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사고] 흉기피살 유나 리 유족, 뉴욕시-경찰 상대 손배소 제기 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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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2월 13일 뉴욕 아파트서 한인여성 흉기피살 유족 소 제기
■ 피해자 비명소리 듣고도 진입하지 않아 범인 범행시간 벌어 준 셈
■ ‘경찰 신고 뒤 1시간20분만에 아파트 진입’ 끝내 싸늘한 주검으로
■ 고 이 씨 이모, ‘경찰 늑장출동으로 피살… 억울한 죽음 밝혀달라’

지난해 2월 자신의 아파트에서 무참히 피살된 한인여성 크리스티나 유나 리씨는 사실상 경찰의 늑장대처로 숨졌다는 의혹이 구체화되고 있다. 유나 리씨의 유족은 뉴욕시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고, ‘경찰이 현장에 출동해 유나 리씨의 비명을 들으면서도 1시간 이상 내부로 진입하지 않아 결국 목숨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911신고 시간과 응급구조대 출동기록 등에 따르면 경찰은 911신고 3분 만에 현장에 출동했지만 아파트 출입문을 열지 못해 1시간이상 문밖에 머물렀던 것으로 확인됐지만, 경찰은 자세한 시간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결국 경찰이 제때 문을 열고 내부로 진입했다면 범인을 조기에 제압, 유나 리씨를 살릴 수 있었지만 1시간여 동안 수수방관하는 바람에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어찌된 영문인지 전후사정을 짚어 보았다. <안치용 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지난해 2월 13일 새벽 5시 55분 뉴욕 맨해튼 차이나타운 자신의 아파트에서 사망판정을 받은 35세 한인여성 크리스티나 유나 리씨, 이 씨가 사실상 경찰이 수수방관하는 바람에 피살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씨는 경찰이 두 눈을 뻔히 뜨고 지켜보는 가운데, 경찰의 직무유기로 인해 피살됐다는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어 한인커뮤니티, 더 나아가 아시안커뮤니티의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크리스티나 유나 리씨의 상속집행인인 이모 이복선 씨는 지난 5월 12일 뉴욕주 뉴욕카운티 법원에 뉴욕시와 뉴욕시경소속 경찰 10명을 상대로 직무유기 등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늑장대처로 사망’ 소송

이모인 이 씨는 챨스 윤 전 뉴욕한인회장을 변호사로 선임, 소송장을 제출하고 배심원 재판을 요구했다. 이 씨는 소송장에서 ‘조카가 지난해 2월 13일 새벽 뉴욕 맨해튼 차이나타운 자신의 아파트인 111 크리스트 스트릿의 아파트에서 괴한에게 피살됐다’며 ‘뉴욕시경이 이 지역 방범순찰을 강화하고 신고접수 직후 제대로 대처했다면 조카를 살릴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씨는 CCTV 촬영내역과, 911 신고기록 및 응급구조대 출동기록, 사망판정시각 등을 근거로 경찰의 직무유기의혹을 조목조목 지적했고, 사실상 경찰이 늑장대처를 하고 수수방관하는 바람에 이 씨가 피살된 정황을 구체적으로 제시, 충격을 주고 있다. 소송장을 근거로 시간대별 상황을 살펴보면, 이 씨가 택시를 타고 차이나타운 아파트 앞에서 내린 뒤 아파트 현관문을 열고 1층에 진입한 시간은 2월 13일 새벽 4시 20분으로 밝혀졌다.

CCTV확인결과 이 씨가 현관으로 진입한 뒤 유력한 용의자인 25세 남성 아사마드 내시가 미처 문이 닫히기 전 잽싸게 내부로 들어와 이 씨의 뒤를 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새벽 4시 21분, 이 씨는 자신의 유닛 내부로 진입했고, 역시 내시가 문이 닫히기 전 내부로 진입했고, 곧바로 이 씨의 비명이 터져나왔다. 그로부터 채 1분도 지나지 않은 4시 22분 이웃주민이 911에 전화를 걸어, 한 여성이 아파트 내에서 살려달라고 소리치며 비명을 지르고 있다고 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소 2명 이상의 주민이 새벽 4시 22분 연달아 911에 신고를 한 것으로 드러났고, 이 같은 사실은 경찰이 사건 직후 신고내역을 공개함으로써 확인됐다. 경찰의 초기출동은 매우 빨랐다고 평가할 정도였다. 신고 3분 만인 4시 25분 경찰 2명이 이 씨의 유닛 문 앞에 출동했고, 출동 뒤 이 씨의 비명소리를 직접 들었으나, 아파트 문을 열지 못해 내부로 진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 씨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 긴급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문을 열라고 소리를 지르며, 유력한 용의자인 내시와 문을 사이에 두고 대화만 나눴고 결국 내부로 진입하지 못하는 등 생명이 위험한 상황에서의 경찰행동수칙 및 응급의료지원 등을 수행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이 이토록 빨리 출동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씨의 아파트와 이 지역을 관할하는 제 5경찰서가 불과 3블록 거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출동경찰 2명은 문을 열지 못함으로써 내부진입에 실패했고, 그 뒤 무전으로 지원 병력의 출동을 요청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미 출동한 경찰 2명 외에 이들을 지원할 경찰병력은 오지 않았다. 단 3블록 거리에 경찰서가 있음에도 지원 병력이 오지 않았고, 결국 경찰 2명이 살려달라는 비명을 생생히 듣는 가운데 서서히 죽어갔고, 갑자기 살려달라는 비명조차 그치고 말았다.

경찰신고 1시간 뒤에 현장 진입

유족들은 소장에서 지원경찰이 최소 새벽 5시 30분까지 현장에 도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웃 주민이 최초 911신고한 시간이 새벽 4시 22분, 경찰 최초 출동시간이 새벽 4시 25분임에도 불구하고, 지원 병력이 한 시간이 지나도 출동하지 않았던 것이다. 경찰의 긴급대응 팀 약 8명 이상이 현장에 출동, 이 씨의 아파트 문을 강제로 열고 진입한 시간은 새벽 5시 40분, 이 씨는 욕실에서 가슴과 목에 무려 40여 차례나 난자당한 채 숨져있었다. 그리고 새벽 5시 55분 응급의료팀이 이 씨가 사건현장에서 숨졌다는 사망 판정을 내렸다. 경찰 최초 출동 때 이 씨가 살려달라고 소리를 질렀음을 감안하면 이때 경찰이 아파트 문을 부수고 내부로 진입했다면 이 씨를 살리고도 남았다.

아파트 문을 열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권총으로 자물통을 부순다면 무리없이 진입할 수 있었으며, 총소리를 들은 범인이 겁에 질려 스스로 문을 열어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첫 출동한 경찰에 경찰대응 규정에 맞게 대응했다면 큰 어려움 없이 무난하게 이 씨를 구해냈을 가능성이 크다. 또 경찰이 지원 병력을 요청했을 때 신속하게 지원이 이뤄졌다면 이 씨를 살릴 수 있었다는 것이 유족 주장이다. 경찰지원에 한시간 이상이 걸릴 정도로 늑장대응을 하는 바람에 무고한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는 것이다. 즉 이씨는 경찰이 문밖에서 대기한 가운데, 경찰이 비명소리를 생생히 들으면서도 수수방관하는 가운데, 무참히 살해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사건직후 언론에 911신고전화 접수시간 등을 얼떨결에 공개했지만, 그 뒤 늑장출동 등의 비판을 우려, 정확한 시간대별 출동현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행히 유족들에게 발급된 사망진단서 등이 이같은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유족들은 이 씨의 아파트 바로 앞 ‘사라 D 루즈벨트공원’에서 지난 2021년 10월 16일 배달원인 사라 미아 씨가 흉기에 찔려 피살됐음에도 경찰이 이 공원에 대한 순찰을 강화하는 등 치안을 제대로 유지하지 않음으로써 이곳이 우범지대가 됐고, 또 다시 피살사건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유족들은 뉴욕시 등에 대한 소송의 경우, 사건 발생 90일 이전에 소송의사를 밝혀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지난해 5월 13일 이전에 뉴욕시에 이미 소송의사를 통보했다고 강조했다. 또 뉴욕시가 소송의사를 통보받은 지 30일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적절한 조정, 배상 등을 하지 않고 있어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늑장대처 사유 밝혀라’호소

유족을 대리해 소송을 제기한 사람은 이모인 이복선 씨이며, 이 씨는 지난 3월 27일 뉴욕카운티 상속법원으로 부터 크리스티나 유나 리씨의 상속집행인으로 지명됐고, 이에 따른 상속집행인 증명서 등도 첨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씨는 유나리 씨 어머니의 언니로 추정되며, 메릴랜드 주 엘리엇시티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의 유족들은 단순히 배상 문제가 아니라 이 씨의 억울한 죽음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본보가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아사마드 내시 재판기록을 확인한 결과, 내시는 사건발생 하루가 지난 2월 14일 오전 9시 40분 정식 체포된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내시는 범행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으며, 오는 5월 30일 다시 법원출석을 앞두고 있다.
내시는 지난해 5월 라이커스아일랜드교도소에서 모 언론과의 화상인터뷰에서 ‘나는 범인이 아니다, 다른 사람이 이 씨를 살해했을 것이다.

경찰도 내가 그 아파트 현관문을 통해 내부로 들어섰다는 증거만 있을 뿐, 내가 그녀를 살해했다는 증거를 가지고 있지 않다, 내가 죽였다는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CCTV확인결과 당시 이 씨를 뒤쫓아 아파트에 들어간 것은 내시뿐이며, 경찰이 내부로 진입했을 때 내시는 침대 밑에 숨어 있다가 검거됐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이 씨를 살해한 직접적인 범인은 내시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 씨 사건에 대한 경찰의 대응을 살펴보면 경찰도 이 씨 죽음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최초 신고를 받은 뒤 문을 부수고 진입하는 등 적절하게 대응했다면, 또 지원병력이 한시간 이상 늦게 도착하지 않고 제때 출동했다면, 이씨는 목숨을 구했을 가능성이 크다. 만약 차이나타운이 아닌 백인집단거주 지역에서 이같은 상황이 발생했더라도 경찰이 이처럼 늑장대응을 했을까, 따라서 이 문제는 단순히 한 여성의 피살에 국한되지 않는다. 한인 나아가 아시안 전체의 문제이며, 아시안 생존의 문제로서 목소리를 높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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