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치용 기고] 전기배터리 3년 사투 LG-SK 2조원 전격합의한 “쓰라린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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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 아닌 항복’ 굴욕의 SK

작은 거 내주고 차세대먹거리 선점

위2년간에 걸친 LG와 SK간의 전기배터리 사투가 LG의 완승으로 마무리됐다. LG는 2조원이라는 실리는 물론, 합의금 중 일부를 ‘로열티’로 인정받음으로써 명분까지 독차지했다. 상대가 없는 싸움이라고 인식될 정도의 완벽한 승리다. LG의 완승은 치밀한 준비와 함께 2조원짜리 이메일 2개를 확보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영업비밀침해의 정도는 알 수 없지만, 침해가 있었다고 추정할 수 있는 SK내부 이메일을 LG가 입수했기 때문이다. LG와 바이든 행정부는 실리와 명분, 모두를 챙겼고, 한국도 반도체를 압도한 차세대먹거리를 선점함으로써 대운을 맞게 됐다. SK는 2조원이라는 합의금을 줌으로써 경제적 타격을 받게 됐지만, 주가흐름을 통해 국민적 신뢰가 만만치 않음은 입증됐다.                                      <안치용 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 LG가 국제무역위원회 제소과정에서 제출한 SK의 2018년 2월 12일자 이메일

▲ LG가 국제무역위원회 제소과정에서 제출한 SK의 2018년 2월 12일자 이메일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바이든대통령 거부권 행사시한을 하루 앞둔 지난 10일, 전기배터리 분쟁을 중단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LG와 SK는 지난 10일 미 무역대표부등 바이든 행정부의 적극적인 중재로 영업비밀침해 분쟁종식에 합의한 뒤, 한국시간 11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합의내용을 승인하고 합의에 이르렀음을 공식발표했다. ‘어떤 댓가를 치르더라도 전기배터리 공장을 돌리라’는 바이든 행정부의 압력이 승리를 거둔 셈이다.

LG, SK에 실리–명분 모두 승리

합의 내용은 ‘SK가 LG에 현재가치기준 현금 1조원 및 로열티 1조원 등 총액 2조원을 합의된 방법에 따라 지급하고, 관련한 국내외 쟁송을 모두 취하하며, 향후 10년간 추가 쟁송도 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양사는 합의안 발표에서 2조원 지급의 구체적 시점을 밝히지 않았으나 ‘현금 1조원은 올해와 내년에 각각 5천억 원씩, 로열티 1조원은 향후 생산량에 따라 분할 지급하되, 6년 내에 1조원을 채운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금 2조원은 영업비밀 침해분쟁 합의금 중 최고액으로 알려졌으며, 당초 SK가 1천억 원을 주장했고, 내심 5천억 원에서 최대 1조원을 고려한 것으로 보도된 것을 감안하면, SK로서는 당초 주장액의 최대 20배를 내준 셈이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2조 원 중 1조원이 로열티 명목이라는 점이다. 로열티란 남의 지적재산에 대한 사용료임을 감안하면, SK는 천문학적 합의금을 내고도 남의 영업비밀을 침해한 기업이라는 멍에를 지울 수 없게 됐다. 보통 합의란 하나를 주고 하나를 받는 식의 주고받기로 인식된다,

▲ LG가 국제무역위원회 제소과정에서 제출한 SK의 2019년 4월 30일자 이메일

▲ LG가 국제무역위원회 제소과정에서 제출한 SK의 2019년 4월 30일자 이메일

소송에서 합의의 경우 돈을 줄 경우 소송사유는 면책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연방검찰이 기업에 대한 수사를 하더라도 과징금을 낸다고 할 경우, 기소를 유예하는 것은 물론 잘못도 시인하지 않는 조건으로 끝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이번 합의는 합의라기보다는 항복문서에 가깝다. LG는 실리와 명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챙긴 셈이다. 완벽한 승리다. SK는 지난 2월 국제무역위원회로 부터 ‘LG의 영업비밀을 침해했으므로 10년 간 전기 배터리부품 등 생산에 필요한 물질의 미국 내 수입을 금지한다’는 패소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 3월말에는 LG가 제기한 4건의 특허침해소송에서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예비판정을 받았고, LG가 지난 2012년 미국 납세자의 전기배터리 지원금 일부를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기사회생하는 듯 했으나, SK는 항소도 못해보고 결국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 합의금을 주고 공장을 살리는 방안을 택한 셈이다. LG가 제기한 4건의 특허 침해소송에 대한 최종판정은 오는 8월 2일로 예정돼 있고, SK가 LG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은 오는 7월말 예비판정이 예정돼 있었지만, 이번 합의로 양측이 모두 소송을 취하하게 된다. 또 SK는 영업비밀 침해판정에 따른 수입금지 명령을 항소기간 중 정지시켜달라고 요구했지만, 이 또한 양사가 ‘합의로 인한 소송중단’의사를 국제무역위원회에 통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SK의 연방항소법원 항소 역시 불가능하게 됐다.

‘무조건 공장 돌려라’ 바이든 압력 주효

▲ SK가 배터리공장을 짓는 조지아주 출신 덕 콜린스 하원의원은 지난해 8월 26일 연방이민세관단속국과 세관국경보호국에 서한을 보내 ‘SK의 불법노동자 고용의혹에 대한 조사’를 촉구했고, LG는 나흘 뒤인 지난해 9월 1일 이 서한을 국제무역위원회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 SK가 배터리공장을 짓는 조지아주 출신 덕 콜린스 하원의원은 지난해 8월 26일 연방이민세관단속국과 세관국경보호국에 서한을 보내 ‘SK의 불법노동자 고용의혹에 대한 조사’를 촉구했고, LG는 나흘 뒤인 지난해 9월 1일 이 서한을 국제무역위원회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바이든의 거부권행사 가능 시간이 초읽기에 접어들면서, LG가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는 언론분석과는 정반대로, 미국의 일자리와 전기차 공급망구축등 미국의 경제적 이득을 위해 SK에 무조건 공장을 살리라는 압박이 가해졌다는 분석이다. 또 미국은 ‘만약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면 얼렁뚱땅 넘길 생각을 하지 말고 합당한 대가를 치르라, 그리고 일자리 창출, 배터리 공급 등 미국과의 약속을 지켜라’고 요구한 셈이다. 이번 합의에 따라 SK의 공장가동이 가능해 짐에 따라, 바이든대통령은 그린에너지를 통한 경제발전이라는 최대공약을 지킬 수 있게 됐다.

바이든대통령이 스타일을 구길 수 있는 거부권 행사를 하지 않고도 목적을 이룬 셈이다. LG는 ‘SK가 자사인력 70여명을 빼간데 이어, 2018년 말 자사기술 등을 이용, 폭스바겐 전기배터리 공급을 따냈다’며 2019년 4월 29일 델라웨어연방법원과 국제무역위원회에 SK를 제소했었다. 그 뒤 국제무역위원회의 조사과정에서 SK가 소송관련 증거를 인멸하려 했음이 드러나면서, 영업비밀침해 예비판정이 내려졌고, 최종판정에서도 동일한 결정이 내려졌다. LG 완승의 결정적 단서가 됐던 것은 SK의 사내 이메일이다.국제무역위원회에 제시된 증거에 따르면 SK는 지난 2018년 2월 12일 ‘OO사 자료이관진행’이라는 제목의 사내 이메일에서 ‘경력사원 입사관련해 소송중인 건이 있다. 따라서 생산기술센터에서도 사전 대비가 필요하기에 요청드린다, 일단 취합해 팀룸자료를 별도장소로 이관 예정이다. 수요일 이후 해당자료가 팀룸에 존재하지 않도록 관리하기 바란다. 이 이메일도 별도로 저장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LG가 제시한 또 하나의 증거는 소송제기 다음날인 2019년 4월 30일 이메일이다. ‘[긴급]LG화학 소송건 관련’이라는 제목의 이 이메일은 중요도가 ‘높음[HIGH]로 기재돼 있다. 이 이메일에는 ‘각자 PC, 보관메일함, 팀품에 경쟁사 관련자료는 모두 삭제 바랍니다. ASAP[편: 최대한 빨리’. 특히 SKBA[SK BATTERY AMERICA]는 더욱 세심히 봐주세요. PC검열 및 압류 들어올 수도 있으니’라고 적혀있다. 또 ‘본 메일도 조치후 삭제바랍니다’라며 이 이메일 삭제 지시도 내렸다. LG가 어떤 방법으로 입수했건 간에 이 2건 이메일은 결정적 증거가 됐다. 이 2건의 SK이메일이 결과적으로 2조원의 가치를 창출한 것이다. 2조원짜리 이메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SK 건설인력 불법입국이 결정적 단서

특히 LG는 치밀한 준비 끝에 소송에 임함으로서 준비된 승리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연방국무부 로비데이터베이스 확인 결과, LG는 지난 2019년 4월 29일 소송을 제기하기 약 1개월 전인 4월 1일 이미 포토맥로그룹과 로비계약

▲덕 콜린스 미국 연방 하원의원

▲덕 콜린스 미국 연방
하원의원

을  체결한 것을 비롯해 무려 6개 회사와 로비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SK는 최종 판정일 직전인 지난해 11월 5일에야 코빙턴앤빌링과 로비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LG가 SK보다 한 수가 아니라 여러 수 앞섰던 것이다. 또 하나 SK의 조지아 주 배터리공장 건설과 관련, 지난해 5월 한국인 근로자 33명이 이 공장에 일하기 위해 조지아 주 애틀랜타공항으로 입국하려다, 미리 신고를 받고 기다리던 연방이민국에 적발돼 강제 출국되는 사건이 발생했었다. 이 사건과 관련, SK가 한국인들을 불법 입국시켜 조지아 주 주민들의 일자리를 빼앗으려 한다는 의혹이 대대적으로 보도됐고, 배관공노조는 ‘한국인노동자에게 일자리를 빼앗겼다. 우리는 한국인노동자 숙소 사진을 찍는 등 증거 확보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건이 발생하자, 덕 콜린스 조지아 주출신 연방하원의원은 지난해 8월 26일 국토안보부 이민세관 단속국과 세관국경보호국에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 배터리 아메리카의 한국인 불법취업 문제를 조사해 달라’는 서한을 보냈다.

콜린스의원은 ‘나의 지역구인 조지아 주 공장건설 현장에 한국인들이 불법으로 일한다는 유권자 제보를 받았다. 이런 행위가 사실이라면 많은 미국인 근로자에게 피해를 줄 뿐 아니라, 불법취업이므로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콜린스의원은 또 ‘지난 5월 33명이 한꺼번에 적발돼 추방됐으며, 이들은 한미간 비자면제 프로그램을 불법취업에 악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세관국경보호국은 이 사건이 일회성이 아니라 커다란 불법취업계획의 일부로 판단했다. 전면 조사를 벌여야 한다’고 밝혔다. 덕 콜린스 의원은 이에 앞서 지난해 4월 29일 리사 바튼 국제무역위원장에게 서한을 보내, ‘SK배터리 공장은 조지아 주는 물론 미국 자동차 및 전기차 산업, 나아가 미국 소비자에게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소송판정에 이 같은 치명적 요인들을 고려해 달라’고 요구했었다. 콜린스의원은 ‘SK가 26억 달러를 투입, 조지아 주에 공장을 짓고 있다며, 어떠한 시정명령이 내리든, 미국의 일자리 등을 위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역구 기업의 보호에 나섰던 것이다.

그러나 SK공장 불법취업 논란이 일자, 콜린스의원은 연방이민국에 철저한 조사를 요청했고, LG는 이를 놓치지 않고, 나흘만인 지난해 9월 1일 국제무역위원회에 콜린스의원의 서한을 증거로 제출했다. LG는 ‘지난 4월 29일 귀 위원회에 서한을 보냈던 콜린스 의원이 지난 8월 26일 연방이민국에 서한을 보냈다. 증거로 제출하니 읽어보라’는 설명과 함께 콜린스의 서한을 증거로 낸 것이다. SK를 옹호하던 의원이 SK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으니 LG로서는 호재였고, 이를 재빨리 캐치한 것이다. LG는 2조원을 받게 됨에 따라 선발주자로서의 시행착오에 따른 부담 상당부분을 보전할 수 있게 됐다. LG는 현대차 코나 8만여 대의 전기배터리 교체 비용으로 1조원상당의 부담해야 한다. 코나에 장착된 LG배터리의 화재위험 때문이다. 선발주자가 숙명적으로 떠안고 가야 할 1조원의 수업료를 SK에서 받는 합의금으로 충당할 수 있게 됐다. 또 GM의 볼트차 전기배터리 화재위험에 따라 7만대에 대한 리콜이 진행 중이다. 현재 전기배터리 전면교체 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교체로 막고 있지만, 소프트웨어를 교체한 소비자들이 전기배터리 용량이 절반가량 감소했다며 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여차하면 현대차 코나처럼 배터리 전면교체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GM이 LG의 책임이라고 주장한 만큼, 전면교체가 되면 1조원 상당의 부담이 예상된다. 이 비용 1조원 또한 SK 합의금으로 충당 가능하다. LG로서는 선발주자로서의 시행착오 비용을 넉넉하게 만회한 셈이다.

합의직후 오히려 SK 주가 15% 상승

공장그 누구보다도 최대의 승자는 바이든 대통령이며, 미국 국민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린에너지 공약을 지킬 수 있게 됐고 지적재산권 보호국가라는 체면을 차리게 됐다.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긴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LG와 SK 합의는 미국 노동자 및 자동차 산업의 승리’라고 선언했다. 또 무역대표부 대표가 큰 노력을 했다며 감사의 뜻을 전함으로써 미국정부가 일정역할을 했음을 시사했다. ‘합의조건은 양사가 알아서 하시고, 하여간 합의는 하세요’라는 것이 바이든행정부의 방침이었던 것이다.

바이든으로서는 ‘불감청 고소합의’ 였던 셈이다. 미국 국민은 일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된 것은 물론, 전기차 배터리가 미국 내에서 생산돼 미국차업체에 공급됨으로써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전기차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한국 또한 미래의 먹거리로 불리는 전기배터리 시장에서 최강자의 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실리를 챙기게 됐다. 중국이 어부지리를 취하는 것을 막고, 시장점유율 50%에 육박하게 됐고, 4-5년 내에 전기배터리 시장규모가 반도체시장을 넘어선다는 점에서 또 다시 대운을 맞게 됐다. SK는 ‘이번 합의를 통해 배터리사업성장과 미국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 미국 조지아 주 공장건설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다.

SK는 ‘이제 불확실성이 사라졌으니 우리 기술과 제품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더 큰 성장을 통해 저력을 보여 주자’고 자위했지만, 현재 상황을 보면 만만치 않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부문은 적자이며, 미국공장에서 생산이 시작돼 10년간 가동해도 순익이 아닌 영업이익이 2조원이 될까 말까라는 분석이다. 영업비밀침해의 댓가를 혹독하게 치르는 것이다. 흔히들 SK의 성장 DNA를 ‘패기’라고들 말한다. 이번 일은 패기가 반드시 순기능적으로 작동돼야 한다는 교훈을 준 셈이다. 그러나 SK가 잃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번 일을 통해 SK에 대한 투자자들의 믿음이 확인된 것은 SK의 큰 성과이다. LG – SK 합의 직후 주식 첫 거래일인 지난 12일,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폭락할 것이라는 예상을 딛고 개장하자마자 15%나 상승했다. 주가가 폭등한 것이다. 주판알만 튕기면 2조원의 손해배상은 며칠간 하한가를 쳐도 모자란다. 주가흐름은 냉정하게 본다면 비이성적이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SK가 공장만 돌린다면 ‘2조원은 문제도 아니다’라고 판단한 것이다. 비이성적 주가흐름의 이면에는 기업에 대한 믿음이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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