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의 시대 87] ‘윤석열-한동훈’ 이재명 테러 불렀다

이 뉴스를 공유하기
◼ 대통령부터 나서서 야당 대표 겨냥해 ‘사기꾼’ 언급하며 ‘악마화’
◼ 윤석열 아바타 한동훈은 습관적으로 조롱하며 극단적 혐오 선동
◼ 검사출신들이 정치를 하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건
◼ 박근혜 커터칼 테러와는 전혀 다른 계획범죄…‘청탁’음모론 대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새해 첫 지역 일정으로 부산·경남 지역을 방문하던 중 괴한의 흉기 습격을 당했다. 이 대표는 경정맥 손상으로 서울대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현재 회복 중이다. 이 대표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서 정치인에 대한 이같은 테러행위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2006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에게 가해졌던 커터칼 테러와 비교한다. 하지만 이 대표에 대한 테러는 계획된 범행이었고 살해의도가 있었다는 점에서 당시 사건과는 다르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범인에 대한 본국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경찰 수사 결과는 단독 범행으로 결론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러 가지 정황을 볼 때 이 사건은 최소 윤석열 정권의 ‘이재명 악마화’, 최대 공동정범일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대표를 야당 대표로 인정하지 않은 채 범죄자로 단정짓고 독설을 쏟아냈다. 이들의 독설은 유튜브를 통해 재생산되어서 이재명 대표는 그야말로 온라인상에서는 악마가 됐다. 그러면서 그가 테러를 당하자 돌연 “있어서는 안 될 일이며 쾌유를 빈다”며 태도를 바꿨다. 야당 내 또 다른 정치세력도 마찬가지다. 당내 대선 후보 경쟁자의 비리 의혹을 언론에 제보하는 등 정치적 금도를 넘어섰다. 이번 사건은 본국 사회가 얼마나 증오가 가득한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지난 9월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단식에 돌입하자 본국 기자들에게 “수사받던 피의자가 단식·자해한다고 사법 시스템이 정지되는 선례가 만들어지면 안 된다”며 “그러면 앞으로 잡범들도 다 그렇게 하지 않겠느냐”고 힐난했다. 그는 지난 11월에는 더불어민주당이 대기업으로부터 접대 의혹을 받는 검사의 탄핵을 추진하자 “만약 어떤 고위공직자가 공직생활 내내 세금을 빼돌려서 일제 샴푸를 사고, 가족이 초밥을 먹고 소고기를 먹었다면 탄핵사유가 되겠느냐”며 “저는 그 정도라면 (탄핵사유가) 된다. 헌법재판소도 그 정도는 인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도지사 시절 법인카드를 유용한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명 대표를 다시 겨냥한 것이다.

이재명 대표가 범죄에 연루되어 수사 받는 것도 사실이고, 이 과정에서 관련된 여러 사람들이 유튜브나 방송을 통해 이런 저런 의혹들을 폭로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한 나라의 법무부 장관이란 작자가 나서서 검찰 수사 이유의 정당성을 강변하기 위해 야당 대표를 조롱하는 듯한 발언으로 범죄 혐의를 확정지어 말하는 것은 정치 극단화를 불러오는 일이며 그 대상을 악마화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한 비대위원장의 이런 말들은 극우 유튜버들을 통해 확대 재생산 되며 이재명에 대한 법원의 선고도 전에 이미 여론 재판에서 유죄를 받았다. 이것은 언론이나 유튜버들의 의혹을 제기하는 것과는 다른 수준이다. 법무부 장관은 그에 맞는 품격과 언어, 신중함을 가져야 하는데 한 비대위원장의 입은 촉새보다 가볍고 도무지 인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런 그가 “이재명 대표의 쾌유를 빈다”고 하면 그 진심이란 것을 국민들이 받아들이기 어렵다.

검사출신 대통령의 선동정치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윤석열 대통령의 아바타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한 위원장은 제2의 윤석열이다. 윤 대통령은 본인 스스로가 취임 후 단 한 번도 야당 대표와 얼굴을 마주 앉아 얘기한 적이 없다.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러면서 장관들에게 야당과 싸울 것을 주문하는 것은 물론이고 본인부터가 야당 대표를 악마화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제 63주년 4·19혁명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통해 “가짜뉴스”, “날조”, “거짓 선동”, “사기꾼” 등 격한 단어로 야당을 공격했다. 당시 기념식에는 이재명 대표가 함께 참석했고, 윤 대통령의 기념사를 듣고 있었다. 윤 대통령은 특히 “거짓 선동과 날조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들은 전체주의를 지지하면서도, 겉으로는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행세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또 “민주주의는 독재와 폭력 돈에 의한 매수로 도전 받을 수도 있다”는 원고에 없던 윤 대통령의 발언은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에 놓인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런 발언에 대해 각종 유튜브에서는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사기꾼으로 표현했다며 환호했다. 대통령부터가 나서서 이 대표를 악마화 한 것이다. 그러니 장관들부터 여당 의원들까지 야당의원들을 조롱하는 것이 본국 정치권의 문화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는 검사 출신들이 정치를 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기도 하다. 검사의 시각으로 상대방을 바라보고 범죄를 단정 짓고 말하는 화법이 정치권에서 어떻게 부작용으로 표출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곧 양 진영의 극단적 대립과 혐오를 자양분으로 하는 정치가 보편화되면서 이번 테러까지 나온 것이다.

이번 테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시절에 당했던 커터칼 테러와는 다르다. 2006년 5월 20일 오후 7시 15분경,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전 대통령은 서울 현대백화점 신촌점 앞에서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 후보 지원유세에 참가하던 도중 괴한 지충호(당시 50세)에게 커터칼로 얼굴을 피습당해 상해를 입었다. 사건 당일 범인 지충호는 청중으로 잠입해있었다. 그리고 박 전 대통령에게 다가가 10cm 가량의 커터칼을 박근혜의 우측 뺨에 대고 그어서 11cm 길이의 자창을 입혔다. 이 사고로 박 전 대통령은 인근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겨져 봉합수술을 받았다. 범인 지충호는 테러로 인해 아수라장이 된 유세장에서 ‘대한민국 만세’라고 외친 뒤 칼을 버리고 달아나려 했으나 사람들에게 붙잡혔다. 이후 경찰에게 체포되어 서대문경찰서로 연행되었다.

박 전 대통령이 입은 상처는 아슬아슬하게 안면신경을 비껴갔다. 경동맥에 부상을 입었다면 사망하거나 정계를 은퇴해야할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얼굴 근처로 워낙 위험한 급소라 이런 사건이 터지면 으레 나오는 자작극 의혹도 없었다. 수사팀이 치밀하게 수사를 진행했으나 범행 배후는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사건과 다른 점이 여기 있다. 사실 박 전 대통령 못지않게 이 대표가 당했던 테러가 부위나 흉기를 봤을 더 위험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보수층에서는 이번 사건이 자작극이라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유튜브 이봉규TV에서 출연자와 진행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피습을 두고 “자작나무(자작극)”, “종이칼 아니냐”, “연출했을 가능성” 등 표현으로 음모론을 폈다. 진성호TV도 이 대표가 서울대병원으로 옮긴 것을 두고 정치적 쇼라는 식의 주장을 펼쳤다.

범인인 지충호는 국선변호사와의 접견시 민주 투사의 이미지를 내세우기 위해 ‘박근혜가 독재자의 딸이며, 자신이 5공화국 시절 억울하게 옥살이하여 범행했다’고 주장했으나 거짓으로 밝혀졌다. 2006년 5월 29일 ‘폭력, 간통 등의 혐의’로 15년의 복역한 것에 대해 “내가 지은 죄에 비해 옥살이를 너무 오래해 억울하다. 먹고 살 방법을 마련해 달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지충호는 결국 박 전 대통령에게 “박 대표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다. 미안하다”고 했다. 이후 재판에서 공직선거법과 폭력행위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상해로 징역 10년을 받고 수감되었다가 2016년 5월에 출소했다. 한 마디로 전과범의 정신이상적, 충동적 범행이었던 것이다. 이번 사건이 박 전 대통령 테러 때와 다른 것은 계획범죄라는 점이다. 경찰 수사 결과 범인인 김모씨는 이 대표를 살해하려는 의도를 갖고 미리 준비한 등산용 칼(17.5㎝)을 개조하는 등 계획적으로 범죄를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재명 악마화가 부른 계획범죄

김 씨는 흉기의 칼자루를 제거하고 테이프 등으로 감아 이 대표에게 접근했다. 수사본부는 김 씨가 범행 전날인 지난 1일 주거지가 있는 충남 아산시에서 부산역으로 내려온 것으로 확인했다. 김 씨는 이후 KTX 울산역으로 간 뒤 다시 부산으로 돌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남은 것은 김 씨의 단독 범행 여부다. 일단 그는 경찰에 ‘단독 범행’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기엔 분명히 누군가 배후가 있다는 음모론 의혹이 여기저기 불거지고 있다. 심지어 일부 보수 유투버들은 비아냥거림과 조롱을 퍼부으며 이번 테러사태를 자작극으로 몰고 가는 유치하고도 한심한 작태를 연출하기도 했다.

경찰이 주목하는 부분은 김 씨 당원 가입 여부다. 김 씨는 민주당 당원 가입 이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범행을 위한 위장 가입인지 등 구체적인 가입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이날 김 씨의 정당 가입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영장을 발부받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김 씨가 국민의힘 소속이었다가 얼마 전 민주당원으로 온라인 가입한 것으로 내부적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온라인 입당이라서 아는 사람도 잘 없어 위장 당원이 아닌지, 혼자 범행한 것이 맞는지 당에서도 의구심을 품고 진상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SundayJournalUSA (www.sundayjournalus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뉴스를 공유하기

선데이-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