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도박 송영진 의원 “너 때문에…” 줄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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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인 열린 우리당 소속 송영진 의원이 지난 25일 밤 11시30분쯤 서울 이태원동 미8군 사령부 내 카지노를 출입한 사실이 동아일보 27일자 사회면 머릿기사로 보도된 뒤 그 파장의 여파가 한국 정가를 휘몰아치고 있다.

동아일보는 이날 <’한국인 출입제한’ 미8군 카지노 / “망했네, 에이 참...” 한국말뿐>이라는 기사에서 “현역 국회의원 송 모 씨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며 “송 의원은 옆에 앉은 여성과 간간이 대화를 나눌 때를 빼고는 심각한 표정으로 카드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고 보도를 했던 것이다.

동아일보는 ‘카메라에 잡힌 국회의원’이라는 제목을 담아 이례적으로 사진도 함께 싣는 강수를 두었다. 동아일보는 기사에서 송 의원의 실명을 언급하진 않았으나 다음날 27일 송영진 의원이 카지노 출입사실을 시인하고 대국민 사과성명문을 내면서 사진의 주인공이 송영진 의원이라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되었다. 문제는 이 모든 사실이 밝혀진 뒤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수습과정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열린 우리당 소속 송영진 의원의 미8군 카지노 출입과 관련 사진을 공개하며 특종 보도했다. 하지만 담당기자는 ‘기자의 눈’ 칼럼을 통해 더욱 국민들을 슬프게 하는 사실을 공개해 더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박상균<취재부 기자> [email protected]

카지노 의원의 오리발 행각

“내가 미군부대에 왜 가느냐. 근처에도 간 적 없다.”
미8군 카지노에서 도박을 한 것으로 밝혀진 열린 우리당 송영진(宋榮珍·충남 당진) 의원이 한국시간으로 지난 26일 오후 3시40분 경 특종을 보도한 동아일보 기자와의 첫 통화에서 관련 사실을 딱 잡아떼며 한 말이라고 한다.

더군다나 20여분이 지난 후 담당기자는 송 의원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사진이 찍혔다”고 알려주었고, 그러자 송 의원은 “사진을 먼저 보여 달라. 무슨 사진인지 확인한 뒤 말하겠다”고 시간을 끌며 “열흘 전쯤 미군부대에서 심심풀이로 빠찡고 게임을 한 두번 해 본 적은 있지만 25일에는 간 적이 없다”고 말을 바꿨다고 칼럼을 통해 전하고 있다. 그러나 송영진 의원은 지난 27일 오전 다른 언론사 기자들에게 이를 해명하면서 “카지노에 들른 것은 그날(25일)이 처음이었다”고 해명성 발언을 늘어놓았다는 것이다.

담당기자가 다시 그에게 전화를 걸어 “어제는 ‘열흘 전쯤 빠찡꼬를 했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물으니 송 의원은 “카지노에 처음 갔다는 말은 잘못이다. 한 열흘 전쯤 간 적이 있다”고 또 다시 말을 바꿨다고 한다.

더더욱 가관인 것은 “그 카지노에는 빠찡고 기계가 한 대도 없다”고 지적하자 그는 “빠찡고를 한 게 아니고, 그날 후배를 따라 식사를 하고 카지노에 들러 어떻게 생겼는지 구경만 하고 왔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또한 “나는 별로 갈 생각이 없었는데 고향 후배가 미군부대에서 다른 사람한테 폼을 좀 잡으려고 나를 데리고 간 것 같다”고 덧붙였다고 기술했다. 아무튼 지난 27일 사태가 심각해지자 송영진 의원은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송영진 의원이 발표한 성명에서 보여지듯 송 의원은 정황을 미뤄볼 때 “미8군을 방문했다가 ‘나오는 길’에 카지노에 들렀다”는 그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알려진 바로는 송영진 의원은 지난 25일 오후 8시경 미군부대에 들어가 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뒤 카지노로 들어가 26일 새벽까지 도박을 했다고 알려져 있다. 너댓 시간의 카지노 체류시간을 고려해볼 때 단순히 ‘나오는 길’에 들른 것이 아니다’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아무튼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송 의원이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말을 한 이유가 무엇일까? 정치인의 속성인 ‘살아남기’ 위해 순간을 모면하려는 재치있는(?) 오리발 행각으로 이해해주어야 할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한국 정치판이다.

아무튼 열린 우리당은 예정대로 지난 27일 창당준비위원회 결성식을 가졌다. 무엇보다도 창당준비위원회 결성식을 코앞에 두고 소속 의원의 카지노 도박이라는 악재가 터져 곤혹에 빠졌던 것만은 분명한 것 같지만 도무지 상식이하의 인사조치가 이어져 지탄의 대상을 자초하고 만 것이다.

송영진 의원은 지난 DJ 정권에서 자민련을 국회 교섭단체로 만들어 주기 위한 새천년민주당의 소위 ‘의원 빌려주기’에 동참했던 의원으로 잘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이유야 어쨌든 간에 송영진 의원은 한국인 출입이 금지되어 있는 미군부대 카지노 장에 출입하는 것을 ‘대국민 사과문’ 한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기고 있는 모양이다. 송영진 의원은 스스로 위원직을 포기해야할 엄청난 일에 닥친 마당에 거짓말을 일삼았고,‘새로운 정치’를 표방하고 나선 열린 우리당은 창당준비위원회를 결성하는 과정에서 송영진 의원을 중앙위원과 충남지역 창당 준비 위원장에 임명하는 기막힌 오류를 범했다. 국민들은 또 다시 분노하고 있다.

‘정치개혁’을 표방하며 출범한 신당인 열린 우리당이 송 의원을 한국인 출입이 금지된 미군부대에서 카지노 도박이나 하는 인물이라는 것이 버젓이 밝혀졌음에도 이내 주요 당직자로 인선하였다는 것에 우롱 당했다는 기분을 지울 수가 없는 것이다. 국민들은 열린 우리당이 송 의원에게 어떤 조치를 내릴 지 지켜볼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다음은 송 의원의 사과문 전문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본인이 10월25일 미8군 카지노에 출입한 사실과 관련하여, 경위야 어떻든 부적절한 시간에 부적절한 장소에 있었던 사실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하며, 국민여러분께 머리 숙여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다만, 일부 언론에서 ‘거액도박을 한 것’처럼 보도된 바 있으나, 절친한 고향 후배와 미8군을 방문하였다가 나오는 길에 들렀을 뿐, 미8군 카지노장에서 거액도박이나 상습도박을 한 사실이 없었음을 밝힙니다.
이번 일을 대오각성하며, 앞으로 더욱 국민을 위하는 국회의원으로 거듭나기 위해 정진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2003.10.27 국회의원 송영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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