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면 깔수록 너란 남자는…’ 황교안 등판 조현천 입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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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간 것처럼 보이지만…

최순실 ‘입’과 조현천 ‘입’이 남아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본국 자유한국당 당대표 선거에 나서면서 그의 과거 이력들이 하나 둘 조명받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정권에서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까지 한 그가 과연 최순실 사태로 몰락한 지난 정권의 책임론에서 자유로운지는 두고두고 논란이 될 전망이다. 지난 정권의 실정에 황 전 총리가 연관이 있는지와 관련해 쟁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그가 최순실 씨를 알았는지 여부와 다른 하나는 박근혜 정부의 군이 추진했던 계엄령 시행 여부다. 전자는 정무적인 문제고 후자는 법적인 문제다. 그와 최 씨와의 사실관계는 조만간 <선데이저널>의 후속보도를 통해 보도할 예정이다. 본국 수사기관이 밝혀야 법적 문제는 계엄령 관련 내용이다. 본지 첫 보도로 세상에 알려진 박근혜 정부가 계엄령 및 위수령을 검토했다는 사실을 밝혀줄 키맨은 바로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다. 그는 현재 이곳 미국 어딘가에 도피 중이다. 검찰은 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서는 먼저 조 전 사령관의 신병여부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박 전 대통령이나 황 전 총리에게 이 부분을 묻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의 신병확보 논란이 처음 불거진 지난 8월 이후 검찰은 흉내만 내고 있을 뿐이다. 본지는 황교안 전 총리에 대한 검증 의혹을 보도하면서 그 첫 번 째로 그의 계엄령 인지 여부를 짚어봤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1월 29일 자유한국당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1월 29일 자유한국당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현재 본국 여론 조사에서 황교안 전 총리는 차기 대선 후보 중 1위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10% 후반의 숫자이기 때문에 의미는 없지만, 그에 대한 보수층의 지지가 점차 결집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전문에서 밝혔듯 그는 박근혜 정부의 실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는 줄곧 최순실 씨를 알지 못했다고 책임을 회피하지만, 조만간 그 사실이 드러날 것이다. 본지도 관련 보도를 준비 중이다. 사실 황 전 총리와 연관된 더 큰 문제는 박근혜 정부가 벌였던 각종 불법행위에 대한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황 전 총리가 이를 막았다는 의혹이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수사 과정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막는가 하면, 국정원 댓글 사건을 진두지휘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사퇴를 종용했다는 의혹도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에는 박영수 특검팀의 활동 연장을 거부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합수부, 조현천 잡을 의사 없어

무엇보다 황 전 총리와 박 전 대통령과의 연관성을 가장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은 국군 기무사령부가 2017년 3월 작성한 계엄령 문건에서 ‘대통령(권한대행)’ 표기가 발견되면서 이를 지시하고 보고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만약 황교안 전 총리가 이 사실을 인지했다면 황 전 총리는 박근혜 정부 군의 내란음모를 사실상 승인한 모양새가 된다. 박근혜 정부의 계엄령 검토는 2017년 3월 당시 본지가 처음 보도한 내용으로, 그 때만해도 ‘설마’했던 사안이다. 하지만 이후 추미애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으로 공론화됐고, 정권 교체 후 사실로 확인됐다.

조현천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령 문건 작성 의혹을 수사한 민·군 합동수사단은 지난해 11월 7일 문건 작성의 실행계획 여부 등을 밝히지 못하고 104일 만에 수사를 잠정 중단했다. 문서에 대통령(권한대행) 표기가 있음에도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황 전 총리는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키맨인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의 신병이 확보되지 않았단 이유에서다. 신병확보를 하지 못했으면 먼저 당사자를 부르는 것이 일반적 수사의 관례인데 수사단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황 전 총리가 관련 의혹으로 포토라인에 서는 것을 용인치 않은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을 조사하려는 노력을 제대로 한 것도 아니다. 조 전 사령관은 대구·경북(TK) 인맥으로 계엄령 문건 작성에 직접 관여한 인물이다. 경북 예천에서 태어나 대구고와 육군사관학교(38기)를 졸업했다. ‘친박’ 실세였던 최경환 전 부총리(구속)의 대구고 후배다. 조 전 사령관의 군 생활은 부침의 연속이었다. 군내 사조직 ‘알자회’ 출신이라는 이유로 영관장교 시절까지는 진급에서 번번이 누락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초기에도 군을 장악하고 있던 같은 TK였던 상주·김천 라인 실세들로부터 홀대를 받았다. 그가 군 실세로 부각한 것은 박근혜 정부 때였다. 조 전 사령관은 재직 시절 대부분 오후 10시 이전이면 종로구 청운동 기무사령관 공관으로 복귀했다. 술자리 2차를 가지 않는 그의 성격 때문이기도 했지만, 당시 기무사 안팎에서는 조 전 사령관이 청와대를 의식해 조심스럽게 행동한 때문이라는 말이 나왔다.

조현천 ‘독이 될까, 약이 될까’

이처럼 조 전 사령관은 당시 청와대와 끈끈한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작성을 주도한 계엄령 문건은 청와대가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합수단은 지난 7월 군 검사 8명, 민간 검사 7명, 수사관 12명 등 총 37명으로 수사단을 꾸려 관련 사건을 수사했다. 민관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민은 검찰 인원에 한정됐다.

합수단에 따르면 조 전 사령관은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촛불집회 참가 인원이 100만 명을 넘긴 2016년 11월 15일부터 계엄령 검토가 이뤄진 지난해 2월 10일까지 4차례 청와대를 방문했다. 조 전 사령관의 차량 운행기록과 부관의 일지, 청와대 출입기록 등을 대조한 결과다. 특히 2016년 12월 5일에는 사전에 일정을 잡지 않고, 갑자기 청와대에 들어갔다. 그러나 청와대 출입기록만으로 조 전 사령관이 구체적으로 누구를 만나,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파악하는 게 쉽지 않다. 사무실별로 출입기록이 남지도 않고, 민감한 사항이라면 제3의 장소에서 만났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합수단은 정황 증거로 공모자의 윤곽을 갖고 있지만 조 전 사령관의 구체적인 진술이 있어야만 혐의 입증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최순실하지만 합수단은 지난해 7월23일 수사 착수 이후 5개월에 가깝도록 조 전 사령관의 소재조차 파악하지 못한 바 있다. 합수단이 조 전 사령관의 여권 무효화 조치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적색수배 요청도 통상 사례보다 뒤늦게 했다.
합수단은 출범한 지 두 달이나 지난 9월20일에야 조 전 사령관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그것도 조 전 사령관이 혹시나 추석에 귀국할 경우 신병확보를 위해 발부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를 통한 ‘여권 반납 명령’과 같은 여권 무효화 조치는 10월2일에야 이뤄졌다. 인터폴에 수배를 요청하는 자료 송달은 이보다 더 늦은 10월 16일이었다. 통상적인 특수수사와는 거리가 멀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검찰과 법무부는 지난달 22일에서야 미국 측에 공조를 요청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미국 외교·사법당국에 조 전 사령관에 대한 범죄인인도를 요청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범죄인인도 청구서는 대검찰청과 법무부·외교부를 거쳐 1월 말 미국 사법당국에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합수단 수사 종료 이후에도 2달이 훨씬 지나서야 사법 공조 요청을 했으니 소환 의지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조 전 사령관 역시 자진 귀국 의사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국 한 언론에 따르면 그는 지인들에게 “살아서 한국에 돌아갈 이유는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12월 미국으로 출국한 조 전 사령관이 극단적인 표현까지 써가며 귀국을 거부하는 이유는 수사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조 전 사령관의 형제 10여 명 중 대부분이 미국 시카고 등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사령관 부모의 묘소도 미국에 있다고 한다. 합수단은 당시 언론 브리핑에서 조 전 사령관의 행방에 대해 “2017년 12월 13일 미국으로 출국한 후 행방이 묘연하다”며 “가족과 지인들을 통해 조 전 사령관의 자진 귀국을 설득해 왔다”고만 밝혔다.

어느 가족을 통해 귀국을 설득했냐는 기자의 별도 질문에 대해 합수단 노만석 단장은 “아내와 아들”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에 사는 그의 형에게는 따로 연락을 취하지 않았다고 했다. “아내와 자식들에게 설득을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는 이유에서라고 했다. 다만 “그의 형이 목사로 활동 중이라는 이야기는 국방위로부터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합수단은 해당 첩보를 접수만 했을 뿐 끝내 움직이지 않았다.

레임덕 문 정부, 등 돌리는 검찰

현재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 수사의 키를 쥐고 있는 것은 검찰이다. 하지만 검찰이 조 전 사령관의 송환에 대해 지금보다 더 강력한 압박을 취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기본적으로 검찰은 정치적 조직이기 때문이다. 현재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반면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은 반등했다. 올해 중반이 넘어가면 여당과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은 역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현 자유한국당 유력 당권 주자에게 흠집을 낼만한 사안에 대해 굳이 헤집어 놓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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