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 보고서는 국정원내 과학 보안국(8국)에서 생산한다. 과학보안국은 국내 통화와 국제 통화를 도·감청하는 부서이다. 업무의 성격상 국정원 내에서도 “음지중의 음지”라고 여겨지는 부서이다. 국정원 직원들조차 과학 보안국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국정원의 진정한 힘의 원천이 과학 보안국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부서는 3교대로 운영되었는데 그 후 4교대로 바뀌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24시간 내내 대한민국의 모든 유무선 통신을 무차별 도·감청 해왔다.
적법한 절차에 의해 이루어지는 감청도 없지 않겠지만, 대부분은 불법으로 도청이 이루어졌다. 도·감청의 분야에는 제한이 없었다. 주로 정치적인 내용이 주종을 이루지만, 사회 전반의 모든 영역에 걸쳐 도·감청이 이루어졌다. 예를 들면, 김 씨가 대공 정책실에 근무하던 당시, 대구대학교의 학내문제와 관련 재단 측과 反 재단측이 오랫동안 분쟁이 야기됐었다. 그런데 재단측의 모 인사가 외국에서 국내로 전화하는 내용이 오랫동안 이 보고서에 실렸다.
물론 무선전화도 도·감청이 가능했다. 한국통신의 011- 전화는 오래 전부터 도청된다는 것은 국정원 내에서는 상식이었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국정원 직원들은 011-에 가입하기를 꺼려해 왔다. 김씨가 국정원을 퇴사하기 전인 지난 1999년도에, 그는 기조실에 근무하는 친구로부터,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 무선전화 감청장비를 구입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따라서 김씨는 모든 무선 전화의 도·감청이 가능하리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 같은 도.감청 보고서의 형식은 지난해 한나라당이 언론에 공개한 그대로이다. 통화자들의 대화를 그대로 녹취한 것이 아니라, 통화 내용을 개조식으로 다시 정리한 것이다. 평가나 해석은 달지 않고 가능하면 원 통화자의 발언내용을 그대로 살리는 방식을 써왔다고 한다.
과학보안국은 도청한 자료를 내용에 따라 분류하여 온라인으로 각 부서에 배포해왔다. 이 보고서는 배포선에 따라, 각 부서의 부서장 실에 특정되어 있는 컴퓨터 단말기에 자동적으로 뜨게 되어 있다. 물론 인쇄는 안되고 도청한 자료 중에서 극히 민감하고 중요한 것은 메모형태로 작성하여 인편으로 차장실에 배포됐다. 이 메모는 B5보다 적은 조악한 용지에 거칠게 인쇄됐는데 이 또한 유출에 대비한 것이다. 보고서 량이 많지 않는 해외 부서의 경우 보좌원이 아침마다 중요한 내용을 추려 필사 하여 부서장에게 보고해왔다고 한다.
보고서 량이 많은 대공정책실의 경우, 이 보고서를 필사 하는 직원이 따로 정해져 있다. 필사를 전담하는 이 직원을 흔히 메모보좌관이라고 부른다. 메모보좌관은 정보를 취사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되기 때문에, 대개 서기관(4급) 고참이 담당해왔다. 그러나 지난 김대중 정권 초기에는 정치과 출신 6급 직원이 한동안 그 일을 맡기도 하였다. 메모보좌관은 대개 아침, 오후, 그리고 퇴근 전 등 하루에 세 차례 정도 보고하는데 한 번에 보고하는 분량은 10여 페이지에 달한다. 메모 보좌관이 필사한 메모는 부서장이 먼저 읽고, 부서장이 다 읽고 나면, 통상 부속실의 보좌원이 부서 내에 유통시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