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세계가 인정하는 우리 한국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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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화를 세계로’에서 ‘세계를 민화로’ 선도화
■ ‘책거리’는 세계적보물가치 한국의 문화유산”
■ 파리 비엔나 예술고장에서도 “웰컴한국민화”
■ “우리만 몰랐었던 우리의 보물, 민화 ‘책거리”

한국민화의 가치와 유산을 세계적 관심으로 이끌어낸 정병모 교수(한국민화학교 교장)가 LA를 방문한 계기에 미주 민화연구단체 ‘소류화실’(Soryu Art, 대표 소류 김승유)의 초청으로 민화 연구 생들을 대상으로 ‘세계를 담은 조선의 정물화, 책거리’를 주제로 지난 17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코리아타운 JJ 그랜드 호텔에서 특강을 통해 “앞으로 한국 민화, 특히 ‘책거리’(Chaekgeori) 는 k-아트의 대표 주자로 세계화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또 정 교수는 이 자리에서 연구생들에게 “우리만 몰랐던 우리의 보물, ‘책거리’를 통해 세계인들이 한국민화에 도취할 것”이라면서 “여러분 들이 합리적 사고방식에서 탈피하여 다양하게 여러분들의 스토리를 민화로 그려 나간다면 현대 민화의 장르를 새로 개척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성진 취재부 기자>

정병모 교수는 2000년대 초부터 ‘민화를 세계로’라는 목표를 세우고 LA를 포함해 전 세계를 누볐 다. 그에게는 한국 전통문화 중 세계화 가능성이 가장 큰 장르가 민화라는 믿음이 깊게 자리 잡아 지난 20여 년간 국내외 박물관과 개인 컬렉션 등을 찾아다니며 민화를 발굴하고 연구해왔다. 그런 다음 국내외 여러 민화 전시회를 기획하고 민화 국제 세미나를 자문하는가 하면, 한국민화학회와 한국 민화센터를 창립한 주인공이다. 이어 그는 민화 명품도록 ‘한국의 채색화’를 기획했으며 ‘무명화가들의 반란-민화’, ‘민화는 민화다’, ‘한국의 풍속화’, ‘세계를 담은 조선의 정물화 책거리’ 등을 포함, 다수의 저서를 통해 민화의 대중화와 세계화에 힘쓰고 있다. 이제 그를 “한국민화의 대가”라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세계 민화 예술계에서 그를 부르고 있다. 이제 그의 목표는 ‘세계를 민화로’이다.

현재 한국민화학교 교장이며, 경주대학교 초빙교수이자 문화재청, 경상북도 문화재전문위원 등을 지낸 정 교수가 요즘 가장 많이 언급한 말은 민화 ‘책거리’의 ‘세계화’이다. 이씨조선 시대에 책에 관한 놀라운 예술이 있었다. 그것은 정물화였는데 바로 ‘책거리’였다. 그런데 정 교수는 서양의 정물화처럼 일상적인 물건이나 꽃을 그린 것이 아니라 책으로 특화된 조선의 정물화였다면서 세계 각국의 정물화 가운데 명칭에 ‘책’이란 키워드가 들어있는 것은 세계 유래가 없는 조선의 ‘책거리’가 유일하다고 정의를 내렸다. 조선에서는 네덜란드 정물화보다 한 세기 늦은 18세기 후반에 정물화가 성행했다. 20세기 전반까지 200년 남짓 왕부터 백성들까지 폭넓게 다양한 계층에서 ‘책거리’를 향유했다. 그런데 한국 전통화를 이야기 할 때 정물화를 이야기한 적이 없다. 이 ‘책거리’라는 정물화가 조선 시대에 있었다는 것을 정작 우리는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책거리’는 책이 주인공이고 물건이 엑스트라인 조선시대 정물화이다. 최근 정 교수는 ‘세계를 담은 조선의 정물화 책거리’를 펴냈다.

우리만 모르는 우리의 보물인 한국의 정물화 ‘책거리’가 세계 미술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날이 머지않아 올 것이라는 전망을 갖고 ‘민화를 세계로’라는 프로젝트로 이 책을 집필했다. 이 책에는 한국의 구성적 아름다움을 다채롭게 보여준 회화, 왕과 백성이 함께 즐겼던 조선의 회화, 현대적 미감이 돋보이는 회화였던 ‘책거리’에 대한 흥미로운 발견과 정보로 꽉 차 있다. 무엇보다 책거리가 그 시대가 탄생시킨 산물임을, 또 시대의 유행 색상까지 소화한 그림이었음을 자세하게 알려준다. 궁중 책가도에 등장한 서양화법이 민화에서는 거꾸로 평면화된 점, 가부장 사회에 항의하듯 반짇 고리, 은장도, 비단신 등 여성의 물건만 배치한 책가도의 등장 등 책을 관통하는 문화사적 의미가 아주 다양하다. 정 교수는 “책거리는 단순한 조선시대의 문화유산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알릴만한 한국의 문화 유산”이라며 “우리는 그동안 이 존재를 몰랐거나 과소평가했지만 최근에는 여러 전시회를 통해서 세계적으로 자랑할 만한 우리의 문화유산으로 각광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민화 대가” 정병모 교수 LA특강

특히 ‘책거리’에는 우리의 문화유산으로는 드물게 세계를 향한 열린 사고가 담겨 있고 놀라운 구조적인 짜임과 현대적인 조형 등 예술적 성취가 빛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선의 정물화를 세계에 알려야 겠다’는 판단에 우리나라에서도 책거리 붐을 일으키겠다는 생각으로 지난 2012년 책거리 특별전 ‘조선 선비의 서재에서 현대인의 서재로’를 계기로 ‘책거리’를 국내외에 알렸으며, 이어서 2016년 ‘조선 궁중화· 민화 걸작-문자도·책거리’전을 열었는데 전시 회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이 전시회는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게 되고 2016년 9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책거리: 한국 병풍에 나타난 소유의 권력과 즐거움’이라는 제목으로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클리블랜드미술관 등 세 군데서 미국 순회전을 개최했다. 이 전시회에서 40여 개 세계박물관 큐레이터들이 참여한 워크 숍 을 여는가 하면, 여러 각국의 미술사학자들과 함께 책거리 학술대회를 열기도 했다.

그는 “이로써 책거리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데 공헌했다”면서 “책거리에 대한 관심이 폭증되는 시간이었으며, 이 전시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 책거리 붐이 일어날 정도였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전시 끝 무렵, 한국회화인 민화 ‘책거리’와 세잔의 정물화를 나란히 걸면서 ‘조선의 정물화’라 명명하는 것을 보며 너무 감격스러웠다”고 기억했다. 일련의 이런 일들은 책거리 전시 이후에 거둔 성과들이었다. 이로써 책거리가 한국미술의 다크 호스로 등장한 것이다. 초미의 관심을 가지게 된 외국에선, 전시 이후에도 책거리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었고 지속적인 연구논문이 발표되고 있다.

정 교수는 2000년 ‘한국의 풍속화’라는 책을 낸 뒤 해외 답사시 한결같이 ‘민화가 가장 한국적 이다’라는 평을 들었다. 그때부터 세계적으로 알릴 수 있는 한국적 감성이 뛰어난 민화에 매진하게 되었다. 그 이후 민화를 세계화 하는 과정에서 뜨거운 반응을 실감하게 되었고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아이템으로 정한 것이 바로 ‘책거리’였다. 우리 민화의 세계화에서 가장 중점을 둬야 하는 것은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소재의 발굴이었다. 그것은 바로 책이었고 서재 문화는 어느 나라든 모두 좋아하는 공간이었다. 민화 ‘책거리’의 가장 큰 장점은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데 있다. 전통의 장점을 취하면서도 현대인의 취향을 거스르지 않는다. 풍부한 상상력으로 구현한 파격의 미가 민화 책거리를 돋보이게 하는 요소다.

“미국과 유럽에서 책거리 붐”

한국민화센터는 지난 2022년 06월 3, 4일 이틀간 경북 경주 라한 호텔에서 ‘2022 경주 국제민화 포럼’ 민화 축제를 개최했다. 포럼에서는 ‘한국민화의 개척자들’이란 주제로 아무도 관심이 없었던 민화 연구자 들인 조자용, 김철순, 김호연, 이우환 등을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했다. 특히 이 포럼을 통해 민화의 세계화 가능성을 보여준 오스트리아 비엔나 미술사 박물관에서의 민화 전시에 대한 소개가 이어져 참석자들을 감동케 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 미술사 박물관의 동아시아 담당 큐레이터 베니타 박사, 한윤경 큐레이터는 영상 강연에서 한국 민화 전시가 현지인들의 뜨거운 반응으로 전시회 기간 연장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는 세계적인 비엔나 미술사 박물관에 전시하려면 전시 기획 등 4, 5년의 시간이 필요한데 민화 전시 연기 요청은 유례가 없는 놀라운 일이라고 밝혔다.

한국화를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실정에서 민화장르는 되살아나고 있다고 강조하는 정 교수는 ‘방탄소년단’도 홍보영상에서 민화를 배경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전한다. 이들은 한국미술로는 항상 민화를 배경으로 시용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적 회화를 세계에 알리겠다는 의지의 반영으로 보인다며 명실상부한 민화의 위상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정 교수에게 ‘책거리’가 한국의 대표 미술로 부각되는 것이 첫째 목표다. 한류문화의 또 다른 큰 축이다. K-아트의 대표주자로, “민화의 얼굴마담”이 바로 ‘책거리’라는 것이다. 이처럼 한국 민화가 한국의 문화를 세계로 전하는 새로운 한류 ‘K-아트(K-Art)’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의 전통적인 그림인 민화는 최근 세계적인 한류로 대표되는 음악과 영화에 이어서 세계로 진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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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 작가 소류 김승유
‘민화로 암을 이겨내다’

한국민화 연구의 대가를 이룬 정병모 교수는 지난 2011년에 펴낸 <무명화가들의 반란 민화>에서 “민화는 원래 행복, 출세, 장수를 기원하는 길상화이기 때문에 정서적으로 밝다. 여기에 서민 특유 의 긍정적인 가치관이 덧붙여지면서 단순히 정서적인 차원을 넘어서서 어려운 시대를 밝히는 등불과 같은 역할을 한다”라고 말했다. 민화 작가 소류 김승유(영어명: 소피아 김)화백은 지난 5월 9일부터 15일까지 부에나파크의 더 소스 몰더 소스 몰(The Source Mall) 내 1층에서 “길상 이야기”라는 주제로 개인전을 열었다. 김 화백은 “실제로 ‘길상’이란 운이 좋거나 복이 많이 있는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 한 것을 말하는데 민화에 담긴 의미가 대부분 그렇다. 아마도 제가 민화를 그리는 사람이라 이런 모든 복을 받고 사는 것 같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민화는 시대의 등불같은 존재

김 화백이 개인전 “길상 이야기” 를 전시하게 된 동기에 대하여 “지난 2012년부터 현재까지 유방암 투병생활을 하는 중에 민화를 접하고 그리고 있는 세월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전시회”라고 밝혔다. 그는 전시회에 전통과 현대적인 민화 작품 20여점과 민화 모시발, 나무 함 상자, 어머니날을 위한 작은 선물용 그림 등 다양한 소품 30여점, 총 50여점을 선보였다. 김 화백은 “아프다고 포기하지 않고, 마음먹으면 누구나 좋아하는 일을 열정적으로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전시로 이 세상에서 투병하는 모든 암환자들께서도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 화백은 사단법인 한국민화협회 공모전에서 장려상을 수상했고 2018년 베벌리 아트쇼 수채화 부문 대상과 2019년 우수상 등 다수의 입상경력이 있다.

현재 한국민화협회 추천 작가이며 사단 법인 한국미술협회 회원, LA아트협회(LAAA·LA Art Association)의 소속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2017년 한인타운에서 민화를 그리는 비영리단체 ‘케이아트 센터’(K-Art Center)라는 민화를 설립, 운영하다가 코로나-19로 문을 닫고 한국에 나가서 민화를 더 공부했다. 홍익대학교 교육원 창작민화 과정과 덕성여대 민화전문가 과정 및 한국민화협회 지도자 과정 등을 모두 이수하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온 그는 K-Art 전 회원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회원들과 더불어 오렌지카운티 라하라 에 ‘소류화실’(Soryu Art)을 다시 오픈했다.

민화 ‘바르게’ 알리는 것이 중요

‘소류화실’은 김 화백의 아호를 딴 소류회(Soryu Art)로 2017년 창립된 케이아트센터(K-Art Center) 를 모태로 하여 2022년 재창립됐다. 김 화백은 현재 주 3회 화실 수업을 포함해 주 1회 온라인 수업을 통해 지역 회원 및 남미와 타주에 거주하는 회원 20여 명을 지도하고 있다. 미국 현지에서 주류 사회인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민화를 만들 수 있도록 인재들을 꾸준히 발굴하고 양성하고 있다. 소류화실에서는 30~60대의 여성 회원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으며 미술·디자인 전공자부터 주부, 패션 디자이너, 마케팅 전문가, 프로그램 개발자, 사업가 등 다양한 직업군으로 구성돼 있다. 취미, 민화 지도자, 사업적 콜라보레이션 등 저마다의 목표는 다르지만 민화에 대한 진심어린 열정으로 돈독한 팀워크를 자랑한다. 2019년 케이아트센터의 이름으로 단체를 운영할 당시 LA에 위치한 Do Arte 갤러리에서 회원전을 열고 민화·수묵화를 선보여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동포 뿐만 아니라 주류사회를 포함, 다양한 배경을 지닌 회원들이 참여해 한국 전통미를 대대적으로 선보였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있는 행사였다고 했다. 이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재정비 시간을 가진 소류화실은 회원들이 민화를 심도있게 공부할 수 있도록 민화 지도자 과정도 준비 중인데, 다각적 노력으로 각 구성원들의 실력 이 일정 수준 궤도에 오르고 나면 미 주류사회를 대상으로 한 민화 워크숍 이나 민화 강좌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에 정병모 교수 초청 특강도 그중 하나의 프로그램이다. “소류화실이 미국에 민화를 활짝 꽃피우는 데 기여할 거라 굳게 믿어요. 저도 민화인의 한사람 으로서 민화의 세계화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길 바란다.”
✦문의: 213‧255‧8588 / 714‧576‧7400 _소류 김승유
-사이트: www.sofiakim.com -이메일:sofiakimusa@gmail. com 또는 soryuar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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