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의 시대 75] 윤석열 음성파일 화약고 ‘어디서 터져 나올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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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지를 비롯한 세 차례에 걸친 尹육성파일 대중에게 공개돼
■ <선데이저널> 제외 다른 두 곳은 여러 이유로 검찰 수사 중
■ 여의도 떠도는 윤석열 술 취한 음성파일 총선전 공개가능성
■ ‘총선 패배 문제가 아니라 탄핵저지선도 불안’통한의 책임론

서울 강서구청장 패배로 인해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날고 기어봐야 30% 후반 대를 기록했던 그의 지지율은 20% 폭락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것이 본국 정치권의 분위기다. 문제는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번 선거 패배 대책으로 여러가지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고작 손을 내민 사람이 고작 김한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이다. 하지만 지금 여권 내 진짜 위기는 정치적인 꼼수로 돌파하기 어려운 상황에 내몰렸다는 점이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그동안 윤 대통령이 정치 입문 과정에서 술 먹고 여기저기 뿌린 공수표들이 한꺼번에 돌아올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다. 최근 한 유튜브 채널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전 육성파일이 공개된 바 있는데 이런 파일이 수십, 수백 개에 달한다는 것이다. 평소 술만 마시면 자기과장 언변을 쏟아내는 것으로 유명한 윤 대통령이 대선 전 사람들을 만나고 도우는 과정에서 했던 대화와 전화통화들이 정치권 언저리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 둘 씩 가지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어디서 뭐가 터져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대충 한 두 곳 때려잡거나 압수수색을 한다고 해서 끝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본국 정치권에 떠돌고 있는 윤석열 음성파일 화약고 루머를 쫓아가봤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현재까지 윤석열 대통령의 육성파일을 공개한 매체는 총 3곳, 김건희 여사의 육성파일을 공개한 곳은 총 1곳이다. 가장 먼저 음성파일을 공개한 매체는 뉴스타파로 2019년 7월 당시 검찰총장에 임명됐을 때 청문회였다. 이때 윤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의 뇌물수수 의혹과 관련해 윤 전 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지만, ‘뉴스타파’는 윤 후보자가 윤우진 씨에게 이남석 변호사를 소개했다고 언급한 음성파일을 공개했다. 2012년 12월 녹음된 이 전화통화 녹음파일에서 윤 후보자(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는 “윤우진씨가 어디 병원에 이틀인가 삼일인가 입원을 해 있었다.

그래서 갔더니 ‘얘들(경찰)이 자기를 노린다’ 이렇게 얘기하더라”면서 “그래서 내가 ‘그럼 진작에 얘기를 하지. 그리고 변호사가 일단 필요할 테니까…’ 라고 했다”고 말하는 내용이 나온다. 또 윤 후보자는 “그래서 ‘일단 이 사람한테 변호사가 일단 필요하겠다. 그리고 지금부터 내가 이 양반하고 사건 갖고 상담을 하면 안 되겠다’ 싶어가지고. 내가 중수부 연구관 하다가 막 나간 이남석(변호사)이 보고 ‘일단 네가 대진이한테는 얘기하지 말고, 대진이 한참 일하니까, 형 문제 가지고 괜히 머리 쓰면 안 되니까, 네가 그러면 윤우진 서장 한번 만나봐라’(라고 말했어요.)”라는 대목도 있다. 다만 이 당시 파일은 2012년 파일이었고, 윤우진 사건에 한해서만 언급한 것이었기 때문에 잠깐 파문이 일고 말았다.

尹, 술만 마시면 진심 토로

두 번째 공개된 것이 2022년 3월대선 일주일을 남겨놓고 <선데이저널>이 단독 입수해 공개한 것이었다. 이 파일은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시절 등 몇 년에 걸친 음성들이 가감없이 그대로 담겼다는 점에서 평소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 수 있는 대특종이었다. 당시 이 파일은 본국 대선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세 번째 공개된 것이 지난 9월 본국의 유튜브채널인 더탐사가 공개한 내용이었다. 2021년 6월 30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당시 대선출마 선언을 한 뒤 제3지대 출마냐, 국민의힘 입당이냐가 초유의 관심이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한 달 뒤인 7월 30일 국민의힘에 입당했고 11월에 치러진 경선을 통해 공식적으로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문제는 더탐사가 지난 5일 공개한 녹취록에는 국민의힘 지도부와 당을 향한 윤 대통령의 무시와 조롱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공개된 녹취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입당 전부터 이준석 전 대표에게 상당한 반감을 품었던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해당 녹취록에서 “많은 의원과 또 원외 당협위원장이나 당원들이 빨리 들어와서 국힘(국민의힘)을 접수해서, 이게 지금 이준석이 아무리 까불어봤자 3개월짜리이다. 3개월짜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국힘에 좀 많이 입당해갖고 당원을 100만 명 이상 좀 만들어주셔 갖고”라며 “국힘에 지도부 다 소환해. 바꿔버려. 전부”라고 이야기했다. “일단 당원을 왕창 늘려가지고 국힘 내부를 갖다 뒤엎어 엎은 다음에 3개월 안에 ‘쇼부’ 난다”라며 “그래서 (대통령) 후보 되면 비대위원장이 돼갖고 당대표부터 전부 해임할 수 있다”라고도 말했다. 녹취가 공개된 후 당사자인 이준석 전 대표는 연일 언론에 등장해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자신이 ‘권력의 피해자’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이 파일이 공개된 후 본국 방송에서 “(대선에 앞서) 입당하기 전부터 당을 장악하기 위해 이준석을 끌어내리려는 생각이 있었던 걸로 보인다”며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육성으로 들으니 참담하다”고 말했다.

자폭 음성파일 더 있다

첫 번째 파일의 대화 상대는 뉴스타파 기자였고, 세 번째 파일의 대화상대는 누구인지 알 수 없다. <선데이저널>이 여의도 정치권 인사들을 통해 확인한 결과, 이 파일의 대화 상대는 호남 출신으로 조직 관리에 능한 정치권 외곽 인물인 것으로 전해진다. 문재인 정부에 반감을 가지고 있던 이 인사는 평소 정권교체를 해야한다는 생각에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지지의사를 가지고 있었다. 다만 그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보다는 신당창당을 통해 지지세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중간에 있는 정치권 인사를 통해 윤 대통령과 통화를 하게 됐다.

그러면서 그는 윤 대통령과의 통화를 전부 녹음했다. 현재 공개된 파일은 그 대화 파일 하나다. 하지만 윤 대통령보다는 평소 호남 지역 정치인들과 오랜 기간 관계를 맺어왔던 이 인사는 윤 대통령에게 깊이 실망하면서 이 파일을 호남권 정치인에게 넘겼고, 이 정치인이 다시 이 파일을 더탐사에게 넘겼다는 후문이다. 문제는 윤 대통령의 음성이 담긴 파일이 이것 하나가 아니라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술을 좋아하고, 술을 마시면 거침없이 얘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금이야 참모들의 보좌를 받으며 이런 일들이 외부로 노출될 일이 거의 없지만, 정치 선언을 한 후에는 무방비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다. 본지가 취재한 바로는 이런 식이다.

처음 정치에 입문했을 때 그를 도왔던 현역 의원들이 있었는데 그들이 당시만 해도 윤 대통령 주변에 붙어 나름 조직력을 갖고 있는 정치권 인사들을 소개시켜줬다. 통상 저녁에 술 마시는 자리에서 이들과의 만남이 이어졌고,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이 “00가 종교계를 좀 도와주셔야겠습니다”라는 식으로 도움을 요청하면서 이런 저런 말들을 가감없이 했다는 후문이다. 이렇게 인연이 이어져서 윤 대통령과 전화 통화 등이 이뤄졌고 대면하는 자리나 전화통화에서 윤 대통령의 다소 수위 높은 발언들이 여기저기에 담겼다는 것이다.

검찰 동원 ‘입 틀어막기’

앞서 더탐사에서 공개한 대화의 당사자 역시 이것 말고도 또 다른 파급력 있는 파일들을 넘겼고 민주당 측이 쥐고 있는 이런 파일들이 수백 개가 더 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이준석 전 대표를 어떻게 쳐내고, 국민의힘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과 비슷하게 총선 때 누구한테 어떤 식으로 공천을 줘서 당을 바꾸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힘 내에서는 공천 관련 대화가 있으면 거기에 상응하는 공천 결과가 나올 때마다 음성파일이 유포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국힘 내에서는 이게 겹쳐서 나오기 시작하면 가장 공포스러운 시나리오가 될 것이란 우려다. 현재까지 윤석열 정권은 음성파일을 공개한 언론들을 건수가 잡히면 검찰을 동원해 수사하고 신병을 구속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한  정권 운영에 있어서 가장 눈엣가시로 언론을 꼽는 것도 이런 이유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런 파일들이 정치권이 하나 둘 흘러다니기 시작하면 그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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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투수가 고작 김한길? 그 밥에 그 나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로 인해 발등에 불이 떨어진 윤석열 정권에서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를 이끄는 김한길 위원장이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민주당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에서 공동대표를 맡은 바 있는 김 위원장은 정치권에서 전략가로 통한다. 윤 대통령 후보 시절 캠프에 합류해 후보 직속 기구인 새시대준비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18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날(1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통합위 위원들과 비공개 만찬을 가졌다. 김기현 대표 등 국민의힘 당 4역(대표·원내대표·사무총장·정책위의장)과 국회 상임위원장 및 간사, 부처 장관 등 주요 인사 90여명이 총출동한 행사였다. 정치권의 눈길은 김한길 통합위원장에 쏠렸다.

김 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정치 입문 과정부터 큰 역할을 한 인물로, 대선 기간 윤 대통령의 ‘숨은 책사’로도 불렸다. 윤 대통령은 최근까지도 김 위원장과 수시로 독대해 다양한 주제로 두세 시간씩 대화를 나눌 만큼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윤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신뢰 관계가 조명을 받으면서 ‘김한길 역할론’을 두고 여권 일각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신당 창당 등 정계 개편은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김한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능성은 여권 내에서도 제기되는 분위기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로 리더십이 흔들린 김기현 대표가 당 지지율을 연내 반등시키지 못하면 교체론이 다시 불거질 수 있는데, 이 때 김 위원장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정치 인생 대부분을 민주당 계열 정당에서 쌓아 중도 외연 확장성에 강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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