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에서는] 흔들리는 문재인 정부 문고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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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십상시 못지않은 문재인의 5인 문고리들

‘드루킹’ 사건으로…
숨겨졌던 발톱이 드러났다

문재인박근혜 전 대통령은 철저하게 문고리 권력에 둘러싸여 국정을 펼치다 비극적 결말을 맞았다. 이른바 문고리 3인방, 더 넓게는 ‘십상시’로 불렸던 그들은 대통령 주변의 요직을 차지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을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 없지만, 문고리 권력이 언론에 노출되기 시작하면 민심은 요동치게 된다는 것이 지난날의 교훈이다. 그런 면에서 본국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드루킹 사건은 문재인 정권에 심상치 않은 신호다. 이번 사건에서 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이어 송인배 청와대 제1부속 비서관의 이름까지 언급되고 있다. 송 비서관은 드루킹 김동원에게 강연 사례비 명목으로 200만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는데, 이는 돈 액수를 떠나서 그가 드루킹과 접점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간단한 일이 아니다. 게다가 문 대통령의 또 다른 측근인 백원우 민정비서관이 ‘문제가 없다’는 결론까지 이미 내려 사태를 확산시키고 있다. <선데이저널>은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십상시 10명을 자세하게 취재해 보도한 바 있는데, 같은 차원에서 문 대통령의 문고리 권력이 누구인지 자세히 살펴봤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본지는 최근 몇 차례 기사에서 청와대 386운동권 출신들이 권력을 쥐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는데, 현재 문 대통령을 둘러싼 문고리 권력도 운동권과 무관치 않다. 임종석 비서실장을 정점으로 해 5명 정도가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일단 드루킹으로부터 200만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된 송인배 제1부속비서관은 문 대통령으로 직접 통하는 최측근 문고리 권력이다. 부산대 학생회장 출신의 운동권 인사다. 지난해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의 일정총괄팀장으로, 문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도운 핵심 인물이다. 송 비서관은 2016년 4월 치러진 20대 총선 때 양산에 출마했다가 낙선했으며, 대선을 3개월 앞둔 지난해 2월부터 문재인 당시 민주당 경선 후보의 일정담당 비서를 맡았다.

송 비서관은 이젠 문 대통령이 청와대 관저에서 출근하는 사진이 찍힐 때마다 그 옆에도 자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모든 일정은 송 비서관이 짠다. 임종석 비서실장조차 모르는 비공개 일정도 그의 손을 거친다. 송 비서관은 부속비서관으로 공식 임명되기 전부터 문 대통령의 일정을 챙겼다. 대선캠프에서도 일정총괄팀장을 맡았다. 그는 대통령이 참석하는 거의 모든 회의와 일정에 동행한다. 송 비서관을 거치지 않으면 문 대통령을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하기도 어렵다. 대통령에게 보고하기 위해 각 수석실에서 작성된 각종 문서도 부속비서관실로 모인다. 송 비서관이 ‘문고리 권력’이라는 이야기를 듣는 이유다.

총선 당시 자신의 선거를 도와준 자원봉사자가 ‘경공모’(경제적 공진화 모임) 회원이었던 것을 계기로 드루킹을 소개 받았으며, 낙선 뒤 지난해 2월까지 드루킹을 비롯한 경공모 회원들과 4차례 만났다. 이 과정에서 여비 명목으로 2차례에 걸쳐 ‘간담회 참석 사례비’를 받았다. 송 비서관과 드루킹의 첫 만남은 김경수 전 민주당 의원의 사무실에서 이뤄졌고, 당시 김 전 의원도 이 자리에서 드루킹을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대 학생회장 출신인 송 비서관은 1998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던 시절 비서관으로 일했으며, 노 전 대통령이 해양수산부 장관을 역임할 당시 사무관을 지냈다. 2004년에는 대통령 비서실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으로도 활동했다.

백원우, 민정수석 보다 힘센 비서관

송인배 비서관에게 셀프 면죄부를 준 백원우 민정비서관은 사실상 실세 비서관으로 통한다. 직급상 조국 민정수석이 위지만, 사실상 ‘사정’을 총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와대 내에서 백 비서관은 다른 비서관보다 ‘한 급’ 위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권한이 막강한 민정수석의 바로 아래 선임비서관 자리인 데다 업무 장악력이 세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직 재선 국회의원 출신이다. 민정수석은 국가정보원·검찰·경찰·국세청·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 업무를 총괄하기 때문에 이들 기관에서 나오는 정보는 모두 민정수석실로 모여든다. 또 민정수석은 검찰과 법무부에 대한 인사 검증 권한도 갖고 있다. 이 모든 정보의 1차 취합자가 바로 백 비서관이다. 지난 정부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도 민정비서관을 거쳤다. 백 비서관은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 때 의원 신분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해 “사죄하라”고 외친 인물이다. 백 비서관은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후보의 정무비서를 지냈으며, 이후 청와대에 입성해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일했다. 백원우 비서관은 17, 18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했지만 19, 20대 선거에서는 연달아 낙선했다. 지난해 대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조직본부 부본부장 역할을 했다.

문고리들
청와대는 민정수석실이 4월 송 비서관으로부터 드루킹을 접촉한 적이 있다는 자진 신고를 받고 조사를 했으나 별문제가 없어 조사를 종결했다고 밝혔다. 제1부속비서관이 관련되고 대통령이 의심받을 수도 있는 사안이면 사소한 것이라도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것이 민정수석의 업무다. 청와대는 보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임종석 비서실장이 자체 판단에 따라 내린 결정”이라고 했으나 납득할 만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 앞서 백원우 민정비서관은 인사 업무와 무관한데도 드루킹 측 도모 변호사를 만나 오사카 총영사로 보내달라는 인사 청탁을 받고, 만난 시기를 3월 초→3월 중순→3월 말(28일)로 번복해 의혹을 산 바 있다. 파헤치기보다는 덮어버리고 싶은 뭔가가 있다는 인상을 준다.

윤건영, 모든 정보 총괄

두 사람보다 더욱 실세로 꼽히는 인물은 윤건영 국정상황실장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정부에서 폐지했던 청와대 국정상황실 직제를 복원하고 그 자리에 윤 실장을 앉혔다. 비서관급 중 유일하게 실장 명칭이 붙은 국정상황실장은 전반적인 국정상황을 24시간 점검하는 막강한 역할을 한다. 윤 실장의 공식 업무는 검찰과 경찰에서 올라오는 사건·사고, 정보 취합이다. 청와대 안팎의 모든 정보가 윤 실장에게 모인다. 정책 및 인사와 관련된 각종 의견과 제보 등도 윤 실장에게 전달된다. 그렇게 모인 정보를 윤 실장은 매일 아침 임종석 비서실장이나 대통령에게 직보(直報)한다. 문 대통령과의 접촉 빈도는 청와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청와대 내에서 문 대통령이 가장 신뢰하는 참모라는 평가다.

윤 실장의 존재감은 청와대 내 각종 회의 때 드러난다고 알려졌다. 정보를 다루는 업무 특성상 각종 사안에 대해 문 대통령에게 보고할 때가 많은데 두 번 묻는 일 없게 깔끔하고 명료하게 설명한다는 것이다. 윤 실장에 대한 문 대통령의 신임은 각별하다. 2012년 문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해 총선에 이어 대선에 도전할 때 일정과 공보, 수행을 도맡아 했던 인물이 바로 그다. 윤 실장은 문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수석보좌관으로서 ‘의원실 325호’를 진두지휘하며 보좌했다. 문 대통령은 중요한 정치적 국면 때마다 윤 실장을 곁에 뒀다. 2012년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에 배석한 윤 실장에 대한 안 후보 측의 문제제기에 문 대통령이 “윤건영이 배석하지 못할 이유가 뭐냐. 친노(親盧)인 게 이유냐”고 정면 반박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윤 실장은 이번 4·27 남북 정상회담 준비 종합상황실장도 맡아 문 대통령 신임을 재차 확인했다.

또 다른 실세로는 탁현민 행정관이 꼽힌다. 그는 직급은 행정관이지만 문 대통령의 그림자 실세로 통한다. 양정철 전 비서관 등 문재인 전 대통령 후보 시절 측근들이 모두 물러난 마당에 유일하게 대통령 곁을 지키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공연기획자이기도 하지만 대통령의 말벗이란 말도 나온다.

문고리들의 만기친람

문제는 이런 문고리 권력들이 사실상 대통령으로 통하는 모든 길 위에 서서 부처를 쥐락펴락 한다는 점이다. 이른바 ‘만기친람(萬機親覽)’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데 있다.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철학이 책임총리와 책임장관인데 정작 총리와 장관, 부처는 보이지 않고 ‘청와대만 보인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언론은 물론 부처에서도 나오고 있다. 특히 부처 공무원들 사이에선 “청와대 참모들이 정책 주도권을 틀어쥐면서 룸(행동반경)이 너무 줄어들어 ‘만기청람(萬機靑覽)’이라는 말마저 나온다”고 푸념할 정도다. 청와대가 실무적인 일까지 다 진행하면 일선 공무원들은 더더욱 청와대만 쳐다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만기친람 이야기가 나왔던, 박근혜 정부 때와 역시 비슷한 수순을 밟고 있다.


문대통령 ‘알았나, 몰랐나’ 의혹 증폭

드루킹 미스터리 넷

드루킹송인배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과 댓글 조작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모(필명 드루킹)씨 관계에 대해 청와대가 해명을 내놓았음에도 의혹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청와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는 의문점을 정리해봤다.

1. 문 대통령에 정말 보고 안 했나

가장 큰 것은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정말 보고를 하지 않았느냐는 점이다. 앞서 청와대는 민정수석실이 지난 4월 20일과 26일 송 비서관을 대면조사 했고 이를 임종석 비서실장에게 보고했으며 임 실장은 사안이 크지 않다고 판단해 문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는 김경수 경남지사 후보(전 국회의원)가 긴급 기자회견(4월16일)을 한 직후로 정국이 드루킹으로 뒤덮였던 시점이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드루킹으로 온 나라가 들썩이던 시점인데 정권 실세인 송 비서관도 드루킹과 연관됐다는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상황 인지 사실을 최대한 늦춰 문 대통령에게까지 화살이 돌아가지 못하게 하려는 심산이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2. 송인배, 매크로 인지 못했나

송 비서관이 불법 댓글 조작 프로그램인 매크로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도 석연치 않다. 청와대는 “송 비서관이 매크로 문제를 (드루킹과) 상의하지도 않았고 시연을 본 적도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송 비서관이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를 찾은 2016년 11월에는 이미 해당 장소에서 매크로 작업이 시행 중이었다. 경찰은 2016년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드루킹 일당이 기사 9만건에 댓글작업을 한 정황을 확인한 상태다. 또 2016년 10월 김 후보가 느릅나무를 찾았을 때 드루킹이 매크로를 시연했고 이에 김 후보가 100만원을 건넸다는 드루킹 측 관계자의 증언도 나오고 있다. 이 외에도 송 비서관은 드루킹과 텔레그램을 통해 기사링크를 주고받거나 댓글과 관련된 것을 이야기한 적이 없다고 해명하지만 해당 휴대폰은 대선 직후 교체했다며 실제 대화내용 등은 공개를 하지 않은 상태다.

3. 커피숍에서 잠깐 이야기한 게 100만원짜리 간담회?

청와대는 송 비서관이 드루킹에게 받은 돈 200만원이 간담회에 따른 사례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송 비서관은 2016년 6월 첫 만남 때 김 후보를 소개해주고 커피숍에서 이야기를 나눈 후 100만원을 받았다. 김영란법 시행 전에 정치인, 학계 인사, 장차관 등이 공개 강연을 하고 시간당 수십~수백 만원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었다지만 커피숍에서 잠깐 이야기를 나눈 대가로 100만원을 준 것을 간담회 사례비라고 칭하기에는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 이에 순수한 간담회에 따른 사례비라기보다는 김 후보 소개비나 추후 인사청탁을 위한 금품 제공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외에 송 비서관이 드루킹으로부터 받은 200만원에 대한 소득신고를 하지 않았다면 탈세에 해당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4. ‘민정, 제대로 조사했나?’ 부실수사 논란

민정수석실이 제대로 조사를 했는지도 의문이다. 송 비서관의 사무실은 문 대통령의 집무실이 있는 여민 1관 3층에 있다. 3층에 사무실이 있는 참모는 송 비서관이 유일하다. 송 비서관은 문 대통령의 고향이 있는 경남 양산에서 5번이나 국회의원으로 출마하기도 했다. 정권 최고 실세라는 의미로, 민정이 그를 철저히 조사했을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실제 민정은 송 비서관의 텔레그램을 복원해 들여다봤는데 별문제 될 것이 없고 그가 받은 200만원도 통상적인 정치인의 사례에서 벗어나지 않다고 사안을 판단했다. 그러나 당장 강연의 성격을 띠지도 않는 만남으로 송 비서관이 200만원을 받은 것은 부적절하다는 평가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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