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의 시대 131] 이재명의 진짜 고민 현실화된 사법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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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대표 공직선거법 1심 징역형에 사법리스크 현실화
◼ 7개 혐의 중 하나만 유죄 나와도 차기 대선 출마 불가능
◼ 극렬 지지집단인 개딸에 대한 반발여론으로 확장성 낮아
◼ 본지 보도했던 경기동부연합과의 종북 연대 여전히 유효

윤석열 정부가 임기 반환점을 돌았다. 취임 당시 50%였던 지지율은 10% 후반대로 하락했다. 취임 한 달 만에 지지율이 30%대 후반으로 떨어지더니 이제는 잘 나와야 20%를 넘나드는 수준이다. 지금 한국의 분위기는 탄핵 아니면 임기 단축 개헌의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따라서 윤석열 대통령의 운명 만큼이나 다음 대선 주자의 입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무엇보다 여의도 대통령으로 불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앞길이 최대의 관심사다. 최근 선고된 두 개의 재판이 각각 극명하게 엇갈리는 결과가 나오면서 그의 사법리스크도 향방도 점차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그러나 그의 정치적 입지만큼은 더욱 더 확고해지는 형국이다. 그의 입지는 윤 대통령에 대한 반사이익에서 비롯되는 측면도 없지 않다. 2년 반 전 국민은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와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 두 사람 가운데 누가 더 문제가 없을까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했다. 그 결과, 덜 나빠 보이는 윤석열을 선택했지만 2년 반이 지난 현재 윤석열을 선택했던 국민 대부분은 후회하고 있다. 속은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도와주고 있는 셈이다. 반사이익만으로 차기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을까. 이 대표는 그런 기대를 품을 수도 있지만, 그것으로 충분할 수는 없다. 윤 대통령의 임기반환점을 돈 시점과 그의 운명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차기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대표의 운명과 맥을 같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이재명 대표는 지금의 여의도 권력을 내어주고 물러날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는 권력을 내어주는 즉시 자신에 대한 사법부의 판결이 더욱 가혹해질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는 자신의 대권 시계를 한 시라도 빨리 앞당기고 싶어한다. 최근 민주당이 윤 대통령 탄핵 집회를 독려하거나 임기 단축을 전제로 한 개헌 등을 이야기하는 것도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그가 대권으로 가는 길은 순탄치 않다. 일단 사법리스크가 현실화 됐다. 검찰은 7개 사건 11개 혐의로 이재명 대표를 기소했고, 현재 4개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혐의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와 성남FC 후원금 의혹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의혹 재판이다.

사법리스크 현실화

첫 번째로 공직선거법 위반과 관련해, 검찰은 9월 30일 진행된 결심 공판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구형했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한성진)는 11월 15일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대로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이 대표는 의원직을 상실하고 향후 10년간 피선거권을 박탈당하게 되니 차기 대통령 출마는 상상하지도 못한다. 두 번째로 위증교사 혐의와 관련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는 11월 25일 무죄를 선고했다. 위증 혐의로 함께 기소된 고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비서 출신 김진성 씨에게는 일부 위증을 인정,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진성 씨 진술 중 일부는 위증에 해당한다”면서도 “이 대표가 변론 요지서를 제공한 것은 방어권을 벗어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세 번째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및 성남FC 후원금 의혹 재판과 네 번째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재판 1심 선고도 머지않은 시점에 이뤄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2024년 6월 당직자가 뇌물이나 불법 정치자금 등 부정부패 관련 혐의로 기소되면 사무총장이 직무를 정지할 수 있도록 한 당헌 80조를 폐기했다. 이에 따라 이 대표는 기소됐음에도 그동안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1심 유죄판결이 연이어 나오게 되면 이 대표는 사퇴 요구에 직면할 공산이 크다. 물론 이 대표는 아직 형이 확정된 게 아니라 무죄추정 원칙을 들어 버티겠지만 비명계의 반발과 결집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다.

외연확장 막는 극성팬덤

이재명 대표는 충성도 높은 강성 지지집단을 품고 있다.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로 불리는 이들이다. 본국에서 이들의 맹목적 행동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들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는 물론 대선 이후 두 차례 치러진 전당대회와 이재명 대표 수사 과정에 이르기까지 맹활약을 펼쳤다. 최근에는 이 대표 사건 재판부에 탄원서를 보내는가 하면, 무죄판결 온라인 서명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개딸’들은 이 대표에게 불리한 언행을 하는 이들에 대해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무차별 공격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2023년 2월 27일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민주당에서 최소 31명의 이탈표가 나오자 개딸들은 그들을 찾아 공격하기 시작했다.

“반동분자를 색출하라”는 레드구호 아래 비명계 의원들에게 문자 폭탄을 가하는가 하면,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포함한 ‘수박 7적’ 포스터까지 제작해 유포했다. 2023년 9월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이들은 훨씬 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9월 14일 국회 경내 흉기 난동 사건, 9월 15일 국회 경내 커터칼 자해 사건에 이어, 9월 21일 체포동의안 가결 직후에는 시위대가 국회 진입을 시도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2023년 10월에는 비명계에 대한 살해 위협 사건도 벌어졌다. 이원욱 전 의원 지역구 사무실 앞에 ‘민주당 내 검찰 독재 윤석열의 토착 왜구 당도5 잔당들’이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붙이고 처단하겠다고 위협했다.

당시 개딸들에게 ‘수박 당도5’로 지목된 윤영찬·이원욱·박용진·박광온·설훈·김종민·이상민·송갑석·조응천 의원은 대부분 지난 총선 직전 민주당을 떠났거나 공천에서 배제됐다. 당 내외에서 조차 “개딸들의 언행들이 도를 지나쳤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이 대표는 자제 요청을 했다. 2023년 10월 9일 이 대표 지지 모임 ‘재명이네 마을’ 개설자는 민주당 국민응답센터에 이런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날 0시부로 ‘개딸’이라는 명칭을 공식 파기한다.” 문제는 명칭 공식 폐기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활동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열성적 지지 집단이 필요하다. 다만 이들에게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외연 확대는 점점 어려워진다. 오히려 이들의 강성행동 때문에 이재명 대표가 상대적으로 입지가 쪼그라들고 있다.

친북논란도 걸림돌

이재명 대표가 현재 받는 재판 중에는 불법 대북 송금 의혹 사건도 있다. <선데이저널>은 과거 이재명 대표가 본국 종북 세력의 숙주인 경기동부연합과의 관계를 보도한 바 있는데 이것이 씨앗이 되어 결국 오늘날의 대북송금 사건이 야기된 것이다. 현재 기소된 불법 대북 송금 사건은 경기도가 북한에 보내야 할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 달러와 이 대표의 방북 비용 300만 달러를 쌍방울 김성태로 하여금 대납하게 했다는 혐의다. 이 사건에서 알 수 있듯 이 대표가 경기지사 시절 경기도는 대북사업에 열심이었다. 물론 성남시장 시절에도 그랬다. 2015년 10월 12일 성남시는 남북교류협력 조례를 제정 공포했고, 북한의 과학도시로 알려진 평양시 은정첨단기술개발구와 판교를 묶는 ‘남북디지털밸리’ 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2018년 경기지사 후보로 나선 이 대표는 통일경제특구 조성을 통한 경기북부 경제 활성화와 남북공동수계 관리 등 남북협력 강화를 통한 접경지역 생활환경 개선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화영 당시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방북을 추진해 북측과 6개 항의 교류협력 사업 추진에 합의하기도 했다.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의혹은 당시 합의한 스마트팜 사업과 그해 이 대표 방북 비용과 관련한 것이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 때부터 종북 성향의 인물들을 가까이했던 것이 화근이다. 그들에게 이끌려 대북사업에 평균 이상의 노력을 쏟아왔다는 점에서 친북 의혹을 받고 있다.

이 대표의 친북 논란은 2010년 성남시장직 인수를 위한 ‘시민행복위원회’ 위원장에 김미희 전 통합진보당 의원을 임명했을 때부터 제기된 터다 ‌4월 22대 총선 당시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 비례대표 후보로 장진숙 진보당 공동대표, 손솔 수석 대변인, 전종덕 전 민주노총 사무총장 등을 공천하자 이런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자기가 살기 위해 통합진보당 후신 등 종북 세력에 전통의 민주당을 숙주 정당으로 내주고 있다.” 다음 대선 과정에서도 이 대표의 친북 의혹은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친문의 비토 극복 가능할까?

문재인 정권이 성공적이었다는 국민적 평가를 받았다면, 이재명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압도적 표차로 승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정반대였고, 이 때문에 2022년 3월 대선에 이어 6월 지방선거에서까지 패배하는 참담한 굴욕을 맛봐야 했다. 올해 4월 총선에서 압승함으로써 만회하긴 했지만, 윤석열 정권 실정의 반사이익 측면이 강하다. 반사이익이 아닌 자력으로 승리하려면, 뭔가가 더 필요하다. 문재인 정권의 실패 극복도 그 가운데 하나다. ‘개딸’이 최근 문 전 대통령 탈당을 요구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들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을 탄생시킨 장본인이라고 본다.

지난 총선 때 문 전 대통령이 조국혁신당을 지지한 것도 불만이다. 문 전 대통령 딸 다혜 씨가 10월 초 음주운전을 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을 때도 탈당 요구가 제기됐다. 당시 민주당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 하나가 그들의 정서를 잘 말해준다. “임기가 끝났으면 사저에서 조용히 지냈어야지 윤석열 정부를 만든 주제에 딸은 음주운전, 꼴좋다.” 급기야 한 강성 지지자가 문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탈당 요구 집회를 예고하자, 이재명 대표가 9월 8일 신임 지도부 인사를 명분으로 전격 문재인 전 대통령을 방문하면서 급하게 봉합하긴 했다. 그러나 개딸의 탈당 요구는 향후 더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석연치 않은 행보와 인간 윤석열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끝내 정권을 내준 것이 이들의 분노를 유발하는 요인이다.

문 전 대통령은 10월 4일 경기도청을 방문해 김동연 경기지사와 만났다. 김 지사는 이재명 대표의 전 국민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에 반대하면서, ‘개딸’에 의해 반명(反明)으로 분류된 인물이다. 김 지사는 11월 2일 대표적 친문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독일에서 만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언제 어떻게 탈문재인 노선을 추진할까. 시점은 차기 대선을 앞두고 비명 친문계 대선주자가 활동을 본격화할 때로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 시절 도입을 결정한 금투세를 폐지하기로 한 것은 그 출발이라고 할 수 있다. 탈(脫)문재인, 곧 문재인 정권과 차별화를 제대로 해내야 대선에서도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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