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경제운용 계획 배경] ‘분배’에서 ‘성장’으로 선회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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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연간 5%대 성장을 장담했던 정부가 다급해졌다. 투자와 내수의 부진이 생각보다 심각해지면서 이대로 가다가는 경제가 성장 동력을 상실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현실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14일 확정한 하반기 경제운용 계획에는 이 같은 위기감을 반영한 긴급 수혈책들이 담겨 있다. 현재의 경기상황을 ‘불황’으로 규정하고 연간 성장률을 3% 중반으로 낮춰 잡았다.

정부는 기업 투자 부진과 노사분규가 이어질 경우 성장률이 3%에 못 미칠지도 모른다고 진단했다.

정부의 대책은 투자를 부추겨 경기를 살리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세금 감면 등을 통해 기업의 투자 의욕을 키워보자는 것이다. 추경 확대와 각종 감세 등 현재 추진 중인 소비 쪽의 경기부양책까지 감안하면 ‘분배 중심’에서 ‘성장 우선’으로 정부 정책의 무게중심이 옮겨갔다고 해석될 수도 있는 대목이다.

재정경제부 박병원 경제정책국장은 “국내 설비투자와 외국인 투자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면서 “이 상태로 가면 성장잠재력 자체가 훼손될 우려가 크다”고 하반기 경제운용 계획에서 투자 활성화를 강조한 배경을 설명했다.

하반기 경제운용 계획의 발표를 계기로 정부과 재계의 불편한 관계가 해소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중장기 전략이라고 토를 달기는 했지만 정리해고의 실행에 문제가 되는 부분을 개선하겠다고 밝힌 것은 정부가 ‘친노(親勞)성향’이미지를 벗어나겠다는 시도로 비춰지기도 한다.

그러나 재계는 정부의 정책이 변화하는 조짐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본격적인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승철 상무는 “정부가 경기에 대한 인식을 현실적으로 바꾸고, 임시 투자세액 공제폭을 확대한 것은 환영한다”면서 “노동 문제에 대해 ‘법과 원칙’을 강조했는데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李상무는 “법과 원칙에 대한 입장이 여전히 불분명하고, 바람직한 노사관계에 대해 내각과 청와대가 다른 목소리를 내는 등 정책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투자 촉진책이 정공법을 벗어났다는 지적도 있다. 법인세율 인하를 제쳐놓고 임시투자세액 공제를 확대한 것은 대표적인 땜질처방이라는 것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임시 투자세액 공제가 세금을 직접 깎아주기 때문에 효과적이기는 하지만 한시적인 조치로 경기를 살리기 위한 응급 처방”이라며 “정부 정책 기조의 근본적인 변화로 해석하기에는 충분치 않다”고 밝혔다.

송상훈 기자
출처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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