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향군인회 선거는 “개판선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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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실시된 재향군인회 미서부지회 2006년도 총회를 겸한 회장선거는 한마디로 “개판선거”였다. 이날 선거에서 김봉건 현회장이 대부분 인선했다는 57명 대의원들 중 40표를 얻은 김혜성 목사가 당선됐다. 하지만 선거전 사퇴한 김호정 후보(이북오도민회연합회장)와 낙선한 이수복 후보(6.25참전동지회장)를 포함한 일부 회원들이 선거진행 절차가 불법이었고, 회장에 당선된 김혜성 목사가 “한국전쟁시 탈영병”으로 회장 자격미달이라고 주장하고 나서는 바람에 당분간 선거 후유증이 계속될 전망이다. 총회 전부터 선거가 공정하게 치루어지지 않을 것이란 소문이 강하게 나돌았는데 그 소문대로 총회와 선거는 난장판으로 치루어졌다. 그 자리에는 역전의 용사도 없었다. 다만 한국전에서 용맹을 떨친 ‘육탄전’을 본받듯한 고성과 욕설로 육군과 해병 전우들이 나탄전만 있었다. 한때 재향군인회는 타운에서 가장 조직력이 강한 보수단체의 대표단체로 불리워졌으나, 이제는 “막가는 오합지졸의 단체”로 전락해버리고 말았다. 선거 소식을 들은 타운의 많은 사람들은 “재향군인회를 없에라”고 소리치고 있다.


특별취재반

















난장판이 되버린 재향군인회 총회장

미국에 온 한국 남자들 90% 이상이 재향군인회원이라고 볼 수 있다. 어림잡아 LA지역에만 30만명 정도는 될 것이다. 그러나 재향군인회원으로 등록된 회원은 고작 2,000명 정도이고, 행사가 있어도 200명 이상이 나온 적이 별로 없다. 한마디로 많은 동포들은 재향군인회의 필요성을 느끼지도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향군인회 선거가 끝난 다음 날인 23일 웨스턴과 7가 맥도널드 식당에서 아침신문을 보던 동포들은 한마디씩 했다. “그여히 사고가 났군요.” “난동이 일어날 줄 짐작했지요” “그런 단체 있으나 마나 한 단체인데 그런 걸 기사로 쓰다니…” “차라리 없는 것이 났다” 등등의 말이 나왔다.
한편 지난달 24일 오전 재향군인회 회장 선거직전에 사퇴한 김호정 이북오도민연합회장과이번 선거에서 낙선한 이수복 후보 등을 포함한 일부 인사들이 JJ 그랜드 호텔에 모여 기자회견을 갖고 신임 김혜성 당선자의 자격문제의 의혹을 제기했다. 이자리에 나온 명 의혁 원로목사는 “재향군인회장으로 당선된 김 혜성씨는 한국전 당시 군정감실에서 탈영병으로 공문이 돌았다”면서 “당시 기독교 노회단체에서도 김 혜성 군목의 탈영사실에 대해 제명처분 했다”고 밝혔다. 당시 김혜성 목사는 군목신분으로 한국전쟁 당시 시애틀로 휴가를 나와 원대에 복귀하지 않은 탈영병이라는 주장이었다.
또한 이 자리에 참석한 인사들은 김혜성 신임 회장이 선거직전 신상발언을 통해 자신의 병적 서류는 서울 병무청에서 말소돼 그 근원을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들 인사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증거들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한편 김혜성 신임 회장은 일부 인사들의 주장에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일축하고 있다. 김신임 회장은 이미 한국 재향군인회 본부에서 증거 서류까지 받아놓은 상태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2일 총회는 약 200명의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김복윤 수석부회장의 사회로 진행됐으나 옛날 한국에 자유당 시절 선거에서나 볼 수 있었던 난장판의 재현이었다. 이들 난장판의 주인공들이 과연 나라를 위해 목숨도 아끼지 않고 싸웠던 옛 전우였는지가 극히 의심스러웠다. 신성한 ‘재향군인회’의 이름에 쓰레기를 엎어버린 모임이었다. 지난달 22일 총회장인 용수산 식당 2층 홀에서는 후보 지지자들간에 고성과 욕설이 난무하면서 경찰까지 출동하는 추태가 벌어졌다.











신임 회장 김혜성 목사

총회에서는 계속 고성과 욕설이 난무해 결국 결산보고와 예산보고 등은 모두 생략된 채 치루어지는 난장판이었다. 총회장의 난장판의 발단은 김호정 이북오도민연합회장이 “왜 결산보고를 하지 않는가”를 질의하면서 총회 진행자체와 대의원 선정의 문제점을 지적한데 대해 현집행부측이 “퇴장!”이라며 이를 무시하庸?비롯됐다.
이어 재향군인회 소속 해병대 출신 회원들이 회원수에 비해 5명만이 대의원에 선정된 것에 불만을 제기하면서 크게 번지게 됐다. 해병출신들은 육군 출신 회원들에게는 34명의 대의원이 배정된 데 대한 강한 불만을 떠뜨리면서 총회가 급기야 싸움판으로 변했다. 몸싸움 일보직전까지 가는 난장판은 결국 경찰의 출동을 야기시키는 추태를 연출하기에 이르렀다.
이날 해병대 전우회측은 “10여명 남짓에 불과한 여군의 대의원이 6명인데 어떻게 회원수가 몇 백배가 되는 해병대 전우회측 대의원이 5명에 불과할 수 있느냐”며 “해병대 전우회측에서 추천한 대의원 후보가 무시된 채 김봉건 회장측 인사로만 대의원이 채워졌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설명을 하기보다는 고성을 지르며 퇴장을 명령, 양측간의 욕설 공방전이 시작됐다.
회장을 선출하는 권리를 지닌 대의원 사항은 김봉건 회장이 명확하게 이 문제를 정리하지 않고 선거에 임하는 바람에 문제가 불거졌다. 김 회장은 지난번 용궁식당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대의원을 160명으로 서울 본부에서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본부는 160명으로 승인한 적이 없었다. 대의원은 57명인데 대의원 선임을 정관에 규정한대로 하지 않고 김 회장은 자신을 지지하는 측을 선임하면서 일부 직능대표와 지역 대표들의 불만을 사게 됐다.
이 문제에 대해 선거직전에 후보직을 사퇴한 김호정 이북오도민회연합회장은 “대의원 선출방법을 정관 규정에 의하지 않은 불법적인 선정”이라며 “김봉건 회장이 회원들을 속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울의 본부에게 이같은 문제들을 질의했는데 본부에서도 문제가 있음을 인지했다”고 전했다.
이날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박순길)는 일반 회원들이 직접 회장 입후보자의 공약 등을 들을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지 않은 채 선거를 2층 회의장에서 아래층 밀실로 옮겨 일반회원이나 취재진의 참석을 일체 배제한채 진행했다. 민주국가에서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행태였다. 이자리에서 회장 후보자 김혜성 목사와 이수복 후보는 대의원을 상대로만 정견 발표회를 가졌다.
이자리에서 김 혜성 목사는 일부 언론광고에서 자신을 전과자 등으로 발표한 데 대해 “나의 전과사실을 입증하는 자료를 제시하면 당장 10만 달러를 주겠다”면서 “모든 것이 사실이면당선은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총회에 참석한 많은 회원들은 “집행부측이 왜 밀실에서 선거를 해야 하는지 의심스럽다”면서 “무엇이 두려운지 모르겠다”고들 말했다.
이날 선거관리위원회는 취재에 나선 기자들에게조차 회장 선거 과정을 공개하지 않은 채 투표장소에서 퇴장을 요구했으며 일부 대의원들은 비공개 원칙의 근거를 요구하는 기자들에게도 욕설을 가하는 수준 이하의 추태를 부렸다고 한다.
재향군인회 선거에대해 한인언론들의 보도도 비난 일색이었다.
라디오코리아는 22일 뉴스시간에 “재향군인회장의 자리가 어떤 곳인지는 모르지만 이렇게해서라도 꼭 회장이 되여야 하는 것인지 한인들은 묻고 싶다.”고 밝혔다. 또 이 방송은 “이런 분위기에서 김혜성 후보가 당선 됐지만 누구를 위한 투표였지는 일반 한인들은 의아하기만 했다. 인생경륜을 바탕으로 한인 사회발전에 이바지 한다는 재향군인회, 가장 기본적인 단체의 존재의의마저 회원들 스스로가 부정한 기막힌 총회였다.”고 지적했다.
선거 자체에 대해서 이 방송은 “회장선거로 이어진 투표 진행도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급기야 대의원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의 출입을 금지한 채 비공개가 투표가 진행됐다. 심지어는 취재기자들에게까지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퍼붓는 몰상식한 모습을 보였다.”면서 “국가를 위한 충성심으로 단결과 친목을 도모하자는 재향군인회의 창립 목적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이성조차 찾아 볼수가 없었다.”고 비난했다.
한국일보도 지난달 23일자에서 “그들은 군인의 품격도, 동료 군출신에 대한 동료애도 그리고 연장자에 대한 존경심도 없었다.”면서 “차기 회장을 선출하는 자리는 욕설과 고성이 난무하는 아수라장이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이 신문은 “재향군인회 미 서부지회의 회장 선출 과정은 80년대 한국의 ‘체육관 선거’를 방불케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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