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의 시대 117] 김건희-최은순 양평 땅 특혜의혹 재판 ‘예상대로 무죄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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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 부실수사로 검찰 송치, 검찰은 노골적 ‘봐주기 수사’
◼ 사건핵심인물 김건희 오빠 압수수색 영장 청구조차 안 해
◼ 말단 공무원 3명만 기소했지만 그마저 법원에서 무죄판결
◼ 경찰-검찰 거치면서 혐의 축소…법원 무죄 근거 만들어줘

김건희 여사 일가가 연루된 경기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과 관련해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기소된 양평군 공무원 3명이 1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이들이 사업시한을 넘긴 사업에 대해 관련 문서를 허위로 작성했다고 봤지만 법원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는 무죄”라고 판단해 논란이 예상된다. 본지는 이 사건이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이 인연부터 시작해 수차례 사건을 보도해오고 있는데, 그 간의 취재결과를 보면 경찰과 검찰은 수사 자체를 부실하게 하며 법원이 무죄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줬고 결국 예상대로 법원은 무죄로 판결했다. 이제 남은 것은 사문서 위조 혐의로 송치된 김건희 여사의 오빠 재판인데 이 역시 무죄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본국 법조계의 시각이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경찰과 검찰 그리고 법원 단계를 거치면서 범죄 혐의 자체가 대폭 축소됐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결국 법원의 판결대로라면 김건희 여사 일가가 특혜를 받으며 수백억을 버는 과정에서 관여한 공무원 등이 전혀 없다는 것인데, 이런 사업은 대한민국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처가가 연루된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의혹’과 관련해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기도 양평군 공무원 3명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애초부터 윤 대통령의 처남 등 일부 피고인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 대상에서 제외한 데다, 시행사 등 업체와 공무원간 공모 관계 등을 밝히지 못한 채 따로 기소하는 등 사실상 부실하게 수사한 자료를 법원에 넘겼기 때문에 사실상 수사 의지가 없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 사건에는 김건희 여사 일가가 연루되어 있다. 양평 공흥지구에서 아파트를 진 시행사가 각종 특혜와 불법 시비에도 불구하고 거액의 돈을 벌어들였는데 시행사인 ESI&D는 2005년 최은순 씨가 설립해 최 씨와 자녀들이 지분 100%를 소유한 사실상 윤 대통령 처가의 가족 회사였다. 회사 이름인 ES부터가 윤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의 이름 은순(Eun Soon)의 이니셜이다. 장모 최은순 씨 가족이 100% 소유한 법인이다. 최씨는 2006년부터 ESI&D 명의로 양평군 공흥리 일대 공흥지구 땅을 꾸준히 사들여 총 2만 2146㎡의 땅을 보유하고 있다. 당초 이 땅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려 했던 곳이었다.

끝도 없는 특혜 논란

그러나 2011년 양평군의 반대로 LH 사업은 무산됐고, 이곳은 민간개발로 전환됐다. 그로부터 한 달여 뒤 ESI&D에서 350세대 규모의 민간사업(아파트 사업)을 제안하자, 같은 해 11월 양평군은 ESI&D의 도시개발구역 사업을 최종 승인했다. 만일 LH 계획대로 공흥지구가 공공개발로 진행됐다면 최 씨 회사의 양평 땅은 강제 수용돼 지금까지 얻은 수익에 비해 큰 손실을 입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흥지구를 99% 매입하는데 최 씨 회사가 은행으로부터 얼마를 대출했는지 밝혀진 바 없으나 이 경우 해당 대출금을 제때 상환하지 못했다면 땅이 모두 묶였을 수 있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에서 어떻게 최 씨 회사가 양평군으로부터 공흥지구 개발 사업을 바로 승인받을 수 있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당시 자연녹지로 덮여있던 해당 부지뿐 아니라 인근 지역도 주택 건립이 가능한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된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최 씨 회사는 양평군의 승인을 받고 공흥지구에 아파트를 짓는 시행사업을 진행했다. 2014년 6월 아파트 분양을 시작하며 땅값이 크게 뛰었고, 이 회사는 800억 원에 달하는 분양 매출과 100억 원 가량의 수익을 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최 씨 회사는 2014년 11월까지 끝냈어야 할 공흥지구 개발 사업을 마무리 짓지 않은 채 시행 기간 만료 이후에도 별다른 조치 없이 사업을 계속 이어갔다. 개발 사업에서 사업 인가 기간을 넘기면 미리 사업시한 연장 신청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최 씨는 이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고도 사실상 미인가 상태로 공사를 진행한 것이다. 도시개발법에 따르면 사업자가 계획대로 사업을 진행하지 않으면 군수 등이 인가 취소나 공사 중지 등의 조치를 한다. 그러나 양평군은 아무런 처분도 하지 않았다. 노골적 봐주기였던 셈이다.

특혜는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798억 원 규모의 분양 실적을 올렸지만, 양평군은 최 씨 회사 측(시행 위탁 대한토지신탁)에 공흥지구 아파트 사업에 따른 개발부담금을 한 푼도 부과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양평군은 최 씨 회사 아파트 개발 사업에 대해 2016년 11월 개발부담금으로 약 17억 원을 부과(공시지가 기준)하려 했으나, 두 차례 이의신청을 하자 군은 또 이를 받아들였다. 처음에는 최 씨 회사 측이 주장한 기부채납액 및 추가개발비용을 인정해 개발부담금 6억 2500만 원 가량을 부과했다가, 두 번째 정정요청까지 받아들여 2017년 6월 최종적으로 개발부담금 ‘0원’을 통지했다.

당시 최씨 회사 측(대한토지신탁)이 주장한 공흥지구 매입가와 기부채납 등으로 인해 토지 시세 차익이 없다는 두 번째 주장까지 받아들여 환수할 이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근 10년간 양평군에서 진행된 개발사업지 9곳 가운데 개발부담금이 0원인 곳은 최 씨 회사가 시행한 350세대 아파트가 유일하다. 통상적인 사업자라면 20억~30억 원은 냈어야 하는 대규모 사업이었다. 업계에서는 개발부담금을 내지 않는 방법은 수백가지가 넘지만 어떤 경우에도 관할 관청의 묵인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과연 개발부담금 0원, 사업기한 사후 연장, 토지소유자가 개발사업자로 선정 같은 의혹들이 양평군의 묵인이나 관여 없이 불가능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사 기관 거치며 사건 마사지

이 사건은 최초 경기남부경찰청에서 수사했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지난해 5월 12일 이 사건의 핵심인 양윤 대통령 장모 최은순 씨와 이 회사 사내이사로 재직했던 영부인 김건희 여사가 관여한 정황이 없다고 보고 불송치 결론을 내렸다. 다만 윤 대통령 처남인 김모 씨와 양평군청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문서 위조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검찰에 넘길 방침이다. 경찰은 사문서 위조 및 행사 혐의로 윤 대통령 처남 김씨와 ESI&D 관계자 등 5명, 양평군 공무원 3명을 각각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경찰보다 더 노골적으로 봐주기 수사를 한 정황이 있다. 공흥지구 특혜 의혹의 핵심 피고인인 김건희 여사의 오빠 등 일부 피고인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 대상에서 빼버렸기 때문이다.

경찰이 두 차례나 김 씨 등의 휴대전화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법원에 청구조차 하지 않았다. 검찰은 결국 김 씨와 기소된 공무원들 간 범행을 공모한 정황이나 해당 공무원이 허위공문서까지 만들어 특혜를 제공하려 한 이유 등에 대해 밝히지 못한 채 사건을 분리해 기소했다. 김 씨는 이 사건과 별개로 2016년 양평군이 부과한 공흥지구 개발부담금을 깎기 위해 공사비 등이 담긴 증빙서류에 위조문서를 끼워 넣은 혐의(사문서위조 및 행사, 위계공무집행방해)로 기소돼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다. 이들이 위조한 문서는 ‘토사 운반 거리 확인서’와 ‘토사 반출입 확인서’ 2건이다. 토사량이 많고 운반 거리가 멀수록 개발비용이 증가하는 점을 노리고 사업지에서 18.5㎞ 떨어진 경기도 광주의 사토장까지 15만㎥의 흙더미를 운반한 것처럼 허위로 조작해 제출했다는 것이다.

김 씨 쪽은 개발부담금이 부풀려졌다고 하더라도 ‘개발부담금 산정은 용역계약 업체에서, 징수 관련한 업무는 검증을 부실하게 한 양평군 공무원의 잘못’이라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법과 업계 관행 허용 범위’라는 취지다. 검찰이 김 씨 재판에서 피고인의 공소사실을 제대로 입증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과도하게 부풀린 개발비용이 얼마인지, 원칙대로 개발부담금을 부과했을 경우 금액이 얼마인지도 특정하지 않았다. 김 씨 쪽이 양평군 공무원의 개발부담금 검증 업무 소홀을 주장하는데도, 정작 해당 공무원은 기소조차 하지 않았다. 결국 말단 공무원 3명만 기소됐는데 이마저도 법원에서 무죄가 나온 것이다. 수원지법 여주지원 형사2단독 김수정 판사는 14일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로 기소된 안아무개씨 등 양평군 공무원 3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김 판사는 ‘이 사건 범행 당시 도시개발계획 실시인가 기간이 실효되지 않았고, 문서를 위조하거나 행사한 사실도 없다. 범행할 목적도 없다. 따라서 범죄사실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변호인 쪽의 주장을 100프로 받아들였다.

수사기관 거치며 노골적 마사지

이 사건은 이들 공무원이 양평 공흥지구(2만 2411㎡·350가구) 준공기한 변경이 ‘중대한’ 사항에 해당함에도 ‘경미한’ 것처럼 허위보고서를 작성해 결정권자를 속였다는 것이 핵심 쟁점이었다. 이들은 해당 보고서 작성 당시 담당 국장 재가를 받아 공흥지구 개발사업 준공기한을 ‘2014년 11월’에서 ‘2016년 6월’로 임의 변경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 판사는 “실시계획의 경미한 변경은 대통령령이 아닌 국토교통부령 시행규칙에서 정하는데, 지정권자가 시행자의 요청을 받아서 시행자와 시행기간을 변경하면서 주민 의견청취나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의 법령상 절차는 없다. 따라서 피고인들이 이를 경미한 변경사항으로 판단한 데 잘못이 있다고 볼 수 없다.

타 지자체 도시개발사업에서도 실시계획인가를 소급 적용한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또 결재권자였던 담당 양평군 국장을 속이기 위해 허위보고서를 작성해 결재했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서도 “피고인이 전자결재 방식이 아닌 출력 보고서에 경미한 변경 내용을 열거하지 않았다고해서 필요한 절차를 면탈하거나 상위 결정권자를 속이려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6쪽 분량의 보고서를 결재권자가 검토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따라서 이 사건은 공소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결국 공무원 3명의 허위보고서로 특혜를 제공받았다는 사건은 일단 1심에서 ‘면죄부’를 받은 가운데, 김 씨 재판에 이번 무죄 선고가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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