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주 운전면허시험 폐지… 논란이 불러온 과제와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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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V 운전면허 필기시험 폐지철회로 돌아 본 문제점

높아지는 한글 위상 비해
진정한 대변자절대부족

캘리포니아 주 DMV 운전면허 필기시험에서 한국어가 다른 소수인종 언어들과 함께 폐지될 위기에 놓여있었으나 LA한인회 등을 포함해 데이브 민주상원의원 등 한인계 정치인들과 함께 발 빠른 대처와 아시아계, 흑인계, 라틴계등과도 연대로 건의하자 게빈뉴섬주지사가 이를 전격 철회시켜 원상 복귀되어 한인사회가 한시름 놓게 됐다. 하지만 이번계기로 이 같은 사태가 다른 방향에서 또 발생할지 모르기에 주류사회에 대한 ‘안테나’를 항시 고정할 필요가 있다. 왜, 우리는 매번 무슨 일이 터지면 그때사가서야 법석을 떨어야 하는가. 미국의 언어학자들은 “한글은 신이 인간에게 내린 선물”이라며 “한국적인 것이 바로 세계적인 것”이라고 까지 극찬을 하는데, 어쩌다가 한국어 운전시험이 이번처럼 푸대접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 우리 모두 곰씹어 봐야할 대목이다. <성진 취재부기자>

▲ DMV에서 차례를 기자리는 대기자들. 최근 DMV에서는 한국어등 일부 언어 시험을 폐지하는 계획을 세웠다가 철회 했다.

▲ DMV에서 차례를 기자리는 대기자들. 최근 DMV에서는 한국어등 일부 언어 시험을 폐지하는 계획을 세웠다가 철회 했다.

미국에서 한글은 정작 어떤 대우를 받는지 한편 살펴보았다. 캘리포니아 주 의회가 지난 2019년 세계 최초로 10월 9일을 ‘한글날(Hangul Day)’로 지정하는 결의안(ACR 109)을 통과시켰다. 캘리포니아 주 의회에서 ‘한글날’제정은 “미국에서 소수 계 문자에 대해 하나의 기념일 제정은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고 전 세계에서 오직 한국에게만 예외로 허락한 미국의 놀라운 결정”이라고 한국의 유튜브 방송인<세상 모든 반응>(진포터)는 평가했다. 한글로 노래를 부른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1위로 세계팝계를 정복했으며, 한글말로도 제작된 영화 ‘미나리’가 올해 오스카상에서 여우조연상을 획득하는 기염을 토했으며, 한국 영화 ‘기생충’이 지난해 오스카상을 거머쥐었다. 이런 영향 등으로 미국에서 한글과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으며, 지난해 COVID 19로 인한 위기 상황 속에서도 남가주 지역 5개 공립학교에서 한국어 반이 신규 개설되는 성과가 나타나 현재까지 총 76개 공립학교에서 한글반이 운영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재난 속에서도 플러턴 교육구내에서 동시에 3학교가 한글반을 개설하게 되어 크나 큰 의미를 던져주고 있다.

그리고 현재 미국각지에 세종학당에는 미국인들과 다인종들 사이에서 많은 관심을 두고 찾아온다. 특히 최근 NBC 방송은 OC의 얼바인 세종학당을 소개했는데 “지난 2년 반 동안에 한국어 수강자가 10배 이상 증가하는 크나 큰 인기로 고공 행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 주는 미국 50개주에서 한국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주이다. 미국에서 한국어로 운전면허 시험을 치루는 주는 캘리포니아를 포함해 모두 22개 주나 된다. 캘리포니아, 뉴저지, 뉴욕, 앨라배마, 델라웨어, DC, 조지아, 하와이, 일리노이, 인디아나, 아이오와, 켄터키, 메릴랜드, 매사추세츠, 미시시피, 미주리, 노스캘로라이나, 오리건, 펜실베이니아, 테네시, 버지니아, 워싱턴 등이다. 더군다나 미국 대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외국어는 한국어, 바로 한글이다. 지난 2019년에 독일시장 조사전문기업 스태티스타는 미국 현대언어학회 자료를 인용해 2006년에서 2016년 사이 미국에서 한국어를 수강하는 대학생들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외국어를 공부하는 1000명 이상 대학생 가운데 가장 크게 증가한 수치다. 이 자료에 따르면 미국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상위 10대 외국어 중 한국어는 2006~2016 10년 사이 95%나 증가했다. 두 번째로 증가한 외국어가 아랍어인데, 26% 정도다. 한국어 인기가 얼마나 높은지 실감할 수 있다. 이어 일본어(5.2%) 중국어(3.3%) 순이다. 이탈리아어(-27.4%) 러시아아(-17.9%) 프랑스어(-14.7%) 등 유럽언어는 급감하는 추세다.

미국 대학생들 최고 인기어는 한국어

한국어가 미전역 대학캠퍼스에서 최고 인기 외국어로 급부상했다고 LA타임스(LAT)가 지난 2월 8일자에 보도했다. 현대언어학회(Modern Language Association)가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3년~2016년에 미대학에서 한국어 강좌가 5만 3000%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어와 중국어가 각각 8000% 상승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한때 인기 외국어로 각광받았던 독일어와 불어, 이탈리어 등 수강 학생은 감소 추세다. 독일어는 2013년~2016년에 –40%, 불어 강좌프로그램은 같은 기간동안 –36%를 기록했다. LAT는 ‘UCLA에선 한국어가 핫한 언어(UCLA, where Korean is the hot language)’제하기사에서 “케이팝 영향으로 한국어가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제 2외국어가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어 인기는 UCLA 뿐 아니라 미전역의 캠퍼스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ʻ듀오링고 ʼ에서 한국어는 6번째 인기 언어이다.

▲ʻ듀오링고 ʼ에서 한국어는 6번째 인기 언어이다.

한국어는 미국캠퍼스에서 더 나아가 전 세계적으로 가장 각광받는 외국어인 것으로도 조사됐다. 실제로 한국어에 대한 인기는 외국인이 한국 유학과 취업에 필요한 한국어 능력을 평가받기 위해 치르는 시험인 ‘한국어능력시험(TOPIK)’에서도 입증되고 있다. 지난 2000년 한국어 능력시험 응시자는 4850명에 불과했지만 지난 2019년에는 26만 4842명으로 응시생 수가 크게 늘어났다.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한류에 대한 단순 관심을 넘어 취업이나 비즈니스에서도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외국어를 학습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에서도 한국어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2019년 한국을 방문한 세계적 외국어 무료학습앱인 듀오링고의 호르헤마잘듀오링고 부사장은 “듀오링고를 통해 한국어를 학습한 외국인은 400만 명이다. K-팝과 드라마 등을 통해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듀오링고 한국어 학습자도 급증하고 있다”며 한국어 교육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와 한류 콘텐트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했다. 한편 LAT는 기존 인기 외국어 들인 불어와 독일어, 이탈리아어 등 유럽 국가언어들은 학생들 사이에서 ‘죽은 백인들의 언어’ 취급을 받으며 프로그램들이 사라지고 있다 고 보도했다. 지난 2013년~2016년에만 총 651개 외국어 프로그램이 폐지 됐다.

UCLA의 경우 유럽 국가들의 문화와 사회 이슈 등을 언어와 함께 가르치는 하이브리드식 교육으로 전환하며 ‘유럽 언어 살리기’에 나섰다. 한국어의 인기는 미국에만 국한돼 있지 않다. 한국정부는 2019년 현재 전세계 56개국, 172개 기관에서 5만 7000여명을 대상으로 한국어 교육을 하고 있다. 2007년 13개 기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한국어 능력시험(TOPIK·토픽)’ 응시자도 급증하고 있다. 1997년 2200여명에 불과했던 토픽응시자는 지난해 26만 5000여명으로, 53배나 급증했다. 무료언어 학습앱 ‘듀오링고’는 한국어를 추가해 달라는 요청에 따라 2017년 한국어를 신규 언어로 추가했다. 현재 듀오링고에서 한국어는 6번째로 인기있는 어학 코스다.

한국어 인기는 미국 넘어 세계적 추세

이 같은 인기의 한국어에 대해서 유독 캘리포니아 주 DMV관계자들은 어떤 평가를 내렸기에 운전시험을 위한 언어 선정 기준이 무엇이었는지 묻고 싶다. 애초 이번 운전면허시험 언어 축소를 보도했던 새크라멘토비(Bee)도 DMV 측이 그 문제에 대해서 답변이 없었다고 했다. 원래 CA주 운전면허국의 방침대로 시행된다면, 현재 25가지의 언어로 실시하고 있는 필기시험이 영어, 스페니쉬, 아르메니아어, 중국어, 인도어, 파키스탄어(Punjabi), 베트남어의 7개 언어로만 응시하게 되어 있었다. 한번 가정을 해보자. 애초 계획에서 7개 언어만을 선정할 때 영어야 당연한 언어이고, 스페니시는 원래 캘리포니아가 스페인의 영토였다는 역사적 사실과 현재 인구가 백인 다음으로 많다는 사실이 참작됐을 것이다. 그다음 중국어, 인도어, 파키스탄도, 아르메니어와 베트남어만이 7대 언어에 포함된 것은 석연치가 않다.

이번에 운전면허 시험에서 언어 선정으로 주목을 받았던 캘리포니아 DMV는 주교통부에 속한다. 현재 주교통부 장관이 한인계 데이빗김 장관이다. 주하원에 최석호의원이있고, 주상원에 데이브민 의원이 있다. 새크라멘토 한인회 수석부회장이자 재미과학기술자협회 부회장인 안국준 박사는 가주 교통부에 재직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한인사회는 그 중요한 정책이 변경되는 과정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물론 이들 한인계 공직자들이 DMV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모두 알아야 되는 입장은 아니다. 캘리포니아 주청사가 있는 새크라멘토에서 발행되는 신문인 새크라멘토비(Sacramento Bee)에서 지난 6일자에서 DMV 내부 지침 메모를 인용해 DMV가 운전면허 필기시험에서 한국어를 포함한 총 25개 소수계 언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폐지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이번 조치가 시행될 경우 앞으로는 운전면허 필기시험이 영어와 스페인어, 중국어, 알르메니아어, 힌디어, 펀자브어, 베트남어등 7개 언어로만 제공되고, 한국어를 비롯한 다른 언어 필기시험은 모두 폐지된다는 것이다. DMV의 이 같은 계획은 ‘지식 테스트 현대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것으로, DMV는 이번 프로젝트의 시행내용 가운데 운전면허 필기시험 문항수를 현행 18개에서 25개로 늘리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DMV 현대화 프로젝트가 개빈뉴섬주지사 취임 시 최우선 순위과제 중 하나였으며, 뉴섬주지사가 이를 위해 대기업 시스코 경영진 출신인 스티브고든을 DMV 책임자로 임명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현재 운전면허 필기시험 시 선택할 수 있는 언어목록 32가지 리스트를 DMV 웹사이트에서 찾을 수 없었으며, 6일 DMV에 해명을 요청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전국서 가장 다양 한인종이 살고 있고 가장 많은 소수계 언어가 사용되고 있는 캘리포니아에서 소수계 언어서비스 폐지 조치가 과연 타당성이 있는지에 대해선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신문은 현재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언어는 영어, 스페인어, 중국어, 베트남어, 타갈로그어(필리핀어), 한국어, 알메니아어, 페르시아어, 아랍어, 러시아어, 일본어, 펀자브어, 크메르어 등이라고 전했다.

 캘리포니아 DMV정책 타당성 요구해야

지난 2018년 3월 23일 우리 한인사회는 코리아타운이 포함된 ‘리틀 방글라데시’ 구역 획정 요구청원서가 LA시에 제출돼 이미 승인을 받고 윌셔 주민의회 내 유권자 투표만을 남겨둔 것으로 밝혀져 한인사회를 놀라게 만들었다. 당시 투표에서 과반수가 찬성하면 한인타운의 절반이 사라지게 된다며 한동안 이에 대한 대책으로 한인사회가 요동을 쳤다. 결과적으로 범동포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벌여 한인들의 자부심을 갖은 기억이 새롭다. 하지만 당시에도 ‘리틀 방글라데시’ 구역 획정요구 청원서가 LA시에 제출될 때까지 한인사회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아니,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런 내용을 알고 있었던 한인계 정치인들이나 한인관계자들도 이를 한인사회에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 평소 한인사회를 대상으로 정치 헌금을 걷어가는 주류 정치인들은 LA시청이나, 주정부에서, 연방정부에서 일어나는 각가지 의제에서 한인사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안건이 나타나면 이를 한인사회에 알려주는 것이 ‘기브엔테이크’이지만 지금까지 그런 주류 정치인들은 보기가 힘들다. 그러면 우리 한인사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당연히 그 정치인에게 후원을 거부해야 한다. 가능한 우리 한인사회를 진정으로 대변할 주류정치인을 찾아야하고, 한편으로는 한인 정치인들을 많이 배출시켜 차세대 한인 정치력을 신장시켜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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