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지금 해방구… 월드컵 대화합은 꿈이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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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국의 제반 실정이 어지럽고 암담해 보여 안타깝다. 오죽했으면 김수환 추기경이 “ 망망대해에서 태풍을 만난 배”라고 비유했을까.

특검연장 거부로 정계는 다시 투쟁일변도로 급냉하고, 줄파업의 ‘하투‘는 지루한 장마도래와 더불어 국민의 짜증을 부채질 하며, 경제계가 반발해 가뜩이나 어려운 나라살림에 “파탄”그림자가 드리운가 하면, 지리멸렬한 사회, 구심점을 못찾아 황폐화하는 국민의 정신풍토등등 실로 미증유의 대난국이오, 무법천지라 할만큼, 세태는 어지러운데도 각종 집단이기주의의 망령이 날뛰는 “해방구”와도 같은 분위기 마저 풍기고 있다. 왜 이 지경이 되었을까…

근간의 한국을 가르켜 법(法)이 없는 사회, 무법천지라고들 한다.
정치는 실종되고 경제는 파탄 지경에 이르렀고 사회는 시위와 폭력으로 얼룩지고 있다.
본보는 최근 한국의 전반적인 문제점들을 모아 긴급진단하여 추적취재했다.

김광해 기자 [email protected]

노무현 대통령은 23일 전국민의 이목이 쏠렸던 북송자금 특검의 수사연장 요청을 거부해, 비교적 조용하던 정국에 다시 급냉소용돌이를 일으켰다. 연장요청 이유를 듣겠다며 송두환 특별검사를 청와대로 불러와 측근들과 원탁에 앉아 듣고, 여러 의견개진을 허락하며 협의한 것 자체가 ‘온당치 못한’ 처리방식이었다. 대통령 고유권한과 토론식 국정운영은 엄연히 구분되어야 옳다. 오죽했으면 국회법사위에서 여당 함,조 두의원은 이 회동을 “ (특검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했다”고 분개했을 까.

게다가 두가지 ‘거부 이유’도 아리송했다.‘의혹수사가 거의 완료됐다’지만, 정상회담 준비용자금이란 진술이 나왔는데 묵살하고, 돈을 준 현대총수는 손을 안댄채인 산은대출관계자만의 구속상태를 방치했다.‘150억수사는 별개’란 이유도 어불성설임은 자명하다.이런 이유를 22일(일요일) 노 대통령은 배드민턴을 하던 시민들에게 설명했다는데 ‘(운동장의)국정토론’도 이쯤되면 기네스북감이다.

중립적인 한 신문은 ‘사설’에서 노 대통령의 거부이유는 논리적이지 못하고 설득력도 없다고 단정했다. 정직하게 민주당과 전통지지세력의 반대를 꼽았어야 했다는 조. 동교동측마저 “ 범죄집단 만들어놓고서…”라며 볼멘 반응.

야당의 “처절한” 총체적 투쟁을 유발했으니 정국경색은 누구의 책임인가. 특검은 이미 현대의 5억달러 대북송금과 남북정상회담간에 “대가성이 인정된다”는 수사결론을 내리고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들끓는 여론의 향배와 더불어 격렬할 여야 대격돌은 불가피하다.

또하나의 현안, 조흥은행 파업에 관해서도 실망을 금할 길 없다. 노 대통령은 178명의 긍로감독관들을 대삼삼은 23일의 청와대 특강에서 (22일 종식된) 조흥은행 파업에 언급, “본때를 보이려했는데…끝나벼렸다…”식의 막가파 어조를 구사했다한다. 그러면서 ‘ 조사해 보니 대기업의 임금수준이나 전체 노동자의 분배소득에 문제가 있는데..“라며 어느 한쪽을 두둔한가 하면 ” 언론은 왜 시비하나“고 또다시 좌충우돌….

한편으론 별 대단치도 않은 일에 강권을 들먹인다. 국정원 간부들과 찍은 사진이 “공개”됐다해서 무슨 중대기밀인양 ‘진상조사.책임추궁’을 엄명하기도.
“우리 나라의 중심은 대통령이 잡아줘야 한다”고 김수환 추기경은 23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역설했다. 대통령이 기분에 따라 말을 달리하면 국민이 믿지않게 된다면서. 위의 두가지- 즉 특검 연장문제와 조흥은행 파업에 대해서도 코멘트했다.

연장 여부는 특검에 맡겼어야 하고, 조흥파업에 정부가 많이 양보했다는 시각이었다. 우리 국민대다수의 생각을 대변한 것으로 지금의 난마와도 같이 뒤얽힌 국정 방향에 대한 짙타성 경고요 충고로 받아들여져야 될 것 같다. 정치가 전부인 한국에서 시의적절한 고언(苦言)이었다.

위의 두가지 사태에서 나타난 노무현 대통령의 통치스타일이 “시스팀 정치”의 과도적 양상이라고 집권측은 강변할지 모르나,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정치란 어떤 실험이나 시험의 대상이 아니라, 국리민복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가변적인 중대사상(事像)인 것이다.

최근 서울대 행정대학원 김광웅교수가 수강학생 457명을 대상삼은 설문조사에서 노무현대통령의 “ 권위 실추‘에 47.0%, ’정책혼선 자초”에 46.2%가 동의했다고 알려져 있다.(물론 이 학생들도 대통령지지자임에는 틀림없는데도, 현실정치를 그렇게 진단한 것)
노 대통령은 ‘개혁조’를 만들어 (정치적으론 중립이어야할)공무원사회를 분열 길로 휘젓고 여당내 신당운동을 부추겨 평지풍파를 일으킨가 하면, ‘지방분권’을 들먹이며 몇몇 지역 인심획득에 나선등 내년 17대총선을 의식한 정치활동에 너무 치중한다는 비아냥도 받고 있다. 시시콜콜 어느 대소사이건 손대고 매달릴 것이 아니라 고건 총리등 연달(煉達)한 산하진영에 맡기는 소위 책임총리제를 시행하며 서서히 숙달의 여유를 가질 것을 국민의 이름으로 권유하고 싶다. 사태는 내외로 너무나 엄중한 때인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방미와 방일후에 “이제부터는 경제살리기”라고 의욕을 보여, 미국(투자협정)및 일본(경제협력)과의 협정은 성사되지 못했으나 나름대로의 ‘진력’다짐에 경제계는 고무되기도 했다.

그리하여 공식 또는 설렁탕집 회동에서 자문 받은 재벌등 경제계인사들은 대통령에게 여러 가지 건의를 했고 또한 ‘경제부서 수장’으로서의 김진표 부총리의 위상확립을 요망하기도 했었다. 그러한 지원(?)도 있은 탓인지 김진표 부총리는 이번 조흥은행 매각건에 단호한 입장을 천명했었다. 하지만, 일개노조의 파업이 5일만에 끝나고 보니 김 부총리는 “전산관리”문제 때문인지 노조달래기에 급급, 사흘동안 침식을 잃다시피하며 신한측이 양보하도록 노사협상에 막후서 개입했던 흔적이 밝혀졌다. 또다시 정치우선이었다.

결과는 증시에서 판가름났다. 금융구조개혁조치에 금융주들이 오르기 시작, 신한금융 9%, 조흥주17%로 금융주평균상승률 5.8%를 크게 앞지른 것. 허나, 조흥파업이 끝난23일, 신한주 6.83%, 조흥주 4.8%씩 급락(다른 금융주도 0.3~3% 하락)등 증시가 곤두박질 쳤다. “ 시장의 반란”이며 외국투자가들이 등을 돌린 것이다. “ 3년후의 외상‘개혁’”이란 조롱마저 받게된 처지였다. 물류대란때 처럼 어떤 프레미엄이 양보한 쪽에 부여될게 아닌가 라는 의구심도 떠돌게 되었다. 재계는 발끈했다. 23일 회동한 경제5단체 회장단은 “총체적 경제파탄” “노조의 망국적 처사” “국가의 통치적기능 상실“등 강한 표현을 서슴치않았고 앞으로 “ 불법파업을 방치시는 공장을 (해와로)이전하겠다”는 최후통첩적 경고를 발하기도 했다.

한은이 발표한 24분기 ‘소비자동향 조사’에 의하면 CSI지수가 68로 급락, IMF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정부의 정책혼선과 노사분규, 국민의 정부불신” 탓에 경제침체는 가속화되리란 비관론이 팽배하다. 올해들어서의 국제수지 악화, 수출 감소, 생산 위축과 실업자 증가라는 소위 ‘3저1고’현상이 개선되기는 커녕, GDP(국내총생산)가 또다시 0.4%떨어지는등 경제는 침체국면이고 실물경제의 취약성도 노출되었는데 정부는 불감증에 빠져있다고 한국경제연구원측은 공공연히 경고하고 나섰다. 외평채가 0.13%오른 것은 노사분규때문인데 대외신인도에 영향이 미칠 우려도 있다.

카드사의 연체율은 사상최고의 11.7%에 달하고 롯데카드의 경우 22%라는 위험수위. 강제회수에 나설 경우 또 빚에 몰린 채무자들의 자살소동이 벌어질까 심히 우려된다. 그런데도 소위 ‘하투(夏鬪)라며 경제활동은 제쳐두고 노.사양측은 “마주 달리는 기관차”처럼 으르릉.
“노조는 줄파업, 정부는 무원칙, 기업은 투자기피로 경제가 뿌리째 흔들린다”며 “죄표 잃고 표류중”이라는 한 신문의 타이틀이 우리의 가슴을 서늘케 한다.

그렇다고 사회라도 건전한가.통계청에 따르면 1년간 결혼통계가 840쌍인데 이혼이 400상이라 절반이 쪽박차는, 이른바 근간부터 무너져내리는게 한국 가정들이란다. 가정붕괴, 가정상실이란 슬픈 용어는 오래전 부터이고 노인이 아니라 이젠 자녀유기가 일상다반사가 돼버렸다. 사회보장제도가 안된 나라에서 약자는 설 땅조차 없어지는 셈. 서울의 제일 번화가 강남이 밤이면 무인지경이 되기도했었다. 젊은 부유층(?)여대생이 납치되어 1억요구에 반을 건네주었는데 납치자 둘은 여대생을 중였다. 생활고로 인한 ‘죽기 살기’식 흉악범죄가 서울도심서까지 자행되는 세상이 됐다. 강남일대에 방범용 CCTV를 연말까지 320대를 설치한다니 그게 고작 할 수 있는 방책이란 말인가.

하긴 국가공무원에 대한 인식도 싸늘해 졌다. 한 여론조사로는 일반인의 58.2%가 공무원은 “부패”했다고 여긴다고. 수사기관들이 원래는 불법인 도청요청이 올들어 벌써 1966건이란 보도도 나온다. 조폭이 “경영에서 손떼라”며 사람 두들겨패기도 유행처럼 돼간다.

이 모두가 건전한 가정이, 기둥이어야할 어른이, 상부상조해야할 육친이, 단란의 중심이던 자녀들이 있어야 할 자리를 차지할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제일 커다란 원인은 물론 경제적 곤궁이겠지만, 어려울 때일수록 참고 견디며 합심 노력하던 옛 미풍양속은 찾기어려워진 세태가 돼버렸다. 도박이 성행하고(정부와 자치체 마저 어울려 복권사태가 나는등) 가무음주가 세계최고 수준이어서 그에 부수한 향략과 범죄의 만연, 성개방풍조등 온갖 사회적 부조리와 음식물을 포함한 위조품 범람, 밀수, 사기판매등 타락상까지 겹쳐 21세기초라는데 세기말 같은 양상을 엿보이게 한다.

북핵등 대외적 위기를 둘러싸고 국민이 이념간, 세대간, 지역간등 대립 갈등으로 월드컵때의 꿈과 같던 대화합을 유지하지 못하는 것도 크나큰 불행이다. 촛불시위로 넘치던 서울시청일대가 요즘은 북핵반대를 외치는 11만시민에 의해 메워지는 형국이다.

사회가 이렇게 지리멸렬해진 것을 위정차에게만 전가할 수는 없다. 종적지배구조의 오랜 타성으로 돌리기 이전에 사회구성원, 그중에서도 자도층에 눈을 돌려야 옳다. 지방자치제도가 아직 일천하다 하나 과거의 토호나 그에 버금가는 지도적 인사들이 좀 더 적극적이고 선도적이었더라면 지난날 군사정권 시절 자제의 병역기피 풍조때 처럼, 지방정부(자치체)의 인기영합이나 전시용 시설 또는 건조물건설등의 낭비재정을 지방의회를 통해서 라도 막으며 노인이나 부녀자복지. 혹은 보호용지출로 전환시키는데 주도적 역할을 할수 있었을 것으로 사료되기도 한다.

나라가 어지러우면 충신이 난다고 옛날엔 일컬렀었다. 지금와서 그걸 바라자는 것이 아니라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바짝 차리고 중지를 모아 앞길을 트고 나가야 할 때임을 강조하고 싶어서이다.

우선 각급 위정자의 대오각성이 필요하다. 요즘처럼 무원칙, 무질서, 무책임의 3無로 시종하다 보면 무능, 무위 2무에다 도덕성상실의 1부 까지 겹쳐지고 만다. 크게는 종교계에도 책임의 일반이 있다. 전국민의 53%가 신앙인이라는 한국에서 원래가 소극적인 불교는 그렇다 치고 구.신을 망라한 기독교계가 현실을 외면하고 ‘기복(祈福)면에만 눈을 돌리는 부조리를 이해하기 어렵다. 하다못해 노약자 구제에라도 나서야 옳은 일이지 ’같은 동포‘라는 이름아래 종교를 ’마약‘으로 모는 공산독재치하에서 신음하는 ’형제 자매‘의 존재는 애써 외면하다니 도무지 납득이 가지않는다.


김 추기경의 호소에 따르라가 아니라 사회구원의 일선에 나서는게 바람직 하다.노약자구제도 여의치 못하다면 국민정신의 진작에라도 일조할 수 있을 것 같다.예를 들어 소위 6.15선언의 허무함이 드러나고 월드컵 영광도 1년만에 퇴색한 근래 국민의 사기는 땅에 떨어져 있다.

새로운 활로를 찾기위한 국민의 몸부림에 정신적 지도자집단이 나설 때이다. 북핵위기로 더욱 초라해진, 방황하는 민생들에 나름대로 토론을 통해서 라도 국론의 최대공약수 찾기에 나서 준다면 참여정부의 장려책에도 부응하는 일이 된다.‘행동하는 양심’(비록 그 주창자는 지금 빛을 잃었지만)은 살아있어야 국민에게 꿈을 줄 수 있다.
김수환 추기경의 충언을 다시 한번 음미해 볼 때다.

비록 한미동맹이 내키지 않더라도 나라에 도움이 된다면 (위기탈출을 위해서라도) 강화하는 길로 나아가자는 뜻으로 해석된다. 월드컵과 촛불시위로 잔뜩 고무되었던 우리가 왜 이제 “자주”성을 접어야 하나고 오기를 부리기 이전에 국제환경과 경제등 난국의 내 주위를 냉철하게 살펴 보고 먼 앞날을 위한 탈출구 마련에 중지를 모아야 할 때임을 잊어서는 아니되리라 사료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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