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감독의 ‘3분의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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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감독의 ‘3분의 독백’

“오늘 농구 얘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지난 6시간 동안 우리 팀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 니다. 오늘 밤도 같은 방식으로 시작할 것입니다. 농구 관련 질문은 중요치 않습니다. 여기에서 400마일 떨어진 곳 에서 14명의 어린이가 사망했습니다. 지난 10일간 버팔로 슈퍼마켓에서 노인 흑인이 살해됐고, 남부 캘리포니아 아시아 교인이 살해됐습니다. 나는 극도의 슬픔에 잠겨 있는 가족들에게 조의를 표하는 것에 너무 지쳤습니다. 50명의 상원의원이 하원에서 통과시킨 신원 조회 규칙에 대해 투표하지 않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이익과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상원의원들에게 묻겠습니다. 자신의 욕망이 우리 아이들과 노인들의 삶보다 더 중요한가요?”

이 말은 <텍사스 초등학교 총격사건>이 발생한 날 24일, 마침 NBA프로농구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스티브 커 감독이 텍사스에서 댈러스 매버릭스와의 4차전 농구 경기를 앞두고 개최된 기자 회견에서 농구 이야기는 제치고 ‘총격사건’ 을 강하게 비난하고 미국의 공화당이 총기규제를 방관하고 있다는 점을 분노로 표출한 ‘3분의 독백’의 한구절이다. <텍사스 초등학교 총격사건>에 대하여 조 바이든 대통령과 교황을 포함해 오마바 전대통령 등등 많은 인사 들이 애도와 함께 총기 규제를 외치고 나왔는데, 이날 스티브 커 감독의 격정의 ‘3분의 독백’이 담긴 그의 동영상은 미국은 물론 여러 나라에서 공감을 불러 일으켜 단연 화제가 됐다. 한국도 SBS방송을 포함해 여러 TV와 신문 라디오 방송에서도 스포츠의 빅 뉴스로 소개했다. 이날 스티브 커 감독은 침통한 표정으로 “만약 여러분의 자녀나 손주, 어머니나 아버지 형제 자매들에게 오늘 이런 일이 생긴다면 여러분들은 어떨 것 같습니까?”라며 손바닥으로 테이블을 강하게 내리첬다. 이어 그는 “우리는 무감각해서는 안됩니다. 그냥 앉아서 기사를 읽으면서 ‘오늘 이런 일이 았었네…’하고 넘기고 침묵하면 안됩니다”면서 “법안 상정조차 거부한 상원의원 50명에 의해 우리는 인질로 붙잡혀 있는 것입니다”며 자신의 손을 가슴에 대며 “우리들이 (규제를) 원하고 있는데 말입니다”라고 하더니, 갑자기 큰 소리로 “그들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법안을 반대하는 것입니다”라고 강한 어조를 내 밷더니 “정말 한심합니다!!”면서 자리를 박차고 퇴장했다.

그는 미국 총기폭력에 대해 지속적으로 발언하고 총기 규제 캠페인을 벌여왔는데, 이날은 <텍사스 초등학교 총격사건>에 더 충격을 받아 ‘3분 간의 독백’에서 감정을 추스리지 못하고 눈물을 흘릴 정도에 이르렀다. 이날 농구에 대한 얘기가 거의 없었다. 대신 텍사스에서 벌어진 비극에 대해 ‘3분간의 독백’을 전했다. 그 자신도 총격사건의 아픔이 있다. 지난 1980년대 초반 레바논에서 테러리스트들의 총격으로 그의 아버지가 살해됐다. 이날 워리어스의 스티브 커 감독이 이끄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상대 댈러스 매버릭스와의 4차전 농구에서 처음으로 한 골차로 패배했는데, 그의 팬들은 “오늘 경기는 아쉬었지만, 커 감독의 ‘3분의 독백’은 승리의 연설이었다”면서 그를 지지했다.

“정말 한심합니다!!”

또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스타 플레이어인 스테판 커리는 트윗에 스티브 커 감독의 ‘3분의 독백’영상을 공유하며 “오늘밤 게임만큼 이 영상을 많이 봐달라”고 메시지를 남겼다. 골든 스테 이트 워리어스의 가드/포워드인 다미온 리는 “분유” 구하기보다 총 구하는 게 더 쉽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슬프다”고 말했다. 사건이 발생한 우발데(Uvalde) 태생 배우 매튜 맥커너히는 “총기 폭력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전염병”이라고 밝혔다. 크리스 머피 코네티컷주 상원의원(민주당) “이 아이들은 그저 운이 없었던 게 아닙니다. 이런 일은 이 나라에서만 일어납니다. 다른 그 어떤 나라에서도 어린아이들이 오늘 총에 맞지 않을까 걱정하며 등교하지 않습니다”라고 소리첬다.

한편 텍사스주 초등학교 총기난사 참사가 발생한지 불과 4일만에 논쟁의 전미총기협회(NRA)의 연례 컨벤션 행사가 휴스턴에서 개최되고 총기 전시회까지 열려 많은 국민들이 분노를 하고 있는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 총회에 나타나 “악의 존재는 법을 지키는 시민들이 무장 해야 할 최고의 이유”라며 총기 소유를 옹호했다. 또 그는 “총을 든 나쁜 놈을 막는 유일한 방법은 총을 든 착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NRA는 미국 총기업계 이익단체이자 최대 로비 단체 중 하나다. 물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설에 앞서 18세 고교생의 총기난사로 숨진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하지만 이들 NRA은 불과 며칠 전 어린애들과 교사 2명 등 21명을 죽인 범인이 소지했던 AR-15 소총 무기를 포함해 새로 개발된 총기들을 전시했다. 대부분이 백인들이 참석자들은 총기 성능을 직접 체험했으며 세미나를 경청했다. 무엇보다 이번 NRA연례대회의 한 참석자는 “담임교사를 무장시키면 될 일이다”라는 뻔뻔한 주장 을 폈다고 한다. 이와중에 미국 총격 참사에 놀란 캐나다가, 권총 소유·거래 전면금지 법안을 발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30일 권총을 개인적으로 소유하거나 판매, 양도 등 거래를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도입할 것이라고 기자회견에서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새 법안은 소총 탄창에 5발 이상을 ‘절대’ 보유할 수 없도록 요구하며, 대용량 탄창의 양도와 매매 를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가정 폭력이나 스토킹과 같은 범죄에 연루된 이들의 총기 면허를 박탈하는 내용도 담겼다. 트뤼도 총리는 “이 법률이 시행되는 날부터 더 이상 캐나다에서 권총을 구매 판매 양도 또는 수입할 수 없게 된다”며 “우리는 시장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형사 처벌 수위를 최대로 높이고 법 집행 기관이 총기 범죄를 조사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수단을 제공할 것”이라며 “스포츠나 사냥이 아니라면 그 누구도 캐나다에서 일상을 사는 데 총이 필요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했다. 그는 또 “총기 폭력은 복잡한 문제지만 결국 정말 간단하다, 우리 지역사회에서 총기가 적을수록 모두가 더 안전해질 것”이라며 “대부분의 총기 소유자가 권총을 안전하게, 법에 따라 사용하지만 최단 시간에 많은 사람을 죽일 수 있도록 설계된 돌격 무기는 필요하지 않다”고 법안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웃나라 캐나다의 이런 조치를 보면서, 수정헌법 2조를 내세워 총기소지 옹호를 계속 외치는 NRA 로비에 물들은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미국민들의 외침을 이번에도 외면할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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