀린 양정철의 무리수

세명결국 조국 전 장관과 검찰총장 임명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었단 얘긴데, 이 갈등은 단순히 조국 VS 양정철의 싸움이 아니라 조국 뒤에 있던 김정숙 여사를 위주로 한 또 다른 배후 세력과의 갈등이었다. 결국 양 전 원장과 대립각을 세웠던 조 전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 후보로 거론되자 여기에 반대했던 것이 양 전 원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야기는 본지가 지난 호 보도한 ‘비선실세 논란 양정철에 손혜원이 방아쇠를 당긴 이유’에 잘 담겨 있다. 김정숙 여사 라인에서 인사 문제와 관련해 적지않은 개입을 해왔고, 양 원장 측에서 이것을 오버한다고 보면서 분위기가 악화됐다는 것이다. 그러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인사문제로 충돌이 본격화 됐다. 사실 조 전 장관의 법무부 장관 임명에 대해서 정권 내부에서 논란이 있었지만, 김정숙 여사를 중심으로 한 라인이 조 전 장관의 임명을 강하게 밀어붙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조 전 장관에 대한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하면서 양 전 원장이 이를 반대했으나 결국 대통령은 조 전 장관을 임명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러자 양 전 원장이 평소 친하게 지냈던 윤 총장을 움직여 조 전 장관에 대한 수사를 강하게 밀어붙였다고 김정숙 라인 측에서는 의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 윤석열 검찰총장이 국회에 나와 “메신저를 통해 대통령으로부터 임기 끝까지 역할을 수행하란 말을 들었다고 한 것”도 양 전 원장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윤 총장이 이런 양 전 원장의 문재인메시지를 대통령의 뜻인 것처럼 받아들이면서 정국이 의도와는 완전 다른 방향으로 갔다고 볼 수 있다.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이 수사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음에도 윤 총장이 수사를 밀어붙인 것은 양 전 원장으로부터 전해들은 대통령의 뜻(총장임기 보장)이 확고하기 때문이란 말도 여기서 비롯됐는데 이건 완전히 양정철의 독단적인 판단일 뿐 문재인의 의중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결국 이 문제로 문 대통령에 대한 양 전 원장의 신뢰가 완전히 바닥으로 떨어진 것도 이 때 즈음이다.

4. 잠룡들 찾아다니며 文밀사인 것처럼 행동

친문 인사들에 따르면 양 전 원장이 이처럼 물밑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평소 말이 없는 대통령의 성격과 그 동안의 내칠 수 없는 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해찬 전 대표나 이낙연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 등이 이런 사실 등을 모르고 양 전 원장을 대통령의 복심으로 꾸준히 대우해 왔으며 최근에는 이재명 경기지사까지도 그를 깍듯하게 맞이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양 전 원장이 최근 미국행 전에도 이낙연 대표에게 사면론을 제안한 것이나 김태년 원내 대표를 만나 술을 마신 것이 언론에 보도된 것도 양 전 원장이 양쪽을 넘나들며 이런 생리를 잘 이용한 것 때문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문정부의 마지막 비서실장 임명과정에서 이런 대통령의 뜻이 고스란히 외부로 드러났다. 애초에 언론에서는 양 전 원장이 유력한 비서실장 후보로 언급했지만, 권력 핵심부를 잘 아는 인사들 사이에서는 애초에 후보군에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사면론 관련해서 이낙연 대표가 먼저 제안했으나 역풍을 맞은 것도 결국 양 전 원장의 작품으로 볼 수 있다. 본국 정가에서는 “적절한 시기에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면을 건의하겠다”는 이낙연 대표의 발언이 문 대통령의 의중을 아는 양 전 원장과의 교감 속에서 나왔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사면론이 갖는 정치적 파장을 고려할 때 이 대표의 독자적 판단이라기보다는 청와대와의 막후 조정을 거쳐 이 대표가 총대를 멘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것이 진짜 대통령의 뜻이라기 보단 평소 대통령의 뜻을 빌어 막후에서 움직여왔던 양 전 원장의 의중이란 지적에 더 설득력이 있다. 열린민주당의 손혜원 전 의원도 보도 직후 페이스북에 “정말 많이 컸다, 양정철 씨. 이제 겁나는 게 없구나”라면서 “미국을 간다는 시점을 보며 혹시나 했었는데 역시나…”라는 반응을 보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결국 물밑에서 대통령의 뜻을 빌어 움직였던 양 전 원장의 행보에 대통령이나 검찰총장은 물론이고 나라 전체가 놀아났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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