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 삼성의 ‘사면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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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으로 삼성그룹은 융단폭격을 맞은 듯한 모양새다. 김 전 변호사가 삼성그룹의 전 법무팀장이었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그의 발언 하나 하나에 실리는 무게감이 다른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요 언론들이 침묵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번 사안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은 대단히 높은 상황이다.
관심의 초점은 이제 삼성그룹의 대응책 쪽에 쏠리고 있다. 경영권, X-파일 등 그룹과 관련해 굵직한 사안이 터져 나올 때에도 큰 탈 없이 넘어갔던 삼성이 과연 이번에는 어떤 식으로 대응할 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것.
삼성그룹은 지난 26일 김 전 변호사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을 통해 1차 폭로를 했을 당시만해도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비자금 같은 것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김 전 변호사가 2차 기자회견을 통해 로비실체를 폭로한데다 향후 이재용 전무와 관련된 내용들이나 ‘떡값검사’의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상태여서 삼성은 ‘적극대응’으로 입장을 급선회했다. 특히 이 전무와 관련된 내용들이 나온다면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경영권 승계에 막대한 영향을 빚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양측이 주장하는 핵심쟁점은 무엇이며 삼성그룹의 향후 대응책 등을 미리 짚어봤다.



삼성그룹은 김용철 변호사의 의혹 제기에 대해 “기업 이미지가 훼손되고 정상적인 경영활동 및 글로벌 사업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더 이상 좌시하지 않고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무대응으로 일관하던 초기와는 달리 방향을 급선회한 것이다.
삼성 측은 김 변호사 주장에 대한 해명자료를 내고 “그룹은 그 동안 김 변호사의 일방적 주장에 대해 최대한 관용과 인내심을 갖고 대응을 자제해 왔으나, 허위폭로로 인해 그룹의 이미지가 손상되고 경영활동이 위축될 우려가 있어 좌시할 수만 없게 됐다”고 말했다.












 


적극대응으로 방향선회


삼성은 김 변호사의 폭로에 대해 무대응으로 일관할 경우 불필요한 사회적 논란이 확산되고 검찰, 사법부 등 국가 기관의 명예와 신뢰까지 실추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판단, 김 변호사의 폭로에 대해 대응 수위를 높이는 쪽으로 급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그러나 김 변호사의 주장에 대한 법적 대응에 관해서는 “내부적으로 아직 정해놓은 것은 없고 일단 사건의 진행을 두고보기로 했다”며 현재로서는 법적 대응에 나서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 때문에 삼성과 김 변호사간의 공방은 당분간 폭로전 양상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김 변호사의 주장에 대해 삼성 측이 내놓은 해명은 무엇일까? 다음은 삼성 측의 해명자료를 정리한 것이다.


◇ “김 변호사는 S급 인재가 아니다” = 김 변호사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삼성 재무팀의 운영팀장을 지냈고 S급 인재라고 밝힌 데 대해 삼성은 김 변호사가 재무팀과 법무팀 임원으로 7년간 일한 것은 맞지만 자금관리 업무를 처리한 바 없다고 밝혔다.
당시 운영팀장이라는 직제 자체가 없었고 S급 인재는 세계적인 엔지니어나 마케팅 전문가 등에 해당되는 것이지 김 변호사와 같은 스태프는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법조인이라는 자격과 삼성의 핵심 임원이었음을 근거로 그의 주장에 신빙성이 있다고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삼성은 강조했다.


◇ 김 변호사가 법무법인 ‘서정’을 떠난 배경 = 김 변호사가 서정을 그만둔 것은 삼성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일로, 서정 측에 확인해보면 바로 알 수 있다고 삼성은 주장했다.
김 변호사가 개인적 비리, 내부 변호사들과의 마찰과 갈등, 부적절한 처신과 변호사 직업윤리 위반 등의 문제가 있어 서정에서 2개월 휴직을 결정했으며, 휴직 이후에도 같은 문제가 계속돼 퇴출을 결정했다는 것이 삼성의 주장이다.
김 변호사는 서정에서 나간 뒤에도 서정의 법인카드로 4천8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구입해 간 사실이 드러나 현재 서정 측이 김 변호사를 상대로 법적조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삼성은 전했다.


◇ 김변호사 주장은 “양심의 발로가 아니다” = 김 변호사가 이번 폭로가 양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데 대해 삼성은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삼성은 김 변호사가 삼성과 10년 이상 직접적인 인연을 맺어 왔으며, 1997년 입사 이후 2004년까지 7년간 구조조정본부 재무팀, 법무팀의 임원으로 재직하면서 스톡옵션 차익, 급여 등으로 100억원 이상의 거액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삼성 근무 중에 한번도 문제를 제기한 적이 없으며, 퇴직 후 3년간 고문변호사로서 월 2천만원 가량의 고문료를 받으면서도 아무 말 없다가 고문계약이 끝난 시점에서 이 같은 주장을 펴는 것은 다른 목적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김 변호사가 삼성에 금전적 지원 요청” = 김 변호사는 2004년 가을 자신의 법인이 삼성의 특허 업무를 맡게 해 달라고 부탁해 왔으며, 삼성은 실무 협의를 거친 후, 그 해 12월부터 삼성중공업의 특허 업무를 서정에 맡겨 현재까지 총 3억 5천500만원을 지급했다.
2005년 11월에는 “법무법인 운영비가 매달 10억원 이상 들어 많이 벌어야 하는데, 대기업 사건은 거의 없고 자질구레한 사건들만 있어 큰돈 벌기 어렵다. 더 도와 달라고 부탁해 왔으나, 응하지 않았다”고 삼성은 밝혔다.


◇ “돈 주겠다는 문자메시지 받았다는 주장은 허위” = 삼성은 김 변호사측이 “(폭로하지 않으면) 거액을 주겠다고 회유했고 이런 내용이 담긴 삼성측의 문자메시지도 보관해 사제단에 전달했다”고 발언했다며 이학수 부회장이 보낸 문자메시지는 모두 6건으로 만나서 대화를 해 보자는 내용이었다고 반박했다.
문자 메시지의 내용은 “이학수 실장입니다 어젯밤 댁 방문했습니다. 이 전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만나기를 희망합니다” “김 변호사 통화바랍니다 12시경에 다시 전화드리겠습니다 만나서 대화 원합니다” 등이지 돈으로 회유하겠다는 내용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경영권 관련 내용은?
삼성 측은 이처럼 김 변호사의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며 적극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김 변호사가 경영권과 관련한 문제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제기할 때는 상황이 더욱 곤혹스러워 질 수 있다. 현재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 발행 사건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김 전 변호사가 이와 관련한 내용을 폭로할 시 국민적인 의혹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5일 기자회견에서 “이재용 전무의 재산형성과정에 대해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있고 알 만한 분들은 알고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으나 문건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천주교 정의 구현 사제단의 김인국 신부는 “누가, 언제 이 문건을 작성했는지는 아직 말한 단계가 아니다”며 “원래는 오늘 기자회견에서 내부 문건을 공개하려 했지만 기자들이 너무 많이 몰려왔고 삼성그룹 관계자도 많아 문건을 분실할 우려가 있어 오늘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증여 사건과 관련해 “모든 증인과 진술을 조작해 돈과 힘으로 법원을 모욕했는데 법무팀장인 나도 중심에 서서 그 일에 관여한 공범이었다”고 털어놨다.
삼성은 이에 대해 “에버랜드 CB는 그 동안 수많은 시민단체와 언론이 주목하는 가운데 3년 반에 걸쳐 방대한 수사와 재판이 진행된 건으로 축소 로비를 했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 변호사가 자신의 주장대로 관련 문건을 실제로 공개한다면 삼성 측도 정황만을 가지고 해명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보다 구체적인 해명자료를 내놓지 못한다면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는 것이다.
삼성이 이번 사안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고민은 법적 대응을 하자니 사실 여부를 가리기 위해 수사를 확대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수사가 진행된다면 검찰도 이번 사건과 연관되어 있는 만큼 그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수사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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