發行人 칼럼 : 한인 언론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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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를 보급하는 오렌지카운티 보급소장이 지난달 30일 벌인 살인사건을 두고 항간에는 말들이 많다. 그리고 이 사건을 보도하는 한인 언론들에 대해서도 헷갈린다는 반응들이 나타나고 있다.  사건 자체가 단순한 사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관련 언론사는 물론이고 타 언론사들도 ‘눈치보기’ 아니면 ‘봐주기’로 일관해 사건의 핵심을 피해나가고 있다. 언론의 양면성을 그대로 노출했다고 볼 수 있다.

만약 이번 사건에서 한국일보가 관련이 되지 않았다면 대서특필로 보도됐을 것이다. 이번 사건 에서 한국일보는 문제의 보급소장은 자신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다만 계약에 의해서 한국 일보를 배달해 주는 ‘오렌지 딜리버리 서비스’라는 개인회사 직원들 간에 일어난 사건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반 독자들이 볼 때는 ‘오렌지 딜리버리 서비스’라는 회사는 여러개의 신문들을 배달만 해주는 업소로 알고 있을 지 모른다.

그러나 문제의 ‘오렌지 딜리버리 서비스’라는 회사는 한국일보가 한국일보만을 배달하기 위해 만든 회사이다. 방계회사로 볼 수 있다. 실질적으로는 한국일보가 보급소 운영관리를 관장하고 있으며 보급소장은 위탁대표로 보면 된다. 이 보급소장은 문제가 생길 시 한국일보 경영진에게까지 올라가지 않고 보급소장이 간단히 말하면 ‘뒤집어 써야’하는 직책이다.

이번 사건에서 한국일보는 독자들에게 사과와 전후사정을 알릴 책임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의 핵심을 은폐하려고 했으며, 사건보도를 흐리게 하기도 했다. 타 언론사들도 ‘눈치보기’와 ‘봐주기로’ 일관 한 것은 언젠가는 자신들에게도 그런 사건이 일어날 때를 위해 미리 ‘보험’을 들어 두자고 한 행동으로 보인다. ‘언론사끼리 봐주기’는 이제 이 땅에서는 없어져야 하는 병폐다. 자신들에게 광고를 내지 않는 업소에서 일이 벌어지면 침소봉대하면서 기사를 보도하는 것이 지난동안 한인언론들의 추태였다. 그리고 자신들에게 광고를 많이 내는 업소에 대해서는 가능한 감싸주는 생리가 이곳 한인언론들의 생리였다.

이번 사건을 두고 언론자유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한인 언론은 정도를 걸어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한국에서도 민주화가 시작된 지 십 수년이 지났어도 아직도 구태의연한 행태가 남아 있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지금 한인 언론의 키워드는 개혁이고 저널리즘에 충실해야 한다. 그러나 어떻게 개혁을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그 답변은  각양각색일 수 있다.

언론은 정보를 공급하고 지식을 제공하며 사건을 분석하는 기능을 지니고 있다. 한 작은 개인이나 한 나라의 지도자나 그들이 내리는 일상적으로 내리는 판단과 결정은 언론으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고 있다. 현대에 있어 언론의 힘은 막강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언론의 힘이 어떤 면에서는 미국 정부의 힘보다도 막강하다고 말할 수 있다. 미 행정부의 대통령, 입법부의 국회의원, 사법부의 대법관들은 수백년 동안 내려오는 전통과 권위를 가지고 그들의 직무를 수행한다. 그런데 만약 어떤 특수한 상태가 야기될 때에는, 최근 대학을 막 졸업하고 나온 약관의 한 편집기자에 의해서도 그 위세당당한 권위와 명예가 무참하게 나가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한인 언론사는 가끔 자사의 문제가 관련된 사건에서 기자들이 보도하는 것에 영향을 주곤 한다. 이번 한국일보 보급소장의 사건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이래서야 어떻게 언론의 자유를 외칠 수가 있겠는가. 언론은 진실을 전달할 의무가 있는데 그 얼굴이 양면으로 비춰져서는 안될 것이다.

연 훈<본보 발행인>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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